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박세라의 당찬 시골살이

잘나가는 슈퍼모델, 텃밭을 일구는 농부, 그리고 초보 유튜버.
무엇으로 불리든 박세라는 꾸밈없이 아름다운 삶을 찾는 여정을 걷고 있다.
어느 한쪽에 방점을 찍지 않고 철저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직진하는
세라의 당찬 시골살이.

큼직한 도트 패턴의 니트 후디는 트렁크 프로젝트 TRUNK PROJECT
가죽과 플리츠 장식의 시폰 드레스는 분더캄머 WNDERKAMMER
빈티지한 워커 부츠는 팀버랜드 TIMBERLAND

모델의 귀촌 선언, 신선해요.
서울 생활을 완전히 접고 무안으로 내려왔다기보다 서울에서도 지내고 시골에서도 살아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두 집 살림을 시작했어요. 모델 일이 들어오면 서울에 가고, 일을 마치면 무안으로 내려와 텃밭을 가꾸는 식이에요.

N잡러가 된 셈이네요?
그렇죠. 전 단순한 삶을 살고 싶었어요. 모델 일도 우연한 기회에 하게 되었거든요. 그런데 한 번 시작하면 또 끝장을 보는 성격이라 오랫동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물론 패션계를 굉장히 사랑하지만, 한편으로는 일하면서 의도치 않게 상처도 받고 좋지 않은 감정이 하나둘 생겨나서 힘들었던 것 같아요. 몸과 마음이 지치거나 쉬고 싶을 때 시골집을 찾게 되고, 자주 내려오다 보니 서울 생활에 올인할 필요는 없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흔한 도시인의 고달픈 삶이네요.
온전히 편안한 안정감을 느끼지 못했어요. 누구보다 열심히, 계획적으로 사는 만큼 정신적으로 힘들었어요. 사람들과 만나는 순간 자체는 좋은데 어딘가 공허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죠. 일이 없을 땐 여기저기 방황하기도 했고요. 모델 일이 지속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만큼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할까, 난 뭘 할 줄 알지? 좋아하는 건 뭐지? 같은 생각을 자주 했어요.

무안에 내려오면서 고민은 해결되었나요?
이곳에서는 자연스럽게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불필요한 생각을 하는 시간은 오히려 줄어들더라고요. 서울에서는 잠들기 전까지 걱정을 멈출 수 없는데, 무안에 내려오면 거짓말처럼 걱정이 사라져요. 지금은 모델 일도 재미있게 할 수 있고, 텃밭 가꾸는 일도 잘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겼어요. 비로소 좋은 에너지를 가까운 사람들과 나눌 수 있게 되었죠. 부질없는 감정 소모 따위 없는.

일은 늘었지만 여유가 생긴 셈이네요.
맞아요. 예전에는 스스로를 힘들게 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해야만 버틸 수 있다고 믿었죠. 그런데 굳이 그렇게까지 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골에 내려와서 그럴 수도 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때가 되어서 내려온 것도 같고요.

세라네 텃밭에 직접 와보니 농가를 연출해놓은 세트장 같아요.
여기서부터 저 멀리 보이는 산까지가 세라네 텃밭이고, 제가 어릴 때 이 집에서 가족이 모두 함께 살았어요. 얼마 전 방 하나를 개조해서 작업실까지 만들었답니다. 그럴듯하지 않나요? 아쉽게도 텃밭은 겨울이라 붉은 황토밭만 보이지만 따뜻해지면 초록 양파 싹이 올라와 장관을 이루죠. 사실 촬영 중간에 모니터를 보고 놀랐어요. 매일 보는 농기계가 처음으로 따뜻하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사업가로서 시작한 첫 번째 일이 자색양파즙 사업이에요.
부모님이 양파 농사를 지으셔서 오래전부터 자색양파즙 사업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지금은 ‘부모님이 키운 양파를 값어치 있게 만들어야지’라고 제대로 마음먹은 셈이죠. 작업실에 혼자 앉아 양파즙을 하나하나 포장하는 일도 즐거워요. 며칠 뒤에 부산에 내려가 양파즙을 직접 배송하며 고객들과 소통하는 소소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코로나19로 원래 계획보다 많이 간소화하게 되어서 아쉬워요.

자색양파즙 자랑 좀 해볼까요?
전 사람들에게 자색양파즙을 혈관 청소기라고 소개해요. 혈류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드는 성분이 많이 들어 있거든요. 저도 몇 년째 꾸준히 마시고 있는데 부종이 눈에 띄게 없어졌어요.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요?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사실 전 도전정신이 제로인 사람이에요. 그래서 무언가 시작하기까지 굉장히 오래 걸려요. 꽤 오랫동안 막연하게 생각한 텃밭 일도 시작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정말 많았어요.

힘든 일은 어떻게 이겨내나요?
나 자신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결국엔 내가 나를 이겨내야 하니까. 가끔 SNS에 짧은 글을 써서 올리는데, 모두 나 자신에게 하는 얘기예요. 책을 읽다 보면 기분에 따라, 상황에 따라 꽂히는 문장이 있잖아요. 나와 기분이 비슷한 사람들이 제가 쓴 글을 보고 공감했다면 더할 나위 없고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루틴이 있다면요?
아침에 눈을 뜨면 의식처럼 청소를 해요. 침대를 정리하면서 ‘오늘 하루를 잘 보내고 신성한 이 공간으로 돌아와야지’라는 생각을 하죠. 그리고 에너지가 많이 필요 없는 날은 되도록 적게 먹으려고 해요. 몸이 가벼워야 좋은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거든요.

궁극적으로 어떤 사람이고 싶나요?
모델이라는 직업 자체가 스태프들의 케어를 많이 받고 스포트라이트를 자주 받잖아요. 어느 순간 사람들과 대화할 때 의도치 않게 상대방의 말을 꼬아서 듣기도 하고, 날이 서 있다는 걸 느꼈어요. 얼굴도 안 좋아지고 심적으로도 힘들었죠. 그때 어떻게 살아야 할지 조금 명료해진 것 같아요. 괜한 일로 스트레스 받지 말고 아름답게 늙어가자. 예쁜 삶을 살면서 나이 들고 싶어요.

특별한 새해 계획이 있나요?
세라네 텃밭의 라인업을 점차 늘려갈 계획이에요. 지금 판매하고 있는 자색양파즙 외에 비트, 자색고구마, 무화과 등 보라색 채소와 과일 중심의 퍼플 라인 론칭을 준비하고 있어요. 또 앞으로 뿌리내릴 동네에 아틀리에를 만들고 싶어요. 사람들이 잠시 쉬어 갈 수도 있고, 건강한 음식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제 마음이 담긴 공간이었으면 해요. 사실 가장 이루고 싶은 계획은… 결혼하고 싶어요. 하하.

 

Editor 한지혜
Photographer 김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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