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화의 빅픽처

김경화의 시선은 늘 먼 곳을 본다. 당장 눈앞에 주어진 것보다 너머의 것을 바라기에 꾸준하고 단호하다.

그녀를 실제 만나지 않아도 욕심도, 에너지도 참 많은 사람이구나 느꼈을 것이다. 연세대 출신, 모교에 출강하는 강사, 행사와 방송을 이어가면서 틈틈이 SNS를 통해 ‘눈바디’로 관리한 복근을 공개하고, 연기 학원까지 다닌다. 게다가 최근 E채널의 <베이비 캐슬>에서는 셀럽들과 정재계의 자녀들이 다니는 놀이 학교까지 운영한다고 밝혔다. 아이의 모든 것을 일일이 챙기는 그저 완벽주의 헬리콥터맘인 줄 알았는데, 찬찬히 방송을 들여다보니 합이 잘 맞는 연예인과 매니저처럼 효율적이다. 과제를 하나하나 챙기기보다 아이가 좋아할 법한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다 주고, 학원에 오고 가는 동안 간식을 챙기면서 자연스럽게 관련된 영어 단어를 발음해보도록 유도한다. 또 무작정 신문 읽기를 강요하기보다 아이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의 칼럼을 먼저 읽어보고 넌지시 의견을 건넨다.

선택과 집중을 능숙하게 해내는 그녀의 큰 그림은 무엇일까?


오늘 서진이 학원 등하원은 어떻게 했나요? 방송에서 공개된 일상의 이면도 궁금하고요.

인터뷰를 위해 셔틀 서비스에 맡겼어요. 방송에서 하루 일과를 보여줬는데, 사실 여느 엄마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스케줄이 가능한 날에는 아이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를 조금 더 챙겨주고, 간식이나 학원 등하원도 직접 해주려고 노력하죠.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2학년인 두 딸의 진도, 숙제를 세세하게 확인하는 건 가능하지도 않고 제 스타일과도 맞지 않아요. 대신 무엇이든 꾸준히 하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노력해요. 방송에서 보여준 관심 있는 시사 이슈를 발표하는 ‘화요보고서’도 아이가 먼저 제안해 1년간 계속해왔고, 미세먼지가 없는 날에는 체력을 기르기 위해 함께 아파트 단지를 몇 바퀴 돌곤 해요. 러닝머신도 꼭 뛰고요. 튼튼한 체력을 물려주지 못해서 자주 아프고 쉽게 피곤해하거든요.

이전에 언어 발달과 관련한 육아 책을 냈죠. 오은영 선생이 감수를 했고요.

남편은 엑셀 없이 못 사는 사람이에요. 여행 준비물 하나도 엑셀로 정리하는데, 첫째 서연이가 세 살이 될 때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아이와의 소통을 함께 기록했어요. 엄마, 아빠가 말을 걸면 아이가 실제로 어떻게 반응하는지 정리했죠. 또 10년 넘게 어린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의 교육과 성장에 관심을 두게 됐어요. 첫아이를 낳고서 오은영 선생님과 ‘일촌 클리닉’이라는 방송을 함께 진행했는데, 부모와 자녀의 관계 회복에 대한 방송이었죠. 일관성 있게 아이 기르는 법을 많이 배웠어요.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를 데리고 어떻게 훈육하면 좋을지 몰라 선생님께 찾아간 적도 있죠. 저희 부부만의 훈육 방법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딸아이가 어릴 때는 지금보다 엄격하게 3무 원칙을 지키기도 했어요. 휴대폰, TV, 컴퓨터 아웃.

가능한가요? 독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아이가 심하게 조르면 대부분 되돌리곤 하잖아요.

이젠 아이들이 자랐으니까 각자 자유롭게 사용하는데,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3무 원칙을 지켜서인지 미디어 중독이 덜해요. 식당에서도 소리나는 책을 펴주곤 했는데, 지금도 밥 먹고 나면 소파에 앉아 책을 펼쳐요. 전 한번 안 되면 끝까지 안 되는 엄마예요. 마음 약해져서 ‘이번만이야’ 하고 번복한 적은 없죠. 아이들이 마트에서 떼를 쓸 때도 ‘울 때까지 울고, 엄만 네 옆에 있을 수 없으니 저기 가 있을 거야. 보이지? 울고 나면 저기로 와’라고 했어요. 오은영 선생님 코칭도 부드럽지만 절대 꺾이지 않죠. 단호하게 ‘안 돼요’ 하시고요. 저도 훈육할 때는 영혼을 바깥에 두고, 감정적으로 화내기보다 잘못된 부분을 분명하게 말해줘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도 ‘아, 우리 엄마는 이렇구나’ 하고 인정하더라고요. 아이들을 굉장히 사랑하지만, 원칙을 위해 일관성을 유지하려 부단히 노력해요.

남편과 육아 방침이 잘 맞나 봐요. 보통 한쪽이 착한 역할을 맡기도 하죠.

저와 남편, 둘 다 한번 원칙을 세우면 끝까지 켜나가요. 아이들을 혼내는 방식도 늘 서로 협의하는 편이고요. 그런 점이 잘 맞는 파트너죠. 딱 한 번 어제, 서진이가 현장학습 시간을 착각해 지각했는데 느긋하게 굴기에 제가 먼저 혼을 냈어요. 남편은 좀 더 고민해보자고 하는데 제가 먼저 일주일 동안 휴대폰 압수 벌을 내리고 말았어요. 왜 혼자 벌을 정하냐고 좀 삐졌죠.

자녀를 키우면서의 고민과 노하우로 놀이 학교를 시작했나요?

아이들에게 말 한마디도 신중하게 건네고 인격적으로 대하려고 노력하면서 대화와 근간이 되는 독서의 중요성을 절감했어요. 아이들을 교육하면 세상을 더 바꿀 수 있겠다 싶어 도전하게 됐어요. 벌써 햇수로 12년 차가 됐네요.

배우 송윤아 씨 자녀를 비롯해 많은 정재계 자녀들이 다니는 곳이라고요. 커리큘럼의 특별한 점은 무엇인가요?

저를 알고 오기보다 커리큘럼을 비교해보고 찾아오는 경우가 대다수예요. ‘독서로 자라는 인성 학교’가 모토예요. 3세부터 7세까지, 사실 교육이라는 것이 트렌드에 맞춰 옷을 갈아입지만, 누리교육만은 변하지 않는 근간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저희 아이들을 기를 때처럼 예의와 독서를 엄청 중요하게 생각하죠. 인사, 신발과 화장실 슬리퍼 정리 같은 기본을 꼭 지키고 책을 읽고 자기의 의견을 그림이나 글로 표현해보는 ‘독서 통장’ 숙제를 해요. 그냥 엄마나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고 지나가기보다 아이가 자기만의 감상을 더하는 습관을 만들어주는 거죠. 또 한 달에 한 번씩 저나 원장님이 책에 나오는 캐릭터의 옷을 그대로 입고 원서를 읽어주는 스토리 타임을 마련했어요. 선생님들도 책에 대한 교수법을 특히 신경 쓰고, 학부모님들께도 정기적으로 북 큐레이션을 제안하고요. 지난해에는 문지애 아나운서가 큐레이션을 도와주기도 했죠. 요즘 중·고생들의 시험지를 보면 국어는 물론, 영어든 수학이든 지문이 정말 길어요. 한 페이지를 넘는 경우도 많죠. 이런 모든 공부가 독서에서 비롯된다고 봐요.

딸들의 독서 내공도 상당하겠어요.

첫째 서연이가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읽어서 놀랐어요. 저도 안 읽은 책이어서 더 신기했죠. 하하. 요즘엔 사춘기라 일본 소설에 빠져 있어 절절한 러브 스토리를 말해주기도 하고요. 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을 손에 쥐어주기보다 놀이처럼 받아들이게 하죠.

부모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제가 아이들에게 늘 하는 말이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진짜 웃는 사람이다’예요. 아이들이 인생을 길게 보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 아이 특성에 잘 맞는 방향성을 넌지시 제안해줄 수 있는 부모가 되고 싶어요. 많은 걸 통제해서 공부 잘하는 바보로 만들고 싶진 않아요. 공부는 학생으로 지내는 동안 자신감 있게 즐기며 하길 바라죠.

엄마, 사업가, 방송인 등 여러 가지 역할을 하면서도 일상의 균형을 유지하는 노하우가 있나요?

원체 게으름을 피우지 못하는 성격이에요. 유일하게 게으름 부릴 때가 아파서 퍼져 있을 때죠. 하하. 대신 체력이 약해 자주 아파요. 한 달에 한 번 꼭 앓는데, 신기하게 늘 주말에 아파서 티가 안 날 뿐이에요. 특출나게 잘하는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 전 한번 마음먹고 시작하면 꾸준히 해요. 규칙적인 꾸준함이 일상을 지탱하는 원동력이고,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해요. 15년을 다니던 MBC를 나온 후부터 운동도 빠짐없이 계속해오고, 최근엔 연기 공부를 하고 있죠.

또 다른 꿈에 도전하는 건가요?

‘누가 마흔 넘어 애 둘 낳고 배우에 도전하냐’는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몇 해 전 동생이 미국에서 공무원으로 16년을 일하다가 무작정 경찰이 되겠다고 일을 관뒀어요. 아이를 기르면서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지만 오래 그리던 꿈을 찾아 도전하는 모습에 큰 자극을 받았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제가 해오던 규범적인 방송인이 아니라 자유롭게 표현하는 배우로서의 꿈을 꾸게 됐어요. 언제까지 배울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꾸준히 할 자신은 있다고 대답해요. 멀리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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