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 in 거제

더 이상 대충 끼니를 때우고 싶지 않아서 고향으로 내려간 영화 <리틀 포레스트> 속 혜원처럼 거제에 사는 주부 이나영은 혼자 먹을 때도 잘 먹고 싶어서 SNS에 식사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신선한 제철 요리가 한껏 피어 있는 그녀의 식탁이 궁금해 요리책 《거제 가정식》을 펼쳤다.


혼자 하는 식사의 기록

결혼 후 고향인 부산을 떠나 거제에 살게 됐어요. 요리를 전공하고 호텔이나 레스토랑의 주방에서 일한 적도 있지만 남편이 출근한 뒤 혼자 먹는 식사는 어쩐지 대충 하게 되더라고요. 남은 음식을 먹고 마는 식이다 보니 맛도 없고 우울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서 음식을 먹을 때마다 신경 써서 요리를 하고 좋아하는 그릇에 담아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요리와 일상, 거제의 이야기를 적어 올리다 보니 이곳으로 여행을 오고 싶어 하는 분도 생겼어요. 혼자만의 식사 시간이 즐겁게 변한 것은 물론이고요.

거제에 오면 꼭 맛보세요

바다 가까운 곳이니 해산물이 흔할 것 같지만 거제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선업에 종사하고 있어 부산처럼 해산물이 많고 저렴하지는 않아요. 대신 한겨울에는 대구 축제가 열려 신선한 대구를 사다 회로 먹거나 탕을 끓여 먹지요. 감칠맛이 감도는 살짝 말린 대구회는 거제 사람들이 즐기는 별미래요. 명절에 가족끼리 모이거나 손님상을 차릴 때 생선회가 빠지지 않는 것도 이곳만의 특징인 것 같아요. 또 거제는 유자가 유명해요. 수확기인 11월에만 생과를 구할 수 있는데, 해풍을 맞고 자라 향이 아주 진한 유자가 시장을 가득 채우지요. 이때 깨끗이 다듬어 설탕에 절여두고 겨울에는 차로, 여름에는 탄산수와 얼음을 넣어 마시면 일 년 내내 유자 향을 즐길 수 있어요.

 

숲과 해변을 산책하는 일상

사진의 느낌 때문인지 다들 제가 주택에 산다고 생각하시지만 거제 시내의 아파트에 살고 있어요. 물론 시내라도 집에서 바다가 보여 좋지요. 부산의 바다와 거제의 바다는 색이 달라요. 부산에 살며 늘 봐온 광안리나 해운대의 바다보다 거제의 바다는 더 밝은 파란빛이랄까요. 여름에는 저녁을 먹기 전 남편과 함께 해변가를 산책하며 노을을 보고, 한겨울이 아니면 거의 매일 아침 집 근처 숲속을 산책하지요. 조금 더 올라가면 산과 바다까지 보이는 아침 풍경이 거제에 사는 행복이에요.

 


희귀한 식재료가 가득한 곳

거제도는 물가가 비싸요. 식당에서 파는 국밥만 해도 부산보다 1500원은 더 줘야 하죠. 그래도 장을 볼 때는 재미있어요. 큰 조선 회사가 두 개나 있어 인구 대비 외국인이 많아요. 그래서인지 동네 마트에서도 각종 향신료, 치즈, 허브, 살라미 등 이국적인 식재료을 쉽게 구할 수 있죠. 아예 동남아 식재료만 파는 작은 가게도 있고요. 저는 해산물, 과일 등은 즐겨 가는 가게에서 따로 구입하고 집 가까이의 옥포시장에서 자주 장을 봅니다.

2년 넘게 거제에 살고 있는 《거제 가정식》 저자 이나영.


신선한 파스타 한 접시

새로운 요리에 대한 아이디어는 정리에서 나와요. 냉장고에 있는 재료는 지금 먹거나 조리해 저장해야 버리지 않고 먹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해서 탄생한 많은 요리 중에서 특히 파스타를 신기해하는 분이 많아요. 저는 반찬 재료를 파스타에 응용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달래, 시금치, 고사리를 넣은 오일 파스타, 표고버섯과 느타리버섯을 갈아서 버섯 페스토 파스타 등을 만들지요.

파스타는 주말에 즐겨 만드는 음식이다.


사진은 딱 세 장만

누가 보지 않는다면 대충 담아 먹겠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 시작한 기록이니 처음엔 사진을 잘 찍는 데에 집중했어요. 그러다 보니 사진을 찍는 동안 음식이 식어 기록의 취지와 맞지 않았어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식사는 따뜻한 음식을 따뜻할 때 먹는 건데 말이죠. 그래서 방법으로 생각한 게 딱 세 장만 찍는 거예요. 요즘은 정말 신속하게 딱 세 장만 찍고 먹어요.

아플 때 생각나는 소울 푸드

감기에 걸리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면 꼭 먹는 음식이 있어요. 경상도식 김치 국밥이에요. 김치와 밥을 걸쭉하게 끓여 달걀을 얹어 먹지요. 집집마다 어묵도 들어가고 멸치도 들어가는 식으로 조금씩 요리법이 달라요. 아플 땐 그 죽을 먹어야 나을 것 같아서 꼭 끓여 먹어요. SNS에 올렸더니 다른 지역에 사는 분들도 공감해주셔서 반가웠어요. 어릴 때 아프면 엄마가 해주던 음식이라면서요.

계절 따라 맛있게 먹기

봄에는 봄나물을 먹고 여름에는 토마토를 먹는 식으로 계절에 따라 맛이 좋은 음식이 좋은 식사가 된다고 생각해요. 맛을 낼 때도 빨리 하려 하면 조미료 같은 것을 많이 쓰게 되지만 한 번 육수를 내놓고 저장해 사용하면 쉽게 건강한 맛을 낼 수 있죠. 《거제 가정식》을 보고 ‘집에서 밥 먹는 거 되게 쉽네’ 하고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세상에는 레시피가 복잡할 수밖에 없는 음식도 있지만 실생활에서 세끼를 다 그렇게 먹을 수는 없잖아요. 간단히 이것저것을 섞어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으니 생각보다 쉬운 레시피를 가벼운 마음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거제 가정식》 소박하지만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차려내는 거제 주부 이나영의 레시피를 담았다.

숲과 바다에 둘러싸인 거제의 풍경과 식재료 이야기,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까지 재미있고 유용한 요리책.

SNS 속 식사의 기록이 궁금하다면 @nayoungmeal을 검색해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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