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RPLE is the new BLACK

9 to 6, 때론 9 to α. 그러곤 집으로 다시 출근하던 엄마의 일상이 깨지기 시작했다.


퍼플칼라 리포트 ver. 2019

세계적으로 유연근무제가 확대되고 있다. 유럽, 미국부터 과도기에 있는 우리나라까지 워킹맘, 워킹파파의 현실과 노력들

‘퍼플칼라’는 근로시간과 장소를 탄력적으로 조정해 일하는 노동자를 의미한다. 1959년 대규모 천연가스를 발견하면서 급격한 경제성장을 맞은 후 제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잃으며 경기침체와 대규모 실업 현상을 겪은 네덜란드에서 생겨난 용어다. 2019년 이 단어는 다른 맥락에서 사용된다. 여성, 가정을 상징하는 ‘레드’에 남성, 일을 상징하는 ‘블루’가 섞인 컬러 ‘퍼플’. 최근 여러 회사가 결혼, 임신, 출산 등 삶의 큰 전환점으로 인해 직원들이 퇴사하는 현상을 막는 방법 중 하나로 유연근무제를 채택하고 있다. 또한 워킹맘(워킹파파) 역시 자발적으로 자신의 노동 환경을 설정한다. 근무시간을 줄이기 위해 벌이를 포기하거나, 직장의 소속감 대신 프리랜서로 사회와 맞선다. 퍼플칼라는 일과 삶의 양립을 원하는 여성들의 선택지다. 올 7월부터 주 52시간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하지만 이미 주 35시간제 근무를 하는 회사, 임산부에게 매일 2시간의 단축 근무를 지원하는 회사도 있다. 우리는 벌써 한발 내디뎠다.


“다른 나라는 어떻게 근무시간을 줄이고 있을까?”

1.스웨덴 Sweden

시간 단위의 탄력근무제가 정착되어 있다. 부부 중 한 사람이 정규직, 한 사람이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는 북유럽 국가, 네덜란드 대비 스웨덴은 남녀 모두가 노동시간을 단축해 가사, 육아를 분담한다. 전 직원이 정규직인 이케아는 종일제와 시간제로 직원들의 고용 형태가 나뉜다. 근로시간에 따라 임금의 차이는 있지만 복지제도는 동일하다. 시간제 직원의 경우 16시간에서 32시간까지 탄력적으로 근무가 가능하다. 정부 자체적으로도 주 40시간에서 30시간까지 근무시간을 줄이려는 중. 주 5일제 기준 하루 6시간 근무를 정착시키기 위해 정부에서는 2015년부터 예테보리 지역의 병원과 양로원에서 고용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2.독일 Germany

1일 8시간 이상 근로하면 안 된다고 법에 명시되어 있다. 연장 근로의 경우 6개월간 1일 평균 8시간의 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하루 10시간까지 가능하다. 대기업의 90%가 근로시간 저축 계좌제∙ 마이너스 계좌제를 시행 중. 초과 근무시간을 저축해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거나 미리 앞당겨서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당일 10시간 근무한 직원은 2시간의 추가 근무시간을 추후에 쉴 수 있다. 물론 미리 앞당겨 휴가를 다녀온 후 추가 근무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3.미국 USA

주 40시간의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한다. 회사는 근로자의 40시간을 넘기는 초과 근무에 대해서는 통상임금 1.5배를 지불해야 한다. 다만 관리직∙ 행정직∙전문직 등의 직군, 연봉 1억5000만원 이상의 근로자에 대해서는 시간외근무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가 있다. 연봉이 높기로 유명한 애플도 야근이 잦다는 후문. 반면 아마존은 2016년부터 시간제 근로자를 대상으로 주 4일제 30시간 근무를 시행했고, 구글은 개인의 업무 효율성이 가장 높은 시간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4.일본 Japan

1일 8시간, 주 40시간 근무를 정해두었다. 법정 근로시간을 넘기면 25%의 추가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단 근로자 10인 미만의 회사는 주 44시간 근무의 특례 조항이 있다. 아베 정부는 인구 구조 변화, 장기 경기침체 등에 대응하기 위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와 재량근무제 도입을 시도 중이다. 기업 자체적으로도 여러 근로 체계를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니클로는 전체 노동시간과 급여 체계는 동일하되 근로자가 주 5일제와 주 4일제 근무 중 선택 가능하도록 했다.


이런 고민 함께! 기업의 워킹맘 정책

퍼플칼라가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한 국내 기업의 고민도 늘고 있다. 탄력근무제, 법정 의무 사항인 임신 기간 단축 근무(임신 12주 이내, 36주 이후일 경우 2시간 단축 근무), 출산휴가 3개월, 육아휴직 1년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 외에도 특별한 정책을 마련한 기업들을 소개한다.

1.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필요한 보육자의 수 최대 7명. 영유아 및 미취학 자녀를 둔 워킹맘 가정에서 주 보육자는 친정어머니가 49.1%, 워킹맘이 45.4%, 배우자 36.8%.

2.워킹맘들이 선호하는 이상적인 출퇴근 시간. 8:22~18:01은 현재 평균적인 출퇴근 시간.

3.워킹맘 열 명 중 다섯 명 이상이 현재 일과 가정 생활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고 여긴다. 24.8%의 워킹맘은 직장 생활에, 20.6%의 워킹맘은 가정 생활에 더 집중하고 있다.

4.한국의 30대 후반 여성의 경제 참여율을 나타내는 수치. 20대 후반 70%, 30대 전반은 62%, 30대 후반에는 58%로 줄어든다. OECD 평균 30대 전·후반 여성의 경제 참가율이 73% 선인 데에 반해, 급격히 낮아지는 양상을 보인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1600명의 워킹맘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발간한 ‘2018년 한국의 워킹맘 보고서’ 참조.


1.매일 1시간의 배려 CJ”

[신생아 & 초등학교 입학생 돌봄 근로시간 단축제]

처음 부모가 된 직원,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한 자녀를 둔 직원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도록 업무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전자는 생후 3개월까지 1일 2시간 단축 근무가 가능하고, 후자는 최장 1년간 1일 1시간씩 단축 근무를 할 수 있다.

2.제가 지금 임신과 육아 중입니다만  삼성전자”

[모성 보호 정책]

국내 최초로 사내 어린이집을 도입한 삼성전자는 다양한 정책을 지원한다. 임신을 하면 분홍색 사원증 목걸이를 받는데, 미세 전자파를 피할 수 있는 별도의 출입구를 이용할 수 있고 점심시간에는 엽산, 철분 등 영양을 고려한 특별 간식도 제공받는다. 임신 기간에는 초과 근무를 금지하고, 복직 후에도 1년간 주 6시간 이상 초과 근무가 금지된다. 또한 2015년부터 육아휴직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고, 자녀가 만 12세가 될 때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했다.

3.우리끼리 통하는 그 무엇  “P&G”

[사내 워킹맘 네트워크 피동피동]

P&G그룹은 사내 워킹맘 모임 의견을 정책 수립에 반영하고 있다. 팀장과 임원들이 커뮤니티에 참여해 워킹맘의 어려움을 듣는다. 보통 최초 60일만 임금을 주는 출산휴가 기간에 1개월을 더해 통상임금을 지급하도록 사내 정책을 개선했다

4.엄마 아빠가 왜 달라?  야놀자”

[남녀 동등 복지]

숙박 앱 플랫폼 야놀자의 복지 원칙은 남녀 동등성에 맞춰져 있다. 아빠인 직원은 돈을 벌고 엄마인 직원은 일찍 퇴근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있는 직원이라면 모두 동등하게 매월 월급에 추가로 소정의 양육 수당을 제공한다. 육아휴직제도 또한 남녀 구분 없이 1년의 휴직 기간을 자유롭게 사용 가능하다.

5.부모가 제일 필요한 시기는 초1이더라  “SK”

[입학 자녀 돌봄 휴직 제도]

자녀 양육이 자녀 교육의 개념으로 바뀌는 초등학교 입학 시기. 혼란스러운 이 시기의 자녀를 둔 직원들을 위해 SK그룹은 성별에 상관없이 최장 90일간 무급 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SK텔레콤은 주 40시간의 탄력근무제가 아닌 2주에 80시간 범위에서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는 자율근무제인 ‘디자인 유어 워크 앤 타임’(Design Your Work & Time)을 활성화 중. 1주 차에 45시간 근무하면 다음 주에는 35시간 근무하면 되는 셈이다. 더불어 휴가 셀프 승인 제도를 마련해 자녀가 아프거나 급한 일이 생길 때 보고 없이 연차를 사용할 수 있다.


“입사 전에 결혼식이 예정되어 있던 터라 수습 2개월 차에 결혼을 했어요. 수습 해제가 안 되면 어쩌지 같은 걱정이 들었죠. 우려와 다르게 구성원 모두가 축하해주었고 심지어 포항에서 열린 결혼식까지 부문장님이 와주셨어요. 결혼하고 6개월 뒤에 임신을 했는데 업무가 한창 바쁜 시기라 고민하다가 팀장님께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더니 본인의 일처럼 기뻐해주셨어요. 회사에선 곧바로 임신한 구성원에게 지급하는 ‘하얀색 사원증’을 주었어요. 출산 시기가 다가오면서 제 업무를 두 명의 구성원에게 나누었고, 부담 없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모두 사용했어요. 임신 전 기간 동안 매일 2시간씩 단축 근무를 하도록 배려해줘서 출퇴근 시간에 복잡한 지하철을 피하고 임신 초기 쏟아지는 잠을 보충할 수도 있었어요.” – 우아한형제들 사업/지원부문인사팀 신재원


“야놀자 역시 탄력근무제를 시행하는 다른 기업들처럼 오전 8~10시 중 자신이 원하는 시간을 자유롭게 지정해 출근할 수 있어요. 아이와 놀아주랴, 출근 준비하랴 바쁜 저에게는 아주 소중한 제도랍니다. 저는 보통 오전 10시 즈음 출근해서 오후 6~7시에 퇴근해요. 아침 7시쯤 일어나 아이와 1시간 가까이 놀아주고 출근 준비를 해도 충분한 시간이에요. 저녁 시간에는 층간 소음 문제 때문에 아이들과 노는 것이 부담스러워 아침에 한바탕 놀아주고 출근해요. 또 아빠, 엄마 직원들에게 연봉과는 별개로 지금하는 양육수당 역시 아이를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되죠. 주로 아이에게 필요한 도서를 구매하거나 교육비에 보태는 편이에요. 미혼인 직원들이 부러워하는데, 남녀 모두에게 지급되니 더 당당하게 사용할 수 있어서 좋아요. – 야놀자 커뮤니케이션팀 정주희


“임신 기간 단축 근무,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 국가에서 보장하는 제도를 임신 시기부터 배려받았어요. 탄력 근무를 통해서 남편과 시간을 조율해 아이의 등원은 남편이, 하원은 제가 시키는 시스템을 세팅했죠. 아침 6시에 일어나 7시에 회사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8시 반에 업무를 시작해요. 육아를 위해선 체력이 필수이기도 하고 운동하는 시간만큼은 오롯이 제게 집중할 수 있어요. 그러곤 저녁 6시에 퇴근해 아이를 하원시키죠. 전업맘처럼 일찍 하원을 시키진 못하지만 베이비시터 도움을 받지 않고 있어요. 사실 일하면서 육아를 한다는 말이 더 맞는 것 같아요. 밸런스가 일 쪽에 더 기울어 있으니까요. 가끔 과거에 비해 제 개인의 삶이 없어서 힘들다고 느끼지만 3년만 버티라던 육아 선배들의 말을 되새깁니다. 대신 전업맘이 육아에 100을 집중한다면 워킹맘은 일 90, 육아 60은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총점이 꽤 높죠.” – NHN 멀티미디어팀 김종리


Mini interview

“나중에 내 아이가 커서 다녔으면 하는 회사라면”

우아한형제들 피플팀 김보미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회사 우아한형제들은 주 35시간 근무제를 비롯해 임신기 1일 2시간 단축 근무, 임신한 아내가 있는 구성원에게 법으로 정해진 임산부 검진 휴가를 동일하게 주는 등의 복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제도만 번지르르한 것 아니냐고? 회사 구성원들이 지치지 않고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옆에서 보필하는 피플팀이 조직되어 있다. 이들은 구성원이 아플 때 병원도 같이 가주고, 생일도 챙겨주며, 누구 하나 사내 복지제도를 놓치지 않고 쓸 수 있도록 돕는다.

우아한형제들이 복지제도 구축과 운영에 힘쓰는 이유가 궁금해요.

제도에는 ‘구성원을 행복하게 만들면 행복한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든다’는 김봉진 대표의 철학이 반영되었어요. 피플팀은 구성원이 ‘좋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 때 행복해한다’는 결론을 얻었어요. 특히 가족과 보내는 행복한 시간은 업무의 질을 높인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만가(본인의 생일과 결혼기념일, 부모님·배우자·자녀·배우자 부모님의 생일과 같이 소중한 날에는 오후 4시에 퇴근하는 제도)’나 ‘주 35시간 근무’처럼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는 복지제도를 운영하게 되었어요.

집약 근무의 장점도 있지만 회사가 안고 가야 하는 단점도 있겠죠.

우아한형제들은 ‘다니기 편한 회사’가 아닌 ‘일하기 좋은 회사’를 추구하고 있어요. 회사는 성과를 내야 하고,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성과가 낮다면 지속하기 어렵겠죠. 처음 제도를 시행할 때 약 1년간 테스트를 했어요. 이 제도를 시행하고 오히려 사업 성과가 낮아지면 언제든 없어질 수 있다는 공감대가 구성원들 사이에서 형성되었죠. 구성원들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시행했고, 해마다 성과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유지되어왔죠.

젊은 직원들에게는 이런 제도가 당연하게 느껴지는 동시에, 기성세대 임원들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면 구성원들에 앞서 조직장이나 임원들이 먼저 제도를 이용하게 해요. 그래야 구성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제도를 사용할 수 있죠. ‘지만가’의 경우엔 구성원의 지만가 일주일 전에 해당 조직장에게 메일이나 메신저를 통해 알려줘요. 눈치 보지 않고 제때 사용할 수 있도록요. 자녀가 있는 기혼 구성원을 위한 복지제도가 많다 보니 간혹 미혼 구성원에게는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와요. 복지제도가 모두에게 공평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오히려 회사에서 가장 배려하고 챙겨야 할 사람은 자녀를 키우는 구성원이라 생각하죠. 이런 생각을 구성원들과 계속해서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노력했어요. 최근에 산후조리원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했어요. 1호 대상자 직원의 경우 피플팀보다 해당 구성원들이 먼저 챙겼어요.

워킹맘, 워킹파파를 위해 추가로 고민 중인 복지제도가 있나요?

이 질문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어요. 사내 어린이집을 준비하고 있고, 올 하반기에 개원할 예정이에요. 또 새로운 복지제도를 만들기보다 기존 제도를 취지와 의미에 맞게 구성원들이 잘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계속해서 구성원들에게 관심을 갖고 수요가 무엇인지 확인하면서 탄탄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하려고 노력하죠. 앞으로 저희가 추구하고 꿈꾸는 ‘내 아이가 다녔으면 하는 회사, 다음 세대가 다니고 싶은 기업 문화’가 회사 곳곳에 뿌리내리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배민다운’ 조직 문화를 다져나가려고요.


내게 맞는 일의 형태를 모색하는 방법

여성의 커리어 라이프에는 많은 변곡점이 생긴다. 위커넥트는 유연한 방식의 일을 꿈꾸는 여성들에게 적절한 일자리를 연결한다.

weconnect 위커넥트

늘 경력자가 부족한 스타트업·벤처업계에 프로페셔널한 여성들의 경력이 활용될 수 있도록 돕는 커리어 솔루션 플랫폼을 표방한다. 위커넥트 멤버 4인은 일의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는 환경을 직접 적용하기도 한다.

위커넥트 멤버들은 각자 일하는 시간과 장소가 다릅니다. 위커넥트를 통해 구직한 구직자들이 일하는 방식도 일반적인 회사와는 확연히 다르고요. 사실 직장인으로서 주 25시간이라는 숫자가 단연 놀라웠어요.

김미진 대표(이하 김)

어린 자녀를 둔 워킹맘들이 일하기 적절한 시간은 얼마일지 고민하다 25, 30시간 등을 제안했어요. 주 40시간의 업무량은 시간 관리를 스스로 철저히 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25시간 안에 해낼 수 있는 양이라고 생각해요. 원격 근무를 한다고 해서 맡은 업무를 못할 이유는 없죠. 팀원 공통이 일하는 시간을 정해두고 그 외 시간에는 어디서든 일하도록 존중하는 방식을 따라요.

안수연 운영매니저(이하 안)

아이를 키우는 사람에게는 정시 출퇴근 스케줄은 부적합해요. 관성적으로 일하기 쉽고, 아이를 돌보는 데도 집중할 수 없는 형태거든요. 그래서 저도 이전 직장에서 희망퇴직을 했고요. 주25시간 근무를 통해 워킹맘으로서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 아이를 기를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큰 변화예요. 매일 요가 시간을 확보하게 된 점도요.

위커넥트 멤버들은 오전, 오후 중 언제 집약 근무를 하나요?

김 늘 한두 명씩 찢어져 일하다 보니 그날그날 각자의 업무량과 일의 시작과 끝을 서로 알려주는 편이에요. 특별한 일이 있을 경우엔 중간에 일을 끊는 ‘1퇴근, 2퇴근’을 정하기도 하죠. 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슬랙’이라는 업무 툴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하고 이외 시간에는 각자 워크 타임테이블을 짜서 일해요.

위커넥트 블로그에 포스팅된 해외 근무 환경 연구 리포트들이 흥미로웠어요. 유연 근무를 통해 최적의 시간대에 일하도록 동기부여가 된 직원들은 병가 횟수가 줄어들고 업무 만족도와 생산성이 증가한다고요.

김 여전히 절대 근무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일은 엉덩이로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대부분 지식 노동은 필요한 정보와 자원을 모아 테스트해보고 결과를 내는 과정인데, 개인의 컨디션이 좋은 상태일 때 더 효율적인 성과를 낼 수 있죠. 일정 시간의 임계치를 넘어서면 일의 효율성이 줄어든다는 연구가 이미 많죠. 고객사로 만나는 회사 대표님들 중에는 이 점에 회의적인 분들도 있지만 책임의식, 몰입은 일하는 사람의 기본 태도잖아요. 관리자가 모든 것을 일일이 체크하지 않으면 모두가 무한한 자유를 얻고, 합의가 단단한 신뢰로 변하는 거죠.

유연근무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처음에는 일에 집중하기가 어려울 것 같기도 해요.

노유진 디렉터(이하 노) 저는 유연 근무를 ‘나를 중심으로 일의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 말해요. 이전 직장에 이어 원격 근무를 해온 지 2년이 넘었어요. 집에서 할 수 있는 일, 미팅을 하거나 팀원과 협의하는 일 등을 제게 잘 맞도록 세팅한 게 지금의 상태죠. 주 3일은 서울, 주 2일은 세종의 집에서 일하는 방식이요. 회사로 출근하지 않을 땐 집 근처 집중이 잘되는 장소를 찾아요. 또 집에서 일하는 날이면 ‘청소기 좀 돌려줘’라고 남편이 말하기도 하는데, 내 일터와 시간을 보호받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하지 않을 때도 있어요. 지속 가능하게 일하기 위해 일의 속성과 나의 라이프 사이클을 조율하도록 늘 고민하죠.

(왼쪽부터) 차부경 개발자 ,기혼 무자녀, 서울 거주, 주 40시간 근무, 1일 출근 & 4일 원격근무 / 안수연 운영매니저 ,기혼 유자녀, 대전 거주, 주 25시간 근무, 1일 출근 & 4일 원격 근무 / 김미진 대표 ,미혼, 서울 거주, 주 40시간 근무, 5일 출근 / 노유진 디렉터 ,기혼 무자녀, 세종 거주, 주 40시간 근무, 3일 출근 & 2일 원격 근무

업무에 몰두하다 보면 시간이 금세 흐르죠. 일과 일상의 균형을 위해 하던 일을 과감히 멈추는지 궁금해요.

노 프리랜서들이 쓴 책을 많이 읽어봤는데, ‘하드 스톱’이라는 말이 인상 깊었어요. 멈추기 어렵지만 멈추는 거죠. 일이 잘 끝나도록 목표를 맞추었기에 더 집중할 수도 있죠. 차부경 개발자(이하 차) 뽀모도로 기법을 즐겨 써요. 타이머로 조리 시간을 지키듯, 40분 일하고 20분 쉬는 방법이에요. 1사이클에 1시간씩 하루에 여덟 번의 사이클을 지키려고 하는데, 실상은 두 번 사이클을 돌리고 몇 시간 집중하다가 또 시도하곤 해요.

일과 개인적인 일상, 삶의 비율을 어떻게 나누나요?

노 게리 켈러가 《원씽(The One Thing)》이라는 책에서 워라밸 대신 ‘중심 잡기’라는 말을 쓰자고 제안하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일과 삶을 50:50으로 나누면 영원히 만족하는 상태가 없고 차고 모자라는 부분을 계속 분석하게 돼 소모적일 수 있다고요. 내 삶에서 중요한 한 가지를 선택하고, 이를 중심으로 나머지를 계속 고민하는 과정이 우선이라고 봐요. 김 저는 아무래도 창업자이다 보니 일에 깊이 몰두할 때가 많은데, 금요일 퇴근 이후부터 일요일까지는 오로지 나 자신과 가족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요.

‘퍼플칼라’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말이죠. 퍼플칼라 같은 어젠다에 조금 더 일찍 문제의식을 가지고 접근한 계기가 있나요?

김 저는 미혼이지만,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제 친구들을 둘러보니 소수의 전문직이 아니고서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즈음 모두 일을 관뒀어요. ‘처지가 비슷하고 운전면허증 말고는 자격이 없는 내 미래는 어떨까?’ 싶었죠. 내가 일하고 싶은 기업, 일하고 싶은 환경을 직접 만드는 일이 의미 있겠다 싶었어요.

위커넥트에 이력서를 등록한 구직자 중에는 경력 보유 여성(경력 단절녀 대신 위커넥트에서 명명한 단어)의 비율이 높나요?

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 가장 많고, 평균 8~10년의 경력에 1~5년의 휴직기를 보낸 분들이 많죠. 30대 초중반과 미혼 여성들도 점점 늘고 있어요. 또 이력을 등록한 파트너들의 26% 정도는 현재 재직 중이기도 해요.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장기적으로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대안을 찾는다는 방증이죠. 휴직을 했더라도 여성들이 수년간 쌓아온 경험과 역량을 쓰지 않는 건 큰 사회적 낭비죠. 다른 직업으로의 전환을 꿈꾸는 여성에게도 한때 일한 경험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솔루션을 제안하려고 노력해요.

이력서 작성과 면접에 도움을 주는 ‘커리어 리스타트 북’도 만들었죠.

안 구직자가 커리어를 매력적으로 포지셔닝하는 것을 돕기 위해 제작했어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분들은 오랜 시간 일을 쉬더라도 분명한 결과를 내는 활동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마케팅 리서치 파트에서 일한 사람은 리서치 프리랜서로 일하거나, 홍보 분야의 구직자는 이벤트 홍보 자원 봉사를 하는 등 경험을 이어나갔죠. 저는 제게 맞는 일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단기 계약직도 해보고, 많은 면접을 봤거든요. 그 과정에서 저만의 노하우가 생겼어요. 김 앞으로 정량적인 스펙 같은 ‘하드 스킬’보다는 불확실한 상황을 유연하게 컨트롤하면서 자기 중심을 지키는 ‘소프트 스킬’을 지닌 인재가 구직 시장에서 주목받을 것이라 믿어요. 우리 사회에서는 평범하다고 여겨지지만, 최전선에서 변화를 경험하는 일 중 하나가 자녀 양육이라 생각하고요. 엄마들의 인내력과 공감 능력, 책임감이 채용 시장에서 잘 평가받을 수 있도록 저희가 도와야죠.

‘탄력근무제의 보편화’가 위커넥트의 지향점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김 미래에는 인력을 영구적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여기는 사람이 더 많아질 거라고 봐요. 주업이 있지만 부업도 있고, 부업만 여러 개를 하는 N잡러들도 있고. 직접 채용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전문가들과 일하는 회사도 늘어나고 있잖아요. 스타트업 같은 신생 회사들은 변수가 무척 많고, 성장 속도와 변화가 빨라 정기적으로 채용 계획을 세우는 경우가 거의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 같은 커리어 플랫폼이 필요한 사람을 필요한 곳에 연결하는 거죠. 그 과정에서 유연 근무는 필수적인 옵션이 될 수도 있을 테고요.

퍼플칼라로 살고 싶은 여성들에게 한마디 건넨다면.

안 경력이 단절되었다가 다시 일을 시작하려 할 때 발목을 잡는 것들이 너무 많아요. 두려움, 양육 문제 등 많은 것이 마음에 걸리죠. 그럼에도 자기만의 방법을 계속 찾으면 노하우가 쌓여요. 커리어를 키워나가는 점이 자녀에게 교육적인 효과도 크다고 믿어요. 도전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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