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가 깃든 선물

올해 추석은 직접 찾아뵙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더불어 고마움을 전해야 하기에 마음이 분주하다.
시각과 미각을 모두 만족시키는 우리 고유의 술과 다과 리스트가 좋은 대안이 되어줄 것이다.

 

일엽편주의 청주

‘어부가’를 지은 조선의 문인, 농암 이현보 선생의 자손들이 대대로 이어온 술이다. 안동의 소규모 양조장에서 17대 종부가 만들고, 18대 종부인 권잔디 씨가 최근 새롭게 브랜딩해 판매하고 있다. 퇴계가 농암에게 써준 ‘어부가’ 목판을 주물을 떠서 활판에 인쇄한 라벨이 멋스럽다. 일엽편주는 12도 탁주, 15도 청주, 38도 소주의 3종류로 구성된다. 깨끗한 쌀을 자연 발효시켜 만든 술로 쌀의 단맛과 향긋함이 일품이다. 특히 청주는 새콤한 과일 향과 꽃 향이 조화를 이루고 부드러운 끝맛이 기분 좋은 여운을 남겨 한식과 잘 어울린다. 밍글스, 모수 같은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뿐 아니라 여러 주점에서도 일엽편주를 만날 수 있다.

문의 smartstore.naver.com/ellyeoppyunjoo

잔을 들면 방울 소리가 나는 술잔은 광주요, 3D 프린팅 기법으로 완성한 유려한 물결 디자인이 특징인 꽃병은
아르고스튜디오 by 에르데.


병과점 합의 약과

명절이면 으레 먹는 약과와 떡. 무턱대고 커다랗거나 많은 양 때문에 구매를 망설였다면 병과점 합에서 만족할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깔끔한 담음새에 딱 한 입 크기의 약과를 만나볼 수 있기 때문. 병과점 ‘지화자’에서 일하고, 프랑스 ‘에콜 르 노트르’에서 제과제빵을 배운 뒤 한식 레스토랑 ‘품’의 헤드셰프를 지낸 신용일 셰프가 우직하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한 한식 디저트를 선보인다. 궁중음식연구원 레시피를 따르되 증편은 무화과, 밤 같은 계절 재료나 올리브, 치즈 같은 속재료를 바꿔 낸다. 특히 약과는 팥소를 넣은 팥약과에서 조선간장을 담글 때 나온 간장소금을 가미한 간장약과, 유자약과에 이르기까지 담백하고 정갈한 맛이 별미다. 상대적으로 보존 기간이 길어 스토어팜에서 택배 주문이 가능해 선물로 제격이다.

문의 haap.co.kr

완두콩을 떠올리게 하는 후식 접시는 광주요.


차차의 차 구독 서비스

천천히 차를 달여 섬세하게 음미하는 과정은 일상을 돌아볼 여유를 준다. 서양식 홍차나 블렌딩 티는 카페에서도 쉽게 즐길 수 있는 반면 보이차, 우롱차 같은 동양 차는 진입장벽이 느껴졌다면 차차의 월간 차 큐레이션 서비스 ‘차차함’을 경험해볼 것을 권한다. 매달 어울리는 차 3~4종류를 소분해 보내준다. 이현재 대표는 더 많은 이들이 스스로 좋아하는 차의 맛을 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차차함을 선보이게 됐다. 차를 소개할 때는 차나무가 자라는 지역의 정보를 알려주고 차와 어울리는 문학 작품이나 영화를 소개하기도 한다. 부담 없이 다양한 차 맛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 가령 비슷하다고 생각할 법한 국내산 녹차라도 경남 사천과 하동, 전남 보성 녹차의 미세한 차이를 느껴가며 맛볼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문의 cha-cha.kr

간편하고 우아하게 차를 내려주는 이동식 작가의 1인 백자 다기 세트는 차차, 청아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양새의 미니 달항아리는 광주요. 한 잔의 찻잎을 덜기 좋은 차 스푼은 에르데.


김씨부인의 개성주악

반질반질 윤기가 흐르는 동그스름한 모양새가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주악은 막걸리를 넣은 찹쌀 반죽을 노릇하게 튀겨낸 뒤 생강을 넣은 조청에 담갔다 건지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구수한 맛과 보드라운 식감 그리고 달콤한 조청과 쌉쌀한 생강의 조화가 고급스러운 도넛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개성주악은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에서 귀한 손님을 맞을 때면 꼭 해 먹던 떡이어서 붙은 이름이라고. 품이 많이 드는 섬세한 과정 탓에 만드는 곳이 한정적이다. 서래마을에서 한식 디저트 상차림을 선보이는 카페 김씨부인에서는 매일 직접 만든 디저트를 맛볼 수 있고 인터넷으로도 주문할 수 있다. 단, 주악은 만들어서 바로 먹어야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으니 퀵서비스나 직접 매장에서 구매해 그날 먹을 것.

문의 kimssibooin.com

오묘한 색의 세라믹 촛대는 히읗의세계.


이도가의 정과

약재나 과일을 꿀이나 설탕 시럽에 재거나 조려 만드는 정과는 궁중 제례에 빠지지 않던 간식이다. 특유의 쫀득한 식감과 극진한 단맛이 차뿐만 아니라 술과 곁들이기에도 제격이다. 한식 디저트 브랜드 이도가의 정과는 설탕 없이 국산 무농약 겉보리에서 추출한 엿기름과 유기농 찹쌀을 푹 고아 만든 조청을 수차례 조리고 식히기를 반복한 뒤 2~3주간 자연 건조해 완성한다. 그 덕에 부드럽게 원재료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인삼편정과는 충남 금산에서 난 인삼을 얇게 저며 쓴맛을 줄였고, 도라지정과는 친환경 농장에서 재배하는 국내산 3년근 도라지를 한 입, 한 뿌리 사이즈로 나누어 사용한다. 식용 꽃으로 수를 놓은 인삼편정과를 하나씩 접시에 담아 내면 호사스러우면서도 극진히 대접하는 마음을 전할 수 있다.
문의 eedoga.co.kr

물결무늬를 형상화한 듯한 접시는 이도.


술담화의 전통주 구독 서비스

몇 년 사이 국내 전통주 시장은 다채로워졌고, 마트와 주점에서도 새로운 술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다양한 지역 특산주가 생겨난 데다 명인이 빚는 술 외에도 이름난 양조장이 세대교체를 하거나 소규모 양조장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금 유통되는 전통주 수는 2000종류가 넘는다는데 정작 우리가 마셔본 술은 몇 종류나 될까? 술담화의 담화박스는 이런 갈증을 해소해주는 서비스다. 월 3만9000원의 구독료를 내면 전통주 소믈리에가 고른 전통주 2~4병을 집으로 보내준다. 페어링 궁합과 레시피 등 술에 대한 상식을 적은 큐레이션 카드를 동봉해 알고 먹는 재미를 더한다. 홈술이 트렌드인 요즘 젊은 세대에게서 높은 재구독률을 보이지만, 어르신들에게 새로운 술 문화를 전하는 것으로도 의미 있겠다.

문의 sooldamhwa.com

왼쪽부터 2020 대한민국주류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목넘김이 부드러운 우렁이쌀 청주, 드라이한 약주인 녹파주, 산미가 높고 버섯 향이 은은한 능이주,사과 진액을 더해 싱그러운 맛의 가야곡 왕주. 음각 패턴과 은은한미색이 아름다운
술잔과 술병은 광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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