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홍은희가 여전히 좋아하는 것들

23년 차 배우이자 결혼 18년 차 아내, 고3 아들을 둔 엄마 홍은희가 여전히 좋아하는 것들.

가벼운 리넨 소재 셔츠는 VOCAVACA

<오케이 광자매>가 3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이다. 그사이 예능 프로그램에는 꾸준히 출연한 터라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방송은 틈틈이 했지만 본업이 연기자다 보니 알게 모르게 채워지지 않는 구석이 있었다. 작품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 선뜻 하지 못했고, 내게 오지 않은 기회들도 있었겠지. 그렇게 3년쯤 지나니 자칫하면 영영 연기를 못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진짜 그렇게 되면 앞으로 난 뭘 하면서 살아야 하지 하는 고민이 잠깐 들기도 하고.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담담하게 얘기하는 것 같은데 불안감은 없었나?
지금보다 젊을 때, 일이 내 생활의 전부였을 때는 오히려 일을 하면서도 더 불안했다. 더 좋은 작품, 더 많은 작품을 하고 싶어서 아등바등했는데 고3, 초6이 된 두 아이를 키우다 보니 우울감에 빠질 틈이 없다(웃음).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는 남편을 보면서 한때는 부럽기도 했지만, 그 시기도 지난 것 같다. 지금은 동료로서, 때로는 아내로서 진심으로 응원하는 마음이다.

스타 작가인 문영남 작가의 작품이라 초반부터 크게 화제가 됐다. 배우에게는 이런 점이 어떻게 작용하나?
출연하는 작품이 대중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는 건 당연히 좋다. 우리가 열심히 준비한 것들을 그만큼 보여줄 기회가 많다는 의미니까. 나 같은 경우는 반반이었다. 오랜 공백을 끝내고 싶을 만큼 작가님의 작품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 반, 그만큼 작품에 누를 끼치면 안 된다는 부담감 반 정도. 결과적으로는 하길 정말 잘한 것 같다. 대본을 받을 때마다 텍스트의 완성도에 놀란다. 주말드라마라는 장르의 한계를 두지 않고, 예상치 못한 대사와 코미디, 모든 상황을 날려버리는 센스는 필력에서 드러나는 것 같다. 작가님이 구현하는 절묘한 포인트가 있다. 왜 마니아들이 있는지 알 것 같더라.

완벽한 대본, 베테랑 배우들의 조합으로 현장은 여유가 넘칠 것 같은데, 어떤가?
NG 하나도 쉽게 내지 않는 분위기라 긴장도가 오히려 더 높다. 내가 연기하는 ‘광남’은 캐릭터상 톤도 날카롭고 말하는 속도도 빨라 잠깐이라도 긴장을 놓기 힘들다. 나만 컨트롤할 수 있는 템포를 계속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연습한 톤과 속도를 속으로 계속 생각하느라 오히려 촬영장에서 ‘아싸’에 가깝다(웃음). 분위기는 어느 촬영장보다 좋다. 스태프부터 배우까지 모두가 빈틈없이 각자 맡은 역할을 완벽히 해내는 분위기라 일할 맛이 난다.

문영남 작가는 특히 리딩할 때 무척 엄격하다고 들었다.
보통 서로 대사 합을 맞추고 톤 정도만 확인하는데, 우리는 리딩 시간에 완벽한 연기를 해야 한다. 대본에 쓰인 대사와 감정을 작가님이 생각한 기준으로 표현해야 하는데, 그 기준이 아주 높다. 그래서 선생님들도 선뜻 앞자리에 안 앉으려고 하신다(웃음). 개인적으로 압박이 심하지만, 배우로서는 확실히 성장하는 기분이다. 배우의 생각이 개입할 여지는 적지만, 작가가 그리는 캐릭터가 결국 대부분 옳더라. 나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떨어져 있었는데, 막상 현장에 가니 오랫동안 몸에 밴 감각이 저절로 나오듯 연기 에너지가 솟더라. 쾌감이 컸다.

호흡이 긴 작품은 그만큼 부담도 크지 않나?
계속 고민인 건 ‘체력’이다. 50부작이라 촬영 일정이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촬영에 들어가면 12시간은 꼬박 집중해야 한다. 아주 가끔은 ‘집에서 그냥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웃음). ‘광남’은 극 중에서 발레를 전공했기 때문에 발레복을 입어야 하는데, 심지어 늦게 캐스팅이 돼서 몸을 준비할 시간 없었다. 다이어트를 해도 일정 체중 이하로는 안 내려간다. 필라테스와 골프를 수년간 했지만 관리의 필요성이 더 절실해진다.

넓은 칼라의 오버사이즈 재킷은 ABOUT STUDIO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SNS를 보니 가죽용품 브랜드를 론칭했던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가죽 공예를 꽤 오래 배웠다. 4~5년 정도? 집에 작은 작업방을 따로 둘 정도로 푹 빠져 있었다. 하나둘 만들어서 주변에 선물했는데 반응이 좋더라. 너도나도 달라고 줄을 설 정도였다(웃음). 또 내가 컬러를 좋아한다. 옷이나 가방은 물론이고, 화장품도 색조 제품만 모은다. 새로운 색조 화장품은 꼭 한 번씩 사보는 편이다. 예쁜 컬러를 보고 있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지 않나. 이런 취향을 좋아하는 가죽 공예에도 적용해 보고 싶어서 시작했다. 갑자기 작품을 하게 된 바람에 요즘은 통 신경쓰지 못했는데, 소소하게 잘 꾸려나가고 싶다.

두 아이와는 요즘 어떤 대화를 나누나.
우리 가족은 뭐든 늘 함께 한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러운 가족 문화였달까. 가까운 마트에도 두 아이를 꼭 데리고 간다. 거부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아이들도 이제 마음을 비우고 받아들이는 것 같다. 하하.
둘 다 공부에는 큰 뜻이 없어서 각자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치열하게 고민 중이다. 첫째는 최근에 남편이 출연한 <경이로운 소문>을 보고 연기에 호기심을 갖기 시작했고, 둘째는 노래를 아주 좋아한다. 어떤 때는 혼자 노래를 한 시간씩 부른다. 이것 말고도 아주 소소한, 특별히 기억나지도 않은 많은 대화들을 나눈다.

최근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는다면?
며칠 전, 아이들이 다 잠들고 조용한 밤에 주방 식탁에서 남편과 마주 앉아서 각자 대본을 읽고 있었다. 보통은 따로 방에서 집중해서 보는데, 그날은 어쩌다가 식탁에서 함께 일을 하게 됐다. 그렇게 무심코 남편을 바라보는데 뭐랄까, 기분이 아주 묘하더라. 남편한테 “당신이랑 이렇게 마주 앉아서 대본을 보고 있으니까 좋다”고 말했더니 남편도 웃더라. 그날, 참 좋았다.

“당신이랑 이렇게 마주 앉아서 대본을 보고 있으니까 좋다”고 말했더니 남편도 웃더라. 그날, 참 좋았다.

 

Feature Editor EunHyang Kim
Fashion Editor HAYAN Kim
Photographer SUNHYE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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