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환자와 의사 사이

국내 여성 암 중 발병률 1위 유방암.
《유방암, 굿바이》는 유방암을 진단받은 후배 의사와 암을 치료하는 선배 의사가 함께 쓴 진단부터 완치까지의 이야기다.

다른 암 환자들과 달리 유방암 환자들은 유독 위기를 잘 극복해내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미혼의 아가씨들, 젊은 엄마들, 할머니들 모두 슈퍼우먼 같은 힘을 발휘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유방암은 주로 중년 여성에게서 발병하는 병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서구화된 식습관, 늦은 결혼, 모유 수유의 감소 등으로 인해 20~30대 유방암 환자가 늘었다. 남 이야기로 치부하기엔 유방암 환자의 증가율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투병 중에 (혹은 예방을 위해) 유방암에 대해 알고 싶어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 어려운 논문을 환자가 직접 찾아 읽기도 어려울뿐더러 궁금한 것들이 끝없이 생겨난다. 앞으로 치료 과정은 어떻게 진행될지, 자신이 진단받은 병기는 무엇을 뜻하는지 등 의사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은 것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그저 포털사이트 검색창을 열어 유방암 경험자들의 글을 읽는 것으로 답답함을 조금 해결할 뿐이다.

《유방암, 굿바이》는 스물여섯, 세브란스 병원 내과 전공의 1년 차에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은 박경희 교수가 1년에 걸친 치료 과정을 적어 내려간다. 10년이 흘러 내과 전문의이자 엄마, 교수가 된 그녀는 당시 의사이자 환자로서 겪은 혼란스러운 감정을 복기한다. 여기에 그녀의 경험을 토대로 종양내과 전문의인 이수현 교수가 환자가 궁금해하는, 또 알아야 할 것들을 환자의 눈높이에서 친절히 설명해준다. 두 사람은 진단부터 항암 치료의 시작과 부작용, 수술, 방사선 치료, 신약 임상 연구 참여 등 완치까지의 과정을 환자와 의사 두 축으로 나누어 이야기한다. 사실 두 사람은 연세대 의대 선후배로 만났다. 같은 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던 후배의 발병 소식을 들은 이 교수는 박 교수에게 그날의 감정, 치료를 일기로 쓰라고 권했다. 자신의 병을 객관화해서 바라보면 비관적이고 우울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나아질까 싶어서. 그 일기가 이 책의 초고가 되었다. 박 교수는 2010년에 그 일기를 모아 《한쪽 가슴으로 사랑하기》라는 첫 책을 냈고, 이 책이 절판된 이후에도 유방암 환자 커뮤니티에서는 꼭 읽어야 할 책이라며 빌리거나 복사해서 보았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이 교수의 쉽고 정확한 설명이 더해져 유방암 교과서와도 같은 책 《유방암, 굿바이》가 탄생했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다소 불편한 유방암 검진을 경험하며, 유방암 발병을 걱정하곤 한다. 반대로 환자의 감정이나 치료 과정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당신이 혹은 가까운 사람이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면 이 책은 그들을 이해하는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자기 몸을 공부하듯 써 내려간 똑똑한 환자의 경험담은 담담한 충고와 수준 높은 참고서의 경계를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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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든 생각, 죽을 수도 있겠구나
막상 내가 암환자가 되고 죽음이라는 상황에 직면해보니 시험공부를 하면서 정확하게 달달 외워야 했던 그 죽음의 5단계는 거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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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 느끼는 메스꺼움과 비슷한
속이 울렁거려서, 밥을 못 먹겠어서, 속이 불편해서 도저히 잠들 수 없었던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항구토제를 먹지는 않았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보험 급여가 불가한 비싼 항구토제를 먹기보다는 다른 일에 집중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되었다. 속이 불편해질 타이밍이 되면 그림을 그리거나 뜨개질과 바느질을 하는 등 뭔가 집중함으로써 불편함을 극복할 수 있었다. 정 안 되겠다 싶을 땐 차라리 잠을 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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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가슴으로 연애하고 결혼하기
결혼 이야기가 오가면서 처음으로 ‘내가 임신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시작했던 것 같다. 항암치료로 한동안 중단되었던 생리가 복직 몇 달 후 다시 시작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난소가 정상 기능을 회복했다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고민이 되었다. (중략) 두 달째 생리가 없는데 배란기를 따져봐도 임신은 아닌 것 같아서 혹시나 폐경이 다시 왔나 싶어서 산부인과에 폐경 진료를 예약해놓았다. 그래놓고는 ‘이 나이에 무월경으로 산부인과 진료를 보러 가면 당연히 가장 먼저 임신 아니냐고 물으실 텐데… 그래도 내가 의산데, 먼저 검사해서 확인시켜 드려야지’ 하는 마음으로 병원에서 임신 확인 검사를 했다. 그런데 웬걸! 양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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