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코리빙하우스

1인 가구 트렌드에 맞춰 ‘셰어하우스’의 개념이 업무와 문화 등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코리빙하우스’로 확장됐다.
세상이 개인화하고 다원화될수록 서로 이해하는 공간이 필요한 세대의 요구가 반영된 주거 형태다. 과연 코리빙하우스는 성공적인 솔루션이 될 수 있을까?


더 나은 독립 생활을 위한 제안
맹그로브

2020년 서울 숭인동에 문을 연 이후 올해 신설동에도 새롭게 오픈한 맹그로브. 국내 최대 규모의 코리빙하우스로 손꼽히는 맹그로브 신설은 일반적인 임대주택의 최대 4배에 달하는 분양률을 기록하며 공유 주거에 대한 확신을 제시했다. 더 많은 기회를 얻기 위해 도시에 머물러야 하는 사회 초년생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맹그로브는 감각적인 공간 디자인과 체계적인 커뮤니티 형성에 강점을 보이며 업계에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맹그로브 조강태 대표는 사회 초년생의 주거 문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물가가 비싼 세계 주요 도시에서 동일하게 나타난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영국이나 미국 등에서는 2016년부터 코리빙하우스에 대한 실험을 시작했는데, 수백 명의 사회 초년생이 대형 라운지, 대형 주방, 서재, 세탁실, 회의실 등 다양한 공간을 누리는 것이었다. 그 결과 쾌적한 공간을 함께 나누며 합리적인 가격에 주거를 할 수 있어 전반적으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공유 주거는 이미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매년 2~3배씩 성장하며 사회 초년생이나 1인 가구를 위한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맹그로브는 서울에서 홀로 사는 사람이나 외국인 유학생들을 타깃으로 낯선 곳에서 커뮤니티를 통해 정서적 안정감을 얻는 것을 최우선으로 운영하고 있다. 코리빙하우스가 보편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선 제도 개선이 우선임을 강조하는데, 공유 주거가 전에 없던 새로운 건축물이라 국내 건축법상에는 이에 맞는 기준이 없기 때문. 공유 오피스인 코워킹이 처음 국내에 도입됐을 때만 해도 시장에서는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사이 공유 오피스가 제자리를 잡아갔듯 주거 공간에서도 공유 인프라를 누리는 미래는 꽤 가까운 현실이 되고 있는 것. 맹그로브는 나아가 출산과 육아 가정, 시니어들을 위한 주거 공간 솔루션을 제안하며 인생의 특정 지점을 함께하려고 한다.

 


550명의 룸메이트가 함께하는 공간
영국 올드 오크

세계 최대 공유 주택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올드 오크(Old Oak)는 2015년 5월 1일 영국 런던의 서쪽 지역에서 첫 포문을 열었다.
‘품이 넉넉한 오래된 참나무’라는 뜻의 올드 오크는 546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인데, 잠만 잘 수 있는 크기인 방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공유 공간으로 사용한다. 도서관, 식당, 영화관, 게임방, 체육관, 커뮤니티 라운지 등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대규모로 편성해 젊은이들의 커뮤니티를 돈독히 한다.
또한 요가 클래스, 요리 강습 등 자기 계발이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구성돼 있어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연결되는 것이 일상이 된다. 방의 조건에 따라 매월 800~1000파운드를 지불하는데, 런던에서 거주하는 비용이 월 1600파운드고 도심에서 전철로 30분 거리 떨어져 있는 외곽의 시세가 월 900파운드인 것에 비하면 경제적이다. 올드 오크를 설립한 더 컬렉티브의 설립 목표이자 지향점은 현세대를 주도하는 젊은이들의 삶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것, 그들이 함께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나아가 올드 오크는 보스턴, 뉴욕, 베를린 등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세계 주요 도시에서 커뮤니티 형성에 중점을 둔 공유 주거 공간을 오픈할 계획이다.


코리빙하우스의 시작과 미래
미국 위리브의 실패와 커먼의 성장

위리브(WeLive)는 공유 오피스 회사인 위워크(WeWork)의 공유 주거 브랜드다. 위워크는 2010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코워킹 스페이스로 시작해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이처럼 빠르게 성장한 위워크는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부동산 시장의 판도를 뒤바꿨으며, 무엇보다 ‘공유’라는 개념을 전 세계에 떨친 기업임은 확실하다. 위워크가 만든 위리브는 1인 가구부터 3인 이상이 지낼 수 있도록 다양한 룸 컨디션을 구성해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더딘 성장세와 더불어 팬데믹을 만나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위워크와 함께 위리브 역시 성장을 멈추었다. 업계에선 위워크의 패인을 공유 주거 산업의 문제에서 찾기보다는 공유 오피스 산업의 정상화에 집중하기 위한 기업의 선택으로 보는 관점이 더 많다. 반면, 미국 공유 주거 시장에서 현재 선전하고 있는 스타트업은 커먼(Common)이라는 회사다. 커먼은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을 겪으면서 재택근무에 적합한 주거 형태로 주목받았다. 록다운 시대에도 커뮤니티와 대형 공유 공간이 있어 이전의 일상처럼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주거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자율성과 소속감의 균형
호주 앤 스트리트 가든 빌라

호주 골드코스트에 자리한 앤 스트리트 가든 빌라(Anne Street Garden Villas)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소셜 하우징으로, 살기 좋은 미래 지향적 주거 공간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앤 스트리트 가든 빌라는 전통적으로 독립주택 구조에서 얻을 수 있는 자율성을 유지하되 커뮤니티의 일부가 되는 것에 지향점을 두었다. 마을 안에 작은 집들로 구성해 고유의 정체성을 지키는 동시에 전용 출입구와 공용 공원을 직접 연결해 소속감을 고취시켰다. 또한 부지 전면에 단층 주택을 배치하고 모든 소규모 주택이 거리를 향하게끔 자리 잡아 이웃과 직접 연결되도록 했다. 거주자 간 상호작용을 장려하기 위한 주차장은 사람들을 모으는 공용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앤 스트리트 가든 빌라의 운영 방식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거주자가 원하지 않는다면 공용 시설을 강요하지 않는 등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각자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작은 정원이나 바비큐장 등 다양한 공간을 통해 단순한 일상 속에서 함께하는 즐거움을 나눌 수 있다.


인적 네트워크가 핵심이다
중국 유플러스

2011년에 오픈해 현재 중국의 9개 도시에서 5000개 이상의 주거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유플러스는 세계 최초로 기업형 공유 주거 서비스를 시작했다. 샤오미 레이쥔 회장이 설립한 슌 웨이펀드와 실리콘밸리의 벤처 캐피털 디지털스카이테크놀로지(DST), 글로벌 부동산 자산운용사 콜로니캐피털 등이 투자하기도 했다. 사실 보통의 공유 주거 산업은 부동산 임대업에 가깝지만, 유플러스는 주거 공간보다는 입주한 사람들에 더 가치를 둔다. 유플러스라는 공간을 통한 사람들의 교류 안에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숨어 있다고 판단한 것. 유플러스 안에서 탄생한 커뮤니티가 중국의 IT 산업을 이끌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플러스가 배출한 대표적인 스타트업으로는 엔젤투자만 1200만 달러(약 140억원)를 받은 ‘산호왕’이라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과 전자칠판처럼 사용하는 TV를 만든 ‘맥스 허브’가 있다. 유플러스는 입주 조건이 까다로운데, 새 친구를 사귀기 꺼려하는 45세 이상은 입주가 불가하며 젊은 사람들과 라이프스타일이 달라 공동 생활이 어려운 노인과 어린이도 입주할 수 없다. 위의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커뮤니티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은 들어올 수 없으며 주기별 입주자 투표에서 평가가 좋지 않은 사람은 퇴출된다.

 

Contributing Editor 박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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