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독서

큐레이션 책방 4곳에서 다소 불안한 새해를 맞은 우리의 마음을 달래줄 책들을 추천받았다.


균형 잡힌 공존을 위하여
curated by 최인아책방

개인의 행위가 타인의 일상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지 우리는 코로나19를 통해 처절하게 목도하고 있다. 각자의 행복과 독립성, 자율성이라는 허울 좋은 가치를 넘어 도덕적 기쁨, 상호 의존성과 관계성을 인정해야 할 때다. ≪인간의 품격≫ 저자 데이비드 브룩스가 쓴 ≪두 번째 산≫은 고통의 시대에 ‘함께 살기’의 가치를 일깨우는 책이다. 지금까지 성공과 주류에 대한 욕구로 첫 번째 산을 올랐다면 이제는 이타적 헌신과 정신적 기쁨으로 시선을 돌리고, 자기 중심적인 동기 부여에서 벗어나 타인과 공존하는 성장으로 삶의 방향을 바꿔 두 번째 산에 올라야 한다는 것. 평범한 일상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면서 힘든 이들에게는 류시화 시인의 ≪마음챙김의 시≫를 추천한다. 고립된 생활로 인한 무기력과 우울감을 잠시나마 씻어낼 수 있다. 27년간 아내와 며느리, 엄마로 살아온 저자 이영미가 지난 인생을 반추하며 쓴 ≪마녀엄마≫는 올 한 해 그 누구보다 힘들었던 엄마들에게 보내는 열렬한 응원과 공감의 메시지로 가득 찬 책이다. 어디로든 당장 떠나고 싶은 이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언택트 시대 여행 처방전≫과 ‘혼자 있음’ 또한 가치 있는 시간임을 알려주는 ≪잠시 혼자 있겠습니다≫도 현재의 삶을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잘 고른 언어가 주는 기쁨
curated by 소전서림

우리는 당분간 어쩔 수 없이 ‘혼자 있기’에 익숙해져야 한다. 이 고독의 시절에 시만큼 절묘하게 어울리는 장르가 또 있을까. 시인 이현호의 ≪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는 예민하고 섬세한 시어들을 음미할 수 있는 아름다운 글줄로 꽉 차 있다. “오늘은 슬픔과 놀아주어야겠다”는 시인의 말처럼 눈앞에 닥친 우울과 답답함을 조금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한국전쟁 이후 급격히 변한 세상 앞에 선 시인 ‘기행’의 삶을 그린 김연수 작가의 ≪일곱 해의 마지막≫은 우리말의 아름다움의 전형을 보여준 시인 백석을 모티프로 한, 그의 마지막 7년의 이야기다. 원하는 대로 시를 쓸 수 없는 상황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시인의 모습에서 언뜻 우리의 모습도 엿보인다. 무거운 마음을 잠시나마 경쾌하게 만들어줄 책을 찾는다면 정세랑 작가의 ≪보건교사 안은영≫을 추천한다. 한장 한장 줄어드는 책장조차 아쉬운 마음이 들 정도로, 주인공 안은영의 시종일관 발랄하고 유쾌한 이야기가 끝없이 펼쳐진다. 샤넬의 일대기를 다룬 론다 개어릭의 ≪코코 샤넬≫, 가드닝 분야의 독보적인 고전 카렐 차페크의 ≪정원가의 열두 달≫을 읽으며 미래적 삶과 공존에 대해 고민해봐도 좋겠다.


집을 여행해 보겠습니까?
curated by 아크앤북 성수

어디로도 떠날 수 없는 지금이 아니면 도달할 수 없는 여행지도 있다. 안바다 작가의 에세이 ≪나와 당신의 작은 공항≫은 단 한 번도 제대로 떠나본 적 없는 그 곳, 바로 ‘집’으로의 여행을 제안한다. 저자는 현관을 시작으로 거실, 침실, 주방, 화장실, 발코니까지 집 안 곳곳을 처음인 듯 방문하며 그동안 놓치고 있던 소중한 삶의 풍경을 포착한다. 동시에 문학, 미술, 음악 등 다양한 예술 작품을 떠올리며 여행의 층위를 다채롭게 넓힌다. 비록 물리적으로 제한된 공간이지만 우리의 마음은 벽과 문틈 너머로 마구 뻗어나간다. 박지용, 임화경, 이도형 등 다섯 작가가 말하는 ‘방’에 대한 짧은 이야기가 담긴 ≪당신의 방이 속삭일 때≫는 작고 얇지만 던지는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책을 읽고 나면 고독과 안락이 번갈아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나만의 공간을 한번쯤 되돌아보게 된다. 평범하고 그리운 일상을 시인의 언어로 그린 ≪반짝이는 밤의 낱말들≫과 위안을 주는 따뜻한 문장으로 엮은 ≪문장 수집가: No.1 Love Myself≫도 가볍게 읽기 좋다.


이타적인 삶의 시작
curated by 초소책방

자연의 소중함을 깨달으면서 가드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식물 애호가 임이랑이 쓴 에세이 ≪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세상에서 가장 이타적 존재인 식물에 대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얘기들을 전해준다. 초보 가드너 시절부터 성실히 써온 성장기로, 식물을 가꾸면서 삶을 더 풍부하고 너그러이 보게 된 순간들을 기록했다. 사방이 막힌 회사 책상이 또는 집 안의 비좁은 거실이 삭막하게만 느껴질 때, 마음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져 괴로울 때, 사랑스럽고 무해하고 이타적 존재인 식물은 좋은 동행이 되어준다고 작가는 말한다. 식물 키우기가 삶을 이어나가는 또 하나의 움직임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난 뒤에는 자연스레 주변의 숲에 눈길을 돌려 보자. 30년 동안 아픈 나무들을 돌봐온 나무 의사 우종영이 쓴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는 숲에서 배운 인생의 해답 47가지를 담담하게 써 내려간 책이다. 움직일 수 없는 탓에 환경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으면서, 생존하기 위해 아주 작은 변화에도 재빠르게 대응하는 나무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답을 품고 있다. 가장 단순하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내 몸과 환경을 돌보는 것도 코로나19를 극복하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비건 셰프이자 채식 요리 연구가 이도경이 쓴 ≪채식의 즐거움≫과 면역학이라는 난해한 과학을 유려하고 냉철하게 서술한 율라 비스의 ≪면역에 관하여≫에서 힌트를 얻어볼 것.

Editor 김은향
Photographer 정태호, 정석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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