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 가구에 대한 두 가지 시선

첫 걸음마를 하고 처음 혼자 잠들며 한 뼘씩 자라나 어느덧 10대가 될 때까지, 아이 곁에는 늘 키즈 가구가 함께 한다.

비슷한 스펙의 키즈 가구 사이에서 선택지를 넓혀주는 브랜드를 만났다.


1.오래도록 추억이 스미는 가구 _ 바치 스튜디오 이하연

순우리말로 장인이라는 이름의 뜻처럼 숙련공들과 함께 오래 간직할 수 있는 견고한 키즈 가구를 만드는 브랜드, 바치. 올해로 5년째 묵묵히 또 조용히 자신의 것을 만들어가는 움직임을 알아보고 해외 편집숍과 사운즈한남 스틸로 같은 상업 공간도 채워지고 있다.

 


키즈 가구를 만들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원래 건축 일을 했는데 공간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어린이 가구가 없어 아쉬웠다. 어릴 적 경험과도 관련 있다. 할머니께서 엄마에게 물려주신 작은 유아용 소파를 나도 물려받았다. 앤티크 느낌의 나무 소재에 패브릭이 더해진 소파인데, 지금까지도 상태가 좋다. 할머니와 엄마의 추억과 내 유년 시절의 기억이 녹아들어 있어 의미가 더욱 깊다. 키즈 가구가 단순히 한때 쓰고 마는 물건이 아니라 세대 간에 공감대를 형성해주는 특별한 물건이 될 수 있다는 걸 직접 느꼈다.

이하연 대표

 

 

5년째 키즈 가구 브랜드를 꾸려가면서 시장의 변화를 느끼고 있나?

키즈 가구 브랜드가 점차 늘어나는 걸 체감 중이다. 예전에는 키즈 가구를 기능성 가구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았다. 요즘은 인테리어 취향이 확실한 부모들이 늘면서 아이의 공간에도 정성을 기울인다. 안전한 소재에도 관심이 높아졌다. 사실 소재의 안전성은 너무도 당연하기에, 바치는 굳이 친환경 마감재와 천연 등급을 받은 나무 등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하지만 여러 키즈 가구 브랜드에서 친환경 소재 사용을 마케팅 방식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키즈 가구 시장에서도 좋은 소재를 고민하는 추세다.

 

해외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고 들었다.

홍콩, 뉴욕 등 해외 리빙 편집숍에서 국내 크래프트 제작 기술을 보고 놀라곤 한다. 또 가구 디자이너들이 일시적으로 협업하는 키즈 가구 브랜드는 있어도 전 라인을 키즈 가구로만 전개하는 브랜드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앞으로 국제 가구 페어 등에 활발히 참여할 예정이다.

 

책을 놓는 스툴이나 침대 등이 어른들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크기가 넉넉하고 디자인이 간결하다.

가구를 만들 때 어른과 아이를 모두 고려하고 접근해야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아이들이 쓰는 가구라고 해서 금세 버리거나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면 일회성이 될 수밖에 없다. 아이를 기르면서 깨달은 점인데, 아이들이 가구에 낙서를 하거나 지저분하게 쓴다는 건 편견이다. 아이들에게 물건 아끼는 법을 알려주면 의외로 쉽게 이해하기도 한다.

 

아이를 키우며 깨달은 경험을 디자인에 반영하기도 하는가?

처음 브랜드를 론칭할 때는 아이가 없었다. 3년 전 아이가 태어난 뒤 침대 헤드 높이나 가드 높이를 1~2cm 조정했다. 누웠을 때 시선의 안정감을 느끼는 높이 등을 아이의 생활 패턴을 보고 깨달았기 때문이다. 또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대부분 가구 모서리나 선에 보호대를 부착한다. 이 점에 착안해 단면을 둥글게 디자인한 라운드 테이블을 제작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모든 면을 둥글게 마감한 디자인은 흔치 않아 희소성이 있다.

 

바치에 채도가 낮은 색상의 가구가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

아이들 방에는 물건이 많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튀는 색깔의 장난감이나 소품이 많기 때문에 채도가 낮고 차분한 색상의 가구를 배치해야 공간이 정리되는 느낌이 든다. 스타일링에 대해 조언한다면, 책장이나 수납장으로 가벽을 만들어 노는 공간, 공부하는 공간 등으로 분리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그러면 책상에 앉았을 때 좀 더 집중할 수 있고, 스스로 자기의 공간에 애착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자작나무 고유의 매력을 그대로 살린 비취 테이블.

 


 

2.늘 새로운, 현재진행형 키즈 가구 _SMLD 이세영

책상 아래에 돌돌 말린 롤페이퍼를 숨겨놓고 필요할 때마다 뽑아 쓸 수 있는가 하면 아이의 성장에 따라 서랍을 추가할 수 있는 모듈 서랍장까지.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의 기능성 가구에 지친 이들에게 트렌디하고 재기발랄한 디자인의 가구를 선보이는 브랜드, SMLD. Small, Medium, Large, Design의 앞 글자를 딴 이름처럼 아이의 성장에 맞춰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디테일로 각종 국내 페어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세영 대표

 

키즈 가구를 만들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원래 남편 권태현 대표와 함께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일하다가 딸, 아들에게 직접 가구를 만들어주기 위해 제작한 벙커 침대 샘플이 시작이었다. 늘 아이들의 생활에서 영감을 얻어 가구를 제작한다. 가구마다 숨어 있는 기능이 깨알같이 많은데? 아이들이 지루해하거나 질리지 않고 창의적인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포인트다. 어른들이 쓰는 가구에서 사이즈만 축소한 디자인은 지양한다. 작은 모듈이 더해져서 큰 모듈이 되는 방식, 하나의 가구를 여러 가지로 활용하는 방식을 추구한다.

구체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제품을 꼽자면?

아이를 키우다 보면 자석 보드가 필요하지 않나. 그런데 일정 시기에만 쓰고 버려지는 것이 아쉬워 책장 뒤에 부착하는 보드를 만들었다. 또 침대 헤드를 양면으로 활용하거나 가드를 떼어내고 부모 침대와 붙여 패밀리 침대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시그너처 디자인인 아크 라이트 침대를 예로 들면, 아이가 좋아하는 책이나 인형을 둘 수 있도록 침대 옆에 사이드 테이블을 부착하고, 어둠을 무서워하는 아이를 위해 간접 조명을 달 수 있게 했다.


 

제작 방식의 철칙은 무엇인가?

당연히 벤자민무어의 수용성 페인트나 E0 등급을 받은 나무 등 친환경 소재와 마감재를 사용한다. 특별한 점은 거의 모든 제품을 33cm 두께의 자작나무 합판을 사용해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는 가구의 가변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단단하고 견고한 자작나무 합판을 택했다. 또 대기업에서 주로 쓰는 NC 공법을 재단에 사용한다. 컴퓨터로 가구가 맞물리는 각 부분의 오차 범위를 최소화하는 방식인데, 이것은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흔히 쓰는 공법은 아니다. 디자인마다 수십 장의 매뉴얼이 따른다.

 

바쁜 와중에도 매 시즌 국내 디자인 페어나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디자인에 몰두하거나 작업에만 푹 빠지는 창작자도 많겠지만, 우리는 소비자들의 반응에서 힌트를 얻어 디자인을 전개하곤 한다. 침대 사이즈의 경우 가장 대중적인 아이 방의 크기를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아 조정하곤 했다. 특히 페어는 즉각적인 소통과 피드백이 이루어진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앞으로 아이들이 자라면서 SMLD의 가구는 어떻게 변화할까?

글쎄,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책상을 만들지 않을까. 하하. 부모들도 함께 재미있게 사용할 수 있는 가구를 만들고 싶다.

 

서랍의 개수와 색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서랍장. 기저귀 교환대로 쓸 수 있는 트레이를 별도로 구매해 상단에 부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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