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하는 부부

2인분의 삶
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둘이 하나의 시간으로 살기 위해서는 잘 조율된 미묘한 간격이 필요하다.
한 공간에서 따로 또 같이 일하는 부부가 사는 법.

호야 & 오상 부부
편집숍 포터블 롤리팝 + 카페 포터블 로프트

홍대 앞 플리마켓에서 무엇을 만들어 팔았던 인연으로 함께 밴드를 하던 연인은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장사를 시작했다.
그렇게 돈을 모아 혼수도 장만하고 신혼여행도 다녀왔다. 두려움이 없어 가능했다던 그들이 벌써 결혼 12주년을 맞이했다.

양재동에 오래 살았다고 들었어요.
남편이 학생 때부터 살아서 10년이 넘었어요. 결혼 전부터 개포동에서 운영하던 포터블 롤리팝을 이리로 이전하고, 3년 전부터는 걸어서 2분 거리에 카페 겸 바 포터블 로프트도 열었죠. 새벽같이 저는 요가를 가고 오상(남편)은 양재천, 공원으로 산책을 가요. 10시에 출근해서 청소를 하고 점심 장사를 하죠. 2~3시가 되면 책을 만든다거나 목공, 디자인 등 각자 할 일을 해요. 그리고 저녁이 되면 다시 요리를 하고 장사를 하죠. 저희의 일상은 모두 이 동네에서 이뤄져요.

두 사람에게 장사는 어떤 의미예요?
아이가 없어서인지 가게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해요. 어떻게 돈을 더 벌까, 사업을 키울까가 아니에요. 저희에게 포터블 로프트는 커피, 맥주 마시는 장소, 롤리팝은 저희가 좋아하는 것들을 만들고 판매하는 장소 이렇게 구분될 뿐이에요. 주택 지하엔 조그마한 공방도 운영하고 있어요. 각각의 장소가 우리 부부의 집이라고 생각해야 장사가 안 돼도 마음이 편해요. 대신 단점은, 그래서 큰 발전이 없다는 거죠. 하하. 크게 키우는 것보다 조금씩 다양한 일을 하는 걸 좋아하니까요. 하나에 집중하는 능력은 떨어지지만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호기심은 열려 있는 거죠.

각자의 일은 어떻게 나누나요?
떨어져 있으면 일이 진행되지 않죠. 표면적으로는 저는 의류를, 오상은 목공과 가드닝을 담당해요. 남편은 끊임없이 그림 그리고 일기를 쓰지만 그걸 상품화하지는 못하죠. 제가 상품화하는 역할을 해요. 남편이 음악 감상회나 전시회를 계획하면 포스터 만들고 사람들을 초대하는 일은 제 몫이에요. 구체화시키는 작업을 맡고 있죠. 남편은 아직도 017 번호를 쓰고 카카오톡은 안 쓰거든요. 하하.

늘 붙어서 무언가를 만드는 일에 지칠 법도 한데요.
보통은 붙어 있으면 싸울 일이 많다고 생각하잖아요. 사실 결혼 이후로 떨어진 적이 없어서 모르겠어요. 근데 저희가 정답은 아니에요. 자신의 영역을 잘 구분하는 부부도 있잖아요. 근데 오상은 자신이 목공을 할 때도 제가 붙잡아주는 걸 좋아할 뿐이죠. 저희는 잘 안 싸워요. 둘 다 술을 좋아해서 일이 끝나면 술 마시면서 이야기하는 걸로 끝내요. 가끔 싸울 때는 제가 남편을 회사원처럼 대할 때예요.

특별한 삶이지만 또 일상이잖아요.
사람들 눈에는 좋아 보이는데 허울만 좋을 수도 있어요. 저희는 오래 많이 일해요. 주말에도 명절에도 일해야 하죠. 그래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건 정 힘들면 문 닫으면 되지 싶어서. 여행도 잘 안 가요. 전 요가를, 오상은 산책과 독서를 좋아해요. 매일의 출근길도 다른 길로 걸어가면 새롭게 발견하는 게 있잖아요. 포터블 로프트도 산책하다가 발견해서 문을 열었어요. 반복되는 것 중에서 조금씩 달라지는 걸 포착하는 게 재미죠.

더 도전해보고 싶은 게 있나요.
전시를 몇 번 기획했는데 재밌고 좋았어요. 근데 아무래도 수익이 안 나니까 공간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요. 그래도 기회가 닿는다면 꾸준히 하고 싶어요. 요새는 작은 잡지를 만들어서 저희 일상을 알리려고 해요. 지금은 오상의 목공 카탈로그를 만들고 있어요.

요가나 목공 등 개인 시간과 함께하는 시간을 조절해요.
같이 오래 일해서 그런지 배려하는 게 몸에 배었기도 하고요.


하주희 & 박윤천 부부
그래놀라 카페 헬로헬씨 + 스키야키 전문점 도화

작은 식당을 하고 싶다는 남편의 바람을 담아 부부는 하던 일을 내려놓고 성수동에 나란히 그래놀라 카페와 스키야키 전문점을 열었다.
1년간의 메뉴 준비와 2개월 동안 손수 인테리어를 한 끝에 문을 연 두 가게에는 각자의 취향, 이성과 감성이 공존한다.

작은 식당을 열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집에서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남편은 늘 작은 식당을 하고 싶어 했어요. 입맛이 까다로운 편인데 ‘왜 식당에선 좋은 재료를 사용하지 않을까?’ 늘 궁금해했죠. 좋은 재료로 변하지 않는 맛의 음식을 만들어 내놓는다면 언젠가 사람들이 알아봐주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요. 스키야키는 신선한 채소와 고기, 소스만 있다면 언제나 똑같은 맛을 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두 사람의 가게가 딱 붙어 있죠.
하나의 공간을 벽으로 나눠놓은 구조라 벽을 터서 식당을 하려고 했어요. 1년 동안 메뉴를 고민하며 여러 음식을 먹으러 다녔어요. 근데 꼭 입안에 텁텁함이 남더라고요. 식사를 끝내면 커피나 상큼한 것을 먹고 싶어지잖아요. 그래서 카페를 할까 고민하던 찰나에 남편이 공간을 그대로 두고 그래놀라 카페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물어왔어요. 남편이 미팅을 다니면서 후식으로 그래놀라를 자주 먹었는데 제가 구운 것만 못하더래요.

스키야키랑 그래놀라의 조합이 좋아요.
스키야키는 좋은 재료의 제공을 최우선으로 해요. 그래놀라와 요거트까지 직접 만들죠. 둘 다 건강한 음식을 팔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저희 둘 다 우리가 먹을 수 없는 건 팔 수도 없다고 생각해요. 재료도 꼼꼼하게 고르고 손질해요.

가게가 붙어 있어 함께하는 시간도 늘었겠어요.
두 가게의 뒷문이 연결돼 있어서 자주 왔다 갔다 해요. 계속 가게를 운영하는 걸 상의하죠. 다행히도 저희 둘의 취향이나 아이디어가 크게 다르지 않아요.
함께 일하는 것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가족이니까 육아 등의 시간을 조율하기가 좋아요. 아이들이 여덟 살, 다섯 살, 두 살로 아직 어려서 육아가 일에 영향을 주는 시기예요. 좀 더 자리 잡아서 아이들 케어에도 집중하고 싶어요. 그래서 지금은 투자하는 시간이라 생각해요. 남편은 사업하다 보면 외로울 때가 많은데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좋대요.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질문을 같이 고민하니까.

두 개의 가게지만 한 살림이네요.
맞아요. 재정이나 현실적인 문제 등 이성적인 영역은 남편이, 마케팅이나 비주얼 등 감성적인 것들은 제가 담당해요. 제가 패션 분야에 종사했고 남편이 그간 사업을 해온 덕도 있지만 성격 때문이기도 해요. 저는 낙천적이라 일어나지 않은 일은 고민하지 않는 반면, 남편은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그것을 대비해요. 육아에서도 남편은 아이들의 안전 등을 늘 고민하죠.

어떤 가게로 기억되고 싶나요.
한번은 스키야키 식당으로 할아버지, 아들, 손자 3대가 와서 식사를 했어요. “3대가 식사할 수 있는 식당이 많지 않은데 잘 먹었다”는 인사를 남기고 가셨죠. 계속해서 이런 기쁨을 사람들에게 주고 싶어요. 또 시간이 지나도 똑같은 맛을 내는 집이면 좋겠어요.


최영지 & 배수곤 부부
책 《아이와 같이 삽니다》 + 빈티지 온라인 숍 라디오소년

세 살배기 아들 테오와 열 살이 넘은 할아버지 고양이 카카 그리고 동갑내기 부부는 매일의 시간을 함께한다. 신혼 때부터 블로그에 글을 썼던 아내는 최근 책 《아이와 같이 삽니다》를 출간했고, 재택근무를 하며 빈지티 쇼핑몰 라디오소년을 운영하는 남편은 가족의 일상을 시시각각 사진으로 기록한다. 화려하진 않아도 원하는 것들로만 채워진 부부의 일상은 늘 물 흐르듯 고요하다.

집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남편이 10년 가까이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했어요. 아무래도 PC 업무가 주예요. 원래는 사무실을 얻어서 일했는데 아이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집으로 일을 하나둘 가져오다가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어요.

두 사람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나요?
몇 년간 각자 맡은 포지션에 굉장히 충실하게 생활하고 있어요. 매일이 무서울 정도로 똑같죠. 아이가 먼저 일어나 놀다가 저희를 깨우면서 하루가 시작돼요. 아침을 먹은 뒤 남편은 청소를 하고 저는 아이를 돌봐요. 아이가 낮잠에 빠지면 둘이 함께 그동안 밀린 집안일이나 쇼핑몰 배송 업무를 하고, 이후엔 산책에 나서죠. 저녁 7시 반이면 아이가 잠드는데 그때 저는 글을 쓰고 남편은 취미 생활을 해요.

종일 붙어 있으면 장단점이 있을 것 같아요.
장점은 공동 육아죠. 하루에 갈아야 하는 아이의 기저귀 양이 10장이라고 치면 5장씩만 나누어 갈아도 한결 편해져요. 게다가 아이의 성장 과정에 부모가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죠. 외로움을 느낄 새도 없고요. 반대로 트러블이 생겼을 때도 함께여야 하니 불편한 부분이 있죠. 또 너무 오랜 시간 함께하다 보니 자립심이 떨어져서 타인을 대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어요. 서로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느낌이죠.

덕분에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온 건가요?
맞아요. 저희는 아이와 어른의 생활이 분리되어 있는 동시에 각자의 시간을 서로 침범하지 않고 균형을 이루려고 해요. 이건 고양이 카카도 마찬가지예요.
그 생활을 담아낸 책이 《아이와 같이 삽니다》죠.

책 속에 아이와 부모, 또 부부의 공존이 모두 주체적인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우리가 함께 지내면서 원칙은 서로 못하는 것을 보완하고 잘하는 건 응원한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저는 운동신경과 융통성이 부족한 반면 잡다한 삶의 지식이 많아요. 하하. 남편은 운동신경과 융통성이 뛰어난데 부분부분 지식이 부족할 때가 있죠. 핀잔, 잔소리를 늘어놓는 대신 그런 것들을 서로 조율하면서 맞추어나가는 거죠. 나보다 잘하는 건 아낌없이 칭찬하고요.

앞으로 꿈꾸는 삶의 모양이 있다면요.
이제 막 책을 출간했어요. 그간 책을 쓰느라 비교적 소홀했던 육아에 집중하고 싶어요. 또 이후에 아이와 여행을 자주 가고 싶어요. 달리 더 바라는 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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