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생활을 탐구합니다

자연을 가까이하고 그 치유력을 경험하는 일은 새 기운으로 내면을 채운다. 허벌리즘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를 다지는 이들이 추구하는 삶.


차, 향 그리고 약용 식물에 관하여,
담비의 차실 @dambistearoom

‘담비의 차실’이 지난해 9월 필운동 한옥으로 왔다고요. 이 공간에서는 어떤 것들을 선보이고 있나요?
이전에는 차와 향, 음악을 통한 평화로운 경험을 모토로 삼았다면, 필운동 담비의 차실은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약용식물을 가까이하며 어떻게 차로, 향으로, 약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연구실 같은 공간이에요. 야외에 바처럼 꾸민 곳이 허브 조제실이고, 내부는 워크숍 공간과 향 명상실 그리고 타로 방으로 나뉘어 있어요. 직접 블렌딩한 허브차를 내거나 다양한 약용식물 활용법을 주제로 워크숍을 열어요. 식물이 그려진 카드로 가볍게 타로점을 보면서 개인의 상황에 맞는 허브를 처방하기도 해요.

도심 한복판에 있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도시와는 동떨어진 듯한 느낌이 들어요.
자연친화적 삶을 좇아 해외로 떠나는 것이 지난해 계획이었는데,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상반기까지는 별다른 공간 없이 외부에서 활동했어요. 그러다 공간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죠. 저는 공간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라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가려면 저만의 작업실이 필요하거든요. 요즘은 현대적으로 꾸민 한옥도 많지만 오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이 공간은 제가 재료만 채워 넣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사했어요.

차 문화를 처음 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대 초반에는 사람들과 만나 노는 게 좋아서 DJ로 활동하다가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앰비언트 같은 정적인 음악을 주로 들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거문고 연주를 듣고 일 년 정도 거문고를 배우게 됐고요. 거문고는 찻자리에 항상 함께해 차를 상징하는 악기라고 볼 수 있죠. 거문고를 시작으로 동양 문화에 대한 전반적 관심이 다도와 향도로 이어졌어요.

다도와 향도가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제가 향도를 배우기 시작한 2016년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 당시 정적인 경험을 해보지 않았다면 인생의 중심을 잃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종종 들어요.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제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때였거든요. 차와 향을 통해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어요.

지금은 오히려 코로나19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됐잖아요.
외부 요인으로 삶이 정적일 수밖에 없게 되니 점점 식물 연구나 차 문화와 관련해 스스로의 창의력에 도전하게 되더라고요. 몸을 더 활동적으로 움직이기도 하고요. 사실 다도나 향도 자체는 선불교적인 성향이 강해요. 코로나19 이전에는 오로지 정신적인 부분에만 집중했다면 지금은 체력을 관리하는 일에도 신경 쓰면서 삶에 균형이 생겼어요.

‘담플스테이’라는 프로그램도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소수의 사람이 모여 담비의 차실에서 하루를 보내는 프로그램이에요. 첫날에는 차를 마시고 «도덕경» 같은 것을 공부하면서 향도 만들어보고 자기 전에는 촛불 명상을 해요. 다음 날 아침에는 뒷산에 올라 ‘성스러운 산책’을 하며 차를 마시고요. 앞으로 계절에 맞게 자연친화적 삶의 실행을 목표로 하는 자리를 마련해볼 생각이에요.

자연과 가까이하는 삶은 어떤 의미를 지니나요?
하나의 루틴, 즉 실생활이죠. 자연의 재료로 차를 만들어 마시거나 요리를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직접 자연을 찾아가는 것일 수도 있어요. 가장 오래된 학문 중 하나인 식물학을 공부하다 보면 삶의 어떤 부분에서는 원초적으로 돌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마음 깊이 와 닿아요. 그럴 때마다 여유가 없는 현대인의 삶이 안타깝기도 해요. 많은 사람과 함께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삶을 살아가고 싶어요.

팬데믹을 겪으며 자연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저 역시도 타격이 있고 아쉬움도 크지만, 인류뿐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생명들을 위해 조화로워지는 과정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이번 위기를 겪으면서 자연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되고 멈춰가는 방법도 깨닫고요. 우리가 이전에 누리던 삶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부분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거죠.

2021년 담비의 차실이 세운 계획이 궁금해요.
하나의 재료로 수만 가지를 만들 수 있는 약용식물의 다양한 활용법을 더욱 알리고 싶어요. 그중에서도 국내에서 나는 자연 재료로 전통과 현대의 방식을 조합해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어보려고 해요. 발효에도 관심이 있고요. 최근 담비의 차실 유튜브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는데, 온라인 클래스나 별도의 멤버십을 열어 담비의 차실만의 레시피를 공유할 생각도 있어요.

요즘은 뭐든지 키트처럼 간편화된 상품을 판매하는 추세인데, 담비의 차실에서는 오히려 집에서 직접 차를 만들어보라며 다소 번거로운 방향으로 이끌고 있어요.
삶에서 과정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해 몸소 실천하는 삶을 추구해요. 궁금한 것이 생기면 직접 찾아가 배우면서 깨달은 바가 많거든요. 코로나19 이후 많은 것이 변했어도 여전히 사람들은 편안한 삶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아요. 이제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기꺼이 번거로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로마테라피를 바탕으로 자연이 지닌 치유력의 경험을 위해,
모호한 곳 @moho_space

‘모호한 곳(이하 모호)’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요?
약용식물을 활용한 제품을 통해 자연의 재료가 가진 치유력을 알리며 아로마테라피 작업을 하는 작업실이기도 하고, 워크숍을 여는 연구실이기도 해요. 모호의 제품에는 ‘가블린사이렌’이라는 이름이 붙는데, 그건 제가 직접 만든 것들에 대한 브랜드 이름이에요. 모호에서는 제가 만드는 것 외에 작은 생산자들이 만든 물건도 소개하고 있어요.

어떤 이유로 이곳이 ‘모호한’ 곳이 되길 바라는지 궁금해요.
모호를 준비하면서 이름에 대한 고민이 가장 깊었어요. 사람들은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분명해야 하고, 그런 것을 밝힐 수 있어야 상대방이 나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사실 그런 건 관계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아요. 자신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정의 내려야만 하는 상황이 저한테는 어색하게 느껴져요. 말 그대로 애매모호한 작은 생산자들이 모이는 곳이었으면 했어요. 전업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스스로 무언가를 생산할 수 있다면 그 능력을 발휘할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죠.

허벌리즘이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문화라 모호의 시작에는 개인적 경험이 바탕이 됐을 것 같아요.
원래 주얼리 작업을 했는데 주얼리 작업과 다른 기획 일을 병행하던 시기에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불면증을 겪었어요. 그때 숙면에 도움이 된다고 해 반신반의하며 시도해본 아로마테라피의 치유 효능을 처음 경험했어요. 이후에 다른 문제가 생겼을 때도 상황에 맞게 적용해보곤 했던 게 아로마테라피가 웰니스에 직접 도움이 된다고 느낀 계기예요.

식물이 지닌 치유력의 경험이 어떻게 제품 제작으로 이어졌나요?
손으로 만들고 자급자족하는 것을 좋아해요. 심리학에서는 손으로 무언가 생산하는 행위가 자존감을 높이고 보이지 않는 마음의 부분을 어루만져주는 효과가 있다고 하죠. 현대인들은 생산하는 일이 드물기 때문에 마음이 병들고 있다고도 하고요. 때때로 자본에 의존해야만 하는 상황이 불안정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평소 애용하던 제품이 갑자기 단종돼버리는 상황이 불안 요소가 되니까요. 제가 어디에서 살든 스스로 치유하고 미용을 관리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컸어요.

결국에는 사람들에게 자급자족적 삶의 필요성을 알리는 것과 마찬가지네요.
네. 스스로를 위해 돈을 벌면서 몸을 상하게 하고, 몸에 좋은 걸 취하기 위해 소비를 하고, 소비를 위해 돈을 벌어요. 그런 과정이 계속 반복되니까 조금 귀찮더라도 어떤 부분에서 바꿔보면 좋겠어요. 스스로 생산하면서 치유적 마음이 들 수도 있고 연쇄적으로 다른 변화가 생길 수도 있겠죠.

모호를 이용하는 방법이 따로 있나요?
유리 용기를 챙겨 오시기를 권해요. 그러지 않아도 구매는 가능하지만 용기를 구매하는 순간 또 다른 소비가 생기니까요. 방문은 별도로 예약을 받는데, 소통 창구가 인스타그램뿐이에요. 인스타그램을 안 하시는 분들께는 진입장벽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죠. 예약제로 운영하는 이유는 메디컬적 특성으로 인해 짧게라도 상담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같은 제품이라도 개인의 상태에 따라 활용하는 방법이 달라 일대일로 응대하고 있죠.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개인적인 얘기를 꺼낼 수밖에 없기도 하고요.

본격적인 상담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우선 상담자와 평소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요. 그리고 30~40가지 에센셜 오일의 향을 맡아보면서 호불호를 밝히면 그에 따라 해석을 할 수 있어요. 향을 맡았을 때 상담자가 집중하는 부분에 대해서 파악하는 거죠. 어떤 향이 좋게 느껴진다면 내 몸에 결핍돼 있는 부분을 나타내는 거예요. 상담자가 제 해석을 듣고 다시 자신에 대한 디테일한 부분까지 설명해나가면서 무얼 어떻게 만들지 맞춰나가는 식으로 진행돼요.

사람들이 좀 더 의식적으로 살아갈 필요도 있겠어요.
명상 용어인 ‘알아차림’처럼 자기 자신이 어떤 이유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지 되짚어보고 인지하는 순간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부분이 있어요. 몸이 스스로 치유해내죠. 아로마도 똑같아요. 어떤 향을 맡았을 때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차리면 몸 안의 세포가 그걸 기억해요. 그렇지않으면 효과가 있었음에도 느끼지 못하고 넘어갈 수 있어요.

자연의 어떤 모습에서 주로 영감을 얻나요?
모호의 시그너처 향이 나무와 관련한 것일 정도로 나무와 숲에서 영감을 얻어요. 울창한 숲에서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기분 좋은 향기 또는 시각적인 모습이 영감이 되고요. 의외로 숲으로 갔을 때 도시에서 겪었던, 나도 모르게 담아뒀던 문제가 떠올라 가볍게 털어내거나 반성하기도 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도 하죠.

모호한 곳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이것만은 확실히 하고 싶은 방향성이 있다면요?
자연을 가까이한다는 건 자연의 치유력을 몸 안으로 끌어들이는 일이에요. 모호를 통해 많은 사람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힘을 얻었으면 해요. 살면서 괴로운 일은 생기게 마련이고,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본인의 상태와 그 상태를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알아야 하죠. 특히 후각은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기 때문에 아로마테라피로 다양한 감각이 확장되는 경험을 알리고 싶어요.

Editor 손지수
Photographer 송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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