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에서 만나는 두 번째 집

부부는 주말이면 집을 나서 집 밖에 집을 짓는다. ‘바깥 집’에서의 생활을 채집하듯 기록해 이따금 책으로 엮는다. 그렇게 지금까지 다섯 권의 책을 냈다.


아내는 글을 쓰고 남편은 사진을 찍는다. 모두 기록하는 일이다. ‘생활모험가’라는 이름으로 함께 여행하며 기록한 것은 주로 ‘캠핑’이다. 주말이면 짐을 꾸려 밖으로 나가 잠을 잔다. 그곳에서 두 사람이 만나는 건 팔팔한 태양과 아득한 밤하늘,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계절과 이따금 내려주는 고마운 비 같은 것들이다.

‘생활모험가’의 기록은 어떤 내용인가요?
블리(이하 ‘블’) 오랫동안 캠핑을 해오면서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책으로 엮었어요. 삶과 여행, 일상 속 모험의 순간을 저는 글로, 남편은 사진으로 기록해요. 우리는 캠핑을 하면서 자연의 에너지를 담뿍 얻곤 해요. 이런 에너지는 우리에게 긍정적이고 맑은 기운을 가져다주고, 나아가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지게 해주었어요. 우리가 느낀 이런 좋은 감정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어요.

주중에 머무는 집과 주말에 머무는 집이 다른, 이중생활을 하고 있으시군요.
빅초이(이하 ‘빅’) 맞아요. 우리는 부부가 되기 전부터 함께 캠핑을 다녔어요. 주중엔 분주하게 일하느라 집에 머물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고, 주말이면 캠핑을 떠나기 바빴어요. 그래서 집에 대해 큰 욕심이 없었어요. 집은 쉴 수 있는 역할 정도면 충분했죠. 그러고 보면 그때부터 주중의 집보다 ‘주말의 집’인 캠핑에 더 푹 빠져 생활했었네요.(웃음)

주말과 주중으로 구분되는 라이프스타일이 부러워요. ‘워라밸’이 분명하잖아요.
세계 여행을 꿈꾼 적이 있어요. 하지만 일상을 모두 버리고 떠나는 건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경험한 캠핑을 시작하고부터는 일상을 포기하지 않고도 주말마다 자유로운 여행자로 살아갈 수 있게 됐어요. 주중엔 열심히 일하고 주말 이틀 동안은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균형이 생긴 거죠. 그런 균형 속에서 스트레스도 자연스레 해소되면서 일상을 더 힘차게 살아갈 에너지를 얻고요.

그렇다면 두 분의 집은 ‘일하는 공간’에 가깝겠네요.
맞아요.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집 겸 작업실로 쓰고 있죠. 일은 주로 거실에서 해요. 대부분 남편과 함께 하는 작업이라서 방보다는 넓은 거실이 편하더라고요. 거실에 앉아서 글과 사진, 영상을 다루는 시간이 많아요. 주말이면 밖으로 향하니, 집은 생활과 취향보다는 일과 쉼에 집중된 공간이에요.

부부는 ‘생활모험가’라는 이름으로 함께 여행하며 기록한 것들을 모아 책으로 만든다. 엮이는 주제는 주로 캠핑이다. 부부는 주말이면 짐을 꾸려 밖으로 나가 잠을 자는데 그곳에서도 두 사람이 만나는 건 팔팔한 태양과 아득한 밤하늘,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계절과 이따금 내려주는 고마운 비 같은 것들이다. 도시를 떠나 자연을 만나러 가는길, 부부는 주말이면 여행자가 된다.

캠핑과 다르게 집이 주는 행복도 분명 있죠.
그럼요. 집은 우리 부부의 일터이자 쉼터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해주는 고마운 곳이죠. 한편으로는 우리가 돌아가야 하는 ‘본연의 목적지’ 같은 느낌도 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집에서는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할 수 있으니까, 캠핑과는 다른 행복감을 느껴요. 고양이 모카와 두부가 우리의 발소리를 듣고 현관에 마중 나와 있는 따뜻한 집은 언제 돌아가도 좋은 곳이죠. 그런 행복한 집을 두고 주말이면 어김없이 밖으로 향하죠.

과연 어떤 즐거움이 집 밖으로 이끄나요?
늘 그 자리에 있는 집과 달리 캠핑은 어디든 우리의 집이 될 수 있어요. 상황에 따라, 기분에 따라 얼마든지 마음대로 집을 정할 수 있죠. 장소부터 전망, 나아가 하루의 집이 되어줄 텐트의 종류와 크기까지도 그때그때 다르게 선택할 수 있어요. 그런 점이 집과 다른 매력인 것 같아요. 주말마다 바뀌는 야외 별장! 멋지지 않나요?(웃음)

바깥 집에 머물며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언제인가요?
자연 속에서는 시간이 참 천천히 가요. 그런 느긋한 시간이 좋아요. 타닥타닥 타오르는 모닥불을 바라보는 시간도 좋고, 숲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숲멍’에 빠져드는 순간도 좋죠. 이야기하다 보니까 공통점이 있네요. 멍때리는 시간!(웃음) 늘 조급하고 분주했던 일상에서 잠시 떨어져서 조금은 느릿하게 보내는 그 시간이 회복으로 느껴지기도 하죠.

꽤 오랫동안 집 밖에 집을 지어왔어요. 과연 어떤 가치가 있을까요?
이제는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았어요. 밖으로 나가 집을 짓는 행위는 우리에게 자연을 가까이하는 삶을 선물해줬어요. 채우기보다는 비우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삶,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느긋한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죠. 이런 가치는 살고 있는 집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었어요. 아마도 지금의 생각을 갖게 된 건 배낭 하나에 모든 걸 짊어지고 떠나는 백패킹을 하면서부터 아닐까 싶어요. 우리의 생활은 사실 적은 짐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깨달았을 때부터요.

바깥에서 잠을 자는 건 정말 멋진 일이지만, 사실 위험할 수도 있죠. 이제 막 캠핑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캠핑은 대체로 낭만적인 시간으로 가득하지만, 사실 밖에서 하룻밤을 머무는 일은 안전과 직결되어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해요. 멋진 풍경만 보고 장소를 선택했다간 여러모로 곤란한 상황을 겪을 수도 있고요. 캠핑과 차박은 반드시 정해진 곳에서 해야 합니다. 사유지나 야영 금지 구역은 피하고, 화장실 같은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는 곳을 선택해야 해요. 그런 면에서 캠핑장이나 야영장 이용을 추천드려요.

11월에는 또 어디로 떠나 집을 지을 예정인가요?
11월은 늦가을과 초겨울이 겹치는 달이에요. 분주한 12월을 앞두고 차분하게 보낼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죠. 슬슬 따스함에 기대게 되는 날씨라 ‘불멍’을 하기에도 좋은 때예요. 그래서 어딜 향해도 좋지만, 저희는 이맘때 강원도 원주와 충남 태안을 특히 좋아해요. 원주는 서울과 가까우면서도 강원도 특유의 깊은 산세를 느낄 수 있어서 좋고, 태안은 학암포부터 신두리까지 바닷가와 솔숲 풍경을 함께 즐길 수 있어 좋죠. 두 곳 모두 거리감이 적당해서 오가는 길에 가을 들판의 풍경을 감상하기에도 좋아요. 빅 그러고 보니 이렇게 다녀오면 산과 바다, 들을 모두 만날 수 있겠네요.(웃음)

Contributing Editor 신이서
Photographer 생활모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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