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항상 왜 이럴까

어느 누구나 가족에 대한 고민 하나쯤은 안고 산다. 물론 아이도 예외는 없다.
아이가 가족의 주체인 영화 <우리집>의 윤가은 감독과 나눈 대화.

두 소녀의 틀어진 우정을 통해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미숙한 감정과 관계를 바라보게 하는 영화 <우리들>의 윤가은 감독이 신작 <우리집>을 발표했다. 늘 다투는 맞벌이 부모님과 사춘기 오빠 아래서 가족의 연결고리가 되려 고군분투하는 5학년 하나, 가난한 가정 형편으로 도배 일을 하러 지방까지 내려간 부모님을 대신해 일곱 살 동생 유진이를 챙기는 3학년 유미. “우리 집은 항상 왜 그럴까?” 묻는 두 아이는 서로의 결핍을 보듬으며 오늘을 버틴다.

아이도 분명 가족의 구성원이고
가족 문제를 똑같이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초등학생인 두 여자아이를 통해 가족에 대해 말하는 영화예요.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아이를 말하고 싶었어요. 소외당하기 쉽잖아요. 보통 가족을 이끄는 사람이 부모이다 보니 아이는 수동적으로 따라오는 존재라고 생각하니까요.

영화 속 하나와 유미, 두 아이 모두 매우 성숙해요.
그런 개념이 헷갈려요. 어른스럽다, 아이답다. 착하다, 버르장머리 없다 같은 것들이요. 저는 하나가 착하다고 생각지 않았어요. 어른들은 잘 참는 아이를 착하다고 하는데, 오히려 억압된 상태라 큰 장애일 수 있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 드러나는 것들을 해결하려 해요. 불화가 있는 가정의 아이들 대부분은 이렇게 눈칫밥이 길러져요. 철들었다는 건 무엇일까? 눈치를 살피며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는 걸까, 자기 표현을 정확히 하는 걸까? 궁극엔 문제를 정면 돌파해야 자기 마음도 표현할 수 있고,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알죠.

일하는 엄마는 딸, 가족의 끼니를 챙기는 하나는 엄마 같아요.
일하는 부모님을 둔 아이들은 집안일을 공동의 책임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죠. 가족 구성원이 구멍을 내는 행동을 할 때 그 구멍을 채우려고 해요. 그게 아이의 단순함일 수도 있고요. 영화 속 엄마는 보통의 어른이에요. 일하는 엄마, 너무 바쁘잖아요. 육아와 살림을 홀로 짊어지면서 죄책감까지 갖죠.

전작 <우리들>은 아이들의 관계를 통해 본연의 인간관계를 보여줬죠. 아이들을 그냥 ‘사람’이라는 존재로 느끼는 것 같아요.
‘왜 계속 아이들이 주인공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아직 제 안에서 답이 나오지 않았어요. ‘왜 30대가 주인공이야?’라고는 묻지 않잖아요. 제게 사람은 어떤 과정에 있든 똑같은 주체거든요. 그중에서도 아이들의 세계는 문제나 감정, 행동이 단순하게 보여요. 이해관계나 마음이 복잡하게 얽혀 있지 않으니까. 그저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자기소개나 연기를 요청하지 않고 연극놀이를 통한 오디션이나 즉흥극 등의 작업 방식으로 주목받기도 했죠.
즉흥극을 하면서 또래 아이들과 있을 땐 어떤 모습인지. 어떻게 화를 내고 웃는지 알게 돼요. 제게 그걸 알려주는 건 시간밖에 없어요. 캐스팅 3개월 내내 배우들을 만났어요. 리허설은 일주일에 서너 번씩 2개월 정도 했죠. 친구들이랑 연극도 하고 게임도 하고 밥도 먹어요. 처음엔 아이들이 어떤 유튜브를 보는지, 음악은 뭘 듣는지 엄청 공부했어요. 근데 오랜 시간을 같이하면서 그런 노력 대신 그냥 인간 대 인간으로 이야기하는 순간이 찾아왔죠. 제 고민 같은 것들도 이야기하게 되더라고요.

배우들한테서 영향을 많이 받죠?
시나리오 수정을 많이 하는 편인데도 배우들이 들어오면 디테일이 거의 다 바뀌어요. 아이들이 구체화하기 편한 방식으로. 그 친구의 말투와 눈빛이 극에 그대로 들어오는 게 제게도 좋아요.

그래서일까 배우들이 나이대가 다른데도 친해 보였어요. 그맘때 아이들은 한 살 터울도 크잖아요.
제가 어른의 마음으로 단번에 친해지길 바랐나 봐요. 안 친해지는 것 같아서 걱정했죠. 시간이 필요했는데…. 현장에선 제가 일러주지 못한 디렉션을 나연이(하나 역)가 시아(유진 역)한테 챙겨주더라고요. 또 지호(찬 역)를 배우들이 너무 좋아해서 촬영 없는 날에 부른 적도 있어요. 와서 친구들 우산 씌워주고 물 챙겨주면서 일일 연출부 한다고 나서더라고요. 그 친구가 진짜 좋은 사람인 게 제가 “애들이랑 ‘놀아주는 거’ 힘들지 않아?”라고 물어보면 “저 ‘같이 노는 거’ 재밌어요”라고 말해요.

이번 촬영장에선 어린이 배우들과 함께하는 성인들에게 부탁하는 촬영 수칙을 마련하기도 했죠.
잘 잊어버려서 메모를 많이 해요. <우리들> 이후에 스태프끼리 술자리에서 자주 했던 이야기예요. ‘다음엔 더 조심하자’ 정도의 이야기였는데, 막상 적기 시작하니까 두렵더라고요. 못 지키면 어떡하지 싶어서요. 이렇게 노력을 하지만 저도 어른이라고 내 안에 나도 모르는 권위가 꿈틀거려서 소외시키고 무시하는 게 많아요.

수칙 중에 ‘배우들을 칭찬할 때는 외적인 부분보다 배우로서의 태도와 집중력 등에 더욱 초점을 맞춰달라’는 당부가 있어요.
저도 ‘예쁘다’, ‘귀엽다’는 말 많이 해요. ‘넌 신이 내려준 값어치 있는 존재야’ 같은 표현이 오글거려서 그런 말들로 퉁치는 거죠. 하하. 근데 그게 계속 보여지는 일을 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준다는 걸 아이들의 미묘한 변화로 알게 됐어요. 또 지금 누가 제게 와서 머리를 쓰다듬는 등의 스킨십을 계속하면 싫을 것 같은데. ‘아역배우야? 너무 예쁘다’ 하면서 안고 계속 주목하죠. 아이들이 싫은 내색을 전혀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적어도 이 현장의 테두리 안에서는 자유로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촬영 첫날에 촬영 수칙을 배우, 배우 부모님, 스태프들과 공유했어요.

<우리집> 이후 우리는 감독님의 어떤 영화를 만나게 될까요?
일상에 발붙이고 있는 이야기. 일상적인데 일상을 뒤흔드는 문제들을 다루고 싶어요. 또 세상과 사람의 이면을 보여주는 감독들이 부러워요. 영화는 삶의 도구지만 영화로 인해 누군가의 삶이 좋아지면 좋겠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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