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위한 디자인

만지고, 보고. 어릴 때부터 다채로운 패턴을 경험한 아이들의 일상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과 다를 것이다. 내 아이와의 추억과 경험을 자신의 브랜드로 표현하는 패브릭 디자이너들을 만났다.

유쾌한 상상력

블루펌킨 최한나 대표 @bluepumpkin1

‘파란 호박’이라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름에 걸맞은 강렬한 색감과 이국적인 패턴의 제품을 전 세계 핸드메이드 장인들과 협업해 만든다. 아이와 함께 떠난 인도, 네팔, 중국 등 여행지의 자연과 도시, 사람 등에서 받은 영감을 키즈 패브릭 액세서리와 쿠션, 커튼 등에 표현한다.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에 여행 피드가 가득해요.

여행을 워낙 좋아해 대학생 시절부터 알바비를 모아 여행을 떠나곤 했어요. 여행을 하면서 살아 있음을 느끼고, 원할 때마다 떠나기 위해 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다행히 여행을 사랑하는 남편을 만나 아이가 8개월이 되던 때부터 함께 다니고 있어요. 여행지에서 특이한 색감과 패턴의 굿즈나 패브릭을 발굴하는 것이 취미이자 특기였는데, 수집한 물건을 본 주위의 반응이 뜨거워 모아두기보다는 많은 사람과 공유하면 어떨까 싶었죠. 2년 전 본격적으로 준비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블루펌킨을 론칭하게 됐어요.

모자, 가방 등 키즈 아이템부터 엄마를 위한 원피스, 쿠션 같은 리빙 아이템 등 종류가 다양해요.

마음에 드는 패브릭으로 아이 모자와 가방을 만들면서 시작했는데, 점차 엄마들의 요청이 늘어나 욕심을 좀 부렸죠. 지금 입고 있는 에스닉 원피스도 인도에서 블록 형태의 패턴을 모아 만들었어요. 미술을 전공하고, 워낙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해 백참이나 수술 장식도 모두 직접 만들곤 해요. 최근에는 초심으로 돌아가 모자와 가방에 집중하려 하죠. 아이에게 입혀보고, 빨아도 보면서 실용적이면서도 유니크한 제품을 제작하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패브릭의 패턴 디자인은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되나요?

여행을 다니며 쌓은 스킬이 종종 발휘되곤 해요. 인스타그램이나 구글링으로 블루펌킨의 정체성과 맞는 핸드메이드 디자이너 숍을 찾은 후 직접 방문해 미팅을 제안합니다. 마음에 드는 해외 디자이너들에게 패턴을 의뢰하고, 현지 공장과 바이어를 섭외해 즉시 제작에 들어가요. 소재는 주로 아이가 좋아하는 동물 모양에서 영감을 받곤 해요. 멕시코 원주민들이 천연 양털로 만든 동물 인형 브랜드 ‘툴리스’를 공식 수입하면서 블루펌킨의 인지도가 높아졌는데, 이 역시 무작정 미국 본사로 연락해 계약을 따낸 케이스죠.



“까다로운 해외 디자이너나 바이어들도 엄마로서 다양한 색감과 소재를 아이들에게 소개해주고 싶다는 점을 적극 어필하면 공감해주더라고요.”

세계 각지에서 수입한 원단과 노란색과 보라색으로 포인트를 준 기린 프린팅 제작 원단.

해외 디자이너나 바이어와 함께 하는 일은 특별한 경험인가요?

까다로운 해외 디자이너나 바이어들도 엄마로서 다양한 색감과 소재를 아이들에게 소개해주고 싶다는 점을 적극 어필하면 공감해주더라고요. 개개인의 고유한 개성을 인정하는 분위기에서도 큰 영향을 받곤 해요. 사실 브랜드를 시작할 때도 강한 패턴과 색깔을 사람들이 쉽사리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피드백을 자주 받았어요. 하지만 묵묵히 하다 보니 요즘은 포인트 아이템으로 많이 찾아주시게 되었죠.

주로 어느 나라 디자이너들과 작업하나요?

인도와 영국은 패턴의 경우의 수를 가장 잘 조합하는 나라예요. 전통적인 자수는 루마니아가 독특하고, 네팔과 라오스에는 뛰어난 수공예 디자이너가 많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는 곳곳에 작은 패브릭 숍과 원단 숍이 많아 발품을 들여 돌아다니는 편이에요.

가장 애착이 가는 아이템을 꼽자면?

아이를 키우다 보니 반듯하게 각진 모자는 손이 쉽게 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통기성이 좋고 세탁이 용이한 소재로 만들었는데, 여름엔 일주일에 사나흘은 쓸 만큼 활용도가 좋아요. 또 남편과 아들이 야구를 좋아해 수술로 야구공, 배트 모양을 만들어 투명실로 꿰매고 붙인 모자가 있는데, 아이들 반응이 무척 좋았죠. 손끝이 부르트도록 붙였지만 아이들이 무척 좋아해줘서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앞으로 블루펌킨은 어떻게 진화할까요?

키즈, 리빙 액세서리를 수출하는 것이 큰 목표예요. 그리고 지금처럼 에너지 넘치고 자유로운 이미지의 브랜드 이미지를 계속 유지하고 싶어요.

멕시코 장인들이 수공예로 만든 툴리스 인형과 가볍게 착용하기 좋은 아이용 벙거지 모자.


“수수하고 담담하지만 하나만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아이템들을 꾸준히 만들어가고 싶어요.”

본질에 충실한 편안함

드로잉엣홈리틀 장선혜 대표 @drawingathome

계절의 변화뿐 아니라 일상 속 기분 전환을 위해 옷과 구두를 사듯 침구를 바꾸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집에서 편하게 휴식하기 위해 가장 절실한 건 단연 몸에 직접 닿는 침구의 촉감. 9년째 묵묵히 침구 소재에 집중해온 드로잉엣홈의 스튜디오에는 수백 가지 원단 샘플이 가득 놓여 있다. 원단을 수없이 테스트하며 길러온 색과 소재에 대한 안목으로 네이버 같은 국내 기업의 사옥과 연수원, 각종 상공간과 다양한 리빙 페어 브랜드 부스의 패브릭 연출을 도맡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아이들을 위한 침구 라인 드로잉엣홈리틀을 론칭했다.

제품의 색상과 채도가 다양해요.

브랜드를 갓 시작할 때는 북유럽 디자인이 한창 대세여서 스웨덴의 프리미엄 패브릭인 스피라(SPIRA) 원단을 수입해 기하학적 패턴의 쿠션을 선보이기도 했어요. 하지만 침구를 제작하기 시작하면서 점차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는 쪽으로 바뀌었죠. 집에서 호텔 같은 쉼을 누리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만큼 디자인보다 소재와 컬러 변주에 집중하고 있어요. 같은 그레이라도 차콜, 연그레이, 딥그레이 다양하죠. ‘하늘 아래 같은 색은 없다’는 원칙 아래 워싱을 거쳐 여러 가지 톤으로 제안하는 편이에요.

키즈 브랜드인 드로잉엣홈리틀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시장에서 마음에 드는 아이 침구를 고를 수 없었던 이유가 커요. 색감이 너무 파스텔 톤이거나 프린팅이 유치하게 느껴져 직접 제작했죠. 신혼 때 드로잉엣홈을 만나 단골이 된 고객이 많은데, 그 고객들이 아이 이불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해 하나씩 만들게 된 게 시작이었죠.

아이 침구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첫째도, 둘째도 세탁 뒤 수축률이에요. 아이가 올해 다섯 살이 되었는데, 어린이집에 낮잠 이불을 챙겨 가요. 집에서 낮잠을 잘 때처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소재에 더욱 신경을 써 제작했죠. 이불을 들고 다니다 보면 더 자주 빨게 되고, 그러다 보니 한쪽만 줄거나 뒤틀리기도 하죠. 그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같은 고밀도, 선염 면이라도 샘플을 10가지 이상 보곤 해요. 또 채도 낮은 컬러를 주로 쓰는 드로잉엣홈과 달리 아이들에게 시각적 자극을 주기 위해 원색도 자주 쓰곤 하고, 배색도 천연 염색과 바이오 워싱 기법으로 완성하는데, 샘플을 평균 10가지 이상 보는 편이죠.

포르투갈 원단 페어에서 1년간의 기다림 끝에 공수한 텐셀, 린넨, 면 혼방 원단.

아이를 키우며 겪은 구체적인 경험을 반영한 제품은 무엇인가요?

아이가 1시간 정도 옆에서 같이 있어줘야 잠들 정도로 잠투정이 심했어요. 제 팔이나 다리를 안고 잠들곤 했는데, 이에 착안해 1m 길이의 롱 베개를 만들었죠. 살처럼 말랑말랑한 마이크로파이버 솜을 제작해 채워 넣은 베개를 아이가 안고 자면서 덜 칭얼거려 만족스러워요. 또 아이가 좋아하는 사자, 곰, 당나귀 같은 동물을 국내 신진 일러스트레이터와 함께 실크스크린 공법을 적용한 인형으로 출시한 적이 있어요. 브랜드의 감성과 맞아떨어지는 데다 인기도 많았죠. 앞으로 소품뿐만 아니라 국내 동화작가나 신진 일러스트레이터들과 재미난 패턴이 들어간 원단도 제작해볼 생각이에요.

드로잉엣홈의 패브릭은 어떤 점이 특별한가요?

혼방 소재보다는 리넨, 코튼 등 100% 천연 소재를 사용하는 편이에요. 질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대로 보여주는 것이 처음 목표였기에, 리투아니아 리넨, 스위스 5성급 호텔에서 사용하는 다우니 구스 등 소재와 충전재를 엄선해 사용하죠. 지난해에는 포르투갈 기마랑이스에서 열린 홈패션위크페어에 한국 리빙 브랜드들과 참여했는데, 국내에서 자주 만나지 못한 친환경 혼방 원단을 발견하곤 바로 수입해 침구 라인으로 디자인하기도 했어요.

드로잉엣홈리틀의 로고가 박힌 화이트 컬러의 커튼과 휴대하며 가볍게 덮기 좋은 신상 블랭킷.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나요?

실생활에서 오래 쓰이는 퀄리티 높은 패브릭 브랜드. 저희는 남산 소월로에 스튜디오를 두고 주로 온라인으로 고객들을 만나기 때문에, 구매자 데이터를 자주 분석하는 편이에요. 브랜드 초창기에는 신혼부부 고객이 많았는데, 요즘은 50~60대 고객도 늘어나는 추세예요. 재구매율이 높거든요. 실제 여러 백화점 브랜드를 써볼 만큼 써보고 찾는다는 반응이 많아요. 수수하고 담담하지만 하나만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아이템들을 꾸준히 만들어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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