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대해 지금 보고 읽어야 할 것들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내 몸을 그대로 긍정하는 자세를 지니기 위해선 연습과 사유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내 몸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작품들을 모았다.


A
«몸에 갇힌 사람들» 수지 오바크
몸을 재단하는 획일화 된 기준으로 우리 몸은 사회적·문화적 압박에 시달린다. 끊임없이 자신의 몸이 불완전하다 여기며 불안을 느낀다. 결국 이는 현대 사회와 산업의 관행에서 비롯되었을지 모른다는 주장은 섣부른 억측일까. 불만족스러운 몸을 극복하기 위해 성형, 다이어트를 감행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우리 몸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몸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문제라고 꼬집는다. 몸의 존재를 확신하는 순간, 비로소 우리는 몸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B
<나는 살을 빼기로 결심했다> Heavy Craving 2019 대만
우리는 왜 다이어트에 열을 올릴까? 또 우리는 왜 아름다워지려 할까? 쉬이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에 이 영화는 당차게 답한다 “더 아름다운 자신. 지옥에나 가!”라고. 맛깔스러운 음식을 푸짐하게 내놓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는 영양사 ‘장잉주안’은 매일같이 사람들의 칼날 같은 시선을 견뎌야 한다. 마트, 버스, 심지어 집 안에서조차 그의 뚱뚱한 몸매는 비난의 대상이 된다. 장잉주안이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건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타인의 시선과 압박 때문이다. 한번쯤 타인의 시선에 맞춘 내가 되기를 갈망했던 우리에게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울림이 크다.

C
«몸의 말들» 강혜경, 고권금 외 3명
내추럴 사이즈 모델 겸 유튜버, 작가, 기자, 영화감독, 섹스토이숍 주인 등 여덟 명의 여성 필자가 자신의 몸으로 살아가는 일에 대해 쓴 책. ‘아름다운 몸’에 가까워지기 위해서 애쓰는 오늘의 우리에게 «몸의 말들»은 ‘왜 오늘의 몸을 즐기지 못하냐’고 묻는다. 책은 어릴 적 놀림을 받던 피부를 혐오하다 마침내 자신까지 혐오한 이야기, 외적인 것을 내려놓자 자신이 꽤 근사한 사람임을 발견한 이야기 등 몸에 대한 저마다의 경험담을 솔직하게 담고 있다. 그리고 독립된 내러티브를 지닌 몸의 주체자로서 바로 서는 법에 대해 얘기한다. 타자의 시선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기 몸을 규정하고 긍정하는 방법을 깨닫게 해준다.

D
<아이 필 프리티> Feel Pretty 2018 미국
유쾌하게 한바탕 웃고 나면 마음속에 슬쩍 자존감이 비집고 들어오는 덕에 ‘자존감 회복 영화’로 불린다. 르네가 머리를 다치고 난 뒤 자신이 예뻐졌다고 믿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 영화. 사고 후 르네는 자신 있게 의견을 관철하고 이성에게 먼저 대시하는 등 이전에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낸다. 우리는 안다. 르네가 본래 지니고 있던 매력이 ‘바뀐 생각’ 하나로 발현된다는 걸. 우리의 근사함은 외모에서 비롯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E
«당신을 이어 말한다» 이길보라
영화감독인 저자 이길보라는 ‘코다(농인 부모의 자녀)’다. 옹알이를 손으로 배운 그는 ‘차별과 불평등’이 ‘차이와 다름’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장애를 ‘극복’의 대상으로 보는 사회적 시선을 거부하고 대신 들리지 않은 사람에게는 ‘볼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전작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가 농인의 세상과 청인의 세상을 잇는 도구로 쓰이길 원했다는 이길보라 감독의 말에서 장애와 관련된 일상의 경험과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그의 깊은 사유를 엿볼 수 있다.

F
<원샷한솔> 유튜버 김한솔
원샷한솔은 시각장애가 있는 유튜버가 세상을 살아내는 이야기로 시각장애인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다룬다. 그가 어떻게 쇼핑을 하는지, 패션 감각은 어떻게 살리는지, 대중교통은 어떻게 이용하는지…. 방식은 다르지만 우리와 같은 모양의 삶을 살아가는 청년에게는 어떤 그늘도 없다. 또한 우리가 이미 그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덤덤하게 보여준다.

G
«몸의 일기» 다니엘 페나크
소설이자 한 남자가 10대부터 80대까지 자신의 몸에 대해 쓴 일기다. 몸에 대한 세밀한 관찰은 결국 촘촘한 삶의 기록과 맞닿아 있다. 존재 장치로서의 몸에 대한 치열한 기록은 결국 삶 자체라는 것. 사춘기 소년의 몸에 대한 관찰부터 이명 등 몸에 나타나는 질환, 노화로 인해 늙어가는 혀의 모양과 나이가 들수록 푹 꺼져가는 엉덩이까지. 우리는 결국 이 일기에서 내 몸을 발견하고, 사유하게 된다.

H
<데프 유> Deaf U 2020 미국
청각장애인을 위한 학교 ‘갤러댓’에서 벌어지는 대학 생활을 담은 리얼리티 시리즈. 장애를 다룬 작품은 무겁고 진지하다는 편견을 깨는 작품이다. 이 리얼리티 쇼의 주인공은 어릴 적 왼쪽 귀의 청력을 잃고 전파 보청기를 끼는 로드니, 수어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며 패션 유튜버로 활동하는 사이예나 등이다. 손끝이 간질간질해지는 연애 이야기, 화끈한 마라맛의 청춘 로맨스를 흡입력 있게 담아낸 작품으로 손으로 주고받는 사랑만으로도 충분히 가슴이 설렐 수 있음을 보여준다.

I
<크립 캠프: 장애는 없다> Crip Camp 2020 미국
1971년, 신체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뉴욕주 제네드에서 개최된 여름 캠프로 향한다. 이들은 캠프를 뮤직 페스티벌 ‘우드스톡’에 빗댄다. 그만큼 흥겹고, 한계가 없고, 자유로운 시간이라는 것. <크립 캠프: 장애는 없다>는 캠프 제네드에 참가했던 지미 러브렉트의 회고로 시작한다. 장애인 인권 운동의 시초가 된 캠프 제네드 현장을 사실감 있게 그려낸 이 작품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건 지도 교사들의 태도다. 그들의 모습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하는 시선, 고립에서 벗어날 용기를 내지 못했던 이들에게 새로운 인식을 심어준다.

Editor 김소희(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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