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때 던져야 할 몇 가지 질문

공들여 정성스레 만든 초콜릿이 더 쓴 것처럼, 사랑도 그렇다. 사랑할 때는 애써 외면했던 것들을 한번쯤은 이야기할 때가 됐다.

찬성입니까, 반대입니까
“대화가 섹스 같고 섹스가 대화 같았어요.” 영화 <결혼 이야기> 속 니콜이 이혼 전문 변호사를 찾아가 남편 찰리와의 과거를 떠올리며 한 말이다. 영원히 달콤한 것들로만 채워질 듯했던 둘 사이는 그렇게 아득히 멀어졌다. 이별과 상처의 원인이 무엇이든, 사랑하던 두 사람의 세계가 어느 순간 와르르 무너지는 건 누구라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혹독한 현실이다. 영국의 소설가 조지프 콘래드는 “인간의 본성 속에는 모순되는 것들이 긴밀하게 맺어져 있기에 때로는 사랑이 배신이라는 절망적 형태를 띠기도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 절망적 형태의 극단에 있는 것이 바로 ‘불륜’일 것이다. 불륜은 결혼이 발명되었을 때부터 존재해왔다. 성경의 십계명에 언급(간음하지 말라)될 만큼 외도는 오래된 죄악이다. 외도에 대한 지금의 담론을 정리하면 대략 이렇다. ‘외도는 명백히 실패한 관계의 증상이며, 원하는 것을 모두 가정에서 얻을 수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한눈팔 이유가 없다. 남자는 친밀한 관계에 대한 두려움과 지루함 때문에, 여자는 친밀한 관계에 대한 갈망과 외로움 때문에 바람을 피운다. 신의를 지키는 쪽은 성숙하고 헌신적이고 현실적이며, 바람을 피우는 쪽은 이기적이고 미성숙하며 자제를 모른다. 그리고 외도는 언제나 관계에 해로우며 받아들여질 수 없는 죄악이다’. 그리고 뒤따라 묻는다. “당신은 외도에 찬성합니까, 반대합니까?” 세계적인 커플 심리치료사이자 《우리가 사랑할 때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의 저자 에스터 페렐은 이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어떤 외도는 관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지만 어떤 외도는 꼭 필요했던 변화를 불러오기도 한다. 외도는 마음을 갈가리 찢어놓지만 상처는 치유될 수 있다. 또 커플을 성장시키기도 한다”고 말이다.

외도가 늘어난 이유
요즘의 결혼은 과거의 결혼과 다르다. 이와 함께 불륜의 성격도 변했다. 과거에 사람들은 결혼하면서 배우자와 처음 섹스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결혼과 함께 타인과의 섹스를 멈춘다. 사랑을 찾아 결혼을 하고 불륜은 이것을 파괴한다. 결혼이 경제적 결합이던 시절에는 이혼이 경제적 안정을 위협했다면, 결혼이 감정적 결합이 된 지금은 불륜이 우리의 정신적 안정을 위협한다. 그래서 ‘이혼했다’가 아니라 ‘이혼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큰 불명예로 남는다. 최근에 생긴 새로운 범주의 외도도 있다. 바로 ‘감정적 외도’다. 오늘날 결혼은 감정적 친밀감과 함께 ‘아무것도 감추지 않는 솔직함’이라는 개념과 밀접하게 엮여 있기 때문에 배우자가 다른 사람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행위 자체에 배신감을 느끼기도 한다. 외도의 당사자 입장도 과거와 크게 다르다. 과거에 행복은 ‘다음 생’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행복을 누릴 자격과 권리가 충분하고, 욕망은 추구하는 게 마땅하며 심지어 그래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의 외도 또한 이 자격 의식에 따라 움직인다. 불륜은 우리의 행복을 깨기도 하지만, 동시에 더 행복해지는 관문이 되기도 한다. ‘어떤 결혼’은 외도에서 시작되듯이 말이다.

‘새로운 나’에 매료되는 사람들
사람들은 여러 이유로 바람을 피운다. 이제 나올 만한 이유는 다 나왔다고 생각할 때마다 새로운 이유가 등장한다. 확실한 건, 외도는 관계에든 사람에든 간에 문제가 있음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수많은 관계가 결핍을 보상하기 위해, 공백을 채우기 위해, 또는 출구를 마련하기 위해 외도에 이른다. 불안정 애착이나 갈등 회피, 오래 이어진 섹스 없는 생활, 외로움, 오래되고 반복적인 다툼도 원인이 된다. 반면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 행복한 커플도 때로 외도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어떤 경우에는 수십 년간 상대에게 충실했던 사람이 외도의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이유가 뭘까. 바로 외도의 이유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새로운(또는 잃어버린) 정체성의 추구’라는 것이다. 이처럼 외도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자 하는 사람은 외도를 문제의 증상이 아니라 성장과 탐구, 변화를 수반하는 경험의 확장으로 묘사한다. 위반의 강렬한 매력, 살아보지 삶에 대한 끌림은 때로 평범한 사람을 외도의 길로 이끈다. 바람피우는 사람이 가장 매료되는 타자는 새로운 애인이 아니라 새로운 자신인 셈이다.

관계의 본질에 관한 질문
외도가 그저 한 사람, 또는 오랫동안 사랑과 신의로 맺어진 한 관계를 파괴하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으려면 우리는 한번쯤 불편한 질문들을 붙잡고 고민해야 한다. 외도는 관계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 닫힌 문을 열어 가치관과 인간의 본성, 에로스의 힘을 더 깊이 탐구할 수 있게 해준다.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 힘들게 그어 놓은 선 밖으로 걸어 나올까? 상대가 다른 사람과 섹스를 하는 것이 ‘왜 그토록’ 가슴 아픈 일인가? 외도는 늘 이기적이고 나약한 행동일까? 어떤 경우에는 외도가 이해받고 용인될 수도 있을까? 어쩌면 대담하고 용기 있는 행동은 아닐까? 우리가 외도를 경험해봤든 아니든 간에 외도가 주는 흥분에서 무언가를 배워 관계를 더욱 생기 있게 만들 수 있을까? 은밀한 사랑은 늘 폭로되어야 하는가? 열정에는 유통기한이 있을까? 외도에는 ‘좋은 결혼’이 제공할 수 없는 어떤 성취감이 있는 걸까? 정서적 욕구와 성적 욕망 사이의 균형이라는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까? 신의란 무엇일까?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하는 것이 가능한가?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커플은 비극적 사건이 자신들을 단숨에 문제의 본질에 밀어 넣은 뒤에야 이러한 문제에 대해 대화한다. 그 전에, 무엇이 우리를 울타리 밖으로 끌어내는지에 관해, 외도에 뒤따르는 상실의 두려움에 관해 서로 신뢰하는 상태에서 이야기를 나누면 더욱 헌신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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