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공간 경험

영속성을 지닌 건 물건이 아니라 ‘이름’이다. 한 방향으로 오랫동안 축적해온 시간과 감각의 경험은 일상의 물건을 전과 다르게 마주할 수 있도록 해준다. 소비를 소유로 치환시키는 브랜드의 색다른 공간, 그리고 그곳의 사람들.


빛과 시간으로 빚어낸, 루이스폴센 모노스토어
디자인 기능주의를 강조하는 “Form Follows Function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은 루이스 폴센 조명의 핵심을 지적한다. 3개의 셰이드로 온화한 빛의 반사를 이끌어내는 PH5부터 호사스러운 외관의 PH 아티초크, 착시와 비율의 완벽한 조화를 꿰한 OE 콰시까지, 루이스 폴센이 만들어 낸 빛에는 모두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루이스 폴센 코리아 박성제 지사장은 루이스 폴센 모노스토어를 통해 126년에 달하는 브랜드 역사를 한 눈에 펼쳐 놓았다.

한남동도 있고, 청담동도 있는데 왜 성수동에 문을 열었나요?
실제 구매층의 접근성이 좋으면서 동시에 젊은 층의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을 찾았어요. 루이스 폴센의 가치를 이미 충분히 공감하고 향유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빛과 조명에 대해 아직 잘 모르는 이들에게도 그 가치를 알리고 싶었거든요. 그들이 다 모일 수 있는 동네가 성수동이더라고요. 그렇다고 마냥 편하고 친숙한 공간으로만 머물 수는 없어서 철문을 달았죠. 육중하고 보수적인 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열정을 떠올리면서요. 입구에는 루이스 폴센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명 중 하나인 PH 아티초크를 달았어요.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빛으로 당신을 맞이하겠다는 의미예요. 100년이 넘은 코펜하겐의 루이스 폴센 외관과 입구도 이와 거의 흡사한 구조로 되어 있어요.

조명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불빛 하나 없는 간판, 70년대 봉제 창고의 외관을 거의 그대로 유지한 것도 다 이유가 있겠죠?
우리는 빛을 다루고 시간을 즐겨요. 간판과 아웃도어 조명의 녹슨 자국은 자연적 산화의 결과물로 시간의 축적을 보여주죠. 봉제 공장의 서까래 지붕과 수십 년 된 지하 물탱크를 공간의 구조물로 그대로 살린 것도 마찬가지예요. 루이스 폴센이 추구하는 빛과 디자인은 궁극적으로 타임리스를 지향해요. 세월의 흔적조차 빛의 가치에 포함된다고 생각하니까요.

사람들은 루이스 폴센에 대해 말할 때 주로 아름다운 디자인을 손꼽는데, 계속 ‘빛’에 대해 말하시네요.
덴마크는 일 년의 절반 이상이 밤이라 빛을 다루는 데 미쳐 있는 나라예요.(웃음) 루이스 폴센의 창립자인 포울 헤닝센이 ‘how to get the light(빛을 얻는 방법)’이라는 생각에 몰두해서 탄생시킨 디자인이 PH5고요. 벌브를 세 개의 셰이드가 감싸 광원이 자연스럽게 반사되면서 결과적으로 눈에 피로를 주지 않고 휴식을 돕는 빛을 얻었어요. 빛을 디자인한 거죠. 디자인마다 빛이 번지는 광량과 범위가 달라요.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그 감도를 절대 알 수 없어요. 이 공간도 언뜻 보면 쇼룸 같지만, 본사에서 2년 전부터 현장 실사를 나와 시간대별 일조량을 일일이 체크하고 조명의 배치와 위치를 결정한 거예요.

판텔라는 둥근 갓에 부드러운 곡선의 아름다움이 극대화된 디자인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공간에서 빛이 담당하는 역할은 뭔가요?
섬세하게 조율된 빛은 편안한 휴식을 선사해요. 덴마크 사람들이 말하는 ‘휘게’는 단순히 쉬고 노는 것이 아니라 마치 저녁 준비를 하듯 최대한 편안한 무드를 조성하는 거예요. 포울 헤닝슨은 하나의 공간에 적어도 5개의 조명이 있어야 안정감을 얻는다고 말했어요. 조명을 배치할 때 ‘어디다 포인트를 줄까’가 아니라 ‘죽어 있는 공간이 어디인가’를 고민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데드 스페이스에 빛을 비추면 시야각이 확장되면서 결과적으로 공간이 더 넓어 보이거든요. 또 하나는 아름다운 디자인을 통한 심미성이죠. 조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오브제 역할을 하기도 하니까요. 꼭 루이스 폴센을 고집할 필요는 없어요. 여러 조명을 직접 경험해보고, 나한테 맞는 빛을 찾으면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루이스 폴센은 좋은 빛과 디자인을 판단하는 수준 높은 기준인 셈이에요. 루이스 폴센이 너무 많아서 싫다고 하는 분들도 결국 다시 찾아와요. 이 조도와 디자인을 대체할 만한 조명을 찾기가 어려우니까요.

이 공간을 즐기는 팁을 주신다면요.
제품은 돈을 내고 쉽게 살 수 있지만 축적된 시간과 노하우는 살 수 없어요. 연도별로 전시된 조명들은 ‘좋은 빛을 찾아가는 루이스 폴센’의 여정과도 같아요. 조도라는 기능주의에 입각한 초창기 디자인부터 조명이 오브제의 역할을 담당하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직선과 곡선의 변화, 다양한 소재와 재료로 비율과 심미성의 조화를 이룬 작품들까지 한눈에 볼 수 있거든요. 포울 헤닝센과 아르네 야콥센, 베르너 팬톤, 올라퍼 엘리아슨 등 세계적인 건축가와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감상하는 것도 흥미롭죠. 내년부터는 이런 설명을 일목요연하게 들을 수 있는 도슨트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에요. 이를 통해 조명의 진짜 가치를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요.

 


긴 시간 머무는 소파에 대한 고찰, 자코모 복합문화공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자 가구를 탐미하는 기준은 전보다 훨씬 까다로워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랜 시간 감각하는 가구인 소파는 좀 더 다층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자코모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유미영 실장이 주목한 건 다름 아닌 소파의 소재다. 제품의 완성도를 결정짓고, 공간의 무드를 책임지며, 사람의 피부에 직접적으로 닿기 때문이다. 우리가 소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최상의 만족과 즐거움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 곳을 방문해 볼 것.

가구, 특히 소파의 변화에 주목한 이유는 뭔가요?
최근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주거 형태의 다각화예요. 아파트 대신 주택이나 주상복합, 상가 건물까지 주거 공간의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죠. 자연히 공간에 어울리는 가구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밖에 없는데, 가장 바꾸고 싶어 하는 가구는 대부분 소파예요. 일단 부피가 크고 집의 중앙인 거실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거든요. 그 자체로 공간의 이미지나 톤을 결정지어 버려요. 사이즈도 너무 획일화돼 있죠. 아파트 30~40평형 거실 한쪽 면의 폭이 3400㎝ 안팎이라 자연스럽게 소파 길이는 최대 2800㎝로 정해져요. 좀 크다 싶으면 ㄱ자로 꺾는 형태고요. 예전에는 전형적인 구조가 안정감을 준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지루하고 딱딱하고 개성 없어 보이죠. 공간의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가구, 특히 소파의 변화를 고민해봐야 해요.

그렇다면 좋은 소파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본질은 무엇일까요?
저는 소재라고 생각해요. 넓은 면적을 감싸는 소재는 제품의 완성도나 사용감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니까요. 가구는 크게 보면 오브제와 비슷해요. 공간을 채우는, 부피가 큰 오브제죠. 그래서 유명한 디자인 가구들이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각광받고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저는 디자인만큼 소재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브랜드가 가죽을 다루는 솜씨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에요. 오랫동안 가죽 소파를 만들어온 자코모는 ‘가죽’의 속성을 잘 알고 있어요. 이번에 새로 연 자코모 복합문화공간은 자코모가 ‘가죽 소재’를 어디까지 섬세하게 다룰 수 있는지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보면 돼요.

자코모 복합문화공간에는 자코모의 최고급 가죽으로 만든 다양한 소파 컬렉션과 굿즈 등이 전시돼 있다.

가죽 소파’ 하면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자코모’부터 떠올립니다. 비결이 뭘까요?
1986년 재경가구에서 시작한 ‘자코모’는 올해로 브랜드 론칭 15년이 됐어요. 품질 좋은 가죽 소재, 엄격한 친환경 기준, 어떤 공간에 들여도 무난하게 어울리는 대중적인 디자인 등을 내세워 짧은 기간이지만 빠르게 인지도를 높였죠. 자코모 소파에 사용된 가죽은 전부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최고급 소재예요. 건강하게 자라고 제대로 관리되어 품질이 좋은 원피를 가져와 샤넬이나 구찌 같은 명품 브랜드에서 사용되는 특수 가공법을 적용해 부드럽고 튼튼한 가죽을 만들죠. 또한 명품 가구에서 사용하는 EO 합판, 고밀도 컴포트 폼, 내구성 좋은 이탈리아 밴드와 탄력이 좋은 S자 스프링, 항균 파이버 등으로 유해 물질을 최소화했어요. 집 안의 가구 중 인체에 가장 많이, 오랫동안 닿는 물건이니 소재에 신경 쓸 수밖에 없거든요. 한국인 체형을 고려한 좌방석과 등받이의 각도, 소파 높이, 목받침 위치로 편안함을 더했고요. 그야말로 의자의 본질적인 기능에 충실한 소파라고 할 수 있어요.

이 복합문화공간은 자코모의 다른 쇼룸과 어떤 차별성이 있나요?
소파가 빽빽하게 전시된 기존 쇼룸의 형태에서는 자코모가 추구하는 본질적인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비자들이 가급적 많은 모델을 직접 볼 수 있도록 꾸며 놓은 공간이기 때문에 ‘소파’라는 가구를 공간 안에서 충분히 경험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너무 많은 제품이 오히려 결정에 방해가 될 때도 있고요. 이 공간에서만큼은 쇼핑이 아닌 좋은 물건에 대한 경험, 공간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길 바랐죠.

공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소파 선택의 새로운 제안은 무엇인가요?
소파는 한 번 사면 10년 이상 사용하는 가구예요. 그래서 시간의 흐름이 소재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도 중요해요. 좋은 가죽 소파를 사는 이유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기는 자연스러운 흠조차 가구를 멋스럽게 하기 때문이에요. 좋은 가죽은 오래 써도 질리지 않고, 후즐근해지지 않거든요. 또 하나는 모듈을 적극 활용하는 거예요., 구성과 이동이 자유로우니 반은 거실에, 반은 서재에 두는 방식도 가능하죠. 두고두고 봐도 질리지 않을 소재, 자유롭게 변화할 수 있는 디자인이면 실패할 확률이 적을 거예요.

Editor 김은향
Photographer 정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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