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즐거움 @home

투고와 딜리버리 서비스, 레스토랑의 밀키트와 델리 숍 그리고 호텔 F&B까지.
집에서 먹고 마실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등장한 1년여의 시간은 ‘집밥’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외식이 어려워지니, 더 이상 센세이션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던 미식 시장에서 꽤나 획기적인, 한편으로는 자연스러운 변화가 일어났다. 잃어버린 일상의 대안으로 시작된 미식 시장의 집밥화는 의외로 최선의 선택이 되었고, 또 다른 시작으로 많은 이들의 식탁 위를 풍성하게 채우고 있다.

서촌의 이탤리언 레스토랑 ‘갈리나데이지’는 기존 레스토랑 운영은 유지하며 언택트 미식의 활성화를 위해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로 주문 가능한 키친 브랜드 ‘셰프데이지’를 론칭했다. 레스토랑 운영자에게도, 오랜 시간 집에 머물며 지친 소비자들에게도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는 현명한 방법일 터. 누구나 간편하게 셰프의 맛을 낼 수 있는 밀키트 제품, 다양한 요리에 활용 가능한 스톡과 소스,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식재료 등을 선보인다.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고객들과 마주하며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없어서 아쉬워요. 반면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며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 더 끈끈해지는 경험을 얻었죠. 레스토랑에 어려운 발걸음을 해주시거나 온라인으로라도 갈리나데이지를 찾아주시는 분들의 격려와 응원 덕분에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힘을 낼 수 있었어요.” 갈리나데이지의 박누리 셰프의 말이다.
베스트셀러인 플레인, 트러플, 바질뇨키를 비롯해 어란파스타, 가지라자냐 등의 밀키트 10종, 수프를 포함한 간편식 7종, 스톡 3종, 다양한 드레싱과 소스까지 셰프의 노하우로 채워지는 식탁은 코로나 시대의 지난함도 잠시 잊게 만든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처음 2단계로 강화된 2020년 3월 말에 시작한 셰프데이지의 밀키트는 여러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조리해 다음 날 배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고, 그 시스템은 맛의 유지와 효율로 이어졌다.

이전에 운영해오던 큰 틀은 유지한 채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데에는 호텔 F&B 부문을 빼놓을 수 없다. 차별화된 경험과 최고의 만족을 선사하고자 하는 호텔 본래의 방향성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전반적인 서비스뿐만 아니라 F&B 부문 역시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해나가고 있기 때문. 그중에서도 각 업장의 전문성을 다지면서 팬데믹 이후의 뉴 노멀을 준비하는 워커힐 호텔의 변화는 다소 획기적이라는 반응을 얻는다.
“워커힐 고유의 색채를 유지한 채 ‘고메 데스티네이션’ 호텔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F&B 업장의 대대적인 리뉴얼을 진행했습니다.” 르 파사쥬의 변예주 지배인 말에 따르면 2020년 12월에 문을 연 워커힐 호텔의 프리미엄 고메 스토어 ‘르 파사쥬’는 비대면 소비 트렌드에 발맞춘 공간이다. 델리&고메 섹션, 오픈 키친, 와인 스토어의 세 파트로 구성돼 워커힐 호텔의 인기 PB 상품과 HMR 제품은 물론, 베이커리, 샤르퀴트리 등의 프리미엄 고메 제품을 판매한다. 오픈 키친에서
‘피자힐’의 인기 메뉴 포장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호텔업계 최대 규모의 와인 스토어에서는 1700종에 달하는 와인 셀렉션을 만나볼 수 있다. 이처럼 호텔은 더 이상 투숙과 식사만을 위한 곳이 아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위부터) ‘홈그라운드’의 곶감말이 선물 세트와 만찬 패키지, 각종 델리 그리고 채소 그라탕. ‘유어네이키드치즈’의 샤르퀴트리 플레이트와 라지 플레이트, 와인. 워커힐 호텔 ‘르 파사쥬’에서 판매하는 ‘피자힐’ 피자와 딸기케이크, 와인 그리고 ‘명월관’의 갈비탕 HMR(가정 간편식).

그렇다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하기 전부터 딜리버리 서비스를 제공하던 브랜드는 어떨까? 치즈 큐레이팅 브랜드 ‘유어네이키드치즈’는 2019년 중순 치즈 플레이트 딜리버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유어네이키드치즈의 이효원 대표는 말한다. “많은 일이 그렇듯 코로나19를 예측하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어요.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할 때 치즈 플레이트를 포장, 배달한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죠. 성수동 쇼룸과 강남 딜리버리 매장으로 확장한 현재는 브랜드가 포장 및 배달, 다이닝, 온라인 주문으로 세분화된 덕에 다행히 코로나 사태를 무사히 넘기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공유 주방에서 딜리버리 전용으로 운영하는 강남점은 코로나19가 심화될수록 주문이 더 많아지는, 일반적인 식당과는 대조되는 양상을 보인다. 라지·레귤러·샤르퀴트리 플레이트와 마스카포네곶감말이, 잠봉뵈르크레페롤, 대추야자와 블루치즈, 베이컨샬롯크림치즈 등 7가지 딜리버리 메뉴가 있으며, 2021년에는 성수동 쇼룸의 다이닝에서만 이용할 수 있었던 메뉴들도 추가될 예정이다.

옥수동의 델리 숍 ‘홈그라운드’는 코로나19 전후로 좀 더 확실한 변화를 추구하게 됐다. 이전까지는 주로 행사를 위한 상차림, 외부의 푸드 스타일링 등을 맡는 푸드 디자인 스튜디오였지만, 코로나19로 업무의 큰 부분을 차지했던 각종 행사가 전면 중단되면서부터 홈그라운드 스튜디오&델리 숍을 주력으로 운영 시간을 정해 규칙적인 매장 운영을 시작했다.
단품의 간단한 식사를 하거나 요리에 활용할 소스를 구매해갈 수 있는 델리 숍을 운영하는 데에는 예측할 수 없는 외부 상황에서도 어느 정도의 맛을 유지해야 했던 코로나19 이전의 경험이 녹아들었다. 현재는 홈그라운드의 시그너처인 곶감말이를 포함해 나물페스토, 다양한 버전의 식물성 마요네즈, 각종 절임 음식, 채소 그라탕, 수프와 동물성·식물성 패티 같은 간편식까지 다양한 것들을 다루며 모든 메뉴에 비건 옵션을 제공한다.


“좋은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정성과 시간이 필요해요. 제철 식재료로 일상식을 제공하는 델리 숍을 이용하면 음식을 만드는 수고로움과 시간을 덜 수 있고, 사계절 다양한 채소를 섭취할 수 있죠.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좋은 기운을 손님들이 집에서 고스란히 느끼고 있다는 피드백이 코로나 시대에 맛본 새로운 기쁨이에요. 특히 친구들과 다닐 만한 식당의 음식을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신선하게 먹을 수 있다는 피드백을 들으면 이제 우리 음식이 시간과 장소, 세대를 가리지 않게 되었다는 생각에 뿌듯해져요.” 홈그라운드의 안아라 셰프가 말했다.

 

Editor 손지수
Photographer 정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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