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예술가를 위한 조언

구글과 유튜브에서 일러스트레이터, 두들러로 활동했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톤코하우스의 프로덕션 디자이너인 마이크 더튼이 한국을 찾았다.

지구의 날, 여성의 날 같은 기념일마다 구글의 메인 페이지에는 그날을 상징하는 로고가 등장한다. 이름하여 ‘두들’. 시인이나 예술가의 생일을 축하하기도, 역사적인 날을 기념하기도 한다. Google이라는 여섯 자모를 그림으로 표현해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작업이다. 구글에서 두들러로 5년간 일한 후 유튜브에서 키즈 채널 리브랜딩 작업을 했던 마이크 더튼은 그간의 이력을 뒤로한 채 지난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톤코하우스에 합류했다. 톤코하우스는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에서 활동했던 예술감독들이 모여 만든 스튜디오로 2015년 <댐 키퍼(The Dam Keeper)>를 제작해 아카데미 단편 애니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런 톤코하우스가 서울에서 <톤코하우스 애니메이션>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는 그들의 대표 작품을 상영하고 스케치, 캐릭터 등을 설치하는 한편 최근 5~7세 아이들을 위해 고안한 예술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지난 5월 아이들과의 미술교육 워크숍을 진행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마이크 더튼에게 예술과 예술교육에 대해 물었다.

날마다 바뀌는 구글 검색창을 그리는 두들러로 5년간 활동했다. 지금은 애니메이터고. 다양한 분야를 섭렵해왔다고 알고 있다. 원래 구글에 일러스트레이터로 입사했다. 일러스트레이션뿐 아니라 풍경화,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 등에도 호기심이 많았다. 그게 구글의 문화이기도 하다. 관심이 있는 대상을 더 잘 설명하는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 어떤 시를 두들로 만든다면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고. 백남준을 기념하는 두들을 만들 때면 단순한 일러스트레이션이 아니라 움직이는 이미지가 필요한 것처럼. 구글 홈페이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점점 발전하면서 게임을 접목하거나 스크롤 바를 움직여 웹 페이지를 걷는 듯한 효과 등을 쓸 수 있게 됐다. 그 덕에 점점 영역의 구분 없이 일하게 됐다.

결국 꿈의 직장이라 불리는 구글을 떠났다. 구글에서 유튜브로 자리를 옮겨 3년 정도 일했다. 예술가로서 새로움에 대한 갈증도 느꼈던 것 같다. 톤코하우스의 창립자 중 한 명인 다이스케 츠츠미가 먼저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스토리텔링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는 톤코하우스의 철학을 존경했고 그 안에 개개인의 인생, 이야기를 담는 것이 좋았다. 내가 어떤 스토리를 그리려 할 때 창립자 로버트 톤코는 내게 “왜 그 이야길 하고 싶어? 네게 어떤 의미가 있는 이야긴데?” 하고 묻는다.

그래서일까? 톤코하우스의 <댐 키퍼>를 비롯해 전시장 전체가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동화처럼 느껴졌다. 균형이 가장 중요하다. 하얀 벽에 용감하게 색칠할 용기, 사람들이 전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힘, 또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재미, 영감 등 다양한 것들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래서 작업을 앞두곤 뭉뚱그려진 청중이 아닌 명확한 한 사람의 타깃을 정한다. 나의 타깃은 늘 둘째 아들 테디다. 우리는 매일 저녁 식사를 기다리며 “뭐 그려줄까?”, “기차”, “누가 기차를 운전하지?”, “테디”, “기차에는 누가 탈까?”, “할머니, 할아버지!” 같은 대화를 반복하며 그림을 그린다. 어느 순간 테디가 직접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되게 잘 그리는구나, 넌 어린 예술가야!” 하고 칭찬을 해줬다. 테디는 그런 자신에게 자부심을 느낀다. 나는 이 과정이 우리가 하는 예술 프로젝트의 핵심이라 생각한다.


마이크 더튼과 그의 친구 다이스케, 로버트 등이 함께 꾸려가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톤코하우스가 8월 31일까지 서울에서 전시를 진행한다.

스스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는 것을 말하나? 아이들이 표현하는 모든 것이 가치 있다. 어느 날 테디와 내가 서로 다른 모양의 증기를 그렸다. 나보다 증기를 생생하고 재미있게 그려서 내가 아이에게 한 수 배웠다. 예술은 서로 배우는 과정이자 대화를 나누는 또 다른 방식이다.

아이들에게 꼭 일러주고 싶은 것이 있나? 몇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호기심이다. 그다음은 탐구하는 자세, 그리고 그것을 공유하려는 마음가짐. 이 여정을 함께하면서 사물을 이해하는 시각을 갖추면 이해도가 깊어진다. 이러한 과정을 다시 반복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테디와 나는 저녁 식사 전에 몇 번이고 그림 그리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재미가 있다. 이게 톤코하우스가 말하려 하는 강력한 스토리텔링 과정이기도 하다.


워크숍에서는 무얼 했나? 아이들과 주인공 동물을 정하고 각각 이야기의 한 부분을 맡기로 했다. 한 명은 새로운 도시에 가기, 또 한 명은 보물지도 찾기, 나머지는 춤추기와 기차 타기 등을 그렸다. 무얼 하라고 지시하지 않고 아이들이 결정할 수 있게 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엄청난 모험을 했다. 서로 대화하는 것 자체가 예술교육의 중요한 원칙이다. 또 언어적 대화에 능숙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그림은 스스로를 표현하는 좋은 수단이다. 워크숍 중에 어느 여자아이가 그린 캐릭터의 표정이, 또 그 아이의 얼굴이 너무 슬퍼 보였다. 심지어 캐릭터를 도와주는 토끼가 있었다.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지만 무언가 말하고 싶었겠지.

아이와 그림을 그리고 싶지만 휴대폰을 쥐어주어야 하는 시간이 참 많다. 아내가 학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다. 아내는 늘 기술과 교육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150년 전에는 책이 기술이었으니까. 시대가 변했으니 우리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 내가 마이크에게 우스갯소리로 모든 가족이 우리 가족처럼 아이패드를 치우고 식탁에 둘러앉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나는 내 몫을 다한 거라고 말한다. 결국은 기술도, 그림도 재미를 위한 도구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톤코하우스는 단순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라기보다 그림을 매개로 세상에 말을 거는 그룹 같다. 맞다. 우리는 단순히 일러스트레이터, 애니메이터가 아니라 더 큰 것을 갈망하고 있다. 아직 우리가 누구인지를 발견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되돌아보자면 우리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동시에 모두 스토리텔러다. 우리의 전시, 교육 프로그램, 작품을 통해서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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