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너의 이야기>로 작가가된 배우 송선미

동화와 에세이. 허구 속 이야기와 현실의 삶을 오가는 배우 송선미에게 필요한 두 가지.

송선미는 2년 전 우연히 ‘내 안의 나를 찾는 글쓰기’라는 주제의 워크숍에 참여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쓴다는 건 무언가를 유심히 들여다보는 일. 그녀는 자신이 겪은 일련의 일들과 그로 인한 침전의 경험, 그리고 그 시간을 온전히 통과하고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쓰며 참 많은 위안을 얻었다. 1년 넘게 써 내려간 글에 딸 아리의 그림을 넣고 싶다고 먼저 제안한 건 그녀였다. 송선미를 포함한 작가 6인이 쓴 자전적 동화 에세이 «어쩌면 너의 이야기» 속 ‘아리코’는 송선미와 딸 아리가 함께 완성한 가족의 기록이다.

원래 대화할 때 듣는 걸 더 좋아하세요, 아니면 말하는 걸 더 좋아하세요?
예전에는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러려고 노력도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어느 순간 보면 제 얘기만 막 하고 있더라고요.
더군다나 아이를 키우면서부터는 ‘육아’라는 공감대가 있는 사람들을 주로 만나다 보니 말할 거리가 많아져서 그런 가 봐요. 애들 얘기는 해도 해도 끝이 없잖아요.(웃음)

딸 아리와 함께 한 촬영은 어땠나요? 처음이라 고민도 되고 긴장도 했을 것 같은데.
오래 고민하지는 않았어요. 제안을 듣고 오히려 ‘재밌겠다’ 생각했죠.(웃음) 어쩌다 보니 아직 딸과 제대로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서 무척 기대하고 왔어요. 아리는 그림 그리고 혼자 뭘 만드는 걸 좋아해요. 겁이 좀 많고 수줍음도 많이 타죠. 그런데 생각보다 아리가 너무 좋아하고 잘 따라와줘서 깜짝 놀랐어요! 찍으면서 내내 하길 잘했다 싶더라고요. 저도 평소에는 전혀 입지 않는 스타일의 옷을 입으면서 즐거웠어요. 원래 심플하고 편한 옷을 좋아하는데, 사람들이 이래서 예쁜 옷을 입나 봐요. 푸른색 볼륨 원피스를 입고 거울을 보는데 정말 기분이 좋더라고요.

얼마 전 자전적 동화 에세이 «어쩌면 너의 이야기»의 공동 저자로 참여하셨죠. 짧은 동화 안에 선미 씨의 생각이나 마음이 분명히 담겨 있어서 좋았어요. 글쓰기는 어땠나요?
지금 생각해도 이 작업을 어떻게 마무리했는지 얼떨떨해요. 생각해보니 글쓰기를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더라고요. 글은 저와는 별개의 일이라고만 막연하게 생각했죠. 그렇다 보니 막상 쓰면서도 굉장히 두려움이 컸어요. 내 생각을 그냥 풀어놓은 것일 뿐인데 이게 진짜 글일까? 내 글이 누군가에게 내보일 만큼인가? 그런 의심이 계속 들었거든요. 그때마다 제 글을 읽은 분들이 괜찮다고, 좋다고 말씀해주신 걸 믿고 여기까지 왔어요. 그래서 “잘 읽었다”는 말 한마디도 저한테는 큰 힘이 돼요.(웃음)

이 작업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요?
제 딸 아리가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데, 2년 전쯤 같이 공동육아를 하는 엄마 중 한 명이 ‘나를 스토리텔링하는 동화 쓰기’ 워크숍을 진행했어요. 부모의 마음이 건강하고 행복해야 아이에게도 온전한 사랑을 줄 수 있잖아요. 그 당시에 어떤 이유에선지 내 마음을 한번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워크숍에 지원했고요. 저를 포함해서 여섯 엄마가 참여했어요. 처음에는 어떤 얘기를 써야 할지 주제를 찾지 못해 막막해하는 사람도 있었고, 어디까지 솔직하게 꺼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렇게 꾸준히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자기 얘기를 완성해나갔고, 생각보다 글이 잘 나와서 계획에 없던 출판까지 하게 된 거예요. 책이 나온 뒤 “우리 글이 책으로 나왔다니!” 하면서 다들 너무 재미있어하고 있어요.(웃음)

선미 씨가 쓴 책 속 ‘아리코’ 편의 그림은 딸 아리가 직접 그렸다고요. 엄마가 글을 쓰고 딸이 그림을 그린 동화책이라니. 두 사람에게도 특별히 더 의미 있는 시간이었겠어요.
‘아리코’는 아리코 성에 사는 공주와 어린 딸 리코에 대한 이야기예요. 아리코의 왕자가 어느 날 대두나라 여왕의 초대로 왕국을 떠났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고 달이 되는데, 절망에 빠진 공주가 리코 덕분에 힘을 얻어서 다시 성 밖으로 나가는 얘기죠. 책을 내기 전 아리에게 먼저 동화를 읽어줬어요. 그래서 아리는 지금도 아빠가 달님이라고 생각해요. 차를 타고 가다가 달이 보이면 “엄마, 저기 아빠야” 하고 말하기도 하죠. 의도했던 건 아닌데, 아이가 아빠의 부재를 조금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서 책 쓰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어요. 아리가 그린 그림 중에 어떤 걸 넣을지 같이 고르고 책 얘기도 나누면서 알게 모르게 위로를 많이 얻은 것 같아요.

상처를 다루는 방식은 저마다 제각각이죠. 누군가는 속에 꽁꽁 싸매두고 비밀처럼 간직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드러내고 꺼내서 말하기도 하고요. 후자 쪽을 선택한 건가요?
살면서 느낀 건 삶은 절대로 어느 한 개인의 선택이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거예요. 이런 생각이 뭔가를 결정할 때 많은 영향을 끼쳐요. 아이와 오늘 함께 촬영하기로 마음먹은 것도, 내가 언제까지 아리를 꽁꽁 싸매고 보호해줄 수만은 없을 테니 제가 먼저 풀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지난 몇 년간 정말 많은 사람들한테 위로를 받았거든요.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만난 일면식도 없는 분이 “항상 응원하고 있어요”라고 인사를 건네기도 하고, 진심을 담은 메시지들을 전해주시는 분도 있었어요. 전에는 그냥 다 각자 살아간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모르는 사람에게서 힘을 얻고 의지가 되는 스스로를 보면서 좀 더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은 것 같아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족함이 없는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함몰돼서 정작 스스로를 잘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과 아이의 삶을 균형 있게 잘 살피면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고 산후우울증을 오래 앓았어요. 당시에는 그게 우울증이라는 생각도 못했고요. 뭔가 해소되지 않는 답답한 마음을 어디엔가 말하고 싶어서 상담센터를 찾았고, 그러고 나서 알게 됐죠. 상대나 상황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이 왜곡돼 있었다는 걸요. 그걸 깨닫고 나니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고 마음을 좀 더 편안하게 먹게 되더라고요. 누군가가 저한테 좀 이기적으로 굴어도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말고요. 물론, 여전히 현실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용납하기 힘든 일들도 있지만요. 아이를 낳고 이제 겨우 삶에 대해 조금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나를 많이 사랑하려고 노력해요. 내가 좋아하는 게 뭐지? 어떨 때 내 마음이 기쁘고 설레지? 틈날 때마다 생각해요. 그렇게 제가 스스로에게 쏟은 사랑이 결국 아이한테까지 전해지더라고요.

최근에 가장 기뻤던 일은 뭔가요?
아주 사소한 일인데, 얼마 전 아주 마음에 드는 예쁜 커트러리를 샀어요. 거기에 작게 제 이름도 새겼죠. 그걸로 밥을 먹는데 기분이 그렇게 좋더라고요. 저희 엄마 것도 같이 주문하면서 ‘엄마가 이걸 좋아할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의외로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그전에는 몰랐던 엄마의 의외의 모습을 발견한 일이라 더 기억에 남아요. 무엇보다 가장 큰 힘을 주는 건 역시나 일이죠. 이렇게 20년 넘게 꾸준히 저를 설레고 긴장하게 하는 일은 없으니까요. 아주 천천히, 조금씩 나아지는 나를 볼 수 있다는 건 진짜 행운인 것 같아요.

Editor Kim EunHyang
Photographer KIM OiM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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