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옹기를 빚는 도예가 부부

제주 자연이 주는 영감과 에너지로 숨 쉬는 옹기를 굽고 있는 도예가 강승철, 정미선. 끊임없는 소통과 연구로 전통을 이어가면서 새로운 기술을 연마해, 발효가 잘된 옹기를 빚어내고 있다.

시간이 지나야 더 빛을 발하는 쓸모, 발효는 새로운 가치가 부여되는 자연이 빚어낸 신비로운 변화의 과정이다. 담화헌의 도예가 강승철, 정미선은 잘 익어가는 삶을 닮은 발효에 최적화된 숨 쉬는 옹기를 빚는다.
“제주의 흙은 철분 함량이 비교적 많기 때문에 건강한 음이온이 많이 나오고 색상도 다양하게 만들어낼 수 있어요. 우리는 천연 흙 그대로 건조해 바로 구워 들숨과 날숨의 숨구멍이 있는 숨 쉬는 옹기를 만들어요. 그렇지 않은 옹기보다 50% 이상 발효 기능이 높고 보존력이 뛰어나죠. 또 사용할수록 거친 표면이 매끌매끌해지죠.” 이들의 작품에는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는다. 흔히 유약이라 불리는 잿물(재+약토)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제주에서 나는 천연 흙과 장작 가마 불의 세기로만 만든다. 유약을 바른 것처럼 반짝반짝 빛나지만 놀랍게도 천연 광택 그대로다.

“제주의 자연이 주는 영감과 에너지는 선물이라고 여겨집니다. 제주의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고 아끼면서 건강한 제주로 남기를 바라죠. 억지로 특별함을 가미한다면 제주만의 순수함을 잃게 되니까요.” 제주에서 나고 자라 제주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작업을 이어온 담화헌의 대표 정미선이 비슷하게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을 졸업하고 고향인 제주에 내려와 20여 년 넘게 제주 옹기 작업을 하고 있는 제주옹기숨미술관 관장 강승철을 만나 같이 작업을 시작한 것은 2001년. 좋은 공기와 물의 축복을 받은 섬, 제주의 천연 흙을 직접 채취하고 반죽을 숙성해서 여러 가지 관점으로 재해석해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둘의 지향점이 똑같았다.

“물이 귀한 제주에서는 전통 옹기인 허벅(물동이를 뜻하는 제주 방언)을 어깨에 들쳐 메고 물을 길어 오는 게 일상이었어요. 허벅은 물동이이자 부엌 한쪽에 늘 놓여 있던 친근한 생활 용기인데, 혼수 필수품이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옹기 작품은 귀하면서 친근한 허벅의 정신을 담고 있어요.” 제주의 전통 물레를 이용한 먹달항아리 같은 제주 옹기 작품은 물론 실생활에 쓰이는 식기부터 차 도구,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도 연구 중이다.

“전통 방식의 제주 옹기 제조법은 파손율이 높아 수가 적기 때문에 고가일 수밖에 없어요. 파손율을 줄이고 결과물을 좋게 만들기 위해 오랜 기간 발로 뛰어다니며 자료를 수집하고 끊임없이 연구했습니다. 흙의 성질, 불의 온도, 가마재임에 따라 다양한 실험을 하며 끊임없이 가마에 불을 지폈죠. 그 결과 자연스럽게 재를 입어 검은 광을 내는 우리만의 옹기를 찾았습니다.” 파손율도 줄이고 이들만의 오묘한 색까지 찾은 것. 이는 전통을 이어가면서 새로운 기술을 연마한 노력의 산물이다.

“우리의 삶도 숨을 잘 고르는 것이 중요하듯 옹기 작품도 생명을 지닌 듯 숨을 잘 쉬어야 대대손손 명을 이어 갈 수 있어요. 옹기는 그저 옛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곁에 머물고 또 재발견되어 사용되죠. 새로운 시대의 사용자들과 소통하며 디자인과 아이디어를 담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자 즐거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주의 생활 속에서 실제로 쓰였던 간장, 식초, 물을 담는 병을 재현해 상품화한 것을 보면 생활 옹기에 대한 그의 바람을 알 수 있다.

“옹기는 원래 우리 어머니들이 생활 속에서 쓰던 그릇입니다. 손때가 묻어야 비로소 그 가치를 발휘하죠.” 귀하게 만든 작품이 제주만의 순수함을 잃지 않되 대중적으로 친근하게 쓰이도록 꾸준히 늘 연구한다는 이들은 2005년 부부의 개인 작업 공간으로 ‘제주숨옹기’라는 명칭의 도예 전문 공간을 처음 만들었다. 이후 다른 한편에 소통의 장으로 갤러리 ‘제주옹기숨미술관’, 그릇 가게이자 카페인 ‘담화헌’, 제주 옹기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 공간 그리고 살림집도 꾸렸다. 조각조각 더해져 옹기종기 정겨운 풍경을 자아내는 하나의 작은 도예 마을이 완성된 것. 박공지붕에 제주의 전통 방식으로 서까래를 시공하고, 고나무로 직접 만든 테이블과 몇 년을 공들여 들인 고가구 살레(부엌의 수납공간, 수납장을 뜻하는 제주 방언) 등을 한 치의 이질감 없이 감각적으로 연출한 모던한 공간은 모두 이들의 옹기 작품과 꼭 닮아 있다.

담화헌은 작품을 전시 및 판매하고 정미선 대표가 직접 만든 발효 음료도 판매하며, 옹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 공간이 되기도 한다. 유약을 바르지 않는 제주 옹기는 습도 높고 더운 날씨에는 쉬이 상하지 않고 공기가 통하는 만큼 발효가 잘된다. 그 옹기에서 발효된 수제 요거트, 댕유지청을 옹기에 숙성해 만든 댕유지차 등 모든 메뉴는 이들의 작품 속에서 재탄생해 깊고 건강한 맛을 낸다. 그런가 하면 담화헌 마당에서는 수회째 인기를 얻고 있는 마당 장터 ‘마르쉐’도 열린다. 내 집 주방에서 직접 만든 음식들과 친환경 농산물, 아침에 갓 짜낸 신선한 우유와 홈메이드 방식으로 만든 목장 치즈, 제주 로컬 식재료로 요리한 수프, 제주 향토 음식인 빙떡과 도토리묵, 직접 담근 영귤차와 정과를 비롯해 친환경 핸드메이드 가구, 아로마 디퓨저, 정미선 작가가 직접 빚은 도자기와 소이 캔들 등을 선보인다. 마르쉐는 단순히 판매가 목적이 아니라 좋은 것을 함께 나누는 진정성이 깃든 소통의 장을 지향한다. 현재 코로나19로 진행을 못하고 있지만 조만간 다시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의 작업 공간은 척박한 제주인의 삶의 방식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고, 지역 문화의 특성이 잘 드러나 있는 제주 옹기를 보여주는 기억의 공간이자 새로운 제주 옹기로 발전시킬 수 있는 곳이길 바랍니다. 덴마크 로얄코펜하겐의 역사가 200여 년이 넘어요. 제주 흙으로 빚은 그릇도 현대적으로 잘 다듬어 다음 세대에도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아기 이유식 그릇으로 시작해 본인이 대를 이어 사용할 그릇까지 만들러 오시는 분들이 가장 반가운 이유도 그 때문이죠. 저희 두 아이도 디자인과 한국화를 공부하고 있는데, 제주의 문화를 이어갈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 재능을 펼쳤으면 좋겠어요.”

제주 옹기를 모든 사람이 갖고 싶어 하는 하나의 브랜드로 키우고, 관광객들이 제주에 오는 첫 번째 목적이 ‘담화헌’ ‘제주옹기숨미술관’에 들르기 위해서라면 좋겠으며, 옹기로 소통하고 체험하는 제주 옹기 박물관을 만들고 싶다는 강승철 작가와 정미선 대표. 열정과 끈기로 제주 옹기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이들의 꿈이 이루어질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우리의 삶도 숨을 잘 고르는 것이 중요하듯 옹기 작품도 생명을 지닌 듯 숨을 잘 쉬어야 대대손손 명을 이어 갈 수 있다.

사라져가는 제주 문화에 대한 애착을 바탕으로 제주 허벅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강승철 관장의 새로운 검은색 제주 옹기는 현재 제주현대미술관에서 <도예가의 작업실>전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10월 24일까지. 담화헌 카페와 갤러리 ‘제주옹기숨미술관’의 정보는 인스타그램(@damhwahun), 제품 구입은 담화헌 온라인숍 인스타그램(@damhwahun_online)을 이용한다. 원데이 클래스는 홈페이지(www.제주옹기.com)에서 신청할 수 있다.

Contributing Editor 최세진
Photographer 송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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