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세탁 업체에 맡긴 내 옷의 행방

비대면 세탁 서비스 업체에 맡긴 옷이 사라졌다. 옷 대신 내 손에 남은 건 단돈 3만6000원. 뭐든 편리한 요즘 시대에 현명한 소비자가 되는 길은 멀고 험하다.

최근 비대면 세탁 서비스 플랫폼 L사를 이용했다. 세탁을 맡긴 열 벌 가운데 돌아온 건 아홉 벌뿐. 곧바로 업체 측에 전화해 옷의 행방을 물었고 돌아온 L사의 대답은 황당했다. “죄송하지만 세탁 과정 중에 옷이 손상돼 배상 처리를 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구매 금액은 얼마인가요? 영수증 첨부는 가능한가요?” 2년 전에 산 옷이라 구매 금액은 물론, 어느 사이트에서 샀는지조차 기억이 안 났다. 나처럼 영수증이 없고 구매가를 기억 못하는 경우 ‘세탁업 표준약관’에 따라 보상 금액을 산정하는데, 업체에서 설명한 기준은 대략 이렇다. 세탁 비용의 20배를 제품가로 책정한 뒤 구매 일자와 사용 연수를 고려해 감가상각률을 적용한다는 것. 그렇게 계산된 제품가는 8만원이고 최종적으로 내 손에 쥐어진 돈은 3만6000원이다. 옷을 잃은 나의 상실감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그들에게는 그 옷이 시간이 지나 값어치가 떨어진 천조각에 불과했을 것을 생각하니 분노를 넘어 헛웃음이 났다. 옷 가격을 기억했더라면 나에게 얼마의 보상금이 주어졌을까. 궁금해서 직접 찾아보기로 했다.

세탁물 배상 비율표에 따르면 보상 금액은 통상 제품의 내용연수와 사용 일수에 따라 정해진다. 제품의 이용 가능 연수를 나타내는 내용연수는 높을수록, 사용 일수는 낮을수록 배상 비율이 높다. 이 두 지표값에 따라 배상 비율은 95~10% 사이에서 정해지고, 이를 원제품의 구입 가격에 곱하면 최종 보상 금액이 나온다. 100% 배상 비율은 없으니 당장 어제 구입한 옷이라도 구매가를 온전히 보상받기란 불가능하다는 것. 배상액을 조금이라도 더 받아내기 위해 종종 거짓말을 하는 소비자도 있지만, 업체에서 섬유제품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해 책임 소재를 따질 수 있으니 현명한 방법은 아니다. 의류 특징에 따라 달라지는 배상액 산정 기준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 예를 들어 상하의 세트 옷을 맡겼는데 그중 하나가 손상됐다면 세트 가격 기준으로 배상액이 산정되지만, 애초에 세트의 일부만 세탁을 맡겼다면 해당 제품에 대한 손상에 대해서만 보상받을 수 있다. 만약 옷에 딸린 탈착용 부속물이 손상됐다면? 보통은 부속물만 부분 배상되는데 예외적으로 손상된 부속물이 ‘해당 의류의 기능 발휘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판단되면 옷 전체 가격으로 배상된다. 어렵고도 모호한 기준들.

아끼는 옷에 애착과 추억이 서려 있다면 더더욱 이별이 힘들다. 물론 소비자의 우울한 마음까지 모두 품어줄 수 없는 업체의 입장도 일견 이해는 된다. “속상한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업체로서는 기준에 맞춰 대응할 수밖에 없어요. 이미 손상된 세탁물을 맡기고 보상을 요구하는 등 조금의 틈이라도 보이면 블랙컨슈머로 돌변하는 일부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대처하느냐도 요즘 업계의 중요한 이슈 중 하나고요. 저희로서는 보상 규정을 넓히는 것보다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죠.”
비대면 서비스가 활기를 띠면서 세상 편해졌다고 하지만 허점은 여전히 존재한다. 시스템의 오류,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마무리하는 서비스 종사자의 실수까지 감안해야 하는 변수는 너무도 많다. 스마트한 소비자와 블랙컨슈머는 한 끗 차이다. 결국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데에 생각이 머물며 씁쓸하게 3만6000원이 찍힌 스마트뱅킹 창을 닫았다.

Editor 김하얀

56
인기기사

GO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