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가 있는 크리스마스 테이블

화려하게 차려입은 거창한 파티보다 소소한 모임이 자연스러울 연말을 앞두고 있다. 공간 디자이너 홍미애와 티 소믈리에 김은주가 함께 만든 크리스마스 테이블은 따뜻한 티를 함께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레고 정성스럽다.


Christmas is Coming
숲이 아름다운 대구 진밭골 깊숙이 자리한 가담은 압도적 스케일의 티 갤러리 카페다. 12월을 앞둔 어느 오후, 홍차 향기가 가득한 크리스마스 테이블이 차려졌다. 테이블 주변을 둘러싼 그리너리한 대형 리스들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층 돋운다. 이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무드는 티 전문가와 공간 디자이너의 콜라보로 이루어졌다. 차와 관련해 수많은 컬렉션을 보유한 가담의 김은주 대표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마리아쥬 드 미에’의 홍미애 대표는 공간 컨설팅을 인연으로 만난 사이다. 집 고치는 이와 차 내리는 이가 만나 티를 메인으로 한 크리스마스 테이블을 완성한 것. “처음 이 공간을 접했을 때 차를 다루는 공간이 지닌 클래식함에 끌렸어요. 이곳을 둘러싼 자연환경과 김은주 대표의 차에 대한 해박한 지식, 콘텐츠에 매료되어 이와 어울리는 크리스마스 세팅을 제안하게 된 거죠.” 홍 대표는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공간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차를 다루는 공간에도 수없이 가보았지만 처음 가담에서 받았던 기분 좋은 충격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저는 차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하지만 좋은 공간과 좋은 물건을 보는 안목은 있죠. 보세요. ‘박물관이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만큼 압도적 스케일의 소장품이 하나하나 남다른 오라를 지니고 있잖아요?”

공간 디자인을 하다 보면 좋은 나무를 구하러 해외에도 나가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나라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둘러볼 수 있어요.
깊이 파고들수록 재미있는 부분이 많아요. 작은 소품 하나에도 그 시대의 트렌드가 반영돼 있으니까요.

Time for Tea
크리스마스 티 테이블은 햇살이 잘 드는 테라스에 세팅되었다. 실버와 그린을 메인 컬러로 김 대표가 좋아하는 티웨어들이 하나둘 놓여진다. 테라스 벽에는 홍미애 대표가 가담만을 위해 만든 리스가 걸려 있다. 이날은 물처럼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차 위주로 준비되었다. 디저트 역시 티와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마카롱. 가담의 베스트셀러이기도 한 브릴레 마카롱은 차 맛을 한층 끌어올리기 좋은 푸드다. 크리스마스 테이블을 위해 김 대표가 추천하는 차는 따뜻한 밀크티. 흔히 보는 밀크티가 아니라 미국 허니앤손스의 핫 시나몬 선셋에 아쌈CTC 한 스푼을 넣어 만든 밀크티를 추천한다. 아쌈CTC는 아쌈 찻잎을 곱게 분쇄한 뒤 동그랗게 말아 밀크티 전용으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든 제품으로 현재 유럽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 소량으로도 진한 밀크티 맛을 낼 수 있어 가성비가 좋은 이 아이템은 많은 손님을 초대해야 하는 자리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시나몬을 추천한 이유는 기침만 해도 눈총을 받기 쉬운 요즘 시기에 감기 예방에 좋고 성질이 따뜻해 겨울과 잘 어울리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또한 밀크티는 산딸기 파네토네 케이크와도 잘 어울린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이탈리아 빵인 파네토네와 산딸기의 상큼함이 더해져 크리스마스에 잘 어울리는 디저트 테이블이 완성된다.

Christmas Décor Ideas
홍미애 대표는 가담의 차분한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그만의 스타일을 녹이려고 노력했다. 많은 것으로 치장하지 않고 심플하면서도 시크한 무드를 위해 손으로 하나하나 잎을 꽂고 형태를 만들어갔다. 중심을 잡아주는 키 큰 트리는 수년 전 파리에서 구해온 네덜란드, 독일, 벨기에의 오너먼트로 장식했다. 흔히 볼 수 없는 오묘한 색 배합이 조화롭다. “공간 디자인을 하다 보면 좋은 나무를 구하러 해외에도 나가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나라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둘러볼 수 있어요. 깊이 파고들수록 재미있는 부분이 많아요. 작은 소품 하나에도 그 시대의 트렌드가 반영돼 있으니까요. 바로 그 점이 라이프스타일의 힘인 것 같아요.” 범물동 진밭길은 울창한 숲의 기운을 받아 최근 대구의 핫한 길이 되었다. 큰 창을 가득 채우는 나무의 기운과 겨울 무드까지 더해진 지금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다. “가담의 진가는 11월부터 1월까지 가장 잘 느낄 수 있어요. 주인이 이 공간에 얼마나 애착을 가지고 있는지 크리스마스트리 하나만 봐도 알 수 있거든요. 한 해의 끝과 시작을 반짝반짝 빛나는 공간에서 맞고 싶다면 이곳만 한 장소가 없죠.”

My Tea Collection
김은주 대표는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미국, 스리랑카, 인도, 중국, 네팔, 대만, 일본 등 차가 나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자녀들에게 차와 차 예절을 잘 아는 엄마가 되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어느덧 20년이 훌쩍 흘렀다. 대학원에서 생활예절다도 석사과정을 마치고, 영국에서 영국왕립협회가 인증한 유일한 기관에서 차 소믈리에 자격증도 받았다. 차를 재배하는 곳은 어디든 가서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차가 만들어지는지를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마셔보며 차와 깊은 사랑에 빠졌다. 티웨어 컬렉션 또한 오랜 시간 애정을 담아 모은 것들이다. 특히 1880년대 이후로는 만들지 않은 우드 캐디 박스는 그가 가장 아끼는 아이템 중 하나. “1880년대에는 차가 금, 은과 맞먹는 가격이어서 열쇠로 잠그고 귀하게 보관했어요. 하지만 그 후 차가 대중화되면서 굳이 그렇게 보관할 필요가 없어졌죠. 어느 순간 우드 캐디 박스도 자연스레 자취를 감췄고요. 쉽게 열리는 은제 티 캐디는 티가 대중화된 뒤에 나왔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역시 티의 역사를 알고 들으니 컬렉션 하나하나가 달리 보인다. 처음에 티 갤러리를 염두에 뒀던 만큼 서양과 동양을 넘나드는 그의 티웨어 컬렉션은 화려하면서도 소담스럽다.


가담 김은주 대표의 Favorite List

➊ 티 캐디 티는 1880년까지 보관 박스를 열쇠로 잠그고 다녀야 할 만큼 귀했다. 특히 나무로 된 티 캐디는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 희귀 아이템. 양쪽에 찻잎을 보관하고 가운데에는 티 슈거 등을 넣어두었다.
➋ 실버 티포트 세트 2018년 독일 비스바덴 여행 중 우연히 보석상에서 구입했다. 생산 시기를 추정하기는 어렵지만 광택과 사이즈 모두 마음에 쏙 드는 아이템이다.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더하고 싶을 때 내놓기 좋다.
➌ 드레스덴 백조잔 1880년대 초기 작품으로 독일 뷔르츠부르크성에 전시돼 있다. 독일의 앤티크 셀러를 통해 구입했다. 흔히 볼 수 없는 백조 형태의 잔이라 특히 아끼는 아이템이다.

Editor 류창희
Photographer 박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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