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오늘은 어디가?아이와 함께 가는 근교 나들이

여유 있게 천천히 아이와의 시간을 쌓아가기 좋은 스테이 공간 두 곳.

stay 01 오월학교

춘천의 ‘오월학교’는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됐다. 원목 가구 브랜드 ‘비플러스엠’을 이끄는 최상희 공동대표는 우연히 오월리 산골짜기에 자리한 작은 분교의 사진을 보곤 오래도록 그려온 꿈을 실현하기로 결심했다. 가족과 함께 아무 연고도 없는 춘천으로 내려와 목공 학교, 스테이, 카페, 식당이 결합된 복합문화공간을 꾸려보겠다고. “서울에 화려한 복합문화공간은 많지만 온기 없는 공간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넓고 화려해도 감흥이 없는 공간보다 작지만 정성을 다해 채워진 가게에서 더 큰 감동을 받곤 하잖아요. 제가 꾸린 이 공간의 모든 곳에 온기를 담고 싶었죠.”
그간 숙박업소, 카페, 식당 등과 협업해 원목 가구를 제작해온 노하우를 반영해 공간의 디테일까지 채울 수 있는 가구들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제작했다. 기존 건물의 형태를 보존하되 원목마루를 뜯어내 벽에 장식하는 등 오래된 것들을 재해석해 살려냈다.
그 결과, 흔히 폐교를 개조한 공간 하면 떠오르는 인더스트리얼한 디자인이 아니라 간결하지만 따뜻하고 정겨운 인상의 공간이 탄생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듯 지난 11월, 가오픈과 동시에 발길이 끊이지 않는 춘천의 명소가 됐다. 최상희 대표는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카페 중심의 핫 플레이스가 되기보다는 부모와 아이가 편안하게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곳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부모와 아이가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고민했어요. 지금 제가 가장 공감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고,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아들 율이를 키우다 보니 어린 시절 아버지와 놀던 기억은 오래도록 남는다는 걸 체감하게 됐고, 추억을 만드는 법을 목공에서 발견했다. 우드 스틱 같은 나무 장난감이나 오월학교 앞 빙어낚시터에서 탈 수 있는 얼음썰매를 만드는 등 자연 속에서 아이와 함께 뛰어놀며 시간을 보내는 법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있다.

“처음 클래스에 참여하는 부모 중에는 멀뚱멀뚱 어색해하거나 아이를 맡겨두고 모든 걸 알아서 해주길 바라는 분도 있지만 저는 개입을 자제하는 편이에요. 만드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생겨도 부모와 아이가 대화하며 함께 완성해가는 과정이 중요하니까요.” 공동 육아를 중요시하는 최 대표와 아내는 아빠와 아이가 시간을 보내는 동안 엄마는 카페나 식당 등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했다. 또 운동장은 뛰놀기 좋도록 잔디를 깔아두었고, 카페와 식당에는 어린이 메뉴를 살뜰히 마련해놓은 점이 돋보인다. 복층 공간의 방에서 천장으로 별을 올려다보거나 야외 데크에서 ‘불멍’하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기 좋다. 쉬고, 배우고, 먹고. 번잡한 일상과는 거리가 먼 오월학교에서는 온전히 가족에게 집중하며 추억을 쌓을 수 있다.

주소 강원 춘천시 서면 납실길 160
문의 인스타그램(@owol_school), 스테이폴리오(www.stayfolio.com)

 


 

부모로서 중심을 잡고 쳇바퀴 같은 흐름을 벗어나 아이들에게 ‘다르게 사는’ 가치를 알려주고 싶었죠. ‘책과 노니는 집’에서
모두가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으면 해요.

건물을 반으로 나누어 서점과 스테이 공간으로 운영한다.

stay 02 아르카북스

한적한 시골 들판 사이 길다란 박공지붕을 이고 있는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곳은 지난봄에 문을 연 북스테이 겸 서점 ‘아르카 북스’다. 성경 속 노아의 방주 ‘아르카(Arka)’에서 이름을 따온 공간은 방주처럼 전면을 감싼 목재가 따뜻한 인상을 풍긴다.
신도시에서 오랫동안 교직 생활을 해온 부부는 지난봄 도시 생활을 접고 초등생 삼 남매와 함께 남편 방정민 대표의 고향 평택에 그리던 공간을 완성했다. 책을 매개로 여유를 누릴 수 있는 독채 스테이와 서점으로 나뉜 공간은 6m의 높은 천장고, 평택호가 보이는 풍경이 담긴 통창과 지붕 사이사이 천창으로 쏟아지는 햇볕까지 도심 속 일상과 다른 여유를 누릴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아이들이 한창 자라나는 시기에 이사를 결심하기가 쉽진 않았어요. 그래도 부모로서 중심을 잡고 쳇바퀴 같은 흐름을 벗어나 아이들에게 ‘다르게 사는’ 가치를 알려주고 싶었죠.”
부부는 평소 삶의 모토로 삼은 헬렌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처럼 자급자족하는 소박한 삶을 꿈꿨다. 그래서 더 큰 공간을 욕심내기보다 일이 일상을 짓누르지 않을 만큼의 규모로 독채와 단층 서점을 꾸렸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의도치 않게 서점은 운영에 제한이 있지만, 한 가족만 머물 수 있는 숙박을 선호하는 현상으로 숙소 예약은 끊이지 않는다고. 숙박을 하면 저녁 시간에는 그림책으로 가득한 넓은 서점동을 프라이빗하게 누릴 수 있다. 입시 전선에서 국어 교육을 담당해온 방 대표는 우연치 않게 참석한 그림책 모임에서 인생을 돌아볼 단초를 얻었다.
“교과서 위주의 문학 작품을 보다가 어른에게도 치유의 힘을 주는 그림책을 접하며 신선한 자극을 받았어요. 아이들에게 숨 가쁜 경쟁을 부추기는 부모들 중 어린 시절 받은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해 아이에게 스스로의 불안을 전가하는 부모가 많다는 걸 깨달았죠.”

뜻이 맞는 부모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은 뒤 토론하고 그림자 공연을 열기도 하며 잊고 지내던 동심과 가치를 모색하다 이를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코로나19가 종결되면 아이들과 부모들이 모여 책을 매개로 활발하게 대화할 수 있기를 꿈꾼다. 아르카북스의 서재에는 정체성을 탐구할 수 있는 주제의 그림책과 소설이 주를 이룬다. 깊이 있게 자아를 돌아보거나 결핍되고 소외받는 이들을 포용하는 주제의 책이 많다. 흥미로운 부분은 책의 표지가 보이게 꾸며놓은 서가. 아이들이 책 표지를 보며 흥미와 상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한 배려다. 쫓기듯 반복되는 일상에 쉼을 더하고 싶을 때, 이곳에서 차분히 아이 눈을 맞추며 책 이야기를 나누는 휴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주소 경기 평택시 현덕면 덕목5길 122-11
문의 인스타그램(@arca_books), 네이버예약(https://m.booking.naver.com/booking/3/bizes/370005)

 

Editor 안서경
Photographer 정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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