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한강으로 금의환향>

트로트 가수 한강은 <미스터트롯>을 통해 ‘허니버터트롯맨’, ‘한~뤼바’라는 애칭을 얻으며 승승장구 중이다.
그를 한강에서 만났다.

‘제2의 송가인을 찾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밝히며 시작한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이 어느덧 경연 막바지에 다다랐다. 뛰어난 가창력과 능수능란한 무대 매너를 바탕으로 방청객과 시청자를 들었다 놨다 하는 베테랑 가수들 틈으로 쨍한 스카이블루 슈트를 말쑥하게 차려입은 한 참가자가 눈에 띈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한강’. 한강은 2018년 3월 디지털 싱글 ‘끓는다 끓어’ ‘떨려 떨려’로 데뷔한 3년 차 트로트 가수다. <스타일러 주부생활>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그를 한강에서 만났다.

언제 마지막으로 한강에 왔나요?
2년 정도 된 것 같아요. 3년 전쯤에는 매일 오다시피 했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는데, 한강 둔치에 앉아서 흐르는 강물을 보며 하염없이 시간을 보냈거든요. 가수가 진짜 내 길이 맞을까, 데뷔는 할 수 있을까, 나한테 사기 친 제작사 대표는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저 물에 빠지면 정말 죽을까…. 정말 오만 가지 생각을 다 했던 것 같아요(웃음).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우기도 하고, 버스킹 공연을 보면서 위안도 받았어요. 그 시절 저를 받아준 유일한 곳이 한강이었어요.

그래서 예명을 ‘한강’으로 지었나요?
지금의 소속사 대표님이 같이 일하기로 한 뒤 사주를 보겠다며 제 생년월일을 물어보시더라고요. 될 놈인지, 아닌지 궁금하셨던 모양이에요. 거기서 제 사주에 흙은 많은데 물이 부족하다고 했대요. 그래서 물이 들어간 이름이 좋겠다고 ‘수(水)’자가 들어간 이름들을 후보로 정했죠. 장수, 수해, 뭐 이런 이름들요. 하하. 그러다가 제가 힘들었을 때 한강에 자주 갔다는 얘기를 들으시고 “한강으로 하자” 하시더라고요. 저한테는 여러모로 의미 있는 이름이 됐죠.

<스타일러 주부생활>과의 인연도 특별하죠?
데뷔 전에 몸담았던 회사잖아요. 맞아요. <스타일러 주부생활> 광고팀에서 2년 가까이 일하다가 2015년에 퇴사했어요. 제가 일했던 회사인데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있다니! 아직도 얼떨떨하고 믿기지 않아요.

이루지 못한 꿈 때문에 직장 생활이 더 힘들지는 않았나요?
아뇨, 딱히 그렇지는 않았어요. 그때는 ‘꼭 가수가 돼야겠다’기보다는 노래 부르는 것 자체가 좋았거든요. 하루는 퇴근한 다음 씻고 누웠는데 부장님한테 전화가 왔어요. “중요한 거래처와 모임이 있는데 좀 와줄 수 있냐”고요. 노래방 지원사격이 필요했던 거예요. 그런데 그게 싫지 않더라고요. 신나게 노래하고, 사람들이 ‘잘한다’고 칭찬해주고, 분위기도 띄우고. 그때만큼은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어요.

어쩌다 평범한 직장인에서 가수가 되었나요?
어릴 때부터 노래하는 걸 좋아했는데, 막상 과감하게 도전하지는 못했어요. 막연하게 ‘가수가 되고 싶다’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그 흔한 오디션 한번 볼 용기는 없었나 봐요. 누군가 내가 노래 잘하는 걸 알고 먼저 캐스팅해주길 바라는 허무맹랑한 꿈도 꿨어요. 정작 아무것도 하지도 않으면서 알아봐주기만을 바랐던 거죠. 굳이 핑계를 대면, 고향이 대구인데 가수를 하려면 일단 서울로 가야 하잖아요. 그 물리적 거리감이 어린 나이에는 꽤 크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그렇게 대학에 가고, 평범하게 직장 생활을 하게 된 거예요. 그러다 <스타일러 주부생활>에서 일하게 됐고, 그때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 모임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 모임에서 “안녕하세요. 주부생활 광고팀의 윤성규(본명)입니다” 하고 인사를 한 뒤 노래를 불렀어요. 그때 어떤 분이 제가 노래하는 모습을 눈여겨보고 가수 해볼 생각이 없냐며 먼저 제안을 했죠. 맨날 상상만 하던 장면이 현실이 된 거예요. 그 순간 오랫동안 마음속에 담아둔 열망이 팍 터져 나오더라고요. 그 일을 계기로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인 데뷔 준비를 했어요.

그런데 막상 데뷔는 3년이 훌쩍 지난 뒤에 했어요. 그사이 무슨 일이 있었나요?
저한테 가수 제안을 했던 제작사가 알고 보니 사기꾼이었어요. 박현빈 선배님의 히트곡 ‘곤드레만드레’를 만든 이승한 작곡가님한테 곡까지 받았는데, 결과적으로 앨범을 내지는 못했죠. 돈도 날리고 경제적, 심리적으로 타격이 정말 컸어요. 그때부터 지금 소속사 대표님을 만나기 전까지 드라마 단역 아르바이트도 하고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일하면서 버텼어요. 12월에 산타클로스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관계자 눈에 띄어서 뮤지컬 무대에도 서 봤죠. 나가서 돈 벌거나, 일 없으면 한강 가고. 그게 그때의 일상이었어요. 일이 너무 안 풀리니까 난 가수 할 운명은 아닌가 보다 생각하기도 했죠.

그래도 결국 음반을 내고 데뷔를 했네요. 가수가 될 운명이었나 봐요.
그런가요? 하하. 1월 19일이 제 생일인데, 2018년 생일날 이승한 작곡가님한테 연락이 왔어요. 잘 아는 제작자가 있는데, 능력 있는 분이라며 “한 번 만나볼래?” 하시더라고요. 그분이 지금 소속사 대표님이에요. 그러고 두 달 뒤에 제 첫 앨범인 <BLACK & WHITE>가 나왔어요. 유명한 음원 사이트에 제 이름으로 된 곡이 올라온 걸 보고 너무 신기해서 화면을 캡처해놓고 수시로 봤어요.

<미스터트롯> 얘기도 안 할 수가 없어요. 경연 때 부른 ‘카멜레온’ 의상부터 영상까지 크게 화제가 됐고, ‘허니버터트롯맨’ 캐릭터는 확실히 자리를 잡은 것 같아요.
그 콘셉트는 작가님이 제안해주셨는데, 처음에는 못 하겠다고 했어요. 평소 성격상 느끼한 것과는 거리가 멀어서요. 그런데 작가님이 “한강 씨한테 묘하게 느끼한 구석이 있어” 하시더라고요. 결과적으로는 작가님 판단이 주효했죠. 의상은 후니용이 선배님한테 우연한 기회에 선물 받은 건데, ‘한강’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파란색이라 자연스럽게 제 시그니처 의상이 됐어요. 그래서 오늘도 일부러 입고 나왔죠(웃음).

<미스터트롯> 이후에 팬 카페도 생겼다고요?
현재 카페에서 88명 정도의 회원분이 활동하고 계신데 매일 글도 올리시고 분위기가 아주 활발합니다. 누군가 저를 그렇게 응원하고 좋아해주신다는 게 너무너무 신기해요!

가수가 된 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비록 최종 경선까지 가지는 못했지만 <미스터트롯>에 나가 대선배님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저라는 사람을 조금이나마 알릴 수 있어서 좋았어요.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데뷔 4개월 만에 KBS <아침마당>에 출연한 거예요. <아침마당>은 부모님이 가장 좋아하시는 프로그램인데, 심지어 가수와 가수 부모님이 함께 출연하는 콘셉트라 부모님까지 방송에 나오셨거든요. 그때 굉장히 뿌듯했어요. 하시던 세탁소 문까지 닫고 오셔서 진짜 기뻐하셨거든요.

어떤 가수가 되고 싶나요?
트로트도 좋아하지만 발라드도 좋아해요. 차분하게 혼자 있을 때는 폴킴이나 버스커버스커의 노래를 즐겨 듣죠. 감성적인 노래도 잘하고, 말랑말랑한 트로트도 맛깔나게 잘 부르는 카멜레온 같은 가수가 되고 싶어요. ‘한강은 뭐든 찰떡같이 소화해’ 같은 말을 듣고 싶어요.

<미스터트롯>은 끝났지만, 사실 한강의 레이스는 지금부터 시작이잖아요.
그렇죠. 일단 2월 말쯤에 신곡이 나올 예정이에요. 오늘 인터뷰 끝나고 녹음하러 가는데, 한강에서 좋은 기운을 받아가는 것 같아 참 좋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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