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마켓 입문 가이드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 ‘키아프 아트 서울’을 앞두고 미리 알아둬야 할 아트 마켓 엔트리를 위한 조언.

단순히 숫자의 증가 폭만으로 마켓의 수준과 밀도를 논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2~3년 사이 아트 시장이 보여준 성장세는 충분히 유의미하다. 오는 10월 국내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인 ‘키아프 아트 서울’이 개최될 예정이다. 이와 같은 추세라면 올해 아트페어와 화랑, 경매 시장의 총 매출액이 1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명성 높은 갤러리들이 앞다퉈 서울에 ‘분점’을 내거나 확장 이전하는 것 또한 주목할 만한 시그널이다. 세계적인 아트페어가 국내 시장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적극 진출을 선언한 것도 고무적이다. 감도 높은 작가들의 수준 높은 작품들이 끊임없이 유입되고, 예술을 향한 대중의 관심과 애정은 전에 없이 뜨겁다. ‘예술은 내 삶을 감각적이고 트렌디하게 만들어주는 무엇’이라는 인식까지 자리 잡은 지금, ‘나도 한번 지갑을 열어볼까’ 하는 마음이 든다면 아트 마켓 입문 가이드를 활용해볼 것.

아트 입문자라면 ‘아트페어’부터 시작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갤러리에 가는 것이다. 소규모 화랑 전시에 익숙지 않다면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예술의전당 등 대규모 전시관 투어부터 시작해도 좋다. 크고 작은 갤러리 전시 소식을 수시로 업데이트해주는 SNS 채널의 팔로업도 잊지 말것. 이마저도 번거롭다면 가장 편리한 방법은 아트페어를 방문하는 것이다. 아트페어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나 국내외 유수 갤러리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다는 것.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미술 애호가들이 주로 찾던 아트페어가 지금은 예술계의 VIP 고객을 비롯해 연예인과 셀럽, 젊은 소비층의 핫한 놀이터로 떠오르면서 참여 갤러리와 전시 작품의 수준도 놀랄 만큼 성장했다. ‘작품과 나의 완벽한 교감’을 강조하던 과거 화이트 큐브 속 관람 방식을 완전히 뒤바꾼 ‘온라인 뷰잉룸(OVR)’ 또한 경험해볼 만하다. 영상 콘텐츠에 익숙한 MZ세대는 물론 갤러리의 고압적 분위기가 다소 불편했던 초보 아트 컬렉터들에게 내 방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온라인 뷰잉룸은 오히려 예술을 한층 더 가깝게 느끼는 또 다른 방편으로 자리 잡았다. 참여 방법도 간단하다. 관심 있는 아트페어 공식 웹사이트에 접속해 회원 가입을 한 뒤 온라인 뷰잉룸이 열리는 기간 중에 영상으로 관람하기만 하면 된다. 아트페어에 관심이 생겼다면 올해 하반기에 열리는 ‘키아프 아트 서울(KIAF ART SEOUL)’은 꼭 챙길 것. 2002년 첫 개최 이후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아트페어로 자리매김한 키아프 아트 서울이 올해 유독 더 주목받는 이유는 내년 9월 글로벌 아트페어 ‘프리즈(FRIZE)’와의 공동 개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아트바젤, 피악(FIAC)과 함께 세계 3대 아트페어로 손꼽히는 ‘프리즈’가 2022년부터 향후 5년간 키아프 아트 서울과 같은 기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는 건 그만큼 한국 아트 시장이 양적·질적 성장을 이뤘다는 방증인 셈. 그 열기가 일찌감치 전해진 덕인지 올해 열리는 키아프 아트 서울에 참여하는 갤러리의 면면도 화려하다. 예술 애호가뿐만 아니라 입문자들도 놓쳐서는 안 될 현장이다.

ⓒChristie’s Images Limited 2021
Beeple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

중급자를 위한 해외 갤러리의 다채로운 시도들
미술 작품을 즐기고 구매하는 것에 소소한 재미를 느낀 사람이라면, 이제 갤러리의 특색을 음미하면서 나한테 맞는 작품을 골라보는 것도 좋겠다.
올해 4월 서울 청담동에 문을 연 ‘쾨닉 서울’은 2002년 베를린에서 시작한 쾨닉 갤러리의 서울 분점이다. 20년이라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현대미술의 중심으로 불리는 베를린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갤러리로 급성장한 쾨닉 갤러리는 요즘 같은 시대에 갤러리가 추구해야 할 가장 미래적 방식이 무엇인지를 명쾌하게 보여준다.
“올해 마흔이 된 쾨닉 갤러리의 대표 요한 쾨닉은 호기심이 왕성하고 새로운 플랫폼이나 테크놀로지, 시장에 대해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사람이에요. 소셜미디어를 중요한 툴로 사용하는 것도 특징이죠. 작가들의 스튜디오를 연결해 라이브 방송을 하기도 해요. 보수적인 성향이 짙은 갤러리 시장에서 그는 굉장히 과감하고 튀는 결정을 거침없이 내려요.”
쾨닉 서울 최수연 대표의 설명이다. 쾨닉 앱에서는 기존 웹사이트에 있던 작품 관련 자료와 콘텐츠는 물론 온라인 뷰잉, 아트 굿즈를 구매할 수 있는 숍까지 통합적으로 서비스된다. 그뿐만 아니라 쾨닉 갤러리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가상 공간의 갤러리도 함께 운영 중이다. 웹사이트나 SNS, 앱처럼 오프라인 갤러리를 홍보하기 위한 부수적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또 하나의 ‘분점(Branch)’으로 오프라인 갤러리와 지위가 동일한 쾨닉의 4번째 갤러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국적 갤러리인 페이스 갤러리 서울은 최근 개관 6년 만에 한남동 리움미술관 인근으로 확장 이전하고 미국의 흑인 작가 샘 길리엄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을 열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스트리아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도 오는 10월 한남동에 지점을 연다.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의 아시아 첫 분점인 만큼 서울이 홍콩을 대신할 아시아의 ‘아트 허브’로 떠오르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추측도 나온다. 독특한 색채로 무장한 해외 갤러리들의 작품 투어는 예술을 바라보는 시야를 한층 넓혀준다.

아트 투어 고수들의 놀이터, 경매와 NFT
아트 옥션은 입문자부터 고수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시장이다. 아트페어와 갤러리로 구성된 마켓이 1차 시장이라면 소장품을 재판매하는 리세일 마켓, 즉 경매는 2차 시장으로 분류된다. 서울옥션의 아트 딜러 정태희 선임은 예술품 경매를 처음 시도하는 사람은 우선 믿을 만한 옥션사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경매는 옥션 시장만의 가격이 형성돼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소유자가 바뀌면서 작품이 감가상각 되어 가격이 내려가기도 하고, 희소가치에 따라 오히려 갤러리 판매가보다 올라가는 경우도 있죠. 처음 경매에 참여한다면 작품 가치 평가, 감정 이슈 등 안정적 장치를 갖춘 규모 있는 옥션사를 통해야 안전해요.”
경매에 참여하고 싶다면 먼저 관심 있는 옥션사의 홈페이지를 방문해 옥션 진행 일정을 체크할 것. 옥션사를 선택했다면 경매일 1~2주 전부터 진행하는 프리뷰 전시를 관람하며 실제 작품을 눈으로 확인한다. 코로나19 이후 경매 시장도 온라인으로 발 빠르게 전환되는 분위기다. 경매 시작 전에 구매하고 싶은 작품의 희망가를 적어서 옥션사에 제출하면, 경매 당일 기준 최고가를 써낸 사람에게 바로 낙찰이 되는 방식이다. 수백 개의 작품 경매가 눈 깜짝할 사이에 진행되니 긴장을 늦추지 말 것.
또 하나는 최근 엄청난 성장 속도를 보여주고 있는 NFT(Non 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 작품 투자다. NFT는 암호화폐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데이터에 고유한 인식값을 부여하는 것으로 영상, 그림, 음악 등의 디지털 콘텐츠를 복제 불가능한 디지털 원작으로 만드는 기술이다. 쉽게 말해 ‘디지털 정품 인증서’ 같은 개념인데, 인터넷이라는 가상 공간 안에서 디지털 이미지들이 ‘새로운 아트’로서 급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작품들은 이더리움 같은 가상화폐로 NFT 컬렉팅 플랫폼을 통해 거래되는데, 슈퍼레어, 니프티 게이트웨이, 파운데이션, 메이커스플레이스 등이 유명하다.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한 라리블, 오픈씨 등도 있다. 각각의 사이트에 들어가 구매하고 싶은 작품의 입찰 또는 매수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끝. 내가 보유한 디지털 이미지에 인식값을 부여해 작품을 팔 수도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자유롭게 오가는 것이야말로 요즘 아트 컬렉터다운 자세다.

 

Editor 김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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