도시와 독서의 기록

서울처럼 삶의 속도와 변화가 빠른 곳에선 아카이빙이 때로 예술이 된다. 시간을 관통한 건축과 독서의 공간들.


서울건축도시전시관

옛 덕안궁 터이자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 체신국 청사로 쓰였던 자리에 국내 첫 도시 건축 전시관이 생겼다. 전시관은 그간 서울에 쌓인 시간과 건축물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가늠한다.

 

서울의 수만 가지 얼굴

서울만큼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도시가 있을까. 건물이 지어지고 무너지는 속도 역시 매우 빠르다. 그 궤적들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관이 생겼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은 서울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홍보하는 동시에 건축 담론과 아카이빙이 이어지는 곳이다. 전시관은 개관을 기념해 지상, 지하 1층, 지하 2층에 자리한 3개의 갤러리에서 전시 <서울도시건축의 과거, 현재, 미래>를 6월 2일까지 진행한다. 각층은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을 상징한다. 지상에 있는 갤러리 1에서는 ‘과거의 도시를 기록하다’라는 주제 아래 사직동, 내수동, 거여동 등 1930년대부터 1970년대 이주 정착지였던 지역의 기록들을 실물 크기의 집, 평면도, 모형 등을 통해 보여준다. 지하 1층의 갤러리 2에서는 ‘현재를 이해하다’는 타이틀로 서울의 제반 시설이자 기술이 발달하면서 유휴 시설이 되어버린 공간들이 앞으로 어떻게 쓰일 수 있을지 고민한다. 지하 2층의 갤러리 3은 ‘미래를 상상하고 공유한다’는 큰 구성 아래 태풍, 지진 등의 재해로 인해 발달한 일본의 구호 주택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공공 건축과 건축가의 역할을 제시한다. 전시관은 지상(현재)과 시청 역사 지하(과거)를 통해 두 곳의 출입구로 들어올 수 있어 자칫 전시 동선이 어지럽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마저도 의도를 품고 있다. 지금 우리가 조선시대에 지어진 덕수궁을 5G 휴대폰으로 촬영할 수도, 걸을 수도 있는 것처럼 건축물은 시대를 관통해 존재한다는 것을 설명한다. 또한 개관전의 일환으로 <비엔나 모델_비엔나 공공 주거의 과거, 현재, 미래> 전시를 준비해 비엔나의 공공 주거 사례인 시영 주택의 역사와 미래를 담은 멀티미디어를 소개한다. 전시는 비엔나 사회와 기술, 도시 계획의 상호작용을 살펴보며 앞으로 서울이 나아갈 도시 건축의 방향성을 모색한다.

INFO

  • 주소 –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119(태평로 1가)
  • 관람 시간 – 오전 10시~오후 6시 휴관 매주 월요일(공휴일인 경우 다음 날), 1월 1일, 설날, 추석
  • 문의 – www.seoulhour.kr

 


Mini  interview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전시 총괄  – 어반 인덱스 소장 “이영석”

도시 건축을 바라보는 견해가 다양하잖아요. 첫 전시 라인업 선정이 쉽지는 않았겠죠. 서울을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공공성이 담보되는 작업을 찾았어요. 동시에 시간성을 지니고 있어야 했죠. 건축은 미술 전시와는 달리 작가가 작업물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기존 비엔날레 때는 오픈 며칠 전에야 새로운 작품이 나와요. 신선함은 있지만 깊이가 떨어지죠. 이번 전시는 특이하게도 기존의 작업이 충실한 분들이에요. 이상구 교수님도 오랫동안 서울을 아카이빙하셨고, 이장환 소장님도 도시 기반 시설에 대한 조사를 시청과 긴밀하게 작업하시고 있고요. 전시의 두께가 두껍다고 느껴질 거예요.

전시 하나하나가 한 권의 책과 같아요. 아이들이 이해하기엔 어려울 수도 있어요. 1층 전시장의 실물 크기 모형 집 앞에서 셀카를 찍고 ‘이주자의 집이래’라고 얘기할 정도만 되어도 대성공이라 생각해요. 완전히 쉽게 가자, 반대로 전문적으로 가자 두 가지 의견이 있었지만 결국 포커스를 시민에 두었어요. 그래서 전시 인트로 글도 두 개죠. 입구의 글은 전시관에서 쉽게 써두었고, 전시장 안의 글은 큐레이터가 본인의 생각을 적었죠. 아이들을 위해서 큐브를 올리면 각 주제에 맞는 건축물이 뜨는 프로그램, 그린 대로 건축물이 지어지는 멀티미디어를 설치했으니 부모님이 전시를 보는 동안 아이들은 프로그램을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도 좋죠. 또 전시관이 덕수궁 돌담길과 정동에 위치하는 게 큰 의미가 있어요. 주변과 서울이 어떤지 생각해보시고 둘러보세요.

도시는 무엇일까요?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인공물 중에 제일 크잖아요.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큰 단위죠. 거기에 인간사까지 얽혀있으니 어마무시하죠. 건축가들은 이 어마무시한 것들을 어떻게 바라볼지 꽤 오래 고민했어요. 《패턴 랭귀지》는 도시의 건물들을 패턴으로 바라보고 연구한 책이에요. 그 책처럼 저도 처음에는 도시의 요소들을 분석하는 작업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아니에요. 도시는 수많은 시간이 중첩되어 있고 결정권자도 여러 명이니까요. 어느 순간 이 시스템이 유지된다는 자체가 신기하더라고요. 각자의 주장을 내세워 싸우다가 이내 하나의 의견으로 수렴하죠. 그때마다 필요한 결과물이 나와요. 현재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현 상황이 가장 이상적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조율의 결과물이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훌륭한 건축가라도 도시를 물리적으로 리디자인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또 건축가가 도시의 물리적 측면을 결정하는 최고 권위자여야 한다고 생각지도 않고요.

도시 건축가에게 서울의 아파트는 어떤 느낌인가요? 하우징 & 어바니즘을 전공했어요. 수업 중에 전 세계 대단지 아파트 사례를 배웠는데 한국은 성공적인 사례로 꼽혔죠. 우리는 아파트 공화국이라 자조하지만 비약적으로 잘 발전한 케이스예요. 편의성이나 경제적 황금성도 무시 못하고요. 하지만 단점도 있죠. 아파트는 작은 주택이 모인 곳을 싹 밀고 균질화된 공간을 짓잖아요. 집단의 목소리, 커진 힘이 그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폭력적일 수 있어요. 둘째로,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공간에 대한 계층을 배운다는 점이에요. 어느 아파트에 사는지 알면 거주자의 물적 상황을 바로 눈치챌 수 있잖아요. 또 한 세대가 지나면서 아파트 외의 공간에서는 살아본 경험조차 없어지는 것, 길이 주는 즐거움을 모르는 것도 아쉽죠. 아파트에 살면 걸을 일이 없거든요. 아이들을 차로 픽업하고 내려주기 바쁘니까. 아이들이 자신의 삶의 바운더리를 벗어날 기회가 별로 없어요. 서울이 보행 약자들에겐 조금 폭력적이죠. 유모차 끌고 어디 갈 수도 없잖아요. 전시도 보러 나오고 동네도 자주 걸어서 보행자가 늘면 개선될 거예요.


송파책박물관

성인의 40%가 1년에 책을 단 한 권도 안 읽는 시대. 어른들은 자신의 독서습관을 되돌아보고 아이들은 뒹굴고 뛰놀며 책과 놀 수 있는 책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이곳엔 1만 권에 가까운 책이 있지만 굳이 정숙할 필요가 없다.


“할아버지 어릴 때는 책이 귀했지, 보면 안 되는 금서도 있었다며 할아버지, 엄마, 아이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어요.

전시된 독서 소품들도 희귀해서가 아니라 당시의 환경을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를 위해 가져다놓은 거예요.”

– 송파책박물관 김성수 팀장

 

독서 문화를 기록하다

그 이름조차 생소한 책 박물관. 국내의 책 박물관은 손으로 꼽을 만큼 수가 적고 모두 사설 기관이다. 지난 4월 공립 기관으로서는 최초로 송파책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책 박물관을 기획한 송파구청은 책을 읽기 위해 찾는 서점이나 도서관 대신 자신의 독서 생활을 돌아보고 책의 의미를 되새기는 공간으로 박물관을 선택했다. 처음부터 방향이 명료했던 것은 아니다. 국내에 참고할 만한 선례가 없어서 2014년 말부터 많은 조사와 준비를 거쳤다. 또한 전시 큐레이터부터 서지학 전문가, 공예·회화·한국 문화 연구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에게 1년 이상 자문을 받았을 만큼 공간의 정체성과 방향을 깊이 고민했다. 유물로서 가치나 희소성 있는 책을 전시하는 기존의 책 박물관과는 다르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박물관의 기능을 충실히 따라 이곳은 ‘독서’ 문화의 역사를 전시한다. 시대별로 독서 문화를 정리한 상설 전시관에선 책의 가치와 의미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알 수 있다. 연행(청나라 사신으로 가는 일)에서 돌아오는 길 책을 몇 수레씩 실어오는 사신들의 모습을 담은 《연행도》나 저잣거리에서 《숙향전》, 《심청전》을 읽어주며 돈을 벌었던 전기수의 이야기를 보면 당시에는 책이 재산이자 권력의 가치를 지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또 1910년부터 오늘날까지의 전쟁, 베이비부머, 디지털의 3세대가 각각 읽었던 베스트셀러와 서재를 재현해 할아버지, 아빠, 손주가 책에 대한 각자의 경험과 추억을 나눌 수 있게 했다.

송파책박물관에는 정숙해야 하는 공간이 없다. 자유롭게 손이 가는 대로 책을 집어 박물관 어디에서나 읽을 수 있다. 아이와 깔깔 웃으며 동화책을 읽어도 나무라는 사람이 없다. 송파책박물관의 김성수 팀장은 “아이들에게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자는 것이 송파 책 박물관의 의의”라며 “아이와 보호자가 자유롭고 편안하게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동화 속 주인공이 되어볼 수 있는 1층의 ‘북키움 – 나는 동화마을에 살아요’ 체험공간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도록 푹신한 바닥에 동화 속 세계를 재현했다. 《백설공주》의 말하는 마법 거울과 《빨간 모자》의 늑대 영상이 흘러 나오는 이곳은 박물관보다 키즈카페에 가까울 정도. 또 인터넷 예약제로 수용인원을 50명으로 제한해 안전하고 자유롭게 놀 수 있게 배려했다.

INFO

  • 주소 – 서울시 송파구 송파대로37길 77(가락동 479)
  • 관람시간 – 오전 10시~오후 6시(폐관 30분 전 입장 마감) 휴관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
  • 문의 – www.bookmuseum.go.kr, 02-2147-2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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