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든 일을 합니다

새로운 형태로 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이 회사는 직원 모두가 재택근무를 한다. 전 직원이 워킹맘이고, 해외 거주 직원도 있다.

일의 자율성, 유연성이 화두다. 단지 야근을 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야근을 하더라도 ‘부모’, ‘배우자’, ‘나’로서의 라이프스타일을 지키면서 일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그것이 성취감을 느끼며 일하는 데 불가결한 전제라는 인식에서다. 하지만 많은 이가 1인 기업, 프리랜서가 아니고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실현 불가능해 보이던 이 전제를 이뤄낸 이들이 있다. 바로 티몬 창업자인 김동현 대표와 마케터 출신 임이랑 대표가 함께 운영하는 ‘코니바이에린’이다. 두 대표는 같은 회사에서 일한 인연으로 부부가 되었고 회사를 떠나 아기띠&맘스 웨어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들은 구성원에게 알맞은 형태로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 직원 모두가 리모트 워크 방식으로 일하는 것을 택했다. 누군가는 멜버른 또는 도쿄에서, 또 다른 누군가는 아이와 함께 집에서 자신의 몫을 해낸다.

창업의 시작은 부모로서의 경험이었다. 임이랑 대표는 목 디스크가 있어 아기띠를 고르기가 유독 어려웠다. 스웨덴, 일본, 국내 브랜드까지 다양한 아기띠를 써봐도 만족스러운 제품이 없었다.
“아무리 좋은 레스토랑에 가도 거추장스러운 아기띠를 아무 데나 벗어두고 걸쳐놓게 마련이었어요. 그것이 육아의 민낯이라는 사실도 깨달았죠.
심플, 스마트, 스타일리시를 모토로 브랜드를 만들고 기존 제품들의 단점을 보완한 아기띠를 직접 제작하기로 결심했어요.”
포대기처럼 천으로 아기를 안는 ‘베이비 웨어링’ 방식에 착안해 디자인한 아기띠를 가벼운 패브릭 소재로 제작했다. 또 아빠들도 멜 수 있도록 사이즈를 3XL까지 다양하게 구비했고, 채도가 낮은 컬러를 사용해 스타일에 대한 욕심도 충족시켰다. 론칭 이후 2주 만에 초기 물량이 매진될 만큼 시장의 반응은 좋았다. 2년이 채 되지 않은 지금 인스타그램에 #코니아기띠, #konny 를 검색하면 각각 2만2000개, 1만5000개의 포스팅이 줄을 잇는다.

이러한 빠른 성장의 비결은 자사 몰의 기반을 다지며 해외 시장도 잡은 데 있다. 홈페이지에 외국어 제품 설명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해외에 거주하는 직원들이 현지 고객과 상담하도록 만들었다. 현재는 일본, 싱가포르, 미국, 호주 등에 수출 기반을 마련 중이라고. “육아템은 글로벌 스탠더드예요. 한국 부모, 외국 부모가 느끼는 장단점이 거의 같죠. 저희는 한국은 쿠팡, 일본은 아마존처럼 가장 트래픽이 높은 커머스 유통 업체 한 곳에만 노출해요. 자사 몰 유입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거든요.” 전 직원의 리모트 워크도 이 생각의 연장선에서 나왔다. 일하는 시간, 장소는 상관없이 업무에 필요한 전문성을 채용의 우선 조건으로 삼았다. 결국 김동현 대표를 제외한 구성원 모두가 경력 10년 이상의 워킹맘으로 꾸려졌다.
“글로벌 기업에서 팀장급 이상의 커리어를 쌓은 이들이 자녀와 함께하는 삶과 회사 생활의 공존을 꿈꿀 수 없다고 말하는 모습을 자주 봤죠. 출퇴근하는 1~2시간이 하루 중 아이와 보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란 것을 알기에 헤드오피스를 굳이 마련할 필요를 못 느꼈어요.” 직원 12명은 호주, 일본, 분당, 수원, 서울 등 사는 곳이 다르고, 자녀의 연령도 제각각이다. 능력 있는 여성들이 경력 단절을 선택하거나 경력 단절 상태로 남는 이유는 결국 자녀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며 일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내린 결정이다.
구성원의 근로계약도 유동적이다. 양육을 도와주는 사람의 유무나 상황에 따라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루 5시간으로 시작했다가 자녀가 어린이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7시간, 8시간으로 변경하기도 한다. 또한 그동안 쌓아온 커리어를 존중해 경력 단절 상황이어도 이전 연봉을 존중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매일 출근 카드를 찍는 회사원으로서는 여전히 궁금한 게 있었다. 재택근무를 할 때 팀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정말 문제는 없는지.

코니바이에린의 공유 업무 툴 ‘슬랙’. 계정 업무용 메신저의 끝판왕으로 불린다. 계정 내에서 팀을 여러 개로 나눌 수 있어 효율적.

“멜버른에 사는 디자이너와 실시간으로 같은 화면을 보며 폰트 사이즈를 조정하고 화상회의를 하면서 아이디어를 나누고, 슬랙 같은 공유 업무 툴로 성과와 일정을 점검해요. 마치 옆에 있는 것처럼 일할 수 있죠. 주위에서는 재택근무를 하면 프리라이더가 생길 것을 가장 우려해요. 그래서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를 위해 1분마다 스크린샷을 찍는 프로그램도 개발됐다더군요. 하지만 저는 그런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회사는 신뢰가 없는 회사라고 생각해요. 첫째가 신뢰, 둘째가 전문성이죠. 이 두 가지가 담보되면 재택근무도 문제없이 가능해요.” 부부의 홈 오피스에 있는 좌우명은 ‘Done is better than perfect(완벽하게 하려하기보다 끝내는 것이 낫다)’. 그날 처리해야 할 일을 끝내지 못해 새벽까지 일하는 날도 많다. 결국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일의 방식이 자리 잡길 바라면서, 이런 형태의 기업과 선택지가 있다는 걸 스스로 해내 보이는 중이다. 일과 삶이 같이 갈 수 있다는 개념에서 말이다. “무얼 견딜 수 있느냐가 결국 어떤 가치를 가장 원하는지를 대변한다고 생각해요. 야근은 기꺼이 견딜 수 있지만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어드는 건 견딜 수 없죠. 자신이 어떤 삶을 원하는지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것이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스타일러 주부생활>은 일과 일상의 균형을 찾으려는 ‘퍼플칼라’ 부모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전하며 그들의 행복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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