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E THAN SWEET

마치 보석처럼 눈으로 먼저 감상하고 부분을 맛보고 전체를 즐긴다. 달콤하다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예술적 디저트.

파티세리 재인 – 이재인
연희동에 자리한 ‘파티세리 재인’은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정식당’에서 페이스트리 셰프로, ‘다츠’와 ‘오트뤼’ 등에서 감각적인 디저트를 선보여온 이재인 파티시에가 운영하는 곳이다. 개성이 또렷한 구움과자와 케이크를 맛볼 수 있는데 쑥 마들렌, 레몬 마들렌, 청양 휘낭시에, 갈레트 브르통을 꼭 맛봐야 한다. 우리나라의 식재료에 관심이 많은 그는 ‘정식당’에서도 쑥 무스가 들어간 돌하르방 디저트를 선보였다. 이번에는 떡에 사용하는 쑥 가루로 마들렌을 만들었다. 겉에 콩고물을 묻히기 전 버터비스킷 향의 둘세 초콜릿으로 감싸 쑥 향이 부드럽게 넘어온다. 갈레트 브르통은 프랑스의 클래식한 레시피대로 만드는 과자로 그가 이해하는 프랑스 과자의 맛이 표현됐다. “재료의 나쁜 맛을 없애고 담백함을 끌어올리는 것이 동양의 조리 방식이라면, 서양에서는 이 맛을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켜 끝 맛까지 이어지게끔 하는 데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한편 레몬 마들렌은 구움과자의 공식 안에서 그가 추구하는 맛을 더 많이 담아낸 제품. “매일 새로 갈아 신선한 레몬 제스트로 겉면을 코팅하고, 입안에서는 보송보송하고 넘어갈 때는 꿀떡하는 느낌이 들게 하고 싶어 달걀 함량을 높이고 여러 종류의 밀가루를 섞어 만들어요. 청양 휘낭시에는 요리에 악센트를 주면서 다른 맛을 침범하지 않는 매운맛을 활용했어요. 메시드 포테이토, 선드라이드 토마토, 베이컨 같은 재료와 함께 만들었죠.” 케이크를 만들 때도 처음, 중간, 끝에 느껴지는 맛과 향, 풍미의 강약까지 고려해 정교하게 구성한다. 제주 우도 땅콩의 작은 모양, 떫지 않은 고소한 맛에 반해 만들게 된 ‘우도’, 클래식한 몽블랑에 제주 한라봉 페이스트로 포인트를 더한 ‘몽블랑’이 이번 겨울에 선보이는 디저트다. 아름다운 형태를 먼저 감상하고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온전히 다 맛볼 때 파티시에가 준비한 맛을 보다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니 케이크를 자를 땐 조금 과감해도 괜찮다.
주소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25길 72 문의 @patisserie.jaein


라그랑자트 – 김설&신명화
조르주 쇠라의 그림 ‘그랑자트섬의 일요일 오후’처럼 1880년대 파리 사람들은 강변을 산책하고 피크닉을 즐기러 그랑자트섬으로 떠나곤 했다. 청담동에 자리한 파티세리 ‘라그랑자트’ 역시 누군가의 달콤한 휴식을 위해 그곳에 있다.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신명화 대표와 디자이너 출신 김설 파티시에가 협업해 휘낭시에와 프랑스식 파운드케이크 카트르카르, 계절에 맞는 케이크들을 선보인다. 디자이너 선후배 사이로 일해온 만큼 하나의 디저트를 완성하기까지 시각적인 요소부터 맛과 콘셉트, 스토리텔링까지 풍부하게 담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시그너처 제품인 ‘LGJ호두과자’는 파리에서 그랑자트섬으로 가는 길에 휴게소가 있다면 어떤 호두과자를 먹을까 상상하며 만들었다. 눈처럼 희고 바삭한 머랭 아래 블루치즈가 느낌표를 찍어주는 맛. 샴페인과도 잘 어울려 연말 파티 선물로 주문해가는 이들도 많다. 또 빼놓지 않고 맛봐야 할 것은 시트롱, 마롱, 얼그레이, 말차, 코코망고 등 다섯 가지 맛의 카트르카르. “큼직하게 만들어 1인 분량으로 잘라 나눠 먹는 것이 보통이지만, 저희는 한 사람이 오롯이 즐길 수 있게 했어요. 뱃놀이를 즐기는 모습을 형상화해 배 모양으로 구워냈고요. 겉의 바삭한 글라세와 촉촉한 속을 같이 먹었을 때 식감이 대비를 이루면서 재료의 진한 맛이 올라오지요.” 이번 겨울 시즌의 케이크로는 몽블랑과 떼 블뢰를 준비했다. “케이크의 단맛에도 날카롭거나 은은하거나 묵직한 차이들이 있거든요. 몽블랑은 이탤리언 머랭을 넣어 은은하면서도 똑떨어지는 느낌의 단맛을 냈고, 무스를 담을 때도 몰드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모양을 완성해요. 중성적인 느낌의 우롱차로 무스를 만들고 캐러멜과 젤리에 생강으로 풍미를 더한 떼 블뢰는 따뜻한 차 한잔이 생각날 때 맛봐주세요.” 익숙한 맛과 생각을 벗어나 감각을 깨우고 싶을 때 라그랑자트의 디저트와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보면 좋겠다.
주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62길 12 문의 @lagrandejatte_seoul


세드라 – 최규성
프랑스 국립제과제빵학교를 졸업하고 현지에서 10년 넘게 경력을 쌓으며 한국인 최초로 ‘피에르 에르메’의 수석 셰프를 지낸 최규성 파티시에는 ‘디올 카페’, ‘카페인스페이스’ 등을 거친 뒤 파티세리 ‘세드라’를 오픈했다. 현지에서 경험한 클래식한 맛과 레시피로 여러 종류의 구움과자와 계절 재료를 사용한 디저트를 선보인다. “버터를 오랫동안 끓여 풍미를 올리는 휘낭시에는 특유의 고소한 맛이 매력적이에요. 식감은 쫀득하면서 견과의 풍미도 잘 느낄 수 있도록 제가 경험한 클래식한 맛을 담아냈어요.” 프랑스 리옹 지역에서 일하며 맛본 프랄리네를 휘낭시에와 조합한 프랄리네 휘낭시에는 씹히는 맛이 좋다. 입안에서 촉촉하게 감기는 마들렌은 보통 레몬 글라세를 입혀 만들지만 최규성 파티시에는 올리브유와 레몬즙으로 글라세를 입혔다. “올리브유의 쌉싸래한 맛과 향이 마들렌과 잘 어울려서 글라세를 입히면 순식간에 상큼한 맛이 피어오르죠.” 내공이 느껴지는 구움과자 외에도 쇼케이스에는 5~6종류의 케이크가 준비된다. 가장 인기가 좋은 건 ‘제주 백년초 파블로바’. 희고 둥근 머랭 위로 한겹 한겹 우아하게 쌓아 올린 생크림 밑에 백년초와 파인애플로 만든 붉은 콩포트가 숨어 있다. 프랑스에서 제과제빵을 하거나 향수를 만들 때 주로 쓰인다는 과일 세드라에서 가게 이름을 따왔다는데, 그래서인지 그의 디저트에는 종종 시트러스 과일의 상큼한 풍미가 등장해 맛의 균형을 이룬다. 라즈베리, 리치, 로즈를 조합한 샤흘로뜨 케이크, 마스카르포네치즈와 코코넛으로 부드러운 크림을 만들고 망고와 레몬으로 산미를 더한 코코망고도 섬세한 맛을 감상하기에 좋은 케이크들. “저는 보수적인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것을 내놓기보다는 기존에 있었던 것의 구조와 맛을 연구하는 편이죠.” 클래식한 취향의 파티시에는 우리가 이미 안다고 생각했던 맛도 전혀 새로운 맛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탁월함의 경지에 가 있다.
주소 서울 강남구 역삼로67길 15 문의 @cedrat_patisserie


랑꼬뉴 – 김민선
하루가 멀다 하고 유행이 바뀌는 서울에서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파티세리가 된다는 것은 확실한 개성과 매력을 지녔다는 증거와도 같다. 신사동에 파티세리 ‘랑꼬뉴’를 오픈한 김민선 파티시에는 세련된 맛의 디저트를 추구한다. 뉴욕에서 대학을 나와 한국 코스메틱 브랜드 글로벌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다 진로를 바꿔 프랑스의 제과 학교 올리비에 바자르에서 제과를 배웠다. 이런 그녀의 이력이 오히려 뉴욕도, 파리도 아닌 오직 서울에서 맛볼 수 있는 디저트를 만들게 한 것이다. “프랑스에서 맛보았을 때 직관적으로 아 이거 정말 맛있다 싶었던 것들로 메뉴를 꾸렸고 동시에 지금 서울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과 당도, 스타일을 살렸죠. 많이 달지 않게요.” 랑꼬뉴의 선반에는 까눌레와 마들렌, 휘낭시에 그리고 갓 구운 쿠키까지 과자 종류가 다양하다. 케이크는 한국적인 재료를 프랑스의 클래식한 레시피로 응용해 새롭게 느껴진다. 대표적인 것이 계절마다 봉평 메밀, 해바라기씨, 호박씨 등으로 프랄리네를 만들어 올리는 ‘파리 브레스트’다. “프랑스에서 경험한 가장 인상적인 맛이 프랄리네였어요. 견과류를 볶아 카라멜라이즈한 뒤 페이스트처럼 만들었는데, 달고 고소해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맛이죠. 일반적인 헤이즐넛이나 아몬드 대신 계절에 맞는 한국의 견과를 사용하니 특별한 매력이 있더라고요.” 겨울을 맞아 새로 준비한 홍시 케이크는 한겨울에 떠먹는 잘 익은 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감은 과일 종류가 다채로운 해외 시장과 비교해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다양한 숙성 단계, 맛으로 즐길 수 있는 과일이라고. 크림치즈와 마스카포네치즈, 반시와 연시를 함께 사용해 식감 좋은 무스 케이크로 만들었다. “디저트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디저트에는 유행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지금 우리가 맛있어하는 구움과자는 사실 몇백 년의 역사가 담긴 맛이잖아요. 유행이니까 먹는 것 말고 잠깐의 여유와 행복을 위해 즐겨주셨으면 해요.”
주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25길 37 문의 @linconnu_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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