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라면

단종되었던 추억의 라면이 레트로 열풍과 함께 하나둘 부활하고 있다. 시대를 거슬러 다시 돌아온 그때 그 라면들을 밀레니얼 세대 딸인 에디터와 X세대인 엄마가 함께 먹어봤다.

➊ 삼양라면 골드
총내용량 및 열량 120g, 530kcal 가격 약 8백50원

엄마 삼양라면은 스테디셀러라서 ‘골드’라는 글자를 보지 못했다면 그냥 포장지만 바뀐 줄 알았을 것이다. 삼양라면 골드가 단종된 사실도 몰랐다. 봉지에 적혀 있는 ‘해물맛’이라는 표시를 보지 못했어도 끓여서 맛을 보면 단박에 해물 맛이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다. 눈에 띄는 해산물 건더기는 없지만 국물에 밴 해산물 향이 인상적이다.
번쩍번쩍한 금색과 빨간색, 파란색이 조화를 이룬 포장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1982년 출시 당시의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왔다는데, 요즘 디자인이라고 해도 어색함이 없을 듯. 라면 좀 먹어본 사람이라면 삼양 제품이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을 맛으로, 오리지널 삼양라면에 깊은 해산물의 맛이 첨가된 느낌이다. 다만 면은 요즘 삼양라면보다 조금 더 얇으니 두꺼운 식감을 좋아한다면 참고.

➋ 팔도라면 참깨
총내용량 및 열량 115g, 495kcal 가격 약 7백원

엄마 팔도에서 참깨 라면을 만든 줄 몰랐다. 1983년생이면 내 조카뻘 되는 나이인데, 이제야 처음 알았다. 곱게 간 참깨의 고소함이 코끝을 감돌고, 면발도 통통한 편이다. 국물은 매콤하기보다는 고소하고 감칠맛이 도는 담백한 맛이다. 밥을 말아먹으면 국물 맛을 더 잘 즐길 수 있을 듯싶다. 남편이 술을 마신 다음 날 해장용으로 끓여주면 한 그릇 뚝딱 비울 것 같다.
봉지에 ‘팔도라면 참깨, 1983년생’이라는 자기소개가 적혀 있다. 곧 40을 바라보는 진정한 레트로 라면. 그런데 레트로 라면임에도 고소한 향이 솔솔 풍기는 참깨 후첨분말이 혜자스럽게 들어 있다. 고소함을 더해줄 달걀 건더기도 조금 보였다. 오동통한 면은 식감이 남달랐지만, 두꺼운 면은 빨리 붇는 단점이 있는 만큼 꼬들꼬들한 면발을 좋아한다면 표기된 조리 시간보다 30초 정도 단축하는 것을 추천.

➌ 삼양 이백냥라면
총내용량 및 열량 107g, 450kcal 가격 약 4백원

엄마 예전에는 이름 그대로 가격이 200원이었다. 국민학교 다니던 동생이 가끔 용돈으로 이백냥라면을 사온 기억이 있다. 라면 하나 제대로 끓이지 못하는 어린 동생 대신 끓여서 같이 먹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동생도 5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그런데 다시 나온 이백냥라면은 그때의 맛과 사뭇 다르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특별했던 맛이 지금은 평범하게 느껴진다.
2020년 돌아온 이백냥라면의 가격은 예전처럼 200원은 아니다. 그렇지만 요즘 출시되는 다른 라면들보다는 저렴한 편. 보글보글 끓는 물에 라면수프를 넣자 주방 가득 매콤한 향이 퍼졌다. 그런데 막상 먹어보니 기대하던 얼큰한 맛과는 거리가 멀었다. 매운 음식을 먹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괜찮을 듯.

➍ 괄도 네넴띤
총내용량 및 열량 130g, 530kcal 가격 9백원

엄마 팔도 비빔면 하면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고~’ 하는 오래된 CM송이 떠오른다. 요즘에도 이 CM송이 들리면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곤 하는데, 레트로 디자인으로 바뀐 라면 봉지를 보니 옛 감성이 되살아난다. 그런데 원래 이런 맛이었나? 전보다 더 매워진 것 같다. 길게 늘어지는 특유의 면발이 소스의 매콤한 맛을 더 잘 머금는 것 같다.
‘팔도 비빔면’의 글자 모양을 본떠 ‘괄도 네넴띤’이라는 이름을 붙인 팔도의 독창적 아이디어를 아주 칭찬해주고 싶다. 1984년부터 꾸준히 사랑받아온 팔도 비빔면이 네넴띤이란 이름을 얻으면서 21세기 인싸가 된 느낌이랄까? 특유의 매콤달달한 맛은 언제나 인정. 그런데 리뉴얼 후 매워졌다더니 정말이다. ‘맵찔이’라면 먹기 전 입안을 달래줄 음료를 준비할 것!

➎ 농심 도토리쫄쫄면
총내용량 및 열량 140g, 550kcal 가격 1천5백원

엄마 20년 전 TV 광고에서도 가끔 보이던 ‘도토리 비빔면’과 이름이 비슷하다고 생각했지 ‘도토리쫄쫄면’으로 리뉴얼해 다시 나온 줄은 몰랐다. 아쉽게도 예전 도토리 비빔면 맛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재출시된 도토리 쫄쫄면의 맛은 기대 이상. 입안에 맴도는 새콤함이 그리 자극적이지 않아 좋고, 면발은 다른 라면에 비해 쫄깃하다. 너구리와 신라면 사이쯤?
우리 세대는 귀여운 것에 열광한다. ‘도토리쫄쫄면’이라는 사랑스러운 이름만으로도 일단 애정각이다. 이름이 걸맞게 안에는 깜찍한 도토리 모양 어묵이 들어 있어 인증샷 욕구를 자극한다. 도토리 함유를 증명하듯 갈색인 면발도 인상적. 요즘 라면에 비해 덜 자극적이고 새콤달콤한 소스와 탱글 쫄깃한 면발의 조화가 만족스러웠다.

➏ 농심 해피라면
총내용량 및 열량 106g, 455kcal 가격 7백원

엄마 예전 라면들은 면발이 훨씬 꼬불꼬불했다. 라면의 생김새가 익숙지 않던 시절이라 상대적으로 그렇게 느꼈을까? 지금 보니 추억의 라면인 ‘해피라면’의 면발이 예전에 비해 평범하다. 그동안 잊고 있었는데 포장지의 아기 천사 그림을 보니 예전 소고기라면이 떠올랐다. 그런데 이 추억의 라면에서 안성탕면과 신라면, 그 사이의 맛이 느껴지는 건 착각이겠지?
포장지 속 환하게 웃고 있는 아기 천사 그림에서부터 레트로 감성이 물씬 느껴졌다. 그런데 라면수프가 하나뿐이었다. 알고 보니 예전에는 분말과 건더기를 섞은 라면수프 하나만 포함되었고. 끓여보니 컵라면 같은 가는 면발에 건더기가 조금 보이긴 했다. 풍성한 건더기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부족할 것 같은 느낌.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파송송, 계란 탁!을 시전해보면 어떨까?

Editor 최지원
Photographer 정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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