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작가, 작사가, 번역가의 글쓰기 루틴

생업과 생활 사이, 오직 자신에게 의지하는 일이라 더욱 솔깃하다. 나만의 리듬으로 똑 부러지게 쓰는 일을 하는 이들의 이야기.

웹소설 작가 정무늬
웹소설 작가, 신춘문예 등단 소설가, 유튜버. 이렇게 혼자 하는 일을 잘하는 그녀는 최근 집필한
«웹소설 써서 먹고삽니다»와 유튜브로 현직 작가의 실전 노하우를 전하고 있다. 오늘도 순문학과 웹소설 사이를 오가며 누구보다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 중.

공모전에 입상하면서 화려하게 데뷔했어요. 웹소설로 첫 작품이었나요?
«세자빈의 발칙한 비밀»을 쓰기 전까지 웹소설은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어요. 웹소설이 뭔지도 잘 몰랐고요.
공모전이 있길래 그냥 한번 써보자 했는데, 결과적으로 웹툰화도 진행됐고 운이 상당히 좋았죠. 그 작품으로 지금 5년 차 전업 웹소설 작가로 지내고 있어요.

웹소설 작가 데뷔 이전에는 순문학을 오래 쓰셨다고요.
돈이 되지 않는 글쓰기를 너무 오래 했어요.(웃음) 등단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 하나로 버텨왔죠. 생활은 해야 해서 아르바이트로 미대 입시 강사를 했어요. 서양화를 전공했거든요. ‘정말 글로 돈을 벌 수 있는 일은 없을까’라는 고민을 계속하다 웹소설을 쓰게 됐어요.(정무늬 작가는 2020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순문학과 웹소설을 겸하는 작가가 된 드문 케이스다.)

웹소설을 쓰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독자 반응이 좋을 때라고 보통은 얘기하지만, 사실 인세가 들어올 때 가장 뿌듯하죠.(웃음) 데뷔하고 나서 첫 인세가 들어왔는데, 제가 여태 벌어본 적이 없는 단위의 돈이었어요. 예전에는 학생들 가르치면서 글도 쓰고 먹고살기 바빴는데 말이죠. 물론 제 글을 읽어주는 독자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에요. 150편 정도를 하룻밤 만에 다 보는 독자들도 있어요. 저도 그 정도는 못 보거든요.(웃음) 내 이야기를 이렇게 몰입해서 봐주시는구나 생각하면 정말 뿌듯해요.

정말 인터뷰에 ‘인세가 들어왔을 때 가장 뿌듯하다’고 써도 괜찮다고요?
그럼요! 그건 정말 중요한 문제예요. 애써 글을 썼는데 발표도 못하고 보상도 없으면 어떻게 일을 계속할 수 있겠어요? 제가 최근에 낸 작법서의 제목을 «웹소설 써서 먹고삽니다»라고 지은 것도 ‘먹고사는 것’의 가치와 귀함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저는 지망생들에게도 수익이 되는 글쓰기의 중요성을 늘 강조해요.

아무래도 독자 반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 같은데요.
작가의 숙명이죠. ‘악플에는 어떻게 대처하세요?’ 같은 질문을 정말 많이 받는데, 저는 악플을 안 봐요.
어쩌다 보게 되어도 ‘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가요. 의도적으로 좋은 평의 댓글을 찾아 보는 편이에요.(웃음)

순문학과 웹소설은 어떻게 다른가요?
요즘 e-북도 많지만, 문학작품은 아직 대부분 책으로 읽잖아요. 책을 손에 넣으려면 기본적으로 관심이 있어야 해요. 그 책을 빌리든 사든 일정 부분 독자의 수고가 들어가는 일이죠. 어쨌든 한 권의 책에 기승전결이 담겨 있기 때문에 문장의 호흡도 길고요. 웹소설 작가는 독자의 이탈을 막기 위해 약 5000자 한 편에 기승전결을 다 녹여야 해요. 그런데 이것도 옛말이고, 요즘엔 승전결결 정도로 구성해야 독자가 만족한다고도 해요.(웃음) 그만큼 호흡이 짧고 자극적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다음 편을 보지 않거든요. 종이책을 보는 독자와는 애초에 원하는 지점이 달라요.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죠.

프로 작가의 작업 공간에는 뭐가 있나요?
몸을 아프지 않게 해주는 온갖 장치들이 모여 있어요.(웃음) 어깨와 경추를 잡아주는 벨트,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 인체공학 마우스, PC 모니터 암, 허벅지 묶는 벨트 등등 진짜 별의별 장비를 다 써요. 근데 사실 큰 도움은 안 되는 것 같아요.(웃음) 매달 단행본 한 권 정도의 분량을 써야 하거든요. 원고지로 따지면 1000매가 넘으니 아무리 좋은 장비를 써도 아픈 몸은 어쩔 수 없어요.

매일 혼자 쓰는 일의 고충은 없나요?
작업적으로 좀 아쉬운 점은, 스토리 진행할 때 의견을 구할 사람이 없다는 것? 유명한 작가 중에도 팀으로 글을 쓰는 분들이 있어요. 두 사람 혹은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면 더 재미있는 스토리나 장면이 나올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은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요. 사실 공동 작업은 어떻게 하는지도 잘 모르거든요. 해본 적이 없어서.(웃음)

그래도 혼자 일하는 게 좋은가요?
저는 적성에 맞는 편이에요.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싫어하는 편이라, 하긴 좋아하는 사람도 없겠지만요.(웃음) 일을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좋아하는 사람들만 만날 수 있다는 거예요. 혹은 저를 좋아해주는 사람들만. 혼자 일하다 보니 결과에 대한 책임은 모두 나에게 있지만, 다른 관계에 대한 부담이 없어서 좋아요. 아, 출퇴근 안 해도 되는 것도요!

My Daily Routine
“오전에 2시간 작업, 1시간 낮잠, 다시 2시간 작업, 하루에 한 끼 제대로 된 식사, 하루 한 시간 이상의 운동. 2-1-2-1-1이 제 루틴이에요.”


 

번역가 박현아
프리랜서가 되고 싶어 번역가의 길을 걷게 된 8년 차 일본어 프리랜서 번역가.
번역이 천직이지만 그 세계는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말한다.
저서로는 «프리랜서 번역가 수업» «초보 프리랜서 번역가 일기» 등이 있다.

다른 언어를 맥락까지 파악하며 글로 옮기는 작업은 집중력과 시간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할 거 같아요.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일이 있는 날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로봇청소기를 작동시키고 커피나 두유를 마시면서 메일을 확인해요. 한두 시간 정도 일하다가 점심을 먹죠. 오후에는 저녁 먹기 전까지 1시간 일하고 20분 쉬는 루틴을 반복해요. 그날의 할당량을 끝냈으면 저녁 먹기 전에 퇴근하고, 못 끝냈으면 저녁을 먹고 나서 잘 때까지 일해요.

업무 시간, 쉬는 시간, 하루 업무량을 칼같이 지키신다고요.
시간을 정확히 지키기 위해서 타이머를 사용할 정도죠. 번역은 마감 날에 맞춰야 하는 일이라 하루 업무량을 정하지 않거나 그날의 업무량을 안 지키다 보면 끊임없이 미루고 흐트러지게 되죠. 자신과의 약속을 잘 지켜야 마감을 무사히 마칠 수 있어요.

혼자 일해서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마감 날짜만 잘 맞추면 일하는 시간과 휴식 시간을 마음대로 분배하고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 제일 좋아요.

번역가로서 어떤 고충이 있나요?
모든 일을 혼자서 완벽하게 끝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요. 스스로 끊임없이 ‘내가 맞게 번역했나?’ 의심해야 하죠. 혼자 하는 일의 단점이기도 한데, 직장에 다니는 분들은 선후배들과 한공간에서 함께 일하다 보니 동료애도 쌓을 수 있고 직업적인 고충도 털어놓을 수 있는데, 번역가들은 서로 알 수 있는 기회나 만날 일이 없어요. 동료애는 고사하고 고충을 털어놓을 상대도 만나기 힘들어요. 그럴 때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부럽긴 해요.

도서 번역은 물론 산업 번역도 한다고요.
도서 번역가로 일한 지는 6년 정도 됐고, 산업 번역은 8년 정도 했습니다. 책은 «강아지와 나의 열 가지 약속» «물건으로 읽는 세계사» «거미줄 바이올린» 등을 번역했고, 주로 제품 설명이나 관광지 안내문, 게임 등을 번역하는 일본어 산업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어요.

요즘은 주로 어떤 번역을 하나요?
게임 번역을 많이 하고 있어요. 게임에 나오는 모든 글자를 번역하는 일이죠.
코로나19 이전에는 관광지 안내문, 관광 홈페이지 기사 등을 주로 번역했는데, 관광 사업이 줄어들면서 일본에서 수입하는 게임이나 물건을 번역하는 일이 많아졌어요.

도서 번역보다 산업 번역 분야의 일감이 더 많다고 하던데요.
상대적이긴 해요. 도서 번역만 하시는 분 입장에서는 일이 안 끊기면 일이 많은 거니까요. 그런데 제가 해본 결과 산업 번역 일감이 많긴 해요. 수입 과자 봉지 뒷면에 쓰인 글자들도 다 번역이 필요하거든요. 우리 주변에 있는 수입 제품들이 모두 일감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번역가로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누군가 제가 일한 작업물의 도움을 받았다고 쓴 후기를 발견할 때가 있어요. 그저 번역했을 뿐인데 괜히 뿌듯하죠. 함께 일하는 회사에서 계속 일을 맡겨줄 때 ‘내가 신뢰를 받고 있구나’라는 보람도 느끼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번역물이 있다면요?
«강아지와 나의 열 가지 약속»이라는 책이요. 제 첫 번역서이기도 하지만, 마지막 파트가 너무 슬퍼서 펑펑 울면서 번역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마침 그때 개를 키우고 있어서 감정이입이 잘됐었나 봐요. 반면 까다로워서 기억에 남는 «우울증 먹으면서 탈출»이라는 책도 있어요. 제목 그대로 우울증과 식습관에 관한 책인데 한의학 용어가 굉장히 많이 나와요. 십전대보탕처럼 한문으로 된 단어가 많아서 꽤 애먹었어요.

일에서 반드시 지키는 원칙이 있나요?
아는 단어라 해도 뭔가 미묘하다 싶을 때는 꼭 사전을 검색해요. 같은 단어라 해도 분야나 상황이나 맥락에 따라서 뉘앙스가 달라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아무리 쉬운 단어여도 뭔가 매끄럽지 않을 때는 반드시 짚고 넘어갑니다.

My Daily Routine
“가사가 없는 음악을 들으면서 커피를 마시고 1시간 동안 일하고 타이머가 울리면 20분간 쉽니다. 이런 식으로 정해놓은 하루 업무량을 반드시 끝내요”

 


 

작사가 안영주
여전히 가사와 ‘썸타는’ 사이라고 말하는 5년 차 베테랑 작사가. 본캐가 엄마, 부캐가 작사가라 매일이 바쁘지만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고. 특별한 재능이 없어도 누구나 할 수 있다며
작사가가 되기 위한 팁을 담은 책 «그니까 작사가 뭐냐면»을 펴냈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창작 플랫폼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많이 늘었어요. 단도직입적으로, 저처럼 평범한 사람도 작사가가 될 수 있을까요?
당연하죠. 두 아이를 낳고 평범한 주부로 지내던 저도 됐으니까요. 방송작가 시절 같이 일했던 언니의 권유로 작사가 수업을 들었는데, 그때 심현보 작사가에게 배우면서 작사가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어요. 요즘은 작사가 소속사에서 진행하는 강의가 많아서 누구든지 배우면서 시작할 수 있어요.

어떤 곡들을 작사했나요?
최근에는 슈퍼주니어의 ‘Super’, 더보이즈의 ‘Einstein’을 작사했고, 그 밖에 레드벨벳 ‘La Rouge’, 숀의 ‘36.5’와 ‘To Be Loved’, 구구단의 ‘Rainbow’ 등을 썼어요.

유명한 곡이 많네요. 가수에게 직접 의뢰받나요?
연예 기획사 측에서 프리랜서 작사가에게 직접 의뢰하거나 소속사를 통하기도 해요. 그렇게 해서 완성된 여러 가사 중 하나를 고르는 식이죠.
이때 경쟁률은 낮게 잡아도 100:1 정도고, 높으면 1000:1까지 가기도 해요.

그렇게까지 경쟁하는 이유는 역시 저작권료 때문인가요?
어느 정도 영향이 있죠. 앨범 판매량이나 스트리밍 정도에 따라 저작권료가 달라지긴 하지만, 유명 아이돌 그룹의 노래 하나를 작사하면 저작권료가 일반 직장인 월급보다 크거든요.

한 달에 몇 곡씩 작업하나요?
대중없어요. 하루에 두 건씩 작업하기도 하고 일주일에 한 건도 없을 때도 있어요.
의뢰받은 곡이 없더라도 매일 꾸준히 쓰려고 노력해요. 요즘 나온 노래를 들어보기도 하고, 다른 작사가들이 쓴 가사들을 필사하면서 호흡을 놓지 않죠.

가사가 잘 써지는 시간과 장소가 따로 있나요?
매일 아침 3시간씩 써요. 밤에 몇 시에 자든 항상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세수만 하고 집 앞 카페에 가서 쓰죠. 초반에는 멋모르고 밤에 써야 감성이 나온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하니까 오래 못 버티겠더라고요.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해보니 다들 아침 루틴을 만드는 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아침만 되면 뇌가 알아서 잘 굴러가요.

작사하러 갈 때 꼭 챙기는 나만의 도구들이 있다면?
노트북, 공책, 펜, 헤드셋, 블루투스 이어폰, 타이레놀을 챙겨요. 노트북은 가사를 쓸 때 사용하고 공책과 펜은 필사할 때 써요. 그리고 머리가 아프면 글을 쓸 수 없어서 타이레놀을 반드시 챙깁니다. 또 곡을 받으면 하루 이틀 안에 가사를 써서 제출해야 해요. 컨디션이 좋아야 바로 좋은 가사를 쓸 수 있죠.

헤드셋과 블루투스 이어폰을 같이 챙기는 이유는요?
헤드셋을 오래 쓰고 있으면 귀가 아파서 잠깐씩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바꿔서 착용해요. 음악을 한번 듣기 시작하면 3~4시간 반복해서 듣거든요. 가사는 멜로디에 쫙 붙는 게 중요해요. 글이 아무리 좋아도 멜로디랑 따로 놀면 그 가사는 쓸 수 없어요. 멜로디에 어울리는 옷을 입혀주는 느낌으로 쓰려면 노래를 계속 듣는 수밖에 없죠. 해당 리듬에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를 골라내기 위해 한 곡을 100번도 넘게 들어요.

가수나 팬의 연령층에 따라 가사의 화법도 달라질 수밖에 없죠.
연령층에 따라 사용하는 단어나 표현이 달라요. 특히 해당 가수가 자주 사용하는 말들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요. 가수가 본인의 입으로 직접 부르는 노래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써준 티가 너무 나면 어색하거든요. 마치 그 가수가 쓴 것처럼 친밀하게 써야 해요.

노래를 부를 가수에게 완전히 몰입하는 게 중요하네요.
그렇죠. 그러다 보면 어느새 팬이 돼요. 평소에 어떤 단어를 쓰는지 파악하려고 브이로그 영상을 많이 찾아보는데, 그들의 일상을 보다 보면 어느새 응원하고 푹 빠지게 되죠.
이렇게 애정이 생기면 그 가수한테 어울리는 가사를 쓰는 일이 훨씬 수월해져요.

좋은 가사를 쓰기 위해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이 있다면요?
시대별로 선호하는 단어들이 조금씩 바뀌어요. 요즘엔 빌런, 스웨그 같은 단어들이 트렌드죠. 이런 단어들을 항상 업데이트해야 해서 <고등래퍼>나 <킹덤: 리전더리 워> 같은 프로그램을 꼭 챙겨 봐요.

My Daily Routine
“매일 아침 세수만 하고 집 앞 스타벅스에 첫 번째
손님으로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벤티 사이즈를 시킨 다음 공복 상태로 3시간씩 가사를 써요”

 

 

Editor 김병주, 우성민
Photographer 송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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