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리스타트

눈이 안 오는 겨울을 맞이하니 지구온난화가 걱정되고, 재활용품 버리는 날이면 내가 내놓은 플라스틱에 마음이 쓰인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생각 대신 옛날에는 어떻게 살았을까 진지한 고민을 시작한다. 친환경적인 살림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2020년 버전 다양한 시도와 움직임들.


#노플라스틱 #제로웨이스트 그리고 #구식살림법
플라스틱은 어쩌다 지금 같은 신세가 됐을까? 1910년 나이아가라폭포 근처에 최초의 인공 합성수지인 베이클라이트 공장이 세워졌다. 1000가지 용도의 물질이라는 당시 광고 문구처럼, 아무 모양이나 만들 수 있다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플라스틱이라는 명칭처럼 칭찬받는 신소재였다. 모양, 색을 자유롭게 구현해주고 가볍고 튼튼해서 점점 더 많은 물건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폴리염화비닐(PVC), 나일론, 폴리카보네이트(PC) 같은 다양한 플라스틱 소재가 개발됐다. 태우면 독성 물질을 내뿜고 땅에 묻으면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다. 그 양이 해양 생물과 인간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수준이 되어버릴 때까지. 죽어서 발견된 향유고래의 배 속에서 쇼핑백, 일회용 컵과 그릇, 장갑 같은 플라스틱 제품이 100kg쯤 나왔다는 해외 토픽에 이어 얼마 전 제주도 한림 앞바다에서는 태어난 지 1년밖에 안 된 참고래 배 속에서 스티로폼과 나일론 끈들이 발견됐다. 해마다 10만 마리 이상의 해양 포유류가 플라스틱 때문에 죽고 새우, 굴, 생선 같은 해산물 속의 미세 플라스틱은 사람 몸속으로도 들어가 환경호르몬과 같은 화학적 독성을 내뿜는다. 중국, 동남아 국가에 숨겨진 쓰레기들은 이미 산을 이룬 지 오래다. 이러한 문제들을 직면하면서도 편리한 유혹은 늘 새로운 쓰레기를 만든다. 택배 더미에서 설레어 하는 인기 유투버의 언박싱 영상에 어쩐지 안절부절못하고 신선한 배송을 위한 과대 포장에 마음이 쓰이기 시작한 것도 요즘의 일이다. 기분을 좋게 하는 화려한 포장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보이기 시작한 최근에서야 유럽연합은 2021년부터 빨대, 식사 도구 같은 10종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우리나라 정부는2022년까지 일회용 컵과 비닐봉지 사용량을 지금보다 35%줄이는 대책을 발표했다. 국내 유통업계는 종이 포장지와 친환경 아이스백 등 포장재부터 친환경으로 바꿔가려 노력 중이다. 사람들도 변화하고 있다. 생활 속 거의 모든 물건과 포장지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지만, 다시금 자발적으로 플라스틱이 없던 시절처럼 살아보자고 나선다. 생활에 들어가는 자원과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신중하게 사고 아껴 쓰고 다시 쓰는 구식 살림법을 다시 배우며 미래를 위한 지혜를 발견한다. 빨래판을 사용해 물 사용량을 줄이고, 밖에서 사오는 음식을 담을 용기를 챙겨 가는 것은 결코 사소하지 않은 일이니 말이다. 절제의 미덕, 재사용의 지혜를 얻고 싶은 이들이라면 오늘부터 작은 목표를 세워보자.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 식상한 듯해도 여전히 쿨한 행동이다.

RESTART작은 실천 시작하기
1. 배달 음식 시켜 먹지 않기
2. 가방 안에 작은 장바구니 챙겨 다니기
3. 포장재 없이 진열된 제품 구입하기
4. 비닐우산 사용하지 않기 일회용
5. 휴지 대신 손수건 사용하기
6. 일회용 컵과 병 대신 텀블러 사용하기
7. 플라스틱 빨대 대신 다회용 빨대 사용하기
8. 홍보 전단지, 샘플 등 나에게 필요 없는 물건 거절하기

《아날로그 살림》저자 이세미 @analogsallim

RESTART 2  옛날 살림법 익히기
결혼 10년 차, 맞벌이를 하며 아이들을 키울 때는 바깥 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쓰고 버리는 살림살이가 대부분인 때도 있었지만 우연히 해양 쓰레기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후부터 최대한 사람과 자연에 해를 덜 끼치는 방향으로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어머니에게 옛날 살림 방법을 많이 묻고 배우셨다고요. 어머니에게 들은 방법은 기발하기보다 잊고 지내온 절제와 절약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삶의 방식이에요. 라면 봉지를 씻어 접어두었다가 쓰거나, 우유팩을 냉동 용기로 활용하거나, 옷 한 벌을 사면 고이 잘 보관했다가 중요한 날에만 꺼내 입어 10년을 훌쩍 넘게 입으셨다는 것들이죠. 삶의 작은 부분부터 절제와 절약 정신을 기본으로 지금 적합한 방법을 찾는 게 아날로그 살림인 것 같아요.
환경에 대해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추천해주세요. 애니 레너드의 책 《물건 이야기》를 추천합니다. 20분 정도 길이의 동영상으로도 있는데 함께 보시면 소비를 하기 전 물건의 이력을 그려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딱 한 가지부터 실천해보자면 어떤 것을 하면 좋을까요? 하루 한 끼 채식이요. 혹시 그것이 어렵다면 외출할 때 텀블러와 손수건을 챙기는 일부터 해보세요. 작은 실천이지만 내가 쓰레기를 줄이고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실감할 수 있는 방법이거든요.


RESTART 3  물건 고르는 기준 바꾸기

더험블 칫솔&칫솔꽂이 인간은 평생 300개 정도의 칫솔을 사용한다는데, 플라스틱 칫솔 하나가 사라지는 데는 1000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더험블은 친환경 자원인 대나무 몸체와 환경호르몬 없는 BPA-프리 칫솔모로 제품을 만들고 겉포장까지 생분해 소재를 쓴다. 칫솔 5천5백원, 칫솔꽂이 7천9백원.
은혜직물 제주 해녀 자수 손수건 만성 비염, 알레르기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가장 쉽게 쓰고 버리는 건 다름 아닌 휴지다. 손수건을 챙겨 다니면 휴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30년생 나무 수만 그루를 지켜줄 수 있다. 부드러운 순면 소재 손수건 1만원.
더피커 면 커피 드리퍼 유럽에서는 200년이 넘도록 융 소재 드리퍼에 커피를 추출해왔다. 한 번 쓰고 버리는 데다 미세 플라스틱 걱정까지 하게 만드는 종이 필터 대신 융이나 면 소재의 다회용 드리퍼를 사용해보자. 2천원.
데펜소 스테인리스 밀폐 용기 안전성이 높고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지 않는 SUS304 스테인리스 소재로 만든 보관 용기. 쫀쫀한 실리콘 패킹이 부착돼 장 볼 때 고기나 두부, 국물이 있는 음식을 담아도 안심이다.
포장과 배송 과정에서 플라스틱을 없애고 쓰레기를 최소화한 것은 물론 무상 수리 기간이 5년이다. 더피커에서 판매. 직사각 2호 1만5천6백원, 직사각 4호 1만8천8백원.
코송 리넨 커버 일회용 비닐 랩 사용 횟수를 줄일 수 있게 해주는 리넨 커버. 다섯 가지 크기로 나와 먹고 남은 양념장부터 커다란 볼에 담아둔 손질 채소까지 깔끔하게 보관할 수 있다.
빼곡하고 단단하게 박음질한 고무줄은 패브릭이 음식에 닿지 않도록 힘 있게 잡아준다. 다섯 가지 사이즈 1세트 3만9천원.
더피커 유기농 메쉬 프로듀스백 유기농 면 소재로 그물이 촘촘하고 내구성이 좋아 여행 가방을 꾸릴 때 각종 소지품을 넣거나 장 볼 때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담기 유용하다. 미디엄 사이즈 5천원.
프레시버블 유기농 소프넛 비누 열매라고도 불리는 소프넛은 물과 만나면 과피에 함유된 천연 계면활성 성분이 풍부하게 녹아 나와 세척, 세탁에 사용할 수 있는 천연 세제다. 물에 끓여서 진하게 추출해 액상 세제로 만들거나 병에 물과 함께 넣고 흔들어 사용한다. 체험 키트 2천원.

필트 네트백 1855년부터 프랑스 노르망디 부근의 작은 마을에서 해먹과 그물을 만들던 직물 기법을 살려 장바구니를 만들었다. 신축성이 좋고 튼튼한 것은 물론 천연 코튼 소재로 부드럽고 친환경적이라
과일, 욕실용품, 세탁물 등 무엇이든 안심하고 담을 수 있다. 생산 과정과 소재에 대한 추적이 가능하도록 관리한다. 르시뜨피존에서 판매. 쇼트 핸들 1만4천원.
잘:쓰이다 상점 천연 수세미 식물의 한 종류인 수세미는 그 열매가 숙성하다가 수분이 마르면 그물 구조의 섬유질로 변형된다. 이걸 자연 그대로 활용하면 천연 설거지용 수세미가 된다.
섬유질 사이 수많은 구멍이 풍성한 거품을 만들고 까칠한 표면은 세제 없이 마무리 헹굼을 하거나 채소를 세척하기에 제격이다. 일반 쓰레기로 버리면 흙 속에서 자연 분해된다. 두꺼운 수세미 스몰 4천원, 얇은 수세미 라지 4천5백원.
르크루제 시그니처 무쇠 원형 냄비 전기밥솥의 보온 기능을 계속 켜두면 전기 사용량이 쉽게 냉장고를 추월한다. 무쇠 냄비를 사용해 필요할 때마다 맛있는 밥을 지어보자.
세제를 사용하지 않고 미지근한 물과 솔, 소금으로 헹궈내고 잘 말리면 대대손손 사용할 수 있는 살림살이다. 마르세유 색상 20cm 38만3천원.
더피커 설거지용 팟 브러시 견고하고 물에 강한 너도밤나무와 빳빳한 천연 야자섬유로 만든 설거지용 솔이 냄비나 팬 바닥에 눌어붙은 잔여물을 깨끗이 떼어내준다. 고구마, 당근, 무 같은 채소 세척에도 활용한다. 6천원.
잘:쓰이다 상점 천연 수세미 목욕 장갑·목욕 수세미 이태리타월을 대체할 수 있는 목욕 장갑과 수세미 형태 그대로 잘라낸 목욕 수세미는 마른 상태일 때는 거칠지만 물에 닿으면 부드럽고 유연해진다. 목욕 장갑 1만3천원, 목욕 수세미 8천원.
더피커 롱핸들 설거지용 브러시 긴 손잡이는 너도밤나무로, 솔은 선인장과 섬유인 사이잘로 만들었다. 깊이 있는 병을 닦기 좋다. 6천5백원.


RESTART 4  쇼핑과 외식 루트 바꾸기

친환경 생활을 배워갑니다
더피커 @thepicker

일상을 어떻게 친환경적으로 꾸려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면 더피커에 들러 힌트를 얻어 가자.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는 삶을 실천할 수 있도록 천연 수세미, 천연 비누, 소프넛, 다회용기 등의 살림 제품은 물론 코르크 요가 블록, 천연 고무 요가 매트 등 친환경 생활용품까지 소개하는 제로 웨이스트 숍이다. 공정무역 생캐슈넛, 병아리콩 등의 20여 가지 곡물도 판매하는데 디스펜서에 담겨 있어 직접 준비해온 보관 용기에 담아 가는 식이다. 사용하지 않는 종이 봉투를 기증하면 담아 갈 장바구니를 챙겨오지 못한 이들에게 제공한다. 온라인 몰도 운영하고 있다.


제로 가스, 100% 우드 파이어 요리
@soot_official

인류가 불을 다루기 시작하면서 우드 파이어 요리도 시작됐다. 최근 호주와 유럽 지역에서 인기를 끌며 국내에도 속속 문을 연 우드 파이어 요리 전문 식당들은 숯을 자체적으로 제작해 연기와 달아오른 숯불로 음식을 만든다. 흔히 불 맛이라고 하는 훈연 향도 나무 종류에 따라, 재료에 열을 가하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풍미로 완성된다. 신사동에 자리한 ‘숯’에서는 지리산 갈참나무, 굴참나무에 편백나무로 특별한 향을 입힌다. 가스 설비 없이 숯불을 사용하는 우드 파이어, 숯과 장작으로 피운 화덕, 스모킹 건만 있는 주방에서 스테이크, 오이·토마토·래디시 등의 채소 구이, 구운 초콜릿 마시멜로 같은 달콤한 디저트까지 완성된다. 재료에 따라 섬세하게 화력을 조절하며 맛을 내는 원초적인 요리가 궁금하다면 방문해 위스키, 와인과의 조합을 즐겨볼 것.


한 달에 한 번, 버릴 것 없는 장보기
채우장 @chaewoojang

매월 첫 번째 토요일, 연희동의 카페 보틀팩토리에서는 제로 웨이스트 장터가 열린다. 마트와 달리 비닐봉지, 소포장 제품이 없기 때문에 방문 전 인스타그램 공지에서 장터에 나오는 품목을 확인하고 자신이 필요한 품목에 맞춰 용기를 준비해 가야 한다. 장바구니로 쓸 넉넉한 가방을 챙기고, 친환경 농법으로 키운 과일과 채소, 허브 같은 신선 식품과 빵 등은 프로듀스 백에 담는다. 그래놀라나 커피 원두, 각종 소스, 천연 세제 등은 미리 소독해 챙겨 간 빈 병에 담아 온다. 파는 제품에 패키지가 따로 없으니 원하는 양만큼만 살 수 있어 합리적이고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오지 않아 흐뭇하다. 용기에 담은 그대로 냉장고나 선반에 두면 그만인 것. 건강하고 친환경적인 제품을 만드는 소규모 생산자들의 상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이곳을 특별하게 만든다. 혹시나 준비를 못했다면 사용하지 않는 텀블러나 병을 기증하는 코너를 확인해보자. 쓰레기 없는 장보기는 제로 웨이스트 생활의 산뜻함을 경험하게 해준다.


전기 없이도 풍요로운 공간
비전화공방 @cafe_off_grid

냉장고 대신 아이스박스, 전등 대신 등유 조명을 쓰고 나무 땔감을 넣는 화목 난로로 공간을 데우면 전기 없이도 카페를 운영할 수 있다. 서울혁신파크 안에 자리한 이곳은 일본의 발명가 후지무라 야스유키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업무 협약을 맺어 문을 열었다. 후지무라 야스유키는 전기 없이 사용하는 발명품만 1000여 개 넘게 만들고 비전화공방이라는 공간을 열어 전기와 화학물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환경 운동을 해왔다. 서울의 비전화공방 역시 볏짚과 흙, 왕겨 등을 활용해 친환경, 생태 건물을 짓고 전기 없이 운영한다. 얼음이 없어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팔지 못하지만 압력으로 추출하는 사이폰 커피와 차, 수프 등을 맛볼 수 있고, 우유 대신 두유를 사용하는 비건 카페이기도 하다. 2주에 한 번 화덕에서 피자를 굽고 직접 만든 수제맥주를 곁들이는 특별한 저녁 행사도 연다. 카드 결제는 불가하고 계좌이체나 현금으로만 계산 가능! 무엇이든 쉽게 빨리 해치우기보다 필요에 따라 직접 만들고 해결할 수 있는 삶의 충만함이 궁금하다면 방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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