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려치우고 싶지만 성공은 하고싶은 워킹맘에게

육아휴직 후 복직 1개월 차. 일과 엄마, 자신 사이를 줄타기하는 워킹맘이 선배 워킹맘에게 구하는 현실적 조언.

복직 적응 기간, 일과 가정 모두 쉽지 않은 시기를 겪고 있겠어요.

후배 최수진(이하 최) 출산하고 나면 모성애 호르몬이 발동해 아이 옆에 찰싹 붙어 있어야 할 것 같잖아요. 큰아이가 3살인데, 이제 7개월인 둘째가 태어나고 나서 엄마로서의 의무감이 강해지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좋아하는 일을 ‘쉬는 건 어떨까?’ 하는 고민이 들었어요.

선배 권경민(이하 권) 후배들에게 순간적으로 감정에 휩쓸려 결정하진 않았는지 돌아보라고 조언해요. ‘아이와 가정을 위해’라는 핑계를 접어두고, 정말 일을 중단해야 할 합리적 이유를 찾아보라고요. 하루쯤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일하지 않아도 아쉬움과 후회가 없을지 신중히 생각하고 판단해보는 것도 좋아요. 저 또한 휴가를 낸 뒤 가족에게는 직장에 가는 척 하고는 혼자 시간을 보낸 적이 있죠.

유연근무제 같은 제도의 혜택을 피부로 느끼나요?

사실 저는 다른 워킹맘들에 비해 상황이 좋은 편이에요. 제가 근무하는 SK플래닛은 2주 단위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거든요. 2주 동안 80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어, 전날 야근을 하면 다음 날 오후 2~3시쯤 퇴근해 큰아이를 어린이집에서 픽업한 뒤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나 음악회 같은 문화 행사를 가곤 해요. 붐비는 주말을 피해 갈 수 있어 좋죠. 또 낮 시간에 아이를 돌봐주시는 시어머니께 자유 시간을 드릴 수도 있고요. 일하는 엄마는 시어머니, 친정어머니께 불효할(?) 정도로 독박 육아를 시킨다는 예전 프레임에서 벗어나서 죄송한 마음을 조금 덜어낸 점도 좋아요. 권 얼굴이 괜찮아 보이는 이유가 있었네. 하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출산을 하면 육아휴직은커녕 퇴사하는 분위기였어요. 아이가 아플 때, 자녀 학교 활동에 참여해야 할 때, 육아 도우미가 갑자기 그만뒀을 때 같은 상황을 이기지 못한 거죠. 그때 유연근무제같은 제도가 정착됐다면 아직 일하는 여자 선배가 많을지 몰라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처럼 근로시간을 줄이는 제도보다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제도가 엄마들에게는 장기적으로 볼 때 더 유용한 것 같아요. 육아 때문에 일하는 시간을 줄이면 아이가 없는 팀원들에게 눈치가 보여 불편해요. 최 워킹맘에겐 언제 긴급 사태가 생길지 모르잖아요. 회사에서 대리 근무 문화를 잘 다져놓아 적금 든 것처럼 마음이 든든해요. 팀원의 업무 스케줄을 주기적으로 공유해 육아휴직이나 장기 휴가 등을 써도 팀 내에 업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다른 팀원이 뒷받침해주는 거죠.

《때려치고싶지만 성공은 하고 싶어》 권경민 지음/오브잇겟 출판 펴냄. 일하는 엄마들의 선택을 지지하는 워킹맘 에세이.

《때려치고 싶지만 성공은 하고 싶어》에는 워킹맘의 조직 생활 팁이 많아요. 이런 실용적인 노하우들은 어떻게 얻었나요?

저는 ‘엄마이기 때문에 불편한 존재가 되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늘 의식적으로 해왔어요. 아이나 가정 얘기도 엄마인 동료 이외에는 하지 않았죠. 겪어보지 못하면 결코 모를 문제고, 습관적으로 신세 한탄을 하는 건 제 자신을 프로페셔널하지 않은 사람으로 보이게 만든다고 생각했거든요. 업무 스케줄과 함께 아이와 관련한 스케줄을 짜서 서로 중첩되지 않도록 시간 관리를 했죠. 또 업무 중에는 사적인 통화는 최대한 짧게 끝내고, 아이를 돌보기 위해 칼퇴를 하면 다음 날 절대 지각을 하지 않죠. 이런 사소한 것들을 지켜야 원만한 조직 생활이 가능하니까요.

사이즈가 작아진 옷은 입지 말 것!’이라는 문구 한 줄이 왜 그리 와닿던지. 둘째를 낳고 몸이 불었는데, 전에 입던 옷을 버리지도 못하고 새옷을 사는 일에도 인색해지더라고요. 아이 옷은 조금만 작아져도 사는데 말이죠. 저에게 너그럽고 여유롭게 대하자고 다짐했죠.

책에 언급한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의 ‘점점 더 줄어드는 여성 행복의 모순’ 주제의 조사 결과도 흥미로웠어요. 자녀가 없는 여성이 있는 여성보다 행복감을 느끼는 비율이 더 높다고. 엄마니까 무작정 참고 버티는 것이 아니라 ‘엄마 되기’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인정하자는 뜻인가요?

아이에게 나의 열정과 관심, 시간과 체력을 나눠줘야 하니까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에너지가 줄어드는 건 사실이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봐요. 우리는 스스로 일하는 삶을 선택했잖아요. 자아 실현을 위해서든, 돈을 벌기 위해서든 필요에 따라 회사를 선택했으니까. 우리가 필요해서 회사를 다니지, 회사가 아쉬워서 우릴 붙잡는 건 아니잖아요. 상황을 받아들이고, 선택권을 내가 쥐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필요해요.

만족스러운 이직을 할 수 있는 팁도 솔깃했어요.

나의 시장가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장기적인 커리어 플랜을 짜야 해요. 조금 더 여유로운 업무 시간을 원하면 연봉을 다운그레이드할 수 있는 과감함도 필요하죠. 임신에 관한 질문이 나오면 ‘현재는 계획이 없다’고 대답할 것. 새로운 직장에 들어갔을 땐 워킹맘으로서 이해받아야 할 최소한의 것들을 처음부터 협의해야 해요. 가장 무의미한 것이 경력이 짧고 성과가 부족한 남자 직원을 시기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시간을 소모하는 일이에요. 그 시간에 좋은 멘토를 찾아 이직하고 싶은 필드의 정보나 회사의 상황, 분위기에 대해 물어보는 게 낫죠. 일, 가정, 자신을 삼각형의 꼭짓점으로 두고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돼요. 완벽한 선택은 없고, 총합을 10으로 두고 세 섹터 중 어떤 분야가 4~5를 차지하는지 끊임없이 저울질해보는 거죠.  저 역시 식품영양학을 전공했고, 첫 직장에서는 식품 마케팅 일을 하다가 전혀 생소한 분야인 IT 기업에 이직해 앱 기획을 하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링크드인이나 대학원 커뮤니티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멘토들에게 끝없이 조언을 구한 것이 큰 도움이 됐죠. 세상에 뻔한 교훈은 없다고 생각하며 가능한 네트워킹을 최대한 활용했어요.

궁극적으로 일을 계속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눈치를 보거나 불이익을 받지 않고 노력한 만큼 성취할 때의 쾌감과 짜릿함이 좋아요. 한 보고서에 따르면 ‘저출산 문제 해결에 가장 적절한 정책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기혼 여성, 미혼 여성 모두 ‘자아실현’이라는 항목을 압도적으로 선택했다고 해요. ‘자아실현은 하면 되고, 애는 낳으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여성으로서 이 모든 걸 이루기가 참 쉽지 않잖아요. 저도 엄마로서 고단한 시간을 지나왔지만, 성취의 쾌감을 맛보고 자아실현을 하는 여성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잃지 않고 싶은 자신의 모습은 무엇인가요?

일하는 나. 일하는 엄마로서의 삶은 ‘어떤 것에도 치우치지 않고 어떤 것도 포기하지 않으며, 섬세한 균형 감각으로 전체의 합을 올리는 과정’이에요. 그 합을 올리기 위해 지금처럼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겠죠.


권경민

74년생, 커리어 23년 차, 결혼 생활 18년 차 아내, 고2와 중2 두 딸을 둔 엄마. 삼성전자, KBS, 소니코리아, 외국계 컨설팅 회사, 일곱 번의 이직 끝에 지금은 미디어 마케팅 회사를 운영 중이다.

최근 출간한 《때려치고 싶지만 성공은 하고 싶어》라는 워킹맘 에세이를 포함해 5권의 커리어 관련 책을 펴냈다.


최수진

85년생, 커리어 11년 차, 결혼 5년 차, 3살과 2살의 연년생 두 아들을 둔 엄마. 식품 마케팅 일을 하다 정반대의 IT 분야 회사에서 앱 서비스 기획을 담당하며 이직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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