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etter Day

시간을 따라 그저 흘러가듯 살아가는 건 그녀가 원하는 삶이 아니다. 매 순간 현재를 자각하고 삶에 충실하며 조금 더 나은 하루를 실천하는 김효진이 한결같이 반짝거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제가 실천하는 일들이 대단한 것은 아니에요. 식재료를 조금 신경 써서 고르고, 소소하게 리필 숍을 다니는 정도죠.
‘나 하나쯤이야’보다는 ‘나부터라도’ 주의예요. 순전히 개인적인 만족감이지만, 이런 것들이 연결돼서 삶을 더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여유로운 실루엣의 하이웨스트 와이드 팬츠와 브이넥의 실키한 슬리브리스 톱은 모두 MAX MARA 어깨에 두른 화이트 니트 톱은 MEKAIV

오늘이 마침 생일이네요. 생일엔 주로 뭘 하나요?
특별할 건 없어요.(웃음) 스케줄이 없을 때는 가족과 함께 보내고, 오늘처럼 스케줄이 있을 땐 스태프들이 케이크를 준비해 줘서 깜짝 파티를 하는 정도죠. 특별하고 성대한 이벤트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스태프들이라 남다른 감동이 있어요. 우리가 벌써 생일을 스무 번째 함께하고 있어! 뭐 이런 거요.

그러고 보니 데뷔한 지 20년이 지났죠. 실감 나나요?
사실 공백기가 있었던 터라, 20년이라는 숫자 자체가 크게 와 닿지는 않아요. 그러다 가끔 함께 일했던 분들 만나서 예전 얘기하면 그제서야 ‘나 진짜 일한 지 오래됐구나’ 싶어요. 우리끼리는 서로 ‘옛날 사람’이라 그러는데, 가끔 옛날 사람들이랑 옛날 얘기 하는 것도 재미있어요.(웃음) 새록새록하고.

종영한 드라마 <사생활>은 8년 만의 복귀작이죠? 맞아요.
2013년 영화 <결혼전야>를 끝으로 첫째 수인이를 임신하면서 작품 활동을 멈췄으니 햇수로 딱 8년 만이죠. 그 사이 제안도 여러 번 받았는데 못 했어요. 좋은 작품들인데도 선뜻 마음이 안 가고, 번번이 ‘엄마’의 마음이 앞서더라고요. 그렇게 몇 년을 보내고 나니 좀 두려웠어요. 내가 다시 복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요. 그러던 중에 <사생활> 대본을 받은 거예요. 캐릭터가 너무 마음에 들었죠. 하필 이름도 딱 복기(김효진은 드라마 <사생활>에서 ‘정복기’ 역할을 맡았다)였어요. ‘복기로 복귀해야 겠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달까. 하하. 그만큼 작품과 캐릭터가 정말 좋았어요. 이번에도 안 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서 놓치고 싶지 않더라고요.

스퀘어넥 톱은 RICK OWENS by ADEKUVER 여유로운 실루엣의 하이웨스트 와이드 팬츠는 MAX MARA

실제 촬영 현장도 기대만큼 충분히 만족스러웠나요?
물론요! 뭐 하나 콕 집어서 좋았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모두 좋았어요. 함께 일하는 스태프, 배우들 다 즐거운 분위기에서 촬영했죠. 개인적으로는 작년에 코로나19 때문에 정말 힘들었거든요.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면서 학교를 가지 않는 수인이와 두 돌이 채 안 된 둘째까지 하루 종일 옆에서 봐줘야 했으니까요. 가능할까 싶었는데 어떻게든 스케줄은 맞춰지더라고요. 처음 촬영장에 가던 날도 기억나요. 마치 동굴 속에 살다가 처음 바깥세상에 발 디디는 기분이었달까.(웃음) 그만큼 두려움과 걱정이 컸다는 의미겠죠. 그런데 막상 촬영장에 가니 굉장히 즐겁고 행복했어요. 회차가 지나면서 서서히 용기와 확신도 생겼고요. 배우로서 참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을 것 같아요.

‘정복기’는 여러 스토리가 담긴 다층적 캐릭터라 연기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8년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렇게 봐주셨다면 감사할 따름이에요. 아나운서에서 사기꾼까지 스토리가 극적으로 변하는 캐릭터이다 보니 고민을 많이 했어요. 대사 표현이나 동작, 전체적인 분위기까지 디테일하게 상의하고 연구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갔죠. 작품이 끝나도 헤어 나오기 힘들겠다 싶을 정도로요. 덕분에 배우로서 큰 자신감을 얻었어요.

드로 스트링 디테일의 어깨 라인과 허리 라인, 아웃 포켓 등이 포인트인 오프숄더 점프슈트는 MAX MARA 구조적인 원형 모티프가 가미된 스웨이드 소재의 포인티드 토 펌프스는 GIANVITO ROSSI

연기만큼 놀랐던 건 한결같은 외모예요. 비결이 뭔가요?
설마요. 그렇지 않아요.(웃음) 따로 하는 홈 케어도 없어요. 9살, 22개월 아들 둘 키우는 엄마의 삶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랍니다. 하하. 우아하고 싶어도 그럴 여유가 안 돼요. 그나마 지키는 저만의 룰이 있다면 저녁을 적게 먹는 것 정도예요. 6시 전에 샐러드 같은 가벼운 메뉴를 먹거나 아예 안 먹는 경우도 있고요, 가급적 공복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 포인트죠. 둘째 낳고 필라테스를 하고 있는데 근력 생성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탄츠플레이는 좀 더 오래 했어요. 배우가 아무래도 몸을 쓰는 직업이다 보니 춤을 기반으로 한 운동이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코로나19 때문에 예전만큼 못 하고 있어요.

꽤 오래전부터 채식을 하지 않았나요? 어떻게 시작하게 됐죠? 어릴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어요.
자연스럽게 건강하게 반려견을 키우는 문화에도 관심을 갖게 됐죠. 그러다 우연히 뉴스에서 유기견 등 동물 문제를 접하고 나니 육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처음에는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식습관을 되돌아보고 이것저것 시도하다 보니 육식보다는 채식이 저한테 더 잘 맞는다는 걸 알게 됐어요. 완전한 비건은 아니고 상황에 따라 해산물은 먹어요. 육식을 반대하지도 않고요. 그냥 저한테 맞는 식습관을 찾았을 뿐이에요.

실제로 수년간 채식을 실천해보니 어떤 변화들이 있었나요?
일단 몸이 가벼워요. 체중과 상관없이 항상 몸이 가뿐한 느낌이랄까. 그리고 기름진 음식을 안 먹으니까 다이어트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고요. 체력도 오히려 육식을 할 때보다 훨씬 좋아졌어요. 또 음식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고 알게 된 것도 장점이에요. 아무래도 고기를 안 먹으니까 영양소 균형을 생각 안 할 수가 없었거든요. 덕분에 제철 채소와 과일에 대해 많이 알게 됐어요. 특히 연근이나 우엉처럼 가을에 나는 뿌리채소를 좋아해요. 진짜 맛있어요.

제철 음식을 뿌리부터 껍질까지 통째로 먹는 매크로비오틱을 전문가 과정까지 수료했다고요.
제철 재료에 조리는 최소화하는데 양념이 많이 들어가지 않아도 굉장히 맛있어요. 절기별로 나오는 채소와 맛있게 먹는 방법을 배웠죠. 식재료의 생명력까지 생각하면서 다루는 것이 흥미로워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와 주변, 환경, 더 나아가 지구에 이로운 일이 뭘까에 대한 고민까지 하게 되고요. 제가 실천하는 일들이 대단한 것은 아니에요. 말씀드린 것처럼 식재료를 조금 신경 써서 고르고, 소소하게 리필 숍을 다니는 정도죠. ‘나 하나쯤이야’보다는 ‘나부터라도’ 주의예요.(웃음) 순전히 개인적인 만족감이지만, 작은 거라도 하나 실천하고 나면 굉장히 뿌듯하더라고요. 이런 것들이 연결돼서 삶을 더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도 엄마의 철학이 잘 전달됐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아이들 먹거리도 당연히 신경을 쓰긴 하는데, 아이마다 식성을 무시할 수 없더라고요. 단것이나 과자 같은 간식을 가급적 안 주려고 노력해요. 제가 간식을 즐기는 편도 아니고요. 밥 대신 좋아할 수 있는 것들을 피하고, 아이가 잘 안 먹을 수 있는 나물 반찬 빈도를 높이는 식이에요. 그래서인지 둘 다 간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음식은 가리지 않고 뭐든 정말 잘 먹어요.

식생활 말고, 엄마로서 특히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있다면요?
남편이나 저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예의예요. 다른 건 몰라도 다른 사람에게 예의 없이 굴면 아주 무섭게 혼내요. 그리고 항상 ‘생명을 소중히 여기라’고 말해주죠. 어릴 때부터 작은 나뭇가지 하나 꺾는 것도 조심시켰어요. 상대에 대한 존중, 배려도 다 그런 것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동물들이 갇혀 지내는 동물원도 웬만해서는 가지 않아요. 아이가 가고 싶다고 하면 데려가기도 하지만, 가더라도 꼭 말해주죠. 아무리 동물이 잘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놓았다고 하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의 관점일 뿐이지, 동물들이 원래 사는 곳은 자연이라고요. 책이나 영상을 통해서 접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남편 유지태 씨와는 모범적인 부부 또는 부모의 이미지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어요. 비결이 뭔가요?
일상은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웃음) 유난히 에너지가 넘치는 수인이 덕분에 오히려 다이내믹하죠. 남편이나 저나 부모가 처음이기 때문에 서툰 부분도 많았고요. 그런데 한해 한해 나아진다는 말이 이제는 조금 실감 나요. 남편은 아이들과 주로 몸으로 놀아줘요. 얼마 전에는 둘째 루이를 데리고 도저히 등교 시간을 맞출 수 없을 것 같아서 ‘학교에 혼자 가볼래?’ 했더니 혼자 잘 가더라고요. 진짜 기특했어요! 다행히 저와 남편의 결이나 가치관이 비슷해요. 가까이 있는 사람일수록 더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래 신뢰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중요한 건,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배려하는 거더라고요.

생활의 안팎에서 에너지가 꽉 찬 느낌이네요. 긴 공백은 당분간 없겠죠?
그럼요.(웃음) 둘째 육아는 첫째보다 훨씬 여유롭고, 용기 내서 작품 하나 끝내고 나니 ‘이 재미있고 좋은 걸 그동안 왜 안 했지?’ 싶은 생각도 들어요. 기회가 주어지면 다양한 작품에 참여하고 싶고요. 드라마나 영화가 아니어도 좋을 것 같아요. 요즘은 예능 프로그램의 형태도 다양하잖아요.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면 열어놓고 생각해보려고 해요. 하루하루에만 열중하며 살다가 요즘은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돼요.

 

 

Feature Editor EunHyang Kim
Fashion Editor HAYAN KIM
Photographer HYUN GOO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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