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디자이너의 호텔들

아티스트의 안목은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다. 내로라하는 패션 하우스 디자이너가 디렉팅한 호텔을 감상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라앉은 여행 감성을 충전해보자.


Bvlgari
불가리 호텔

호텔이 불가리를 입었다. 호텔 로비에서부터 여느 호텔과는 다른 불가리만의 고급스러운 섹시함을 구현한 공간. 버틀러가 호텔 구석구석을 소개해주는 것은 물론, 객실까지 함께 동행하는 보기 드문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버를 메인 컬러로 사용한 객실에서는 은세공 기술로 시작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엿볼 수 있다. 동굴에서 헤엄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수영장도 투숙객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공간. 불가리 제품으로 구성된 어메니티도 매력적이다.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술로 가득한 ‘미니바’는 런던점에서만 만날 수 있으니 참고할 것. 런던의 유명한 시가 숍도 바로 이 호텔에 있다.


Fendi
펜디 프라이빗 스위트

이탈리아 로마에 자리한 펜디 본사인 ‘팔라초 펜디’에는 특별한 호텔이 숨겨져 있다. 패션부터 라이프스타일에 이르기까지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고스란히 담기 위해 매장 겸 사무실이었던 공간을 개조한 것. 1층 ‘더 부티크’에는 세계 최대의 펜디 매장이 있고, 극소수의 VIP 고객만 투명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의 응접실 ‘팔라초 프리베’로 올라갈 수 있다. 3층이 바로 ‘펜디 프라이빗 스위트’. 건축가 마르코 콘스탄치가 디자인한 이곳은 각기 다른 인테리어의 방 7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펜디 까사 제품을 비롯해 전 세계 유명 디자이너들에게 주문 제작한 가구로 공간을 채웠다. 실제 방문했던 사람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호텔에 묵는 내내 다른 고객과 마주치지 않았다고 하니, 감각적이면서도 프라이빗한 호텔을 원한다면 이만한 곳이 없을 듯.


Versace
팔라조 베르사체 골드 코스트

“규칙과 장벽을 깨뜨리는 것이 디자이너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지아니 베르사체가 마지막까지 관리했던 팔라조 베르사체 호텔. 그의 말처럼 베르사체는 하우스 브랜드 중 가장 먼저 호텔 사업에 뛰어들어 패션을 라이프스타일로 확장했다. 골드코스트 해안을 따라 들어선 호텔에서는 지아니가 사랑했던 비잔틴·르네상스 시대의 화려함과 관능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인테리어부터 식기, 세면도구까지 베르사체의 정체성을 담았기 때문. 해안에서 서핑, 다이빙 등도 즐길 수 있고 해변을 그대로 옮긴 듯 천연 모래사장이 펼쳐친 야외 수영장에서 버틀러에게 받는 태닝 서비스도 특별함을 더한다. 특히 브랜드의 퍼스널 스타일리스트가 프라이빗한 쇼핑을 돕는 서비스는 베르사체의 세계를 제대로 경험하게 해주는 화룡점정.


Armani
아르마니 호텔

무채색의 마술사이자 절제된 우아함을 추구하는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패션 세계는 아르마니 호텔에서도 그 결을 같이한다. 마노리노 실크로 장식한 벽, 아르마니 까사의 제품들로 꾸민 인테리어는 단정하면서도 품위 있다. ‘집과 같은 편안함을 경험하게 하고 싶다’는 철학을 녹여낸 호텔 안의 고급스러운 자재들은 모두 아르마니의 손을 거쳤다. 밀라노 절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8층의 스파와 《미슐랭 가이드》에 오른 아르마니 레스토랑도 이곳을 꼭 가봐야 하는 이유.


Dior & Tiffany
더 세인트 레지스의 디올&티파니 스위트룸

티파니에서 아침을 맞거나 디올 아틀리에가 내 방이었으면 어땠을까 같은 상상을 해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디올과 티파니가 특별하게 제작한 스위트룸을 만날 수 있는 세인트 레지스 호텔 방문 계획을 세워보자. 티파니 블루 박스에 들어간 듯한 스위트룸은 티파니에서 수십 년간 디자인을 담당했던 명예 디렉터 존 로링이 디자인했다. 티파니의 반지를 모티프로 한 화장대, 다이아몬드 네크리스를 본뜬 샹들리에 등으로 공간을 구현했으며, 실제 파리의 크리스챤 디올 아틀리에의 독특한 디자인을 반영한 디올 스위트룸도 있다. 디올이 추구하는 프렌치 라이프스타일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것. 여기에 세인트 레지스 호텔이 모든 방문객에게 24시간 제공하는 버틀러 서비스까지 누릴 수 있다.


Karl Lagerfeld
호텔 드 크리용의 레 그랑 아파트

마리 앙투아네트가 결혼식 피로연을 연 곳으로 유명한 호텔 드 크리용에는 칼 라거펠트가 디자인한 객실인 ‘레 그랑 아파트’가 있다. 200년이 넘는 역사가 깃들어 있는 건물인 만큼 4년 동안 개보수를 진행했는데, 18세기와 21세기를 잇기 위해 많은 건축가와 장인, 디자이너가 참여했다고. 그중 라거펠트가 디자인한 레 그랑 아파트는 파리에서 가장 비싼 객실로 꼽힌다. 루이 15세의 광팬이자 언제나 18세기에서 영감을 찾던 그가 선택한 가구와 소품 등은 과거와 미래가 절묘하게 조합된 그의 디자인을 떠올리게 한다. 호텔 곳곳에 예술 작품과 골동품이 장식되어 뮤지엄을 방불케 하는 동시에 창밖으로 에펠탑과 그랑 팔레 등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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