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레더와 페이크 퍼 나는 좀 반댈세

지구와 환경을 위한 선택이라고 흔쾌히 구매 버튼을 클릭하기 전, 손을 떼고 잠시 고민해야 할 것들.

리얼 퍼가 런던 패션위크 런웨이에 오를 수 없게 된 지 오래다. 심지어 패스트 패션의 선두 주자인 H&M이나 자라의 메인 카테고리에 ‘지속 가능성’이 자리하고 있는 것도 이제는 당연해 보인다. 국제 동물권 단체인 페타(PETA)의 끊임없는 시위, 다큐멘터리를 비롯해 의류 노동자들의 실태와 환경오염 등을 지적해온 수많은 이들의 노력 끝에 얻어진 값진 성과로 패션 시장에 윤리적 관점이 도입된 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올해 비건 레더가 주목받고 있는 것처럼 해마다 런웨이는 친환경적인 시도의 각축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페이크 퍼와 비건 레더라는 달콤한 이름 뒤에 숨겨진 속내를 들여다본다면 환경 친화적이라는 말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동물을 괴롭히지는 않지만, 썩지 않는 아크릴이나 폴리에스테르, 폴리우레탄 등 또 다른 화학물질 쓰레기를 양산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퍼프리를 외치는 브랜드가 많아졌다는 사실에 마냥 기뻐하는데 그치고,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비건 레더를 쉽게 구매하기엔 먼 훗날 인류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는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내가 만약 진정으로 에콜로지 패션을 추구한다면 패션 제품을 만드는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라고 퍼프리를 선언한 디자이너 드리스 반 노튼이 말했다.

정말 패션과 지속 가능성이 공존하기는 어려운 것일까? 다만 긍정적인 것은 진짜 친환경적인 소재를 만들기 위한 시도가 점점 더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스텔라 매카트니는 지속적으로 버섯 가죽을 활용한 제품을 선보이고 옥수수 섬유로 페이크 퍼를 만든다. 더 나아가 비건 마이크로 실크를 생산하는 업체와 협력하는 등 패션과 공존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멀버리는 식육 산업의 부산물로 버려진 가죽을 사용해 포토벨로 토트백을 출시했고, 와인을 만들고 남은 포도 찌꺼기에서 추출한 섬유로 만든 가죽 ‘비제아’로 컬렉션을 선보인 H&M도 있다. 그 외에도 선인장, 파인애플 등 생분해가 되는 베지터블 레더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고 있는 중.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은 무엇일까? 의류를 구입하기 전 꼭 필요한 소비인지,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디자인인지, 더 나아가 식물성 또는 재활용 소재를 사용했는지 확인하는 것. 또 수익의 일정 금액을 환경 단체에 기부하는 브랜드라면 장바구니에 넣어도 좋다. 물론 트렌디한 패션 카테고리에서 환경을 이야기하는 건 참으로 난센스다. 그렇다고 새 옷을 만나는 기쁨이 없는 세상 또한 상상할 수 없지 않은가.

Editor 이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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