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혜빈의 요즘

“진짜 행복해요.” 배우 전혜빈은 요즘 자신의 상태에 대해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딱 이렇게 말했다.

스카이블루 컬러의 립 니트는 자라 ZARA 레트로 분위기가 느껴지는 하이웨이스트 데님 팬츠는 에이치앤엠 H&M
모던한 곡선 형태의 메탈 소재 이어클립은 모어쥬드 MORE JUDE 볼드한 메탈 링은 모니카 비나더 MONICA VINADER 벨트와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사진이나 방송에서 볼 때마다 반짝반짝하는 피부 비결이 궁금했어요.
주기적인 각질 제거나 충분한 보습 같은 기본적인 관리를 집에서 꾸준히 하는 것보다 효과가 좋은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새로 작품을 시작하거나 화보 촬영 스케줄이 잡혔다고 해서 안 하던 관리를 갑자기 하지는 않아요. 그렇게 했다가 몇 번 피부가 뒤집어진 적이 있거든요. 드라마 촬영을 시작하면 한 달 전부터 식이요법이나 운동 루틴을 좀 타이트하게 해요. 디데이를 정해놓고 서서히 몸 컨디션을 만드는 정도로요. 오늘 촬영을 앞두고는 사흘 정도 식사량을 줄이고 기름기 있는 음식은 가급적 피했어요. 땀을 너무 많이 흘리는 운동도 자제하고요. 대단한 건 없어요. 건강하게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잘 자는 게 최고죠.

운동도 좋아하죠? 요즘은 주로 어떤 운동을 하나요?
습득이 빠른 편이라 어떤 운동을 해도 평균치 이상은 해요.(웃음) 그래서 이것저것 많이 배웠죠. 요즘은 필라테스와 골프, 요가를 번갈아 하고 있어요. 특히 재미를 붙인 건 요가예요. 선생님을 집으로 초빙해서 친구 두세 명과 함께 수업을 듣거든요. 비용 부담도 덜하고 꾸준히 하게 돼서 좋더라고요. 남편도 같이 하면 좋겠는데, 땀 흘리며 하는 운동을 고생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웃음) 실제로 탁구나 배트민턴을 치면 제가 좀 더 잘하고요. 참, 운전도 제가 더 잘해요! 남편은 운동신경보다는 미적 감각이 훨씬 발달한 사람이에요. 그런 면이 저랑 잘 맞죠.

슬리브리스 니트에 케이프가 더해진 독특한 디자인의 니트 톱은 포츠 1961 PORTS 1961 로즈 골드 위에 다이아몬드를 파베 세팅한 후프 이어링은 티파니앤코 TIFFANY&CO.

미적 감각도 다양한 방면에서 발휘할 수 있잖아요. 어떤 부분에서 취향을 공유하나요?
남편과의 첫 만남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4시간 넘게 수다를 떨었는데, 그때 공통 관심사가 부동산이었어요. 하하. 어떤 스타일의 집이 좋다, 어느 동네 뷰가 좋다더라 같은 얘기요. 스쿠터 타고 여기저기 동네 맛집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는 것이 데이트 코스였을 정도로 집이나 인테리어에 둘 다 관심이 많아요. 아버지가 건축 일을 하셔서인지 어릴 때부터 집에 관심이 있었어요. 어딜 가도 집의 생김새부터 눈에 들어와요. 저 집은 지붕이 독특하다, 저 집은 창이 예쁜데? 같은 식으로요. 오늘도 촬영 틈틈이 스튜디오 밖으로 보이는 동네 사진을 몇 장 찍었어요. 남산 주변 동네들은 어디에서든 숲이 보이고 시내가 내려다보여서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남편은 운동은 잘 못하지만 미적 기준은 꽤 명확하고 까다로운 편이라 같이 예쁘고 멋있는 가구 구경 다니는 것도 참 재미있어요.

부부의 가구 취향은 어떤가요?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컬러 매치예요. 저는 색을 과감하게 쓰는 걸 좋아해요. 색이 들어가면 쉽게 질리거나 몇 년 뒤에 촌스러워질까 봐 걱정하시는데, 오히려 공간에 포인트가 돼서 오래 봐도 예쁘더라고요. 대신 색을 아주 잘 골라야 하죠.(웃음) 같은 노란색이라도 밝은 노랑부터 갈색에 가까운 진노랑까지 채도에 따라 미세하게 다른 분위기를 풍기거든요. 다양한 비교군을 두고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색을 선택하는 것이 관건이에요.

그렇게 고른 가구 중 가장 아끼는 것은 무엇인가요?
인테리어를 할 때 거실에 가장 신경을 썼어요. 저희 집 소파가 겨자색인데, 흔한 색상이 아니다 보니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소파 얘기를 해요. 하지만 제가 가장 아끼는 건 소파 뒤에 있는 모듈 시스템 선반이에요. 시스템 180이라고, 컬러풀한 모듈 가구로 인기가 높은 USM에서 나온 시스템 모듈이에요. 흔히 알고 있는 USM보다 한 단계 상위 버전의 라인이라고 보면 돼요. USM은 컬러가 정말 예쁘잖아요. 시스템 180은 USM보다는 조금 더 묵직하고 고급스러운 톤으로, 모듈도 굉장히 견고해요. 볼 때마다 잘 샀다 싶어요. 또 하나 아끼는 가구는 임성빈 디자이너가 대표로 있는 빌라레코드의 다이닝 테이블이에요. 열 사람도 거뜬히 둘러앉을 만큼 큰 사이즈로 주문 제작했는데, 남편이랑 단둘이 마주 앉아도 좋고 좋아하는 친구들이 여럿 모여도 넉넉해서 좋아요.

깊게 파인 브이넥과 부츠컷 팬츠가 조화를 이룬 벨티드 장식의 점프슈트는 자라 ZARA 크리스털을 심플하게 장식한 후프 이어링은 빈티지 헐리우드 VINTAGE HOLLYWOOD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얼마 전 <신상출시 편스토랑>(이하 <편스토랑>)에서 공개한 남다른 요리 솜씨도 화제가 됐어요.
맥주에 후추를 뿌리거나 생크림을 얹는다든지, 다진 고기를 활용해 소스를 만드는 방식은 정말 독특해요. 요리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서 얻나요?

요리를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실험 정신은 강한 편이에요. 이런저런 방식을 섞거나 시도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에요. 요리법은 주로 유튜브로 배워요.(웃음) 여러 채널에서 본 것들을 제 마음대로 섞거나 과감하게 시도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만의 레시피가 쌓이더라고요.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기뻤어요.

최근에 만든 요리 중 가장 만족도 높은 것은 무엇이었나요?
제가 국물을 잘 만들어요. 우려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몇 시간이고 며칠이고 끓이거든요.(웃음) 요즘 부엌에서 가장 자주 하는 일이 국물 우리는 거예요. 장 봐서 소분하고 남은 자투리 재료를 모아서 주야장천 끓여요. 그렇게 만든 국물만 있으면 웬만한 요리는 다 맛있게 되더라고요. 하하.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지금의 이미지가 마음에 안 들면 나의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걸 이제는 알게 됐죠.

뷔스티에 톱은 자라 ZARA 와이드 레더 팬츠는 코스 COS 커브형 크리스털 이어링과 레이어드한 실버와 골드 링은 모두 빈티지 헐리우드 VINTAGE HOLLYWOOD

스스로 ‘’이사돈’ 이미지 벗는 데 10년 걸렸는데 다시 ‘주술사’ 이미지가 생겼다’며 약간 탄식하듯 말하기도 했죠.
친한 동생들한테 농담처럼 한 말이에요. 그 말 자체에 숨은 감정이나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요. 사실 게스트 개념으로 한 번 출연한 <편스토랑>이 생각보다 크게 화제가 됐어요. 고정 패널인 줄 아시는 분도 있더라고요. 제가 애초에 <천생연분>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유명세를 탔거든요. 거기서 얻은 ‘이사돈’이라는 별명이 제 이름을 알리는 데는 큰 도움이 됐지만 연기를 할 때는 족쇄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어요. 배우로서 연기로 내 존재를 증명하고 싶은데 자꾸 ‘이사돈’만 언급되니 속상하기도 했고요. 그러다 몇 년 전 <정글의 법칙>에 출연한 뒤로는 ‘여전사’가 됐어요! 하하. 그런데 지금은 또 신혼 재미에 푹 빠진 ‘살림꾼’이 돼 있더라고요. 예전에는 그런 일에 스트레스도 받았어요. 그래서 일부러 예능 출연도 자제하고 사생활이 드러나는 SNS도 가급적 안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제가 억지로 감추고 이미지를 탈피하려고 할 때는 계속 ‘이사돈’으로 불렸는데, 오히려 다른 모습을 보여주니 그게 저의 새로운 이미지가 되더라고요. 지금의 이미지가 마음에 안 들면 나의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걸 이제는 알게 됐죠.

데뷔 18년 차의 여유가 느껴지네요.
2002년에 데뷔했으니까 진짜 18년째네요! 하하. 그사이 힘든 시기도 당연히 있었고 방송에서 말했다시피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서 위험한 행동들을 한 적도 있어요. 의도와 상관없이 오해를 받거나 필요 이상으로 책임지고 감당하는 일들이 많이 버거웠죠. 차근차근 적응하고 스며들기보다는 극약처방 같은 결정적 계기가 필요했는데, 그게 결혼이었던 것 같아요. 남편을 만나고 불안했던 마음이나 가슴에서 요동치는 것들이 한순간에 싹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서로 ‘영혼의 단짝’이라 자부할 만큼 첫 만남에서부터 확신이 들었고, 지금까지는 그 선택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어요. 요즘은 진짜 ‘행복’이 뭔지 체감하고 있어요.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 점점 더 궁금해지네요.
센스 있고 현명한 사람이에요. 취향도 취향이지만, 사소한 일상에서도 배려와 센스 넘치는 말로 감동을 줘요. 카투사 출신인데, 영어를 잘 못하니까 덩치 큰 미군들이 초반에 좀 괴롭혔대요. 그러던 중에 고대하던 휴가를 받았는데, 자기를 괴롭히던 미군들을 데리고 서울 투어를 시켜주면서 친구로 만들었다고 해요. 그 얘기를 들으면서
‘이 사람은 힘든 순간이 와도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기를 괴롭히고 조롱하는 사람을 친구로 만들 정도니 강단과 센스가 보통이 넘는다는 거잖아요. 그 동료들과 아직까지도 편하게 연락하는 사이고요. 신기하게 저희 둘이 겪어온 상황이나 노력, 아픔들이 비슷해요. 그러면서 얘기하죠. ‘우린 하나야!’(웃음)

20대 때는 서른 살 되기 전에 배우로 성공하지 못하면 인생이 끝나는 줄 알았어요.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는 ‘마흔 살 되기 전에 결혼하지 못하면 내 인생은 끝이야’ 했고요.
그냥 주어진 행복을 충분히 마음껏 만끽하고 싶어요.(웃음)

오버사이즈 실루엣의 크림 컬러 벨티드 코트는 코스 COS 청키한 체인 장식이 가미된 화이트 롱부츠는 포츠 1961 PORTS 1961 로즈 골드 위에 다이아몬드를 파베 세팅한 후프 이어링과 알파벳 T 모티프의 로즈 골드 링은 티파니앤코 TIFFANY&CO.

구체적으로 어떤 순간에 행복을 느끼나요?
거의 모든 순간이요.(웃음) 남편이랑 대화하고 산책하고 밥을 차려 먹는 일상 자체가 행복이에요. 고작 결혼 생활 1년 만에 너무 자신만만하다고 하실 분들도 있겠죠? 그래도 어쩌겠어요. 좋은걸! 지금도 남편이랑 가끔 우리의 20년, 30년 뒤를 얘기해요. 백발이 돼서도 지금처럼 손 꼭 잡고 서로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주자고 다짐해요. 일은 저 혼자 노력해서 결과를 기다리면 되지만 결혼은 혼자서 노력하고 잘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잖아요. 변수가 너무 많은 일이지만, 30대의 가장 큰 숙제라고 생각했던 일을 해결하고 약간의 해방감도 느낀 것 같아요. 전보다 훨씬 자유로운 느낌이고, 제가 그리던 안락한 울타리 안에서 뭐든 할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들어요.

주변에 알고 지낸 지 오래된 친구나 동료가 많은 것 같아요. 관계에서 많은 에너지를 얻나요?
특히 사람한테 정이 많은 타입이에요. 적당히 친분을 쌓고 필요할 때는 거리를 두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저 같은 사람은 한번 친해지면 그 관계를 돈독하게 오랫동안 유지하는 편이죠. (기)은세나 (장)희진이는 동갑내기고 데뷔부터 활동 시기까지 비슷해서 오랫동안 의지해온 친구들이에요. 일이며 개인적인 부분까지 소소하게 다 나누는 친구들이죠. 셋 다 좋은 남편 만나서 결혼하는 게 목표였는데, 이제 희진이만 남았어요. 하하.

결과적으로 30대의 목표는 완벽하게 이룬 셈이네요. 혹시 마흔이 되기 전 더 이루고 싶은 것이 있나요?
20대 때는 서른 살 되기 전에 배우로 성공하지 못하면 인생이 끝나는 줄 알았어요.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는 ‘마흔 살 되기 전에 결혼하지 못하면 내 인생은 끝이야’ 했고요. 그런데 막상 그때가 되고 보니 제가 두려워한 만큼 큰일이 벌어지지도 않았고, 영영 못 만날 것 같았던 배우자를 어느 날 갑자기 운명처럼 만나더라고요. 조바심을 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인지 뭘 더 이루고 싶다, 이런 생각이 지금은 딱히 없어요. 아이를 낳으면 전혀 다른 차원의 세상이 열린다고 하는데, 그때까지는 그냥 주어진 행복을 충분히 마음껏 만끽하고 싶어요.(웃음)

 

 

Editor 김은향(인터뷰), 김하얀(화보)
Photographer 신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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