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무척 진지합니다만?

사랑과 일, 김원효는 뭐든 꽤나 진심인 편이다.

슈트는 ARSNOVA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옷 사려고 갔는데 옷보다 신발이 더 예쁜 거예요. 그래서 운동화만 네 켤레 샀어요.”
김원효가 신발을 보여주며 쑥스러운 듯 웃는다. 꾸준히 몸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김원효도 옷과 패션에 관심이 많다. 준비해둔 슈트를 매끈하게 소화하는 그를 보니 걸쭉한 사투리로 풍자 섞인 뻔뻔한 대사를 줄줄 읊어대던 개그맨의 모습은 도통 떠오르지 않는다. 학창 시절부터 미식축구 등 다양한 운동으로 다져온 몸을 요즘 더 까다롭게 관리 중이다. 오는 6월 후배 개그맨 이상훈과 ‘어른돌’ 콘셉트로 음반 활동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아이돌처럼 격한 춤 동작도 맹연습 중이다. “동작이 거의 BTS 수준이라 다들 보면 깜짝 놀랄 거예요.” 농담 같은 말을 진지한 표정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뱉더니 다시 자신의 얘기를 이어간다. 요즘 그가 꽂혀 있는 건, 속옷이다.

갑자기 속옷이라니, 좀 뜬금없어 보이는데요.
제가 속옷 사업을 시작했다고 하면 다들 그런 반응이에요. “뭐, 속옷? 심지어 여자 팬티?” 그 말을 듣는 순간 일단 반은 성공했다 싶죠(웃음). 개그든 사업이든 우선 상대가 궁금해해야 하거든요. 허경환처럼 닭가슴살 판다고 하면 다들 ‘아 그래?’ 하고 말걸요? 그런데 그냥 반전 있는 사업 아이템 정도가 아니라 진지하게 이 제품에 대한 확신이 있어요.

어쩌다 속옷에 꽂히게 된 거죠?
얼마 전 속옷 모델 제의를 받았어요. 아무리 모델이라도 무턱대고 할 수는 없고, 실제 어떤 제품인지 알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제품 몇 개를 받아서 착용해봤는데, 와! 정말 편하더라고요. 거짓말이 아니라 착용감이 너무 좋아서 입은 줄도 모르고 샤워를 했다니까요. 제가 그 얘기를 아내한테 했더니 ‘오버하지 말라’고, 그럼 자기가 한번 입어보겠다더라고요. 남자 팬티니까 핫팬츠처럼 입고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더니 다음 날 저한테 “근데 이거 여자 속옷은 없어? 진짜 편한데” 하는 거예요. 거기서 확신이 왔죠. 지금껏 여러 가지 사업을 했는데, 아내가 긍정적인 피드백을 준 건 다 반응이 좋았어요. 지금 하고 있는 김밥 프랜차이즈 사업도 그렇고요. (김원효와 심진화가 2016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브랜드 ‘마녀김밥’은 전국에 40여 곳의 매장이 있고, 그중 15 곳은 부부가 직접 관리 중이다.)

아내의 말 한마디에 갑자기 사업을 벌였다는 건가요?
아내가 그런 촉은 유난히 좋은 편이에요. 일이든 관계든 결국 아내가 말하는 대로 흘러가요. 저도 정말 신기해요(웃음). 그렇게 아내의 ‘컨펌’까지 받고 보니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그렇게 쇼핑을 좋아하고 옷과 신발을 사 모았는데, 정작 마음에 드는 제대로 된 속옷 한 벌 사본 적이 있나? 돌이켜보니까 없더라고요. 내 몸에 가장 밀착해서 입는 속옷을 그동안 왜 한 번도 신경 쓰지 못했나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죠. 갑자기 회의감이 막 밀려오더라고요(웃음). 속옷 한 벌 바꿔 입었을 뿐인데, 하루 종일 엄청 편하고 기분이 좋았어요. 그날 당장 집에 있던 속옷을 몽땅 치워버렸어요. 심지어 태그를 떼지 않은 속옷도 있었는데, 버리고 나눠주기도 하면서 미련 없이 싹 다 처분했죠.

그래도 여성 팬티는 의외인데요.
이미 남성용 제품은 나와 있었고, 모델 제의를 받은 브랜드에 여성용 속옷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아직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럼 저 모델 말고 같이 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했죠. 때마침 방송 출연 차 저희 어머니랑 장모님이 서울에 오셨는데, 부모님께 변변한 속옷 한 벌 선물해드린 적 없다는 생각이 들어 우선 시니어 라인으로 출시해보자는 의견을 냈어요. ‘그 연세 되시도록 세상 편한 속옷 한 벌 못 입어보셨구나’ 생각하니 좀 죄송하기도 했고요. 그게 올해 초인데, 벌써부터 주변 반응이 좋아요.

알 만한 분의 반응 좀 자랑해보자면요?
남들도 저만큼 편하게 느끼는지 궁금해서 남성 속옷부터 좀 까다롭다 싶은 사람들한테 나눠줬어요. 일단 백종원 형님은 음식에만 까다롭지 나머지는 “어어 잘 입을게” 하고 무덤덤하게 넘기시는 편인데, 그런 분이 한 번 입어보더니 저한테 “이거 뭐여?” 하면서 관심을 보이더라고요(웃음). 그다음은 정형돈 형한테 줬어요. 그 형은 제가 뭘 줘도 “됐어, 가져가. 내가 거지야? 뭘 이런 걸 주고 그래” 하고 시니컬하게 반응하는데, 이 팬티는 입어보더니 “석 장만 줄 거야? 더 줘” 하는 반응이 나왔죠. 하하. 허경환은 입어보지도 않고 다짜고짜 디자인이 어떻다 저떻다 충고하길래 “넌 닭이나 팔아” 하고 헤어졌는데, 며칠 뒤에 다시 만나서는 “야 그거 좋더라”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다른 브랜드의 속옷과 비교해도 꽤 괜찮다고, 여러 번 빨아도 흐물거리지 않는다고 인정했어요. 꽤 까다로운 사람들인데 반응이 벌써부터 오고 있어요. 그만큼 착용감만큼은 자신할 수 있습니다! 남성용이 ‘오드노멀’이라는 속옷이고, 여성용은 ‘맘편한 팬티’라는 시니어 라인으로 4월 말쯤 출시되니 꼭 부모님께 선물해보세요. “와, 이거 도대체 뭐냐!” 하실 거예요(웃음).

SNS를 보니 지리산 공기를 판매하는 사업도 하던데, 그건 뭔가요?
참, 그것도 대박 아이템입니다(웃음). 바이탈 에어라고, 중국계 캐나다인이 캐나다 청정 공기를 중국에 가져와서 판매한 적이 있는데 시판하자마자 동이 났어요. 그걸 보고 영감을 얻었죠. 제가 원래 천식이 있는 데다 아버님이 폐질환으로 돌아가셔서 폐나 기관지 건강에 관심이 많거든요. 그래서 산소 캔을 구입한 적도 있고요. 그런데 대부분의 산소캔은 전기분해로 만든 산소다 보니 한 번에 너무 많은 양이 흡입되는 단점이 있어요. 제가 하는 ‘지리에어’는 바이탈 에어를 만든 업체에서 지리산에 아예 공장을 지어서 만든 거예요. 이것도 모델 제의가 들어와서 시작하게 된 거고요. 실제 지리산 공기를 담고 미세먼지만 걸러냈기 때문에 인공 산소가 아니라 자연의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어요. 오늘처럼 미세먼지가 가득한 날 딱 필요한 아이템이죠.

그것 말고 요즘 또 진심인 다른 일들로는 뭐가 있나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그게 일이든 생활이든 뭐든 순간순간 즐기면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해요. 재작년에 아버지가 희귀성 폐질환으로 갑자기 돌아가시고 나서 이런 생각이 더 강해졌어요. 아들인 저보다 더 활기차고 강건하게 생활하셨던 분이 어느 날 갑자기 희귀질환 진단을 받고 돌아가셨거든요. 아버지를 허망하게 보내고 나서 상실감이 아주 컸어요. 앞일을 장담하며 살 수는 없구나, 깨달았죠. 원래도 가만있지 못하는 성격인데, 그 일을 기점으로 더 하고 싶은 일, 즐거운 일을 찾아서 부지런히 살게 되었어요.

요즘은 아내와 같이 하는 방송도 많아졌어요. 결혼 10년 동안 어떻게 한결같이 서로에게 애틋할 수 있는지 다들 부러워해요.
아내랑 방송을 하니 같이 나가서 같이 끝나 참 좋더라고요. 스케줄이 다르면 밥 한 끼 먹는 것도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거든요. 일 끝나고 집에 가든 딴 데로 새든 함께할 수 있어 참 좋아요. 사실 저와 아내는 참 많이 다른 사람이에요. 결혼이 원래 그렇잖아요. 진짜 잘 맞는 것 같아서 결혼해도 생각보다 훨씬 달라서 서로 맞춰가야 하는 부분이 많은데, 저희는 그런 부분에 대해 많이 대화하고 빨리 인정했어요. 인정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고, 뭐 그런 것 같아요. 요즘에는 ‘같이 어떻게 살까’가 아니라 ‘같이 뭐 하고 놀까’ 하는 발상으로 접근해요.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생각하면 진지하고 어려운 것 같지만, 둘이 뭐 하고 놀까를 생각하면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즐거운 것을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재킷은 GENERAL IDEA
바지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더 나이 들기 전에,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다 해보고 싶어요. 제가 올해 마흔하나인데, 더 늦으면 마음이 있어도 못할 것 같아서요.

얼마 전 유기견 ‘태풍이’를 입양했죠? 반려동물이 있는 삶이 전과는 많이 다를 텐데, 어떤가요?
태풍이가 집에 온 지 8개월 정도 됐는데, 어렴풋하게나마 자식 키우는 마음을 짐작하게 되더라고요. 방송에서도 말한 적 있지만, 오랫동안 아이가 없어서 저희 둘이 좀 상심해 있던 차에 들어온 아이라 더 애틋해요. 저희는 진짜 싸울 일이 거의 없는데, 태풍이 오고 나서는 몇 번 티격태격 했어요. 간식을 이만큼 줘야 된다, 아니다 더 줘도 된다, 목욕을 지금 시킬까 나중에 시킬까, 뭐 이런 아주 사소한 문제들로요(웃음). 둘만 살았으면 일상이 아주 평화로운 대신 조금 단조로웠을 수도 있는데, 태풍이가 오고 나서는 크고 작은 안건들이 생기더라고요. 우리가 이런 걸로 티격태격해야 하나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게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해요. 태풍이는 워낙 얌전하고 사람들을 좋아해서 둘이 같이 녹화를 하는 날에는 방송국에도 데려갈 정도예요. 진도믹스라 덩치가 꽤 큰데,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어요!

춤 연습도 매일 한다고요? 허경환, 박성광 등 동료 개그맨들과 했던 ‘마흔파이브’의 새 앨범인가요?
아니요. 각자 생활이 있다 보니 마흔파이브 멤버들의 스케줄을 맞추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이번에는 후배 이상훈과 둘이 하는 듀오예요. 둘 다 마흔 넘어서 활동하는 거니까 ‘어른돌’이라고 이름 붙였고요. 이 나이에 무슨 아이돌이냐 하시는데, 그래서 더 해보려고요. 더 나이 들기 전에,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다 해보고 싶어요. 제가 올해 마흔하나인데, 더 늦으면 마음이 있어도 못할 것 같아서요. 6월쯤에는 준비한 것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즘 가장 자주 하는 말은 뭔가요?
흠…. “고맙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아내한테는 습관적으로 늘 “고맙다”고 말해요. 특별히 뭐가 더 고맙다, 이런 게 아니라 그냥 아내를 생각하면 늘 그 고마운 마음이 감정적으로 깔려 있는 것 같아요. 세상에서 누구보다 나를 아껴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니까요. 또 양가 어머님이 아직 건강히 저희 곁에 계셔 주는 것도 감사해요. 두 분다 혼자 되셨는데, 그래도 꿋꿋하게 잘 버티시는 것 같아서 감사하고요. 요즘 같은 시기에 이렇게 바쁘게 일할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한 일이죠.

정말 부지런하시네요. 그것 외에 또 다른 계획도 있나요?
사실 내년쯤 모든 일을 접고 아내와 1~2년 정도 해외에 나갈 계획이었어요. 아무 고민이나 걱정 없이 나가서 지내다 오면 어떨까 얘기했거든요. 해외 여행이 우리 부부에게 좋은 휴식이 될 것 같아서요.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그 계획을 당분간 더 미뤄야겠죠. 그래도 잘 살펴보면 둘이 재미있게 할 일이 더 있을 거예요.(웃음)

 

Editor 김은향
Photographer 정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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