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현희의 발길 닿는 대로

쉴 틈 없이 스케줄이 이어지는 바쁜 일상에서도 휴식은 필요한 법.
홍현희는 발길 닿는 대로 무작정 걷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영혼의 단짝 제이쓴도 함께였다.

레터링 프린트의 블랙 오버사이즈 티셔츠는 프리키쉬빌딩, 체커보드 뮬은 반스, 골드 빅 체인 네크리스와 골드 후프 이어링은 H&M, 네온 컬러 끈 팔찌는 모두 제로투파이브(025), 골드 체인 팔찌는 모두 앤아더스토리즈, 네온 오렌지 컬러의 바이커 쇼츠와 삭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서점과 카페, 어시장이 오늘의 코스예요. 어쩐지 의식의 흐름대로 짜인 코스 같아요.
하하하! 서울에는 가고 싶은 예쁜 골목이 많잖아요. 금호동의 금리단길은 오늘 처음 와봤어요. 언덕을 따라 오래된 주택 사이사이로 카페와 바, 서점 같은 작은 가게들이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 정말 매력적인 것 같아요. 지나가는 길에 진짜 오래된 동네 슈퍼도 봤는데 너무 정감이 가서 이쓴(그녀는 남편 제이쓴을 ‘이쓴’이라 부른다) 씨랑 한참 구경했어요. 저나 남편이나 둘 다 비싸고 고급스러운 상점들이 줄지어 선 도심지보다는 그보다 한두 블록 뒤에 있는 골목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개성 있는 동네 서점에 들러 책 한 권 사고 시원한 커피를 마시면서 SNS 업로드용 사진도 찍은 다음 싱싱한 회, 개운한 해물라면으로 마무리하는 코스, 손댈 데 없이 완벽한데요?(웃음)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든 곳을 꼽자면요?
당연히 해산물 식당이죠! 일단 저는 육류보다는 생선을 훨씬 더 좋아해요. 구이는 가리지 않고 먹고, 회 중에서는 멍게, 해삼, 미더덕을 최고로 쳐요. 집에서 회를 시켜 먹더라도 이 중 하나는 꼭 따로 시켜서 양껏 먹는 편이죠.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과 저마다의 독특한 바다 향이 너무 좋아요. 멍게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오묘한 붉은빛이 섹시하지 않나요? 해삼은 검정에서 그레이로 그러데이션되는 영롱함이 있고요. 그런 빛깔은 인위적으로 만들려고 해도 절대 못할 거예요. 미더덕은 말을 보탤 필요가 없어요. 씹을 때 톡 터지는 그 매력 때문에 계속 손이 가니까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해산물 요리 중 하나가 미더덕찜이에요. 어떤 사람들은 생김새가 이상하다고 싫어하기도 하던데 개인적으로 이해가 안 돼요(웃음). 저는 먹는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네요!

결혼한 지 3년 차가 됐어요. 요즘은 이렇게 평범한 데이트를 즐길 여유가 별로 없죠? 전보다 훨씬 바쁘잖아요.
남편이랑 집에서 노는 게 제일 편하고 좋아요. 굳이 어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들어요. 스케줄이 바빠진 것도 어찌 보면 결혼이 가져다준 기회죠. 제 직업이 개그우먼이다 보니 평범한 것을 꺼리고 극적인 상황극을 연출하는 습관이 있거든요. 개그 프로그램에는 최적인데 일반 예능 프로그램에선 너무 튀어요. 그런데 결혼하고 남편과 방송을 시작하고 나서는 저의 그런 면이 많이 중화되면서 찾는 곳이 늘었어요. 제가 과하다 싶으면 옆에서 저지하고 팔을 말없이 잡아주거나 촬영하고 나서도 아주 대중적인 시각에서 내 모습을 모니터링해주거든요. 이쓴 씨는 농담 삼아
“내 최고의 마케팅 아웃풋은 홍현희”라고 말해요(웃음).

남편과 함께 운영하는 유튜브 ‘홍쓴TV’의 영상에서도 느껴져요. 솔직하고 장난스러운 모습이 때론 짓궂게 보일 때도 있지만 결국 웃게 되거든요.
그 와중에도 서로에 대한 배려나 애정이 묻어나서 그런가 봐요.

유튜브는 그야말로 설정 없이 우리 부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드리는 거예요. 둘만 있는 공간에 카메라만 갖다 놓은 거니까 꾸밀래야 꾸밀 수가 없어요. 진짜 부부라서 가능한 격의 없는 농담들이 고스란히 담기죠. 그러는 와중에 제가 남편한테 갑자기 뽀뽀를 하거나, 아니면 별것 아닌 제 행동에 남편이 “고마워”라고 하는 모습들을 좋게 봐주시더라고요. 저희가 평소 나누는 대화나 생각에도 많이 공감해주시고요. 댓글 보면 저도 저지만 남편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요. 생각이 깊고 배려가 많은 사람 같다고요. 저도 인정하는 부분이고, 내심 뿌듯하기도 해요.

실제로 남편 제이슨 씨는 어떤 사람인가요?
남편을 만나고 제가 많이 성장하고 안정됐다는 느낌이 자주 들어요. 가장 큰 변화는 스스로를 돌볼 수 있게 됐다는 점이에요. 남편은 저와는 달리 자존감이 높고 자기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아는 사람이에요. 혼자 여행도 많이 다니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일단 돌진하는 스타일이라 경험이 풍부하죠. 인테리어 사업도 그렇게 시작한 거고요. 전 제가 뭘 좋아하고, 잘하고, 싫어하는지도 몰라서 체력적으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행여 부당한 일을 당하거나 과도한 요청을 받아도 거절을 못 했거든요. 그런 제게 남편은 자기 전에 꼭 “오늘 제일 행복했던 일이 뭐야?” “화난 일은 뭐야?” 하고 물어봐요. 처음에는 무슨 의미인지, 어떤 의도로 묻는지 몰랐는데, 계속 그런 대화를 하다 보니까 차츰 저를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내가 어떨 때 행복한지 또는 뭐 때문에 화가 나고 힘들었는지 알고 나니까 일을 할 때는 더 즐겁게 하고 필요하면 거절도 할 수 있게 됐어요. 사소한 삶의 태도들도 많이 바뀌었죠.

남편의 자기애적 행동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요?
예를 들어 이쓴 씨는 쇼핑을 하러 가면 예쁜 속옷을 사요. 기존의 제 상식으로는 속옷은 낡고 해지면 바꾸는 것이거든요. 그러고는 돌아올 때 꼭 제 옷도 한 벌씩 사다주죠. “어울릴 것 같아서 샀어” 이러면서(웃음). 남편은 그렇게 자기를 돌보고 가꾸는 것이 몸에 밴 사람이에요.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자신을 생각해요. 제가 요즘 그런 남편의 모습을 조금씩 닮아가는 것 같아요.

최근에 자신을 위해 가장 과감하게 시간이나 돈을 쓴 일이 있나요?
아직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는데 계획한 것은 있어요. 할머니랑 살 때부터 쓰던 그릇을 아직 쓰고 있어요. 오랫동안 손에 익은 물건이기도 하고 망가지지도 않았으니 그냥 쓰는데, 결혼하고 나서 살림에 관심을 갖다 보니 낡은 그릇들이 좀 눈에 걸리더라고요. 짝도 안 맞고요. 나중에 좋은 집으로 이사 가면 바꿔야지 했는데 어느 순간 행복을 미루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조만간 주방 물품을 한번 싹 갈아볼까 싶어요. 상상만 해도 신나요(웃음).

블루 타이다이 나염 티셔츠와 트레이닝 팬츠는 크리틱, 실버 체인 네크리스, 팔찌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3년 전 신혼 3주 차에 두 분이 함께 ≪스타일러 주부생활≫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요.
그때는 신혼의 풋풋함과 아기자기함이 느껴졌다면 지금은 관계가 훨씬 묵직해 진 느낌이에요. 물론 지금 더 행복해 보이고요.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참 좋은 사람과 결혼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이는 제가 많지만 제가 훨씬 더 의지하는 면이 있어요. 남편은 제가 고민하거나 주저하고 있으면 “뭘 걱정해. 같이 하면 되지” 하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툭 말해줘요. 제가 생활에서 어려워하던 문제들이 실제로 이쓴 씨를 만나면서 많이 해결됐어요. 특히 엄마와의 관계가 많이 좋아졌죠. 어릴 때 10년 넘게 할머니랑 살아서 거리감도 있었고, 엄마가 오래 편찮으셨기 때문에 늘 제가 집안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지금도 여느 엄마나 딸처럼 살갑지는 않아요. 그 사이에서 남편이 중간 역할을 잘해주고 있어요. 제가 엄마랑 툭탁거리면 되려 장모님 속 풀어드리는 속 깊은 사위죠. 주변 상황이 안정적이니까 일도 훨씬 즐겁고 편해졌고요. 내조 받는 기분이 이런 건가 싶어요! 하하.

남편이랑 집에서 노는 게 제일 편하고 좋아요. 굳이 어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들어요. 스케줄이 바빠진 것도 어찌 보면 결혼이 가져다준 기회죠.
결혼하고 남편과 방송을 시작하고 나서는 저의 강한 면이 많이 중화되면서 오히려 찾는 곳이 늘었어요.

SNS를 보면 양가 부모님이 함께 휴가를 즐기시던데요. 사돈이 아니라 꼭 가족처럼요.
시부모님도 남편처럼 품이 크고 넓은 분들이에요. 가족에게 애정이나 사랑도 듬뿍 표현하시고요. 남편이 딱 시부모님을 닮았어요. 저희 엄마한테도 가족처럼, 언니처럼 대해주시니까 무뚝뚝했던 엄마도 제 시댁에 갈 때는 치마를 챙겨 입으시더라고요. 가면 엄청 반겨주시고 예쁘다고 칭찬해주시거든요(웃음). 또 갈 때마다 농작물이다 뭐다 바리바리 챙겨주세요. 그랬더니 얼마 전에 저희 엄마가 저한테 얘기도 없이 외삼촌이랑 둘이서만 시댁에 가서 시아버님께 노래방 기계를 선물하고 오셨어요. 하하. 이제 어른들끼리만 뭉치기도 해요. 시댁과 정말 편하게 가족처럼 지낼 수 있냐고 묻는 분들이 가끔 계신데, 저는 정말 좋아요. 어릴 때부터 화목한 가정에 대한 갈망이 있었는데, 남편과 시부모님을 만나면서 그 꿈을 이룬 기분이에요. 저랑 친한 신애라 언니가 그러더라고요. “제이쓴이 (너에게) 제2의 육아를 해준 것 같다”고요. 생활도 마음도 중심축이 훨씬 더 든든해졌어요.

요즘 일 외에 관심 가는 일이 있다면요?
올해 10월이면 딱 결혼 3주년이에요. 얼마 전 결혼식 사진을 봤는데 지금이랑은 모습이 많이 다르더라고요. 그때도 완전히 마른 몸은 아니었지만 3년 사이 살이 너무 많이 쪘어요(웃음). 그래서 한 달에 2~3㎏씩 건강하게 살을 빼고 10월쯤 유튜브에 짠 하고 다이어트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에요. 삼시 세끼 닭가슴살만 먹는 식이요법은 저한테는 비현실적인 것 같아서 일상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실천 중이에요. 건강검진을 해보니 나트륨 섭취량이 지나치게 많다는 결과가 나와서 김치는 씻어 먹고, 원래 먹던 밥 양에서 세 숟가락 덜어 먹는 식이에요. 식전에도 양치질을 하고, 밥 먹고 난 뒤 간식 먹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바로 또 양치질을 해요. 조금만 빼서 내가 좋아하는 옷을 입을 수 있는 정도만 돼도 좋을 것 같아요.

남편을 만나고 제가 많이 성장하고 안정됐다는 느낌이 자주 들어요. 가장 큰 변화는 스스로를 돌볼 수 있게 됐다는 점이에요.
내가 어떨 때 행복한지 또는 뭐 때문에 화가 나고 힘들었는지 알고 나니까 일을 할 때는 더 즐겁게 하고 필요하면 거절도
할 수 있게 됐어요.

레오퍼드 패턴의 셔츠 원피스는 자라, 로즈 골드 언밸런스 이어링과 실버 체인 네크리스는 모두 모니카비나더, 실버 반지는 모두 H&M, 화이트 볼 캡은 제로투파이브(025), 화이트 크로스백은 매그파이.

패션에 관심이 많은가 봐요. 오늘 촬영장에도 의상과 소품을 챙겨 왔잖아요.
예쁜 옷은 죄다 사이즈가 너무 제한적이라 아쉬울 때가 많아요. 저 같은 체형은 패션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어요. 툭하면 사이즈가 안 맞고, 단점이 더 부각돼 보이거든요(웃음)! 그래서 더 튀는 컬러, 화려한 프린트, 볼륨감 있는 액세서리 같은 걸 선호하게 되고요. 그래도 최소한 입으려면 66 사이즈는 돼야 하는데 지금은 그 이상이라…. 그렇다고 제 몸이 싫지는 않지만, 옷 입을 때 아주 약간의 부끄러움과 아쉬움은 있죠(웃음). 남편이 사다 준 옷 중에 사이즈가 안 맞아서 못 입고 있는 옷들이 많은데, 올가을에는 꼭 입을 거예요. 원래 다이어트는 여름이 아니라 가을에 해야 하는 거 아시죠? 가을을 겨냥해서 살 빼고 니트를 예쁘게 입는 게 진짜 다이어트예요.

최근 새 집을 찾고 있다고 들었어요.
둘이 보낸 시간이 늘어난 만큼 살림살이도 너무 많아졌어요. 결혼할 때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신혼집 꾸미는 모습을 공개했고, 작년에는 JTBC <아내의 맛>을 통해 저희가 이사한 얘기를 공개했는데, 조만간 다시 집을 옮길 계획이에요. 지금 광장동의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여기서 멀지 않은 곳이에요. 번화가에서 몇 블록만 가면 뒤에 아차산이 있는 조용한 주택가가 나와요. 저희가 고른 집은 지은 지 55년 되었어요. 방송을 통해 여러 집을 구경하다가 구옥의 매력에 푹 빠졌거든요. 집 안에 복층 나무 계단이 있고, 마당에는 감나무가 있는 근사한 집이에요.

그곳에서 두 분은 또 멋진 추억을 쌓겠군요!
인연이 되려고 했는지 그 집에 들어서자마자 인생 2막이 열리는 기분이더라고요. 남편이 예전에 ‘오지랖 프로젝트’라고 해서 무료로 셀프 인테리어 컨설팅도 하고 집을 고쳐주는 프로젝트를 꽤 오랫동안 진행한 적이 있는데, 그걸 오프라인에서 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어요. 2층이니까 1층을 개조해서 누구나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보려고요. 스케줄 없는 날에는 2층에서 제가 직접 요리를 만들어서 서빙도 해보고 싶어요. 유튜브에서처럼 저희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드리고 소통하는 게 너무 재미있고 힘이 되더라고요. 우리가 사는 집에 누구나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있다면 재미있는 일이 훨씬 많이 생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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