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 황지수의 제주맛

요리사인 나는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반반 생활을 한다. 냉장고 두 대와 주방은 내게 매일 새로운 자극을 준다.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바다와 멋진 자연 때문에 제주에서 살아봐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니었다. 정말 단순하게도 나는 오직 제주 오일장과 농민장터에서 만나는 농부님들의 채소에 반해 새로운 모험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무작정 매주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사는 두 집 살림을 시작했다. 제주에서는 부지런히 오일장과 농민장터가 열리는 날에 맞춰 식재료를 구하러 다니고 요리를 했다. 그러곤 새롭게 만난 이웃들과 함께 거의 매일 저녁 식사를 했다. 이렇게 쌓인 시간들이 요리에 대한 열정과 새로운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식탁을 함께하는 시간은 어디에서나 소중하지만 한동안 요리에 대한 매너리즘에 깊게 빠진 내게 제주에서의 시간은 다시금 음식에 대한 첫 마음을 깨닫게하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어느덧 반반 생활이 익숙해지니 두 집 살림에 대한 요령 또한 하나씩 늘어났다. 매주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생활하기 때문에 관리해야 하는 냉장고도 두 대다. 떠나기 전날에는 냉장고를 털어 부지런히 저장 요리를 만든다. 저장 요리라고 해서 거창한 것은 아니다.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페스토나 장아찌, 효소 시럽, 잼 같은 다양한 절임을 만들어놓는 형태다. 그중 제주 집에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레시피 몇 가지와 살림 방법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가장 제주스러운 그릇,
담화헌

제주에서의 요리 생활이 즐거워질수록 자연스레 어울리는 그릇에 눈길이 갔다. 새로운 그릇을 찾다 만난 곳은 ‘담화헌’이다.
유약을 바르지 않고 제주 흙과 불과 물로만 만들어 생명력이 느껴지는 그릇과 옹기를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생명력이 있는 그릇에 음식을 담으면 보는 눈도 먹는 입도 더욱 즐거워진다.

 

RECIPE

포도로 만든 효소 시럽과 여름 샹그리아


재료 잘 익은 포도, 유기농 설탕(포도양의 50%), 깨끗한 손과 유리병, 스테인리스 볼
만드는 법
1 포도는 알맹이만 분리해 식초 한 큰술을 푼 물에 담가놓았다가 깨끗이 헹군 다음 껍질에 물기가 남지 않도록 완전히 말린다(포도 이외에도 집에 남아 있는 과일이면 모두 가능하다).
2 포도알을 넉넉한 크기의 스테인리스 볼에 담고 설탕을 넣은 다음 물기가 없는 깨끗한 손으로 잘 버무린다. 비닐 랩으로 꼼꼼히 덮는다.
3 그늘진 곳에 두고 오전과 오후 두 번씩 물기 없는 깨끗한 손으로 고루 섞어준다.
4 ③의 과정을 3~4일 반복하는데, 과일의 양과 상태, 종류에 따라 기간을 늘릴 수도 있다.
5 설탕이 완전히 녹고 포도 향이 진하게 우러나면 고운 체에 거른 다음 소독한 유리병에 담아 냉장 보관한다.

*같은 방법으로 제철 과일을 이용해 다양한 효소 시럽을 만들 수 있다


자연 그대로의 채소,
자연그대로농민장터

서울에 마르쉐가 있다면 제주에는 ‘자연그대로농민장터’ 가 있다! 규모는 매우 작은 편이지만 자연 재배, 무농약, 유기 재배를 고수하는 농부님들이 키운 건강한 제철 채소를 만날 수 있다. 인스타그램(@jejunaturalfarmers)에 금요일마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열리는 장터 품목을 업데이트한다. 제주시 월광로 12 매주 토요일 2-6시

 

RECIPE

양하 초절임과 활용법
양하는 제주도의 특산물로 8월 중순부터 오일장 또는 동문시장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생강과 셀러리를 섞어놓은 듯한 향과 식감이 독특하기 때문에 초절임을 하거나 채를 썰어 생선 요리에 곁들인다.
또 양하초절임은 다져서 소면에 넣거나 두부와 함께 먹는 등 활용도가 높다.

재료 양하 10개, 소금 1/2작은술 , 식초 60ml, 설탕 1½큰술, 소독한 유리병
만드는 법
1 양하는 깨끗이 씻어 껍질을 한 꺼풀 벗겨낸다.
2 손질한 양하를 끓는 물에 30초 정도 데쳐서 건져낸 다음 소독한 유리병에 담는다.
3 식초에 소금, 설탕을 넣고 살짝 끓인 다음 식혀 부어준다. 하루 정도 숙성한 뒤 먹으면 맛이 더욱 좋으며, 반드시 냉장 보관한다.

 


좋은 식재료로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일이 주는 기쁨과 에너지는 상당하다. 신선한 식재료를 구입하는 장터, 소담한 그릇 공방은 요리에 대한 영감투성이다.
주방 일을 쉬는 날은 세계 여행을 하듯 각국의 음식을 맛보며 기뻐하는 날이다.

제주 할망님들의 장터,
제주시민속오일시장

제주 할망님들이 모여 제철 채소를 판매하는 장터를 만날 수 있다. 채소 외에도 생선, 식물, 제주 민속 의상인 갈옷, 그릇, 과일 등 없는 물건이 없을 정도로 규모가 굉장히 크다.
하루 종일 구경해도 모자를 만큼 많은 품목을 만날 수 있으며, 매월 끝자리가 2일, 5일인 날에 열린다. 제주시 오일장서길 26

 


치앙마이에 온 듯한 기분,
팟타이시암

태국인 아내가 직접 요리하는 곳으로 정말 치앙마이에 온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다양한 태국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제주공항과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으니 태국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제주에 도착하거나 떠나는 날 꼭 한 번 맛보면 좋겠다! 추천 메뉴는 ‘양꿍과 푸팟퐁커리, 쏨땀’. 제주시 용화로 41-2


제주에서 맛보는 남미 음식,
오래된구름

아르헨티나 여행을 다녀온 이후
남미 음식에 푹 빠져 있었다. 서울에서는 아르헨티나 음식을 쉽사리 만나기가 어려워 아쉬운 마음이 있었는데, 제주에서 진정한 남미 음식점을 찾아 무척이나 행복했다. 이곳에서 맛본
요리는 나에게 새로운 자극제가 되기도 했다. 긴 설명이 필요 없이 꼭 ‘아사도와 셰비체’를 먹어보길 바란다. 제주시 조천읍 북선로 372


황지수
요리학교 졸업 후 다년간 식당에서 경험을 쌓았으며 제철 채소를 기반으로 한 가정요리를 연구하고 있다.
서울 서촌에서 조식 식당 ‘경우의수’를 운영했다. 현재는 출장 요리 워크숍, 클래스101의 온라인 요리 교실 등 다양한 요리 활동을 하고 있다.

Writer 황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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