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반려동물은 처음이지?

웬만하면 만나지 못하는 반려동물과 한집에서 산다. 이 귀요미들의 이야기는 랜선 집사들의 최애 구독을 부른다.


미니피그 남매 ‘핑돼와 살구’
꿀꿀한 냥냥이
크기만 보면 빅피그 같지만 은근 미니피그인 다섯 살 ‘핑돼’와 겉모습은 미니피그인데 성격은 멧돼지 같은 네 살 ‘살구’의 일상을 담았다. 먹방부터 ASMR까지 섭렵한 돼지들의 좌충우돌 동거 생활기.

같은 미니피그인데, 핑돼와 살구는 몸집이 많이 차이 나네요.
미니피그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신체 사이즈가 다 달라요. 물론 사람보다 그 범위가 더 넓긴 해요. 최소 30kg에서 최대 90kg까지 다양하죠. 핑돼가 진짜 미니피그가 맞는지 물어보는데, 무게가 50kg도 안 나가니까 미니피그 중에서도 평균 정도인 셈이에요. 그럼 살구도 핑돼만큼 커질 수 있겠네요. 아마 핑돼만큼은 못 클 거예요. 살구가 지금 네 살인데, 보통 미니피그는 두세 살이면 다 크거든요. 그리고 핑돼는 몰래 먹은 게 많아서 몸이 커지기도 했어요. 워낙 똑똑해서 저 몰래 사료, 밀가루, 설탕 등을 꺼내 먹기도 했거든요.

혼자 찾아서 꺼내 먹을 정도로 똑똑하다고요?
엄청 똑똑해요. 그래서 핑돼가 사고를 못 치도록 서랍마다 잠금장치를 걸어 놨어요. 가끔 깜빡하고 잠금장치를 안 걸어놓은 날에는 그걸 또 귀신같이 알아서 다 꺼내 먹어요. 식탐에 지능까지 겸비했네요. 또 같이 지내면서 새로 알게 된 모습이 있다면요? 잠꼬대를 해요. 먹는 꿈을 꾸는지, 자면서 계속 ‘냠냠냠’ 해요. 정말 귀엽죠. 그리고 미니피그 특성 중에 ‘굴토성’이라고 해서 땅을 파는 성향이 있어요. 한번은 이불 안에 있는 솜을 다 꺼내더니 그 안에 쏙 들어가 있더라고요. 덕분에 집 안은 솜장판이 돼버렸죠. 치울 일이 끊임없겠는데요.

용변은 잘 가리나요?
핑돼가 태어난 지 3주 정도 됐을 때 저희 집에 처음 왔는데, 혼자서 화장실을 가더라고요. 화장실 특유의 냄새가 나서 그랬는지, 그 조그만 몸으로 화장실 문턱을 넘어서 용변을 보는 모습이 신기했어요. 살구는 핑돼가 용변을 잘 가리니까 자연스럽게 보고 배운 거 같아요.

핑돼와 살구를 키우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꼽자면요?
핑돼가 죽을 뻔한 적이 있어요. 살구를 입양하러 간 날이었는데, 당시 미니피그를 분양하는 곳이 많이 없어서 경상도까지 갔어요. 시간도 늦고 해서 근처 지인 집에서 하룻밤 묵게 되었죠. 그런데 시골집이다 보니 집 안에 쥐약이 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까 핑돼가 그 쥐약을 먹은 거예요. 다행히 근처에 가축병원이 있어서 바로 달려갔죠. 병원에 가는 동안 핑돼가 죽을 거 같다는 생각에 미안하고 안타까워서 펑펑 울었어요. 그런데 수의사 선생님이 돼지들은 소화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서 쥐약으로는 끄떡없다고 하시더라고요.

반대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요. 미니피그가 마음이 편안해지는 얼굴상을 지녔거든요. 특히 잘 땐 입꼬리가 올라가서 웃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보기만 해도 괜히 기분이 좋아지죠. 그리고 미니피그들은 감정에 주기가 있어서 굉장히 신이 날 때가 있어요. 그땐 셋이서 마당에 나가 어린 애처럼 막 뛰어놀아요. 그런 게 다 행복한 순간이죠. 한편으로 친한 친구들 같네요. 가끔 보면 게으른 친구 같아요. 먹을 땐 먹기만 하고 평소엔 누워만 있거든요. 제가 막 장난을 치면 되게 싫어해요. 저를 엄청 귀찮아해요. 무심한 매력이죠. 재미있는 건 저 혼자 방에 누워 있으면 갑자기 옆으로 와서 털썩 누워요. 제가 안 보이면 또 보고 싶긴 한가 봐요. 하하.

핑돼와 살구는 사이좋게 지내는 편인가요?
톰과 제리 같아요. 핑돼가 톰이고 살구가 제리예요. 핑돼는 덩치가 크지만 살구한테 맨날 당하고, 살구는 작지만 핑돼를 놀리고 괴롭혀요. 그런데 톰과 제리를 보면 왜 그렇게 싸우나 싶다가도 서로 애틋한 부분이 보이잖아요. 핑돼와 살구도 자주 싸우지만 잠은 항상 같이 자요. 연년생 남매를 키우는 기분이 들죠.

유튜브 댓글을 보면 핑돼와 살구에 대한 오해도 많은 거 같아요.
아무래도 돼지니까 많은 분이 더럽다고 생각하세요. 사실 전혀 안 더럽거든요. 밖에서 키우는 돼지들은 좁은 우리 안에 여러 마리가 함께 지내는데, 그 안에서도 용변 보는 공간, 밥 먹는 공간, 자는 공간을 따로 분리한다고 해요. 그런데 키우는 사람이 매일 청소해주지도 않는 데다 워낙 공간이 좁으니까 더러워질 수밖에 없는 거죠. ’돼지는 더럽다’는 인식은 결국 사람이 만든 거예요. 오히려 핑돼는 더러운 곳은 안 가려고 하고, 입에 더러운 게 묻으면 앞발로 닦아내거나 다른 곳에 문질러요. 저보다 깔끔한 편이죠.

미니피그를 키우고 싶은 분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일단 키우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거든요. 그래도 꼭 키우고 싶다면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해요. 미니피그가 먹을 걸 찾으면서 일으키는 사고 때문에 집이 항상 더러워지거든요.


호주에서 온 알파카 ‘파카’
데일리파카
자신이 진짜 사람인 줄 알고서 도도한 공주님처럼 행동하는 세 살 ‘파카’의 평화로운 일상을 보여주는 채널. 사람들에게 관심받는 걸 좋아하면서도 가끔은 혼자 있고 싶어 하는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 파카의 매력을 엿볼 수 있다.

파카가 ‘호주에서 온 여자 알파카’라고 소개되어 있던데, 어쩌다 한국까지 오게 되었나요?
군대를 전역하고서 친구와 같이 살았는데, 마침 둘 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어 했어요. 어떤 동물을 키울까 고민하다가 제가 먼저 알파카를 키우자고 제안했고, 친구도 좋다고 해서 제가 직접 호주 업체랑 연락해서 알파카를 데리고 왔죠.

호주에서 데려온 이유가 있나요?
호주에서 유학 생활을 하던 중에 중국인 친구와 알파카 농장을 방문한 적이 있어요. 가까이서 처음 본 알파카가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그곳에서 알파카 털 깎기 체험을 하는데, 양쪽 다리를 강제로 묶고 털을 미는 거예요. 그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차라리 제가 직접 데려와 키우고 싶었죠. 그런데 옆에 있던 중국인 친구는 이미 본가에서 알파카를 키우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나중에 호주에서 알파카를 데려와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게 파카를 호주에서 데려온 이유가 됐죠.

한국은 호주와 기후나 환경이 많이 다른데, 파카가 힘들어하진 않던가요?
드넓은 초원에서 생활하다가 집 안에서 살게 되니까 밖에 못 나갈 때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에요. 특히 장마철에 며칠씩 비가 오면 많이 힘들어하죠. 그래서 비만 안 오면 하루에 한 번은 반드시 같이 산책을 해요. 파카를 데리고 산책하면 동네 사람들이 꽤 놀랄 거 같은데요. 실물을 처음 보는 사람도 많고 대개 신기해하죠. 파카도 은근 사람들의 관심을 즐겨서 산책이 어렵진 않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할아버지 한 분이 ‘왜 사람들 몰리게 이런 동물을 끌고 나오냐’며 혼내시더라고요. 그때부터 인적 드문 곳에서 산책했는데, 이렇게 눈치 보느니 파카가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잔디밭이 딸린 카페를 만들게 되었어요.

카페 ‘옴뇸뇸’이 파카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네요. 이제는 마음껏 뛰놀 수 있겠어요.
아무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뛰어놀면서 스트레스 풀기엔 제격이죠. 무엇보다 파카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어서 좋은 거 같아요. 사람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듯, 파카도 카페에 오면 반드시 홀로 시간을 보내면서 스트레스를 풀거든요.

카페에서 파카의 용변이 문제된 적은 없었나요?
파카는 용변을 잘 가려요. 처음 입양 왔을 때도 배변 패드 위에다 척척 용변을 봤고, 카페에서도 모퉁이에 있는 배변 패드 위에서만 용변을 봐요.

그 정도 이해력이면 말도 통할 거 같은데요.
은근 통하는 부분이 있어요. ‘뽀뽀’ 하면 입을 맞춰주고, ‘뱅글뱅글’ 하면 제 주변을 뱅뱅 돌고, ‘안녕하세요’ 하면 꾸벅 인사도 하고 두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면 코도 집어넣고, 손가락으로 브이를 하면 턱도 갖다 대요. 물론 간식이 있어야만 해줘요. 그럴 때 보면 진짜 똑똑한 거 같아요.(웃음)

카페에 오는 손님들 때문에 파카가 불편한 적도 있나요?
물론 있죠. 파카를 뒤에서 갑자기 만지면 깜짝 놀라 뒷발로 찰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 달라고 카페에 적어놨어요. 하지만 저희가 안 볼 때 꼭 그렇게 행동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하지만 똑똑해서인지, 뒷발로 차진 않고 카페 뒤로 도망가요. 그곳이 경사가 급해서 아이들이 올라가기엔 조금 어렵거든요. 그런데도 꾸역꾸역 따라가는 애들이 있으면 파카는 올라오지 말라고 막 침을 뱉어요. 아이들한테 해를 가하지 않고 알아서 거리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면 진짜 배려심 많은 사람 같기도 해요.

파카랑 지낸 지 2년이 넘었는데, 미안했던 적이 있나요?
어느 날 집에 있던 노트북 충전 선이 뜯어져 있는 거예요. 저는 당연히 같이 사는 고양이가 그랬다고 생각해서 고양이를 혼냈는데, 집 안에 있는 CCTV를 확인해보니 파카가 오물오물 뜯어놓은 거예요. 어느 날은 CCTV 선이 잘려 있길래 전과가 있는 파카를 크게 혼냈죠.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선은 고양이가 끊었더라고요. 파카가 얼마나 억울했겠어요. 그때 제일 미안했죠.

파카와 살면서 ‘이것만큼은 잘했다’ 싶은 게 있다면요?
유튜브 채널을 만든 거요. 유튜브 편집자로 일하는 친한 동생이 채널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는데, 처음엔 거절했어요. 돈 벌려고 알파카를 키운다고 오해받기 싫었거든요. 그런데 저희 할머니부터 부모님, 친척, 지인들까지 파카가 보고 싶다며 사진이나 영상을 자꾸 달라는 거예요. 프로필 사진이 전부 파카 사진일 정도로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우리들만의 추억을 쌓을 겸 가족들의 성원에 힘입어 유튜브 채널을 만들게 됐죠. 막상 만들고 나니까 주변 사람들이 너무 좋아해주고, 저도 파카가 조금씩 커가는 과정을 볼 수 있어서 참 잘한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웃는 여우 ‘프레이’
CATFOX 캣폭
얌전한(?) 야생동물 붉은여우와 두 마리의 랙돌 고양이, 이들과 함께 좌충우돌 행복한 동행을 하고 있는 부부의 일상. 쉽게 볼 수 없는 붉은여우의 애교를 직접 보고 싶다면 바로 이들의 채널로 찾아가시길.

여우는 야생동물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놀랍네요.
프레이는 ‘붉은여우’라는 종이에요. 토종 붉은여우와는 다른 북미산 붉은여우입니다. 이 둘은 학명도 아예 달라요. 토종 붉은여우는 멸종 위기 야생동물로 지정돼 있어서 개인 사육을 못 해요. 현재 소백산국립공원에서 개체 수를 늘리고 자연에 방사하는 식으로 관리하고 있어요. 프레이는 토종이 아니기 때문에 집에서도 키울 수 있죠.

여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뭔가요?
어릴 때부터 다양한 동물을 접할 기회가 많았어요. 소, 양, 돼지, 타조, 말, 꽃사슴 같은.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특이한 동물들에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러던 와중에 가정에서 여우를 키우는 분들을 알게 됐고, 한번 키워보고 싶어졌어요. 그렇게 여우에 관한 공부를 시작하게 됐죠.

여우 사육 정보를 얻기 쉽지 않았을 텐데요.
여우 관련 논문을 찾아보는 건 기본이었어요. 알고 보니 국내에도 여우를 키우는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꽤 있더라고요. 해외는 물론 더 많고요. 그런 채널을 통해서 실제로 발생할 수 있는 일이나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어요.

프레이 이전에 다른 반려동물을 키운 적이 있나요?
어릴 때부터 단독주택에 살아서 다양한 동물을 키웠어요. 개, 고양이, 닭, 물고기, 토끼, 새 등등 집에서 기를 수 있는 동물은 거의 다 키워봤어요.(웃음)

직접 키워보니 알게 된 여우만의 매력이 있다면요?
지능이 매우 높아요! 제 생각에는 개나 고양이보다 똑똑한 것 같아요. 사람을 아주 잘 따라 해요. 문 열기는 기본이고, 혼자 수도꼭지를 틀고 놀기도 하고, 냉장고 문도 아주 잘 열어요. 여우는 갯과 동물인데, 앞발을 잘 쓰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고양잇과 같기도 해요.(웃음)

다른 반려동물과 비교해 힘든 점도 많겠죠.
야생동물이라 그런지 넘치는 에너지로 온갖 살림을 물어뜯고 사고를 칩니다. 개체 차이는 있겠지만, 프레이는 소변 냄새가 정말 지독해요. 아파트에 살다 보니 냄새 때문에 민원도 자주 들어오고요. 위아래 집에서 오줌 냄새가 난다고 할 정도니까요. 이웃 간의 불편도 그렇고, 더 좋은 환경에서 프레이를 키우기 위해 7월에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를 한답니다.

반대로 여우를 키우면서 가장 행복할 때는 언제인가요?
여우는 정말 해맑게 웃어요. 눈이 반달이 될 만큼요. 그렇게 웃는 모습을 마주하면 정말 행복하죠. 힘들고 속상한 일이 있을 때도 프레이를 보면 나도 모르게 따라 웃게 돼요. 애교도 정말 많아요! 괜히 여우와 관련된 옛말이 있는 게 아닌 것 같더라고요. 무엇보다도 여우를 키운다는 사실 그 자체가 늘 특별하고 새롭게 다가와요. ‘와, 내가 여우를 키우다니’ 하며 감탄하는 거죠.

늑대처럼 여우도 야생성이 강할 것 같은데요.
꾸준히 개량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야생성이 정말 강한 동물이에요. 무는 힘이 매우 강해서 엄청 아파요. 흉터도 남고요. 프레이는 얌전한 편에 속하지만, 여우를 키우는 다른 분들은 응급실에 갈 정도로 심하게 다치기도 한답니다.

여우는 주로 뭘 먹나요?
주식은 개 사료와 고양이 사료입니다. 여우는 갯과지만 고양이처럼 타우린을 생성하지 못해서 두 가지 사료를 섞어서 먹이죠. 그런데 최근 고양이 사료가 여우에게 안 좋다는 의견이 있어서 저희는 개 사료에 타우린과 영양제, 유산균 등을 섞어서 주고 있어요. 생식으로 얻는 영양분도 중요하기 때문에 매일 닭가슴살과 다양한 채소, 과일도 먹이고요.

여우가 가장 싫어하는 건 뭔가요?
아무래도 야생동물이라 그런지 억압받는 상황을 싫어해요. 겁이 정말 많아서 혼자 놀랄 때도 많아요. 자기가 좋아하는 애착 인형이나 먹을 걸 빼앗아가면 싫어하고요. 또 자신에게 관심을 주지 않으면 잘 토라집니다.

여우를 키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여우는 세계적으로 파양률이 매우 높은 동물이에요. 무려 70~80% 정도 돼요. 특히 일반적인 한국 가정 환경에서는 키우기 정말 힘든 종이죠. 여우를 키우는 사람은 허리를 접고 다녀야 한다고 할 정도로 이웃에 많은 폐를 끼치는 동물이기도 하고요.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에 다치는 건 다반사고, 오줌 냄새는 재래식 화장실만큼 지독해요. 굴 파는 습성 때문에 바닥과 벽도 모두 긁고 뜯고요. 야생동물이라 재빠르고 ‘털찐’이라 목줄을 이중으로 하고 다녀도 분실 사고가 일어날 수 있어요. 여우의 기대 수명은 최소 7~8년인데, 이는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에요. 이 모든 걸 감당하면서 최소 8년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키워도 좋다고 생각해요. 부디 입양하시면 파양이나 분실 사고 없이 끝까지 책임지고 키우셨으면 해요.


혈기 왕성 미어캣 ‘뿌꾸’
뿌꾸아버지
시도 때도 없이 두리번거리며 경계하는 한 살 ‘뿌꾸’의 정겨운 서울살이가 담겨 있다. 한강으로 산책도 가고 이웃사촌 미어캣들끼리 정모도 하고 펫 박람회도 가며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뿌꾸의 ‘체험 삶의 현장’.

뿌꾸의 첫 영상을 보니까 꽤 어릴 때 입양했네요.
태어난 지 2개월 정도 됐을 때 입양했어요. 보통 미어캣은 생후 한두 달 안으로 입양해야 사람을 주인으로 인식해서 잘 따른다고 해요.

흔한 반려동물이 아니라 키우면서 시행착오가 많았을 거 같아요.
경계하는 동물이다 보니까 자꾸만 높은 곳을 찾아요. 싱크대나 화장대에 올라가다가 몇 번 떨어진 적도 있어요. 지금은 뿌꾸가 못 올라가도록 잘 막아놨죠. 저 혼자 외출할 때는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서 케이지 안에 넣고 나가요.

미어캣을 키우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겠네요.
주로 유튜브나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가면서 공부했는데, 제일 도움이 됐던 건 미어캣을 키우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오픈 채팅방이었어요. 직접 키우고 있는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 덕분에 뿌꾸한테 어떤 먹이, 어떤 간식을 주면 좋은지 알 수 있었어요.

미어캣은 주로 사막에서 곤충을 먹는다고 알고 있어요.
잡식성이라 곤충도 먹고 채소, 과일도 먹어요. 보통 간식으로 밀웜이나 귀뚜라미를 주고 주식으로 고양이 사료를 줘요. 사실 미어캣은 고양잇과가 아니라 몽구스과이지만, 고양이 사료에 들어 있는 타우린이 꼭 필요한 성분이라 미어캣을 키우는 사람들은 모두 고양이 사료를 먹여요.

별명이 사막의 파수꾼이던데, 집에서도 계속 주위를 경계하나요?
그나마 집에서는 덜한 편이에요. 산책을 나가면 이곳저곳에서 다양한 소리가 들리니까 경계가 심해요. 그리고 미어캣은 사막에서 땅을 파 먹이를 찾는 동물이다 보니까 집 안에서도 틈새만 있으면 일단 파고 봐요. 한번은 싱크대와 바닥 사이의 아주 좁은 틈을 찾아내서 막 헤집어놓기도 했죠.

그렇게 혈기 왕성한 뿌꾸가 아픈 적이 있었다고요.
잔병치레는 없었는데 큰 사고가 한 번 났어요. 어느 날 높은 화장대 위에 올라가 있길래, 제가 놀라서 잡으려고 하니까 도망가다 바닥으로 떨어졌어요. 갑자기 휘청하더니 발을 쩔뚝거려서 바로 특수동물병원에 데려갔죠. 다행히 아무 이상은 없었어요.

미어캣이 크기는 작아도 강인한 동물이라고 하더군요.
면역력도 뛰어나서 병도 쉽게 안 걸린대요. 대신 워낙 호기심이 많고 거침없이 행동하니까 타박상 정도를 입을 뿐이죠.

무리 생활하는 동물이라 외로움도 많이 탈 거 같아요.
뿌꾸를 집에 혼자 두고 외출하면 많이 불안해해요. 집 안에 설치한 CCTV를 확인해보면 케이지 안에서 소리 지르면서 정신없이 움직일 때가 있어요. 아무래도 혼자 있으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거 같아요. 걱정돼서 오픈 채팅방에 물어봤더니, 미어캣들은 분리 불안이 심하더라고요.

뿌꾸를 혼자 두고 나갈 때마다 미안함이 크겠네요.
그렇죠. 가끔 외출했다 들어오면 뿌꾸가 막 낑낑대요. ‘나 너무 불안했다’ ‘왜 이제 왔냐’는 식으로 말이죠. 그럴 때마다 너무 미안하죠. 사과의 의미로 장난감으로 놀아주고 맛있는 간식도 주면 금세 기분이 풀려요.

같이 살면서 ‘이게 가족이구나’ 싶을 때가 있다면요?
원래 뿌꾸가 애교를 잘 안 부리는데, 가끔 제가 컴퓨터 하는 중에 의자 밑으로 와서 애원하는 듯한 눈빛을 보낼 때가 있어요. 제가 슬쩍 손을 내밀면 뿌꾸가 손을 끌어안아요. 그런 식으로 뿌꾸가 저를 찾을 때 가족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뿌꾸의 영상을 보고 미어캣을 키우고 싶은 사람이 많이 생겼을 거 같아요.
근래에 미어캣을 분양하는 사람이 매우 많아졌어요. 그만큼 파양하는 사람도 많고요. 당연히 미어캣도 어릴 때는 아무리 입질을 해도 귀엽기만 해요. 또 유튜브에 나오는 영상을 보면 사고 치는 장면은 거의 없어요. 그래서 미어캣은 착하고 온순하고 예쁜 동물이라고만 생각하는데, 생각보다 사고를 많이 저질러요. 뿌꾸와 2년 넘게 같이 지내는 동안 물려서 신경을 다치는 일도 비일비재했죠. 게다가 분리 불안이 심해서 여행 갈 때 다른 사람한테 맡길 수도 없어요. 이 모든 것들을 감안하고 미어캣한테 많은 걸 쏟아부을 생각이 있지 않다면 차라리 다른 반려동물을 키우는 게 나을지도 몰라요.

영상만 보고서 미어캣을 쉽게 판단하면 안 되겠네요.
미어캣마다 성격, 외모, 식성이 달라요. 성격이 포악할 수도, 온순할 수도, 겁이 많을 수도 있어요. 오픈 채팅방에서만 봐도 ‘어쩜 이렇게 다 다르지?’ 싶을 정도로 천차만별이죠. 키우기 쉬운 동물은 없겠지만, 특히 미어캣은 같이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이 필요한 동물이라 하루에 9시간 이상씩 일하는 직장인들은 절대 못 키워요.

앞으로 뿌꾸와 쌓고 싶은 추억이 있다면요?
내후년쯤에 본가가 있는 경기도 안성에 내려가서 집을 짓고 살려고 해요. 마당은 뿌꾸만의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에요. 사막처럼 흙을 잔뜩 가져다 놓을 예정이죠. 또 수컷 미어캣도 입양해 뿌꾸가 새로운 가정을 꾸려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해줄 생각입니다.

Editor 김병주, 우성민
Photographer 윤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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