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ENT OF SKIN

순도 높은 향수의 향기는 잠시 머물다 피부에 희미하게 남아 그 사람의 체취, 살냄새가 된다. 좋은 체취를 지닌다는 것에 대하여.

향수 산업은 전 세계 패션·뷰티계의 큰 축을 차지한다. 좀 더 트렌디하고 레어하며 자연에 가까운 향에 대한 욕망은 단지 체취를 감추기 위해서만은 아닐 것이다(한국인은 아포크린샘에서 땀이 안 나는 유전자형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가장 냄새가 나지 않는 인종으로 증명됐다). 대신 그 귀한 향이 나의 살냄새였으면 하는 바람으로 향수를 뿌린다. 여자에게 “너한테서 좋은 냄새 나”라는 말은 최고의 찬사다. 그리고 “이거 내 살냄새야”라는 광고 카피 같은 대답을 할 수 있길 바란다. 실제로 살냄새 향수는 가장 인기 있는 향수 카테고리다. 수많은 여성이 살냄새 같은 향수를 찾아다닌다. 향은 나에게 스며들어 아이덴티티가 되고, 개성과 매력을 대신 말해줄 수단이어야 한다. 소설 《향수》에도 체취에 대한 집요한 욕망이 쓰여 있다. 세상에 귀하고 좋은 향을 담은 향수는 차고도 넘치지만, 중요한 건 나의 라이프스타일과 성격, 체온, 피부 타입과 맞아떨어지는 향수 레이어링이다. 같은 향수를 뿌려도 사람마다 향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다.

지엔 퍼퓸 플레이버 스쿨의 정미순 조향사는 “향은 온도와 피부 타입에 따라 예민하게 변화합니다. 체온이 높거나 피지 분비가 활발하면 발향이 더 잘되어 향이 진해지고 풍성해지죠”라고 말한다. 심지어는 채식주의자인지 육식을 즐기는지에 따라서도 향이 바뀔 수 있다는 것. 주로 나의 라이프스타일과 공통분모가 있는 향을 선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땀을 많이 흘리거나 육식주의자라면 애니멀릭한 느낌이 나는 머스크 계열의 향을 사용하는 식.


피부 가장 가까이에 닿는 향

향을 내추럴하게 즐기거나 지속력을 높이고 싶다면 향이 포함된 보디 제품을 사용할 것. 땀이나 피지가 많은 편인데 오리엔탈 무드의 향을 사용하고 싶다면 오리엔탈 향의 보디 워시를 추천한다. 건성인 사람이 시트러스나 꽃향 같은 가벼운 향을 오래 즐기고 싶다면 향수와 같은 향의 보디 크림을 더해 향이 날아가는 것을 막아준다.

(왼쪽부터) 로라 메르시에 수플레 바디 크림 엠버 바닐라 우유를 머금은 듯 포근하고 부드러운 바닐라 향으로 유명한 보디 크림. 300g 8만3천원. 프라도어 바디 프라이머 크림 마치 향수처럼 특별하게 조향된 향. 실제로 몸의 체취 케어까지 돕는다. 150ml 3만9천원. 이솝 브레스리스 풍부한 보태니컬 성분이 피부에 기름기를 남기지 않고 바로 흡수되어 보디를 촉촉하게 케어한다. 100ml 3만9천원.

(왼쪽부터) 산타 마리아 노벨라 바뇨쉬우마 프리지아 파우더리하면서 은은한 비누 느낌의 잔향이 있는 보디 워시. 250ml 5만5천원.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 라 라군 바디 샤워 젤 베네치아의 비밀의 정원에서 영감을 받은 향을 담은 샤워 젤. 200ml 6만6천원. 디올 미스 디올 포밍 샤워 젤 마치 장미가 가득한 욕조에 있는 듯한 황홀감을 선사한다. 200ml 6만5천원.


“피부가 민감해 알코올이 든 향수를 사용하기 힘들다면 헤어 퍼퓸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 헤어 퍼퓸은 자연스럽게 흩날리는 모발이 발향성을 높여 향을 더 오래, 풍성하게 즐길 수 있죠.”

by 센토리 김아라 대표

(왼쪽부터) 딥티크 헤어미스트 오 로즈 풍부하게 함유된 카멜리아 오일이 부드럽고 윤기 나는 머릿결로 가꿔주며, 솜처럼 섬세한 장미 향이 모발 사이사이에 스며들어 은은하게 풍긴다. 30ml 7만5천원. 프레데릭 말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헤어미스트 프레데릭 말의 시그너처 향인 최고급 터키시 장미 에센스의 오리엔탈 로즈 향. 이브닝드레스의 화려한 느낌을 풍기는 장미 향을 더 오랜 시간 즐길 수 있게 헤어미스트에 담았다. 100ml 26만9천원. 바이레도 모하비 고스트 헤어 퍼퓸 오리엔탈 무드의 플로럴 향으로 동양 여성의 검은 헤어와 잘 어울리며, 모발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발향력을 높인다. 75ml 7만5천원.


누군가의 시그너처 향으로 기억되다 


bottega veneta

“굉장히 부드러운 플로럴 향에 가죽 향이 곁들여져 여성스러우면서도 시크한 느낌을 선사해요.” by 퍼퓨머리스쿨 센토리 김아라 대표

보테가 베네타 보테가 베네타 오 드 퍼퓸 75ml 16만5천원.

TOM FORD

“제가 좋아하는 휴양지를 닮았어요. 시원한 바람, 투명한 바다를 완벽히 재현한 싱그러운 향이죠.” by 파크지 박지현 대표

톰 포드 뷰티 네롤리 포르토피노 오 드 퍼퓸 50ml 29만8천원.

TOM FORD

“평소 가벼운 태닝과 골드 주얼리를 즐겨서 뜨거운 날씨, 태양이 작열하는 남국을 연상시키는 두 향의 무드를 사랑해요!” by 멜트 이예지 대표

톰 포드 뷰티 샌탈 블러시, 쏠레이 블랑 50ml 29만8천원.

BYREDO

“5년째 사용하고 있어요. 상쾌한 프리지어에 튤립의 향이 어우러져 깊이 있고 우아한 여성으로 표현해주죠.” by 유이라 뷰티 김수미 대표

바이레도 라 튤립 100ml 29만8천원.

LE LABO

“떼 누아만의 독특한 무화과 향과 묵직하게 다가오는 시가렛 향의 중성적인 느낌을 좋아해요.” by 1064 studio 노소담 대표

르 라보 떼 누아 29 50ml 23만5천원.


(왼쪽부터) 알라이아 오 드 퍼퓸 누드 우드 계열의 시더와 샌들우드를 사용한 육감적인 살결 향기로 시작해 카다멈의 산뜻함과 오렌지 블라섬의 부드러움이 더해진 풍성한 향으로 몸의 실루엣과 신비로움을 표현한 세컨드 스킨을 완성한다. 50ml 13만5천원. 메종 프란시스 커정 아쿠아 유니버셜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 지역의 베르가모트, 시칠리아의 레몬, 고광나무와 은방울꽃의 섬세함과 경쾌함을 담아 내추럴한 향을 선사한다. 70ml 11만원. 펜할리곤스 가드니아 오 드 뚜왈렛 왕의 정원에서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식물과 꽃의 향기에서 찾은 여유로움과 관능미를 담아낸 향으로 정교하고 정제된 우아함이 느껴진다. 100ml 19만원. 산타 마리아 노벨라 아쿠아 디 콜로니아 프리지아꽃에서 영감을 받은 향수로 막 목욕하고 나온 아름다운 여성에게서 날 법한 순수하고 깨끗한 비누 향을 닮은 향수. 100ml 17만8천원. 조 말론 런던 우드 세이지 앤 씨 솔트 코롱 일상에서 벗어나 강한 바람이 몰아치는 해변에 서 있는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향. 생생한 미네랄 향이 즐겁고 에너제틱한 기분을 선사한다. 50ml 13만2천원.


공기처럼 은밀하게

최근 향 트렌드를 설명하자면 자연의 향이 아닌 ‘자연스러운 향’에 가깝다. 한때 국내에 니치 퍼퓸이 대거 등장했을 때와는 달리 향의 무게감과 볼륨감이 작아지고 가벼운 코롱 타입, 프레시하고 산뜻한 느낌의 향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가벼운 향들은 살짝 옷깃에 뿌리거나 살 대신 옆구리, 헤어 등에 뿌리면 좀 더 은은하게 진짜 내 살냄새처럼 즐길 수 있다.

마크 제이콥스 스플래쉬 워터 베이스의 플로럴 계열 향수로 비오는 날의 촉촉히 젖은 잔디의 신선하고 시원한 느낌을 은은하게 표현한다. 100ml 8만원.화이트 톱은 렉토.

“향수를 고를 때는 반드시 몸에 뿌려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몸에 뿌리고 하루 정도 지났을 때도 그 향이 좋게 기억된다면 그게 바로 자신에게 꼭 맞는 향이죠”

by 베러댄알콜 이원희 대표

인기기사

DO 더보기

@styler_mag

Instagram has returned invalid da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