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진의 오늘

현재형으로 사는 사람들에게만 느껴지는 에너지가 있다. 소유진은 작고 좋은 습관들로 일상을 차곡차곡 채우는 중이다.

칼라 니트를 변형한 오프 숄더 톱은 르네제이 RENEJ 라피스라줄리 펜던트의 탈착이 가능해 스터드 형태로도 연출할 수 있는 드롭 이어링, 파베 세팅한 다이아몬드로 꽃잎을 형상화한 링, 골드 소재와 다이아몬드가 조화를 이룬 오픈 뱅글은 모두 부쉐론 BOUCHERON

생각보다 말수가 적은 것 같다. 원래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가?
타고난 성격은 밝은 편이다. 가족이나 지인들 앞에서는 자연스러운 성격이 드러나는데, 일할 때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평소와 다른 면이 나오는 것 같다. 방송이든 화보 촬영이든 제한된 상황 안에서 정해진 시간 내에 스태프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내 활동을 하나의 완성된 작업물로 확인하는 것은 큰 즐거움이지만 동시에 그만큼 부담도 따른다. 특히 오늘은 다른 촬영에서는 거의 하지 않았던 메이크업과 헤어, 무드를 연출해야 해서 더 긴장됐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더 모니터를 꼼꼼히 확인하더라. 자기 자신을 사진으로 보면 어떤 느낌인가?
스스로도 몰랐던 나의 또 다른 모습이나 이미지를 발견한다는 점에서 화보 촬영은 늘 재미있다. 광고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마저도 비슷한 패턴으로 진행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 셋을 키우는 엄마다 보니 사람들이 내게 원하는 모습도 한정적이더라. 대부분 따뜻하고 밝은 엄마 이미지를 원한다. 그래서 사진을 찍을 때마다 활짝 웃는 표정을 짓는다. 아주 가끔 다른 표정, 다른 분위기로 촬영해도 결국 마지막에는 웃는 사진이 선택된다. 그게 가장 자연스러운 내 모습이고, 내가 가장 잘 지을 수 있는 표정이겠지. 그래서 어느새 웃는 것이 습관처럼 돼버렸다. 그런데 오늘은 사진작가님이 자꾸 ‘웃음기 없이’라고 해서 솔직히 조금 난감했다(웃음). ‘웃지 않는 표정은 어떻게 지어야 하지?’ 하고 중간에 여러 번 방황했다. 아마 티가 조금 났을 거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색다른 작업을 한 것 같아서 무척 즐거웠다!

새로운 것과 익숙한 것 중 어느 쪽을 선호하는 편인가?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건 참 재미있다. 궁금하거나 관심 가는 것이 있으면 정보를 찾아보고 적극적으로 배우기도 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는 아날로그 방식을 선호한다. 이를테면 틈날 때마다 SNS로 일상과 정보를 공유하지만, 새로운 정보나 트렌드가 궁금할 땐 책을 찾아보는 편이다. 내 일과 중 하나가 자기 전에 온라인 도서 사이트를 둘러보는 일인데, 신간 코너와 추천 도서 코너를 한 번 훑어보고 관심 가는 책이 있으면 서평을 찾아본다. 그런 다음 사고 싶은 책은 장바구니에 담아두거나 바로 주문한다. 주식 관련 책들이 줄지어 올라와 있는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보면서 ‘요즘 사람들의 관심사는 주식이구나’ 아는 식이다.

전형적인 아날로그형인데?
맞다. 뭐가 필요하거나 궁금하면 유튜브 같은 것을 활용해 능숙하게 검색하고 비교하는 남편과 달리 난 구식이다. 발품을 들여 직접 찾아가는 것을 좋아한다. 인테리어를 하면 을지로에 직접 가서 조명을 찾아보고, 양초를 만든다고 하면 방산시장 가서 직접 재료를 찾는다. 꽃이 필요하면 고속터미널이나 양재동의 꽃시장에 간다. 내가 눈으로 직접 보고 배워야 나중에라도 제대로 된 물건인지, 가격이 합리적인지 판단할 수 있다.

구독자 425만 명을 거느린 슈퍼 메가 유튜버 남편과는 확연히 다른 것 같다.
남편 채널은 보지만, 유튜브를 즐기지는 않는다(웃음). 그에 반해 남편은 전형적인 ‘요즘 사람’이다. 책상에 모니터 네 개를 펼쳐놓고 멀티플레이를 한다. 회사 관련 일도 처리하고, 콘텐츠도 기획하고, 게임까지 한다. 새로운 플랫폼이나 채널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 남편의 소원이 나와 함께 게임을 하는 것이다. 온라인 게임 같은 것을 같이 하고 싶어 하는데, 난 그런 쪽에 소질이 전혀 없고 관심도 없다. 새로운 것에 관심도 많고 배우는 것도 좋아하지만, 이상하게 신기술이나 새로 등장하는 플랫폼은 선뜻 손이 안 간다. 어렵고 불편하달까. 남들은 유튜브로 뭐든지 다 배운다고 하는데, 난 궁금하고 배우고 싶은 것이 있으면 책을 찾아보거나 가까운 학원을 찾는 타입이다.

남편과 공유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운동. 일주일에 한 번은 꼭 같이 등산을 하자고 약속했다. 그런데 워낙 바쁘다 보니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남편이 건강을 좀 더 챙겼으면 좋겠다.

최근 《엄마도 아이도 즐거운 이유식 다이어리》를 출간했다. 또 한 번 이유식이라는 주제를 선택했는데, 이유는?
4년 전에 내놓은 《엄마도 아이도 즐거운 이유식》이라는 책이 고맙게도 반응이 좋았다. 내가 만들어 먹이던 이유식 레시피와 아이를 키우면서 직접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에세이 형태로 묶은 책인데, 사실 이유식 다이어리도 부록처럼 함께 넣고 싶었다. 당시 세 살배기 첫째 용희와 연년생 둘째 서현이의 이유식을 만들면서 매일 프린터로 이유식 일지를 출력해 기록하는 일이 너무 번거로웠기 때문이다. 모바일로 기록하는 앱도 있지만 난 종이에 손으로 직접 쓰는 것이 좋았다(웃음). 그러다가 셋째 세은이를 어느 정도 키우고 나니 미뤄두었던 일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매일 옆에 두고 엄마가 직접 기록하면서 활용할 수 있는 다이어리 형태로 출간한 것이다. 남들은 요리 잘하는 남편이 이유식도 척척 만들어줬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들 먹을거리는 모두 내가 직접 챙겼다. 지금은 이유식 만드는 요령이 제법 생겼는데, 첫째 때는 무척 어렵고 당황스러웠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육아에 어려움을 느끼는 엄마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었다. 아이를 키워보니 그런 공감대가 육아에 지친 일상에 정말 큰 힘을 주더라. 마찬가지로 이유식 다이어리도 엄마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방송과 육아만으로도 하루가 빠듯할 텐데, 시간 관리에 능한 것 같다.
늦어도 밤 12시 전에 잠들려고 노력하고 새벽 6시쯤 일어난다. 아이들이 깨고 나서 잠들 때까지 내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필요한 일들은 대부분 아침에 하려고 노력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몇 가지 채소를 넣은 착즙 주스로 간단하게 속을 채우고 컨디션에 맞춰 가볍게 운동을 한다. 책을 보기도 하고, 그날 해야 하는 일들도 이 시간에 주로 처리한다. 그런데 셋째 세은이가 태어난 뒤로는 아침이 좀 더 바빠졌다. 일단 세은이는 일찍 일어나는 새벽형인 데다 아침을 두 번 먹는다(웃음). 식구들이 깨기 전에 간단히 한 번 먹고, 온 가족이 아침 먹을 때 또 먹는다. 그래서 세은이가 잠든 틈에 운동하려고 어떤 날은 새벽 5시에 일어나기도 한다. 2시간 정도 등산을 하고 8시쯤 집에 도착했을 때 아무도 안 일어나서 집 안이 조용하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하하! 그날 하루를 번 느낌이다.

다섯 식구가 식탁에 둘러앉아서 아침 식사를 하고 각자 그날 계획도 공유하고 대화를 나눈다.
매일 반복되는 그 시간이 나는 참 좋다.

풍성한 실루엣의 퍼프소매 재킷과 팬츠는 모두 잉크 EENK 심플한 바 형태의 드롭 이어링은 로제도르 ROSEE DOR 유연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포 링과 이어커프는 셀뮤트 CELLMUTE

한배에서 태어났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아이들의 모습이 제각각이다. 세 남매는 어떤 아이들인가?
첫째 용희는 따뜻하고 조심성이 많다. 속이 깊고 동생들도 잘 챙긴다. 어릴 때부터 “하지 마” 하면 절대 안 했다. 나는 모든 아이가 원래 엄마, 아빠 말을 잘 듣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세은이를 키우면서 깨달았다(웃음). 셋째는 말리려고 하면 이미 일을 벌여놓은 상태다. 예전에는 내성적인 용희가 걱정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이의 기질을 좋은 것, 나쁜 것으로 구별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용희는 용희만의 장점이 많으니까 그 자체를 받아들이게 됐다. 둘째 서현이는 요리와 미술을 아주 좋아한다. 손으로 무언가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걸 보면 나와 남편의 기질을 가장 많이 닮지 않았나 싶다.

아이들 덕분에 미술까지 시작했다고 들었다.
정확히는 아동미술을 공부했다. 용희가 커가면서 “엄마 그림 그려줘” “이거 만들자”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림은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었거든. 어느 날 문득 아이들과 제대로 놀아주지 못하는 엄마가 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들더라. 그래서 가까운 학원에 아동미술을 배우러 갔다. 내친김에 제대로 배우고 싶어 자격증반을 등록하고 아동미술교사 자격증을 땄다. 아동미술을 하다 보니 미술심리치료까지 하게 됐다. 미술심리치료 자격증 교재는 공부할 양도 많고 내용도 쉽지 않다. 집에 와서 그날 들은 수업을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복습 겸 실습을 하면서 놀아주다 보니 자격증까지 따게 된 거다. 난 작품을 만들면서 성취감을 느끼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엄청 좋아한다. 집에서 요리 클래스, 미술 클래스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올해 하반기쯤에는 아이들과 하던 미술놀이를 정리해 책을 출간할 계획이다. 엄마표 미술놀이 가이드 겸 육아 에세이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부모의 역할 중에 가장 어렵고 힘든 것이 잘 놀아주는 건데, 아이들과 놀기 위해 공부까지 하는 엄마라니 대단하다.
체력만 허락하면 아이들과 노는 건 너무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남편이나 나나 주말에는 가급적 스케줄을 안 잡고 온 식구가 함께 시간을 함께 보내려고 노력한다. 주말은 남편이 요리 담당, 내가 놀이 담당이다. 남편이 삼시세끼를 준비하고 치워주기 때문에 난 아이들과 놀기만 하면 된다. 평일에는 내가 주로 식사를 준비하고 남편은 일 끝나고 와서 아이들과 몸으로 놀아준다. 또 하나, 우리 가족만의 문화는 온 식구가 아침을 함께 먹는 것이다. 스케줄을 잡을 때도 집에서 아침은 꼭 먹을 수 있도록 시간을 조율한다. 다섯 식구가 식탁에 둘러앉아서 아침 식사를 하고 각자 그날 계획도 공유하고 대화를 나눈다. 그 시간이 참 좋다.

소매의 셔링과 리본 디테일이 특징인 롱 블랙 드레스는 민주킴 MINJUKIM 포인티드 토 스트랩 펌프스는 쇼쉬르라팡 CHAUSSURE LAPIN

작은 습관들 같지만 막상 매일 실천하려면 쉽지 않다. 그렇게 할 수 있는 비결이 뭔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평범하고 무탈한 일상에 항상 고마워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 난 욕심이 많은 편이 아니다. 적당한 것이 좋다. 배우로서 내 일도 소중하고, 세 아이를 키우는 것도 행복하다. 이렇게 촬영을 하고 인터뷰를 하다가도 틈틈이 아이들 안부를 묻는 게 자연스럽다. 기복이 심하면 아이들한테도 영향을 끼치고 무엇보다 내가 힘들다. 그래서 거창한 포부나 계획보다는 매일, 크게 고민 없이 바로바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일들을 일상의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그게 운동이나 건강 주스 마시기, 스트레칭, 독서 같은 것들이다. 웬만한 일에 흔들리지 않고 균형감을 찾을 수 있는 힘도 여기에서 오는 것 같다. 지금은 세 아이의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편안하게 잠드는 일상이 행복하다. 더 행복해야지, 더 잘해야지 하며 욕심내지 않는다.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을 잘 유지하면서 살고 싶다.

마침 내일이 생일이더라. 특별한 계획이 있나?
내일은 남편이 촬영 스케줄이 있어서 생일 이벤트 겸 조촐한 파티를 앞당겨서 했다. 남편한테 슬쩍 “생일 당일에는 뭐 없나?” 물었더니 “적당히 해”라는 답만 들었다(웃음). 그래도 맛있는 요리 하나는 해주지 않을까. 아침에 가족들에게 간단한 축하 인사만 받아도 충분히 행복할 것 같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평범하고 무탈한 일상에 항상 고마워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을 잘 유지하고 가꾸는 것도 괜찮은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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