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이 아름다운 제주 스테이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즘, 제철 식재료로 건강한 음식을 차려 먹고 깊은 잠에 들 수 있는 숙소는 숙박 그 이상의 휴식을 선물해준다.


월령지헌
제주의 전통적인 집은 안채인 안거리, 바깥채인 밖거리로 나뉘어 있다. 부모와 결혼한 자녀 부부 혹은 형제끼리 안거리, 밖거리를 나누어 각자의 살림을 꾸린다. 한 지붕아래 두 가족은 텃밭과 마당을 공유하며 함께 살아간다. 특별히 약속을 잡지 않고도 각자의 주방에서 요리한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시간을 보낸다. 두 개의 주방은 서로 살림에 간섭하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집에 살며 비, 바람 등에 안전하면서도 간소한 살림을 지향하기 때문. 최근에는 이런 구옥을 리모델링한 숙소가 늘고 있다. ‘월령지헌’ 역시 선인장이 가득한 작은 어촌의 오래된 집을 고쳐 만들었다. 2~4인까지 한 팀만 머물 수 있는 월령지헌은 이런 제주의 전통적인 집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했다. 함께 둘러앉아 식사와 다도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안거리, 편안한 소파와 자쿠지, 침대를 갖춘 밖거리, 노천탕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에서도 안거리는 공간의 반 이상을 주방에 할애했는데, 유럽 시골집의 작은 주방을 연상시킬 만큼 소담하지만 멋스러운 인상을 자아낸다. 회칠한 듯한 벽과 나무로 만든 창 등 흙과 나무, 자연의 질감을 살려낸 인테리어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주방 옆으로는 다도 공간을 마련해놓아 마당에 피어난 허브와 그라스 등을 바라보며 차분히 차를 즐길 수 있다. 안거리와 마주한 밖거리는 욕실과 이어진 프라이빗한 노천탕에서 휴식을 취하고 편안한 소파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또 저녁이면 마당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제주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와인을 음미하기도 좋다. ‘달의 집’이란 뜻을 지닌 이름처럼 호스트는 월령지헌에 머무는 사람들이 달빛 아래서 천천히 흐르는 시간과 정취를 느끼길 바란다. “여유롭게 차 한잔을 마시는 아침, 마주 앉아 가벼운 담소를 나누는 저녁이, 별을 헤아리며 달빛에 눈을 맞추는 밤. 이렇듯 사소하지만 천천히 흐르는 시간을 즐겨보길 바랍니다.”

WHERE 제주시 한림읍 월령1길 13-5
INSTAGRAM inhouse_of_the_moon_
NUMBER 0507-1493-4244

송당일상
제주의 동쪽, 긴 해안과 광활한 목초지가 펼쳐진 구좌읍에 자리한 ‘송당일상’. 제주에서 나고 자란 호스트 부부는 오름과 숲이 마주한 곳에서 70년 전 지어진 집과 축사를 발견했고, 그곳에 송당일상을 열었다. 오랜 세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담쟁이넝쿨에 둘러싸인 공간을 처음 보자마자 신비함과 경이로움을 느낀 호스트는 그때의 감정을 잊지 않고 손님들에게 전하고자 홈페이지에 공간의 첫 모습과 공사 과정 전반을 기록했다. 송당일상은 돌담의 형태, 창과 문의 위치, 키 큰 나무의 가지 하나까지도 이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곳에 터를 닦고 살았던 어르신의 삶을 존중하는 것은 물론, 시간대마다 달리지는 빛의 기울기, 습도 등 수없는 고민과 계산이 돌집에 녹았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호스트는 오래된 집을 고치는 내내 이곳에서 머무는 사람들이 따뜻한 밥을 지어 먹으며 가족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상상했다. 잠깐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 도시의 일상을 뒤로한 채 가족과의 시간에 오롯이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말과 돼지를 키웠던 축사를 팜키친으로 바꾸었다. 객실 공간보다 훨씬 더 넓은 팜키친은 요리 직전 허브와 채소를 수확할 수 있는 텃밭과 넓은 주방으로 구성했다. 호스트 부부가 손수 가꾸는 텃밭에서는 토마토와 배추, 로메인 등 다양한 채소와 허브가 자란다. 또 주방은 대가족이 식사할 수 있을 만큼의 테이블웨어와 인덕션, 전기밥솥, 토스터기 등 다양한 조리 기기를 갖췄다. 텃밭과 주방 사이의 데크에서는 고기나 해산물을 구워 먹을 수도 있다. 덕분에 태교 여행으로 송당일상에 방문하는 부부도 많다. 침실 2개로 이뤄진 송당일상의 본채는 목재 트러스 골조와 원목 바닥, 나무로 된 가구로 채워져 있어 구좌의 자연을 그대로 옮긴 듯하다. 넓은 창으로 오름과 숲의 전경이 들어 더욱 아름다운 공간. 본채와 팜키친 사이에는 노천탕이 자리하는데, 투박한 돌담 아래에서 물에 몸을 담근 채 나무와 흙의 냄새, 바람을 즐길 수 있다. 짧은 제주 여행이라면 송당일상에서의 느긋한 시간만으로도 충분한 휴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WHERE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1818-3
INSTAGRAM daily_songdang
NUMBER 010-4631-7162

폴개우영
건축, 조경 분야에서 오래 일한 아버지와 디자인을 전공한 두 자녀가 제주에 내려와 만든 ‘폴개우영’은 벌써 내년 1월까지 예약이 찼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숙소가 자리한 태흥리의 300년 전 지명 ‘폴개’와 뜰, 정원을 의미하는 제주 방언 ‘우영’을 합쳐 만든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정원에 먼저 매료되는 공간이다. 밤이면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작은 해안가 마을의 경치를 고스란히 담아내고자 마당 전체에 두껍게 깔린 콘크리트를 깨고 흙을 덮었다. “귤나무 아래 이끼부터 정원 곳곳의 작은 현무암 하나,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보이지 않을 들꽃까지 대충 놓은 것이 없어요.” 식물마다의 특성과 그에 맞는 자생 환경을 고려해 심고 게스트가 바라보는 시선에 맞춰 식물의 높낮이를 결정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은 숙소 내부의 배경이 되어주기에 더욱 아름답다. 폴개우영은 온 가족이 모이는 안거리와 다실, 침실, 욕실처럼 내밀한 공간의 밖거리로 나뉜다. 특히 안거리의 주방은 인스타그램 내 키친샷 명소로 유명한데, 통창으로 드는 조경과 스킵 플로어 구조로 거실과 구분 지은 인테리어가 매력적이다. ㄷ자 형태의 넓은 주방은 가족들과 그 어떤 요리도 만들기 넉넉한 공간을 자랑한다. 또 마주하는 다이닝 겸 거실 공간은 창밖으로 키 큰 귤나무가 싱그러운 자태를 뽐낸다. 이렇듯 모든 공간에서 작은 제주를 느낄 수 있다. 밖거리의 다실은 거대한 돌담 아래 있는데,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우영의 아름다운 조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도시에서의 스트레스나 상념은 금세 지워진다. “손님이 떠난 후 방명록을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봐요. ‘삶에 지쳐 숨 쉬기조차 버거워 다 놓아버리고 싶던 찰나, 폴개우영에서 멍하니 누워 듣던 음악과 자연의 소리가 위로가 되어 마음속 깊은 곳까지 치유받고 돌아간다’는 글을 잊을 수 없어요. 공간이 주는 쉼과 힘이야말로 폴개우영을 만들 때부터 꿈꿨던 목표거든요.”

WHERE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894번길 13
INSTAGRAM polgae.oo
NUMBER 0507-1318-2986

탐라는일상
‘탐라는일상’은 두 아이와 슬로 라이프를 꿈꾸며 제주로 이주한 서호성, 임선영 건축가 부부의 별서이자 독채 렌털 하우스다. 두 사람은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시 구절 ‘나는 가능성에 깃들어 산다(I dwell in possibility)’처럼 아이들과 가능성을 실험하는 삶을 제주에서 보내고자 탐라는일상을 계획하게 되었다고. 빠른 속도를 추구하기보다 느리지만 새로운 가능성에 방점을 두었기에 터를 구하고 완성하기까지 2년의 시간을 소요했다. 본래 공간은 오랜 시간 사람이 살지 않아 폐허로 방치된 상태였다. 하지만 부부는 짙은 돌담과 안거리, 밖거리 두 채로 이뤄진 전통적 외형 속 이국적인 목구조를 지닌 집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주변 풍광까지 완벽에 가까웠다. 이웃 어르신들은 모두 하나같이 허물고 다시 지을 것을 권했지만 두 사람은 한 달 넘게 쓰레기를 정리하며 보수를 시작했다. “건축가로서의 재능을 뽐내기보다 집의 역사와 가치, 생김새를 최대한 존중하는 것을 목표로 했어요. 귤 농사와 밭농사로 공동체를 이룬 마을과 집터의 자연 친화적이고 소박한 질서를 드러내고 의도적으로 느리게 사는 집을 짓는 데 공을 들였죠.” 그리고 그 의도는 공간에 정확히 녹아들었다. 시멘트를 두텁게 깐 기존 바닥을 복원해 주변 자연환경과 연결되도록 매만졌고 오픈플랜으로 공간을 만들어 내부 어디에서나 곶자왈의 풍경과 가족의 움직임을 살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안거리는 오픈 키친과 커다란 테이블을 두어 가족들과 담소를 나누며 요리할 수 있도록 꾸몄다. 폴딩 도어를 열면 등장하는 야외 주방에서는 자연 속에서 식사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곶자왈과 귤밭을 감상하며 목욕과 족욕을 즐길 수 있도록 자쿠지 욕조를 설치한 가족 욕실도 특별한 경험을 선물한다. 곶자왈이 한눈에 드는 데다가 편백나무로 내부를 마감한 밖거리는 잠들 때면 나무 향이 코끝까지 채워진다. 침실, 차실, 바가 하나의 공간에 어우려져 편하게 다도를 즐길 수 있으며, 폴딩 도어와 데크 정원을 설치해 정원과 밖거리의 경계가 유연한 점도 좋다.

WHERE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인향로14번길 16
INSTAGRAM dwell.jeju
NUMBER 0507-1394-1578

어느제주
제주 시내에 위치한 ‘어느제주’는 단출하지만 밀도 높은 숙소다. 오래된 다가구주택을 리모델링해 완성한 어느제주는 각기 다른 스타일의 숙소(방) 3개로 나뉜다. 어느 날, 어느 곳처럼 특정되기는 어렵지만 선명한 하나의 기억처럼 이곳에서의 시간이 방문객의 머릿속에 또렷하게 자리 잡길 바랐다. 이 때문에 규모는 작지만 방마다 제각기 콘셉추얼한 인테리어로 완성했다. 특히 두 번째 방은 내면에 집중하기 위해 장식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기능적인 가구, 물건으로만 간소한 생활을 하는 ‘셰이커 교도’의 수도적인 모습을 공간에 그렸다. 실용적이면서도 차분한 분위기를 완성하기 위해 목가구를 제작하는 제너럴그레이의 김승현·박현정 작가, 천과 자기로 쓸모 있는 것들을 만드는 컨티뉴드 컨테이너의 김민수 작가와 협업했다. 세 번째 방은 공간 한가득 커튼을 둘렀는데, 사방으로 돌아가는 천들 사이로 보이는 일상의 물건들이 낯선 기분을 선사한다. 호스트가 직접 디자인하고 주문 제작한 가구와 세라믹 작가 고사리의 작품들이 어우러져 한 편의 정물화를 그려낸다. 어느제주의 공간들은 매일 우리와 함께하는 물건, 공간을 비일상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습관처럼 요리를 하고 내일의 출근과 육아, 살림을 해내기 위해 잠이 드는 것이 아니라 하루 일과 그 자체가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일러준다. 반복되는 일상에 권태가 찾아올 때 머물면 좋을 공간이다. “낯선 공간, 아무런 기억도 묻어 있지 않은 공간에서 무엇이든 새롭게 해낼 수 있는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차분히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의 온기로 감정의 긍정적인 변화가 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바다, 산의 멋진 풍광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조용한 방 안에서 나의 내면, 함께 여행하는 상대에게 집중하는 경험도 해보시길 권합니다.”

INSTAGRAM @a.neu.jeju
RESERVATION 예약은 인스타그램 DM, 에어비앤비로만 가능

봉성소락
밭농사를 평생의 업으로 여기는 제주 토박이 어르신들이 사는 마을 애월읍 봉성리. 이곳에 자리한 ‘봉성소락’은 봉성리에서의 작고 소박한 즐거움이란 뜻을 지녔다. 그 이름처럼 숙소로 향하는 길부터 미소가 절로 머금어지는 풍경이 펼쳐진다. 브로콜리, 비트, 옥수수 같은 작물이 자라는 밭과 알록달록한 색깔의 지붕을 이고 있는 창고와 구옥들은 어릴 적 할머니 댁의 놀러 가는 기분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그 골목 끝에 빨간 지붕의 하얀 집 봉성소락이 자리한다. 봉성리의 느릿한 시간을 경험할 수 있는 숙소는 창문 밖 마을 풍경을 하릴없이 바라보거나 차를 내려 마시고 책을 읽다가 잠에 들기 좋다. 또 하늘과 돌로 둘러싸인 노천탕에 몸을 담글 수도 있다. 여백을 강조한 숙소 내부는 서까래, 낡은 소반처럼 오래된 가구와 골조가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공간과 잘 어울리는 차분한 연주곡이나 느림 템포의 음악들이 공간의 멋을 배가하는데, 호스트가 추리고 추린 봉성소락만의 플레이리스트다. 숙소 가득 흐르는 음악을 들으며 나무로 만든 주방에서 느긋하게 요리하는 순간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저녁을 만들어준다. 또 주방과 다이닝 테이블 옆의 창으로 드는 제주의 자연이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건강해지는 식사를 완성한다. 봉성소락에선 먹는 것만큼이나 마시는 즐거움이 크다. 호스트는 잠들기 전이나 이름 아침 가족과 함께 찻자리를 가져보길 권한다. 주방 옆에 마련된 다도 공간은 가족과의 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줄 것. “도구들을 사용해 천천히 찻잎을 우려 마시는 기분에 집중해보세요. 마주 앉은 사람과 한 잔씩 마시며 깊은 대화를 나눌 수도 있겠죠. 같이 온 어린 자녀가 행여 찻잔을 깨뜨릴까 두려워 말고 찻잔을 쥐어주세요. 물건을 조심스럽게 다루는 방법을 자연스레 깨달을 수도 있으니까요. 봉성소락에서 소박하게 즐겼던 찻자리의 경험이 집으로 돌아가서까지 이어진다면 일상 속에서 작은 즐거움들을 하나둘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INSTAGRAM @bongsung.sorak
RESERVATION 예약은 인스타그램 DM, 에어비앤비로만 가능

Contributing Editor 유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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