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살기 위해서

길을 걷다가도 커피가 생각나면 가볍게 테이크아웃을 하고, 전화 한 통에 식당을 방불케 하는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삶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결코 당연하지 않은 날이 온다. 이 세계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업계의 노력을 모았다.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밀폐 용기
플라스틱은 거의 영원히 썩지 않는다고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더 이상 사용하고 싶지 않을 만큼 낡아 보일 때가 있다. 혹시 버리고 싶은 밀폐 용기가 있다면 락앤락에서 운영하는 매장 ‘플레이스엘엘’로 가져가자. 오래된 플라스틱 밀폐 용기를 가져가 수거함에 넣으면 락앤락 제품을 20%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쿠폰을 증정한다. 이렇게 수거한 폐플라스틱은 새로운 제품으로 만들어진다. 2020 독일 디자인 어워드’에서 본상(Winner)을 수상한 ‘에코 밀폐 용기’가 대표적이다. 유럽 시장에서 저장 용기 제품으로 출시되었는데, 여러 폐플라스틱을 섞어 만들어 제각각 개성 있는 색상이 사람들의 미감까지 만족시켰다. 또 ‘에코 이지클립 수납함’은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남은 자투리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자투리 플라스틱으로 만들었지만 일반 제품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의 튼튼한 내구성과 편의성, 디자인에 가격은 절반 이상 저렴하다. 글로벌 환경 기업 테라사이클(TerraCycle), 해양환경공단과 함께 오래된 플라스틱 밀폐 용기, 해양 플라스틱을 수거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자원 순환 실천 캠페인도 진행 중이라니 락앤락의 에코 신제품이 더욱 궁금해진다.

 

미슐랭 가이드의 그린 클로버
《미슐랭 가이드》는 고유의 심벌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전달한다. 올해부터 새롭게 추가된 심벌이 있으니 ‘지속 가능성을 위한 요리법’을 뜻하는 그린 클로버다. 그린 클로버 심벌은 스타, 플레이트, 빕구르망 레스토랑에도 중복 사용될 수 있다. 올해는 프랑스 편에 먼저 등장해 책에 실린 레스토랑 3435곳 중 50곳 정도가 그린 클로버를 받았다.

 

그린 스테이 하고 있나요?
누구나 환경문제를 실감하는 요즘, 호텔 내 일회용품 사용 경험에 대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호텔업계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일회용 어메니티 대신 대용량 용기를 비치해두거나 식음료장에 생분해성 종이 빨대나 쌀 빨대를 도입하는 식이다. 아난티 호텔 체인은 플라스틱 용기가 필요 없는 고체 타입의 샴푸와 비누로 어메니티를 자체 개발했다. 바다와 인접한 호텔 특성을 살려 미역, 다시마, 진주, 스콸렌 등의 친환경적인 해양 성분을 이용해 3년간 연구한 제품이다. 이를 통해 매년 60만 개 이상의 일회용품 용기를 줄일 수 있다고.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지난해부터 국제 환경 인증의 친환경 칫솔만을 비치한다. 서울웨스틴조선호텔 또한 밀짚으로 만든 친환경 칫솔을 제공하고 인쇄물로 제공하던 정보들을 QR코드로 대체해 종이 사용량을 줄였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가 소속된 IHG는 글로벌 브랜드 최초로 2021년까지 욕실에서 사용하는 샴푸, 컨디셔너, 보디워시, 보디로션 등에 플라스틱 개별 용기 사용을 제한하고, 모든 어메니티를 친환경 대용량 용기로 대체한다. 이를 통해 100개국 5600개 이상의 호텔에서 사용해온 플라스틱 용기를 연간 2억 개 정도 줄일 수 있다고 하니 그 효과가 자못 크다.

 

 

백화점 종이 포장의 품격
현대백화점은 올해 설부터 사과, 배 등 과일 선물 세트에 ‘올 페이퍼 패키지’를 도입했다. 과일이 움직이지 않게 하는 고정 틀, 윗면의 충격을 줄여주는 완충 패드 등 선물 세트에 사용하던 플라스틱 소재의 내부 포장재를 모두 종이 소재로 교체한 것이다. 또 100% 사탕수수섬유로 만들어 분해되는 데 3개월이 채 걸리지 않는 친환경 박스도 사용하기 시작했다. 내년까지 적용 품목을 확대해나갈 예정. 화학 성분이 포함된 아이스팩 대신 100% 물을 담은 팩으로 바꾸고, 스티로폼 박스도 바꾸어나간다고 하니 이르면 추석부터 받는 마음도 편안한 종이 포장 선물이 많이 보이겠다.

 

 

마음이 편안한 투명 비닐 랩
글로벌 화학 기업 바스프가 이탈리아의 식품용 포장 기계 업체 파브리 그룹과 함께 신선식품 포장에 사용하는 지속 가능한 투명 비닐 랩을 개발했다. 이름하여 ‘네이처 프레시(Nature Fresh)’. 바스프의 혁신 소재인 이코비오(Ecovio)를 원료로 사용, 식품 포장 랩 가운데 세계 최초로 산업용·가정용 퇴비화 인증을 획득했다. 미국과 유럽의 식품 접촉 안전 인증을 받아 육류, 해산물, 과일, 채소 등의 신선식품 포장재로 사용할 수 있고 자동 포장 기계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신선식품 포장의 필수 요소인 수분 투과도는 물론 통기성, 투명도, 탄력성 등 기능적으로도 기존 폴리염화비닐(PVC)이나 폴리에틸렌(PE) 소재 못지않게 뛰어나다니 포장 랩의 친환경적 대안인 셈이다.

 

 

세리프 TV를 사면 박스는 보너스!
이동 중 가전제품의 파손을 방지하는 종이 박스는 고객이 선택해서 삭제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다. 결국 집에 도착하는 순간 거대한 쓰레기가 되기 마련. 삼성전자는 ‘더 세리프 에코 패키지’를 통해 TV 포장 박스를 소형 가구로 업사이클링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 올해 1월 ‘CES혁신상’을 수상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정보통신 전시회 CES는 매년 행사에 앞서 ‘혁신상(Innovation Awards)’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우리 생활을 바꿀 만한 혁신 기술과 기기들을 선정해 상을 준다. 이번에 수상한 삼성전자의 에코 패키지는 사용자가 직접 포장 박스를 활용해 소형 테이블, 책장, 반려동물의 집 등을 만들 수 있게 했다. TV 포장 박스 겉면에 표기된 QR코드로 만드는 방법도 안내한다. 올해 상반기 중 ‘더 세리프’에 적용할 예정. 또 삼성전자는 쓰이지 않는 중고 갤럭시 스마트폰을 업사이클링하는 프로젝트로 미국 환경보호청이 주관해 재활용 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시상식인 2019 SMM 어워즈(Sustainable Materials Management Awards)에서 신기술상(Cutting-Edge Award)을 받았다. 버려진 스마트폰의 카메라 렌즈를 활용해 시중에 유통되는 안구 검진기의 약 10% 비용으로 간이 안구 검진기를 제작해 의료 접근성이 낮은 이들도 쉽게 안구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안구 검진기가 90여 개를 삼성전자 현지 서비스센터 등을 통해 베트남에 보급해, 현지 주민 1만 4000여 명이 조기 안구 검진을 받아 실명을 예방할 수 있었다고 하니 순환 경제를 통해 사람과 환경에 기여하는 삼성의 아이디어가 빛난다.

 

리얼 굿 스윔
아메리칸이글아웃피터스의 패션 브랜드 에어리(Aerie)에서 플라스틱 병을 업사이클링한 수영복 컬렉션 ‘리얼 굿 스윔(Real Good Swim)’을 선보였다. 10가지 스타일과 35개 컬러를 사용해 디자인된 수영복들로 해양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인 플라스틱을 활용한 것이 기발하다. 플라스틱 병 120만 개 이상을 재활용해 생산한 섬유 리프리브(Repreve)를 사용했다고 한다. 올해 여름까지 전체 수영복 제품 중 35%를 리얼 굿 스윔 컬렉션으로 채우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UN기후변화협약 패션산업헌장에 서명하기도 한 아메리칸이글아웃피터스는 그 밖에도 세탁에 사용된 물 50% 재활용, 진 소재 생산에 들어가는 물 사용량 30% 감축, 하수에 위험한 화학물질 불포함,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한 면 사용 등을 2023년까지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맥주병의 과학
칼스버그는 170년이 넘도록 맥주의 역사를 새롭게 써가고 있는 브랜드다. 1883년 세계 최초로 순수 효모 배양에 성공해 맥주가 오랫동안 균일한 맛을 내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제는 포장으로 맥주의 새 시대를 열어가려 한다. 칼스버그는 라벨에 친환경 잉크를 쓰고, 캔맥주 묶음에 플라스틱 고리 대신 ‘스냅팩(Snap Pack)’이라는 친환경 접착제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스냅팩을 사용하는 것만으로 연간 6000만 개의 비닐봉지와 맞먹는 플라스틱 1200톤을 절약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또 2015년부터 종이 맥주병 연구를 지속해 마침내 개발에 성공했다. 재활용 가능한 목재 섬유 맥주병으로 종이에 맥주가 스며들지 않도록 PET 필름으로 얇은 막을 덧댄 것과 바이오 소재를 활용한 것 두 종류다. 플라스틱 필름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목표라니 칼스버그가 써나갈 맥주병의 역사가 자못 기대된다.

 

 

네슬레는 다 계획이 있구나
네슬레도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지속 가능한 포장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최대 2조3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5년까지 포장 패키지를 재활용이나 재사용이 가능한 플라스틱으로 만들겠다는 서약을 했으며 새 플라스틱 사용량을 1/3로 줄이고, 2050년에는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식물성 단백질로 만드는 대체육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식물성 제품인 `인크레더블 버거(Incredible Burger)`와 콩, 비트, 당근 등 식물성 추출물로 만든 고기 종류도 선보였다.

 

 

공항에서 만든 맥주
미국 샌디에이고 국제공항은 에어컨에서 나오는 물을 재활용해 맥주를 생산한다. 공항 내 환경 담당팀에서 2014년부터 매년 공항 탑승교 중 18개의 에어컨에서 약 37만8541L의 물을 모을 수 있었다는 것. 물 재활용에는 전문 업체 워터웍스 (Water Works)의 도움을 받았다. 또 맥주 생산에는 물 재생 프로젝트 경력이 있는 미국의 브루어리 밸러스트포인트브루잉 (Ballast Point Brewing)과 함께했다. 이렇게 탄생한 맥주는 가볍지만 고소한 향이 선명한 퀼쉬 맥주로 잘 익은 과일 향이 담겼다. 미국 내 밸러스트포인트 맥주의 탭(Tab)이 있는 매장에서 마셔볼 수 있다.

 

 

이딸라의 빈티지 서비스
핀란드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이딸라는 알바 알토, 가이 프랑크, 오이바 토이카 등 시대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들과 협업해왔다. 덕분에 한 번 사용하고 마는 제품이 아닌, 시대와 유행을 초월해 오래도록 사랑받는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어온 것이 특징. 지난해 봄부터는 핀란드 전 지역의 소비자들이 중고 이딸라 제품을 사고팔 수 있도록 빈티지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래된 이딸라, 아라비아 핀란드 그릇을 매장으로 가져오면 매입하고 빈티지를 찾는 소비자에게 되파는 시스템이다. 이딸라의 재판매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 그릇이라도 중고 제품으로 분류되어 제 주인을 찾을 수 있다. 또 이딸라는 세계 최초로 100% 재활용 유리만을 사용해 만든 ‘라미(Raami) 텀블러’를 한정 판매하기도 했다. 올가을에는 알토 꽃병, 알토 티라이트 캔들 홀더, 가스테헬미 텀블러 등의 상징적인 제품들을 폐유리로 만들어 한정판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순수 전기차, 시트로엥
에이미 프랑스의 시트로엥에서 초소형 전기차 ‘에이미(Ami)’를 공개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순수 전기차로 대기오염 문제로 차량 통행 제한이 강화된 유럽 시내에서 제약 없이 마음껏 이동할 수 있는 차다. 5.5kWh급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70km까지 주행 가능하며, 220V 가정용 소켓으로 완전 충전하는 데 3시간이 소요된다. 프랑스의 초소형차 기준에 따라 최고속도는 45km/h로 제한되고, 좁은 공간에서도 쉽게 주차가 가능하다. 모바일 앱 ‘마이 시트로엥’을 통해 주행 가능 거리, 남은 충전 시간, 가까운 충전소 등 차량 관련 필수 정보를 확인할 수도 있다. 프랑스 내 에이미 이용 금액은 카 셰어링 서비스 1분에 약 350원, 장기 렌트 시
월 2만7000원이며, 구매가는 800만원이다.

 

 

꼼꼼한 그린가드 인증을 통과했어요
하루 중 앉아 있는 시간을 생각해보면, 좋은 의자가 삶을 바꾼다는 것은 단지 광고 문구에 그치지 않는 진실에 가깝다. 시디즈는 고객의 삶을 바꿀 만한 의자를 제공한다는 이념으로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제너럴일렉트릭, IBM 등 글로벌 기업에서 채택될 만큼 뛰어난 제품력의 의자를 선보인다. 대표 제품인 테스크 체어 T50, T80 외에도 아동용 의자 링고, 유아용 의자 아띠, 인테리어 의자까지 다양한 시디즈 제품은 모든 공정을 국내 자체 공장에서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의 친환경 방식을 인증하는 ‘그린가드’를 획득하기도 했다.

 

 

사탕수수로 만든 레고
레고에서는 2015년 6월부터 무려 1억5000만 달러를 들인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목표는 2030년까지 주요 제품과 포장재를 지속 가능한 소재로 만드는 것. 그 첫 결실은 2018년 사탕수수 원료의 폴리에틸렌으로 만든 레고 브릭이다. 사탕수수로 만들어 부드럽고 유연하지만 내구성은 기존 플라스틱 제품과 거의 동일하고, 이전 브릭과도 완벽하게 호환된다. 가장 많은 식물성 플라스틱 브릭이 포함된 제품은 ‘레고 아이디어 트리 하우스’다. 사탕수수 원료의 품질과 관리는 글로벌 비영리 단체인 본수크로(Bonsucro)에서 인증받았다.

 

 

구글의 관심사는 재활용 플라스틱
구글이 2022년을 목표로 모든 메이드 바이 구글(Made by Google) 제품에 재활용 재료를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구글 제품은 픽셀폰, 홈 스피커 등 하드웨어부터 액세서리까지 다양한데, 이러한 목표에 따라 지난해 선보인 구글 네스트 제품은 버려진 플라스틱에서 원단을 추출해 쓰는 기술이 적용됐다. 재활용 플라스틱이지만 최고의 품질로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고. 그 밖에도 2017년부터 배송 서비스에 항공 운송 대신 화물선 배송을 확대해 탄소 배출량을 40%가량 줄여온 성과도 있다. 구글이 회사 운영, 제품 개발과 생산, 공급 과정 전체에서 유한한 자원 재사용을 극대화하겠다는 목표로 나섰으니, 친환경적인 제품이 대세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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