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모의 모먼트

예능 프로그램의 30분 남짓한 짧은 영상 속 모습은 진짜 안현모가 아니다.
정작 그녀가 반짝하고 빛날 때는 좀처럼 균형 감각을 잃지 않는 삶의 순간순간이다.

벨티드 장식의 하이웨스트스커트는 에이치앤엠 H&M 물방울을 형상화한 다이아몬드 세팅이 돋보이는 조세핀 롱드 드 뉘 이어링과 네크리스, 다이아몬드와 새틴 스트랩이 조화를 이룬 주얼 워치, 왕관 모티프의 조세핀 아그레뜨 임페리얼 링은 모두 쇼메 CHAUMET 블랙 터틀넥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녀를 작년 여름께 만난 적이 있다. SBS 보도국을 나와 브랜뉴뮤직의 수장 라이머와 결혼 후 이제 막 방송인으로 첫발을 내딛는 참이었다. 첫 예능 출연에도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던 터라 그녀에게 궁금한 게 참 많았다. 출중한 외국어 실력, 방송기자와 통역사로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순간들까지. 그때 그녀는 방송, 특히 예능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 아직은 낯설고 두렵다고 말했다. 1년이 조금 더 흐른 지금, 그녀는 그때와는 또 다른 지점에 서 있다.

그사이 조금 더 ‘연예인’에 가까워진 것 같아요.
그때는 제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몰랐고, 또 오래 고민하다가 예능에 출연했던 터라 훨씬 더 조심스러웠던 것 같아요. 그런 마음은 아직 남아 있는데, 그래도 전에 비해 익숙해진 면들이 있죠. 예능 방송의 생리를 조금은 알게 됐어요. 아무래도 여기저기 나오다 보니 저를 알아보는 사람은 늘어난 것 같은데 제 생활에 크게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에요. 굳이 따지면 연예인과 비연예인 그 중간 언저리에 있는 사람이랄까.

스케줄이 많죠?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종영했지만 진행자로 출연한 방송이 몇 개 더 있었고, 남편과 관찰 예능에 출연하기도 했죠. 지금은 TV조선에서 하는
<기적의 습관>이라는 프로그램에 고정으로 출연하고 있어요. 매일 아침 라디오 방송도 하고 있어요. 팝송에 나오는 영어 표현을 설명해주는 건데, 원고를 제가 직접 쓰거든요. 일주일에 한 번 가서 한꺼번에 녹음을 하는 거니까 어쩌면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작가가 아니라 제가 직접 원고를 쓰는 게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그 외에는 글도 쓰고, 강의도 하고, 번역서도 준비하고 있어요. 말하고 보니 이것저것 하는 일이 많네요
(웃음). 일 욕심이 많은 편은 아닌데 저한테는 모두 그 나름의 의미가 있는 일들이라 쉽게 정리를 못하겠어요. 강의는 영어 공부나 진로를 주제로 몇 번 한 적이 있어요. 아직은 내공이 부족한 것 같아서 더 공부하려고요.

 

방송은 제 업이라고 생각해요.
그에 반해 글쓰기는 돈과 상관없이 제가 애정을 가지고 하는 일이에요.

하이넥 니트 톱과 턴업 디테일의 와이드 팬츠는 코스 COS 포인티드 토 펌프스는 레이첼 콕스 RACHEL COX

방송 원고 외에 다른 글도 쓰나요?
매달 인터뷰 기사를 연재하고 있어요. <가톨릭 비타꼰>이라는 천주교 잡지인데 <샘터>같이 작지만 의미있는 매체예요. 제가 가톨릭 신자이다 보니 연이 닿아서 4년 전부터 매달 한 명씩 직접 섭외하고 만나서 인터뷰 기사를 써요. 이건 SBS 다닐 때부터 쭉 해오던 거라 만난 사람만 해도 40명이 훌쩍 넘더라고요. 이 인터뷰의 주제가 ‘행복’이거든요. 제 눈에 행복해 보이는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이 정의하는 행복은 무엇인지, 또 그 행복을 어떻게 찾게 되었는지를 솔직하게 물어봐요. 제가 늘 관심 갖는 주제이기 때문에 인터뷰 자체는 아주 재미있어요. 대화를 나누는 한 시간이 제게는 특히 귀하고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그 가운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인터뷰이가 있다면요?
제가 만난 사람들 중에는 우리가 다 알 만한 유명인도 있고 연예인도 있어요. 한 분 한 분 다 제게는 의미 있었기 때문에 특정인을 말하기는 좀 어려워요. 한 가지라도 배울 점이 있는 분들을 만나자는 게 저 나름의 소신이에요. 직장 생활을 하면 매일 반복된 일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타성에 젖기 쉬운데, 스스로 게을러지거나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될 때 그분들을 만나서 에너지를 많이 얻었죠. 제 삶을 주체적으로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었고, 동기부여도 돼요. 제가 배우는 건 잘해요(웃음).

인터뷰가 좋은 것과는 별개로 글을 쓰는 것, 특히나 마감이 있는 글쓰기는 부담이 적지 않을 텐데요.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원고 마감을 할 때는 정말 괴로워요(웃음). 낮에는 집중이 잘 안 되고, 늦은 밤에 냉장고 옆에 자리 잡고 앉아서 한 문장 쓸 때마다 간식을 먹으면서 겨우 쓰죠. 기자 생활을 할 때 장황한 얘기를 축약하고 요점 정리하듯 글을 쓰는 게 습관이 된 사람이라 긴 글을 쓰는 게 정말 힘들더라고요. 또 상대에 대한 애정과 존경이 인터뷰를 할 때는 좋은데 글을 쓸 때는 오히려 짐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분의 인생과 철학, 생각, 내공을 정해진 지면 안에 정돈된 글로 풀어내야 하잖아요. 제가 받은 감동을 다 담기에는 제 글이 너무 부족하게 느껴지죠.
글쓰기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네요. 인터뷰 말고 자신의 얘기를 책으로 써도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책 출간 말이 오갔어요. 계약서까지 썼는데, 아직 시작을 제대로 못했네요. 내년에는 진짜 내 글을 쓰고 싶어요. 방송은 제 업이라고 생각해요. 오랫동안 해왔고, 익숙하고, 그 나름대로 재미도 있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직업이죠. 그에 반해 글쓰기는 돈과 상관없이 제가 애정을 가지고 하는 일이에요.

 

밸런스요. 방송, 통역, 글쓰기 모두 제게는 다 의미가 있어요.
동시에 나를 잘 아는 평범한 사람들과의 일상도 중요해요.

남편과 관찰 예능에 출연한 건 어땠나요?
<동상이몽>을 끝낸 지 6개월이 지났는데, 이제야 에너지를 회복한 것 같아요. 촬영할 때는 정말 힘들었거든요. 가장 편했던 나만의 공간에 수십 대의 카메라가 들어온다고 생각해보세요. 그 제작 환경에 적응하는 데만 시간이 꽤 걸렸어요. 남편과 저는 롤플레잉에 익숙한 사람들이 아니라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우리에게 원하는 그림을 뻔히 아는데 자연스럽게 연기하지는 못하겠고, 그 어색함이 방송에 그대로 다 드러난 것 같아요. 그걸 보고 어떤 사람은 “솔직하고 꾸밈없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남편이랑 있는데 왜 그렇게 어색하냐”고 했어요. 사실 제작진이 철수한 다음에야 서로 부둥켜 안고 우리 둘만의 시간이 시작됐는데, 그런 걸 사람들이 알 리 없잖아요.

예전 인터뷰에서 “내 얘기를 내가 직접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게 오히려 독이 된 걸까요.
그런 의미에서 출연한 프로그램은 맞는데, 제가 방송의 생리를 미처 다 알지 못했던 거예요. 대표적인 예가, 지금도 많은 사람이 저를 딩크족이라고 오해하는 거예요. 저는 그럴 생각도, 그런 말을 한 적도 없어요. 그날 주제가 ‘부모 연습하기’여서 조카들과 하루 종일 시간을 보냈거든요. 집에서 같이 놀아주기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요. 남편에게 제가 촬영 말미에 “당신은 정말 좋은 아빠가 될 거야”라고 말했죠. 남편이 소속사 아이돌을 대하는 모습만 봐도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정말 듬직하다고 생각할 때가 많아요. 그런데 그런 얘기들은 편집되고 제가 주변의 예를 들면서 “딩크족도 많아”라고 한마디 한 것만 기사화되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어요. 값진 경험이 됐죠.

 

남편이 소속사 아이돌을 대하는 모습만 봐도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정말 듬직하다고 생각할 때가 많아요.

언밸런스한 디자인의 재킷은 라도 보쿠차바 by 네타포르테 LADO BOKUCHAVA by NET-A-PORTER 구조적인 디자인의 드롭 이어링은 1064 스튜디오 by 네타포르테 1064 STUDIO by NET-A-PORTER

요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뭔가요.
밸런스요. 방송, 통역, 글쓰기 모두 일인 동시에 제게는 다 의미가 있어요. 똑같이 방송을 하더라도 내가 좀 더 가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송을 하고 싶고, 그건 통역이나 글쓰기도 마찬가지예요. 나를 잘 아는 편한 친구들과 자주 만나고, 가족 모임에도 꼬박꼬박 참석하고, 남편과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것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누구는 얼굴이 알려지면 더 조심하고 논란을 경계해야 한다고 하는데, 제 생각은 달라요. 노트북 들고 카페에 가서 글 쓰는 것도 좋아하고, 미술관도 가고, 민낯도 크게 신경 안 쓰는 편이에요. 그런 면에서 일과 일상의 밸런스를 잘 지키면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요즘은 남편과 주로 어떤 고민을 나누나요?
아무래도 둘 다 나이가 있다 보니 2세 얘기를 많이 해요. 저는 낳는다면 많이 낳고 싶어요(웃음). 그래서 부쩍 건강 관리에 신경을 쓰는 편이에요. 지금까지는 심각할 정도로 건강에 무심했어요. 단 걸 좋아해서 과자, 초콜릿, 탄산음료, 케이크같이 살 찌는 음식도 양껏 먹었는데 좀 줄이려고요. 목 디스크 때문에 운동도 거의 못하다가 최근 요가를 시작했어요.

연말에는 특별한 계획이 있나요?
크리스마스가 남편과 만난 지 딱 1000일 되는 날이에요. 대단한 이벤트를 기획한 건 아니고, 최근 남편과 부부동반으로 광고 계약을 했는데 그 돈을 기부할 계획이에요. 떠들썩하게 알려지는 건 원치 않아서 어딘지 밝히지는 않고 조용히 진행하려고요. 또 해마다 마지막 날은 브랜뉴뮤직 뮤지션들이 합동 콘서트를 하기 때문에 저랑 남편은 같이 공연장에 있지 않을까요? 참, 크리스마스 전 며칠은 바쁠 거예요. 식구들 줄 선물을 포장해야 하거든요. 어릴 때부터 크리스마스 선물은 꼭 직접 포장해서 손편지와 함께 주고받았어요. 저희 집에서는 손편지 없는 선물은 의미가 없어요. 그러고 보니 식구들이 많아서 조금 서둘러야겠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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