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선 감기에 걸리면 차를 마신다

흐린 날이 대부분인 독일의 혹독한 겨울엔 따뜻한 차 한잔이 절실하다. 독일에 온 지는 6년, 묀헨글라트바흐에서는 2년째 살고 있는 이소영씨가 독일의 차 문화를 전한다.

독일에서 가장 많이 마시는 티 중 하나인 카밀레(카모마일) 티.

올 겨울은 정말 추웠다. 4월까지도 눈이 종종 오는 독일의 생활에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25년을 한겨울에도 뜨끈한 온돌방에서 살아와서인지, 집에서도 너무 추운 이 곳에서는 매 해 겨울이 되면 감기는 당연한 연례행사. 어지간해서는 병원에 가지 않고, 이겨내는 편인데 이번 감기는 유독 열이 높았고, 기침이 잦아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역시나 의사에게서 예상했던 말을 들었다.

“집에 가서 차 마시며 푹 쉬세요.”

마치 한약방 같은 티 전문 숍.

큰 전쟁을 겪은 독일은 의료 기술이 급격히 발달한, 약으로 유명한 나라다. 하지만 막상 독일에서는 약을 처방받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환자가 정말 간절히 원하면 처방받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의사가 먼저 약을 권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 실제로 약을 처방받아서 먹어도 한국의 약처럼 드라마틱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독일에서 만병통치약으로 통하는 것이 바로 차. 독일어로는 테(Tee)다.

그래서인지 독일의 마트에서는 한 눈에 다 볼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차를 볼 수 있다. 소화에 좋은 차 ‘Verdauungs Tee’, 기침에 좋은 차 ‘Husten Tee’, 수면에 도움이 되는 차 ‘Schlaf und Nerven Tee’, 감기에 좋은 차 ‘Erkältungs Tee’ 등 차에 이렇게 많은 효능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세상의 모든 차가 모여있다. 한국에서는 차를 모과차, 생강차, 허브차 등 주 재료나 향에 따라 구분하지만 독일에서는 효능에 따라 차를 구분해 마신다.

효능보다는 향을 즐기기 위해 마시는 장미차. 빈티지 찻잔과 촛대, 예쁜 꽃까지 곁에 두면 홈카페 완성.

오페라 가수인 남편은 평소 목관리가 매우 중요해 목에 좋은 차들을 많이 마시고, 나는 소화가 잘 안 되는 편이라 소화에 도움을 주는 차를 주로 마신다. 신기하게도 정말 효과가 있어서 건강과 관련된 차는 늘 집에 둔다. 대부분의 집에서 그 흔한 커피보다도 차를 훨씬 많이 가지고 있을 정도. 6년째 이 곳에 살고 있으면서도 못 마셔본 차가 수두룩하다.

차에 넣어 마시는 다양한 모양의 Zucker(설탕).

아날로그적이고, 불편할 정도로 모든 것을 느리게 처리하는 독일인들은 병에 관해서도 다르지 않다. 빨리 아픔이 사라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내 몸이 스스로 이겨낼 수 있도록 면역력을 키우는 것에 더 중점을 두는 것. 그런 의미에서 차는 독일인의 삶을 그대로 드러낸다. 특히 흐린 날이 많은 혹독한 독일의 겨울에는 더더욱 차 한 잔의 따뜻함이 절실하다.

독일은 음식이 많이 달지 않아 달콤한 디저트를 즐긴다. 폭신한 케이크보다는 파이류를 주로 먹는다.

바로 지금, 마음이 편안해지는 차 한 잔 어떨까? 혼자라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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