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하고 무례한 나의 엄마

회복되지 않는 모녀 관계의 실마리를 찾도록 도와주는 독서.


영화 <레이디 버드> 한 장면. 딸이 언제나 최고이길 바라는 엄마에게 딸 크리스틴은 “엄마, 날 좋아하긴 해?”라고 묻는다.

어떤 이에게는 ‘무조건적 사랑’과 ‘무한한 관용’의 상징인 엄마가 나는 왜 불편하고 밉고 원망스러울까. 엄마는 왜 ‘나처럼은 살지 말라’며 내쫓듯 떠밀었다가 어느 순간 자신만의 세계로 강력하게 잡아끌기를 반복할까. 이렇게 어긋나고 포개지기를 거듭하는 동안 내 안에 쌓인 엄마에 대한 원망과 연민, 사랑과 증오라는 공존하기 어려운 감정들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작가 이현주는 엄마와 거리를 두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엄마와의 관계도, 저자 스스로도 무너질 지경이 되었을 때 《나의 가련한 지배자》를 쓰기 시작했다. 책은 저자의 사적인 이야기인 동시에 엄마와 딸의 오랜 역사를 겹겹이 보여준다. 딸이 특별히 원하지 않지만 딸보다 더 낫거나 더 잘한다고 생각하는 영역의 일들을 해주고 그것을 빌미로 계속 딸을 간섭하고 통제하는 엄마, 그리고 그것을 미워할 수도 미워하지 않을 수도 없는 딸의 복잡한 심정, 엄마와 딸이 같은 편이 아니면 안 되는 인생의 순간순간들을 겪으면서 결국 엄마의 삶이 내 삶에 겹쳐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출산, 양육, 가사노동을 가족제도 안에서 해결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에 빗대어 연민과 지배와 구속과 구원이 뒤엉킨 엄마와 딸의 관계를 절묘하게 포착해낸다. 가족상담치료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은 이남옥 교수가 쓴 《나의 다정하고 무례한 엄마》는 엄마에게 받은 상처를 따뜻하게 치유해가는 감정 수업의 교과서다. ‘엄마니까’라는 한마디로 무례한 행동을 일삼고 다른 형제자매에게만 퍼주며 일방적으로 자기 감정만 강요하는 엄마가 힘들면서도 왠지 모를 죄책감 때문에 곁을 떠날 수 없었던 이들은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에 대한 미움이 더 솟구친다. 저자는 나를 괴롭히는 엄마에 대한 분노와 원망, 죄책감을 벗어던지고 온전히 스스로에게 집중하며 인생의 방향감각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나는 왜 엄마가 힘들까》에 등장하는 엄마들은 다소 극단적이다. 지독하게 자기중심적이고 착취적인 학대자로 자신의 자식조차 감정 쓰레기통이나 에너지 공급원으로 사용하며 끊임없이 남의 자존감을 도둑질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나쁜 엄마’ ‘집착하는 엄마’가 아니라 인격장애를 앓는 학대자(나르시시스트)일 뿐이다. 또한 딸이라서 차별받았던 성장 환경, 모진 시집살이, 지그지긋한 가난, 무심한 남편을 핑계 삼아 엄마의 행동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아무리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해봐도, 진심을 다해 엄마의 결핍과 상처를 위로해봐도 소용이 없다. 저자는 오랫동안 엄마를 관찰하며 어디 불편한 부분은 없는지, 무엇을 해주어야 행복해할지, 어떤 물건을 사주어야 좋을지 끊임없이 필요를 채워주다 우연히 나르시시스트(자기애성 인격장애) 부모에 관한 자료를 발견하고 고난스럽던 엄마의 굴레에서 벗어난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놓는다. 또한 나르시시스트 엄마를 대하는 화법, 접촉 횟수를 조절하는 방법, 다른 가족과의 관계 등 아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조언도 잊지 않는다. 이로써 원인을 알 수 없는 부정적 감정의 근원을 찾고 스스로 치유의 여정을 찾도록 도와준다. 정신분석상담 전문가 박우란이 쓴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는 엄마와 딸의 관계가 무조건적인 사랑의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수용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래야 비로소 내가 나의 엄마와 다른 엄마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엄마는 강하다’는 모성의 환상을 버리고 얻는 것들, 가족의 또 한 축을 이루는 아빠의 존재, 궁극적으로는 엄마를 넘어 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자기 회복의 단계까지 다루며 엄마를 ‘잃기로’ 결심한 이들에게 든든한 응원을 보낸다.

 

Editor 김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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