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삶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작품들

도시와 일상 속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실천하는 건축가, 디자이너의 고민이 낳은 아름다운 결과물들. 버려진 플라스틱은 쓸모를 넘어 아름다운 가구가 되고, 컨테이너가 쌓여 플래그십 스토어가 된다.

나무로 지은 학교
프랑스의 조용한 숲속에 지은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 초등학교. 아이들의 건강과 건물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콘크리트는 1층과 몇몇 제반 시설, 계단, 엘리베이터로 사용을 제한했고 나머지 공간은 단단한 나무와 석재로 지었다. 학교 내부의 돌기둥과 나무 마감은 볕에 따라 다른 색감, 질감을 드러내 아이들의 시각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건축가는 학교에서 100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채석장에서 공간에 사용할 석재를 구입해 운송 시 탄소 배출까지 꼼꼼히 신경 썼다.


쓰레기 한점 없는 비스트로
뉴욕 내 핀란드 문화원이 기획한 팝업 다이닝, 제로 웨이스트 비스트로(Zero Waste Bistro). 이름처럼 쓰레기 없는 다이닝으로 헬싱키의 레스토랑 놀라(Nolla, 핀란드어로 Zero를 뜻함)의 셰프가 재활용된 식품 포장재에 식재료를 수급해 요리했고, 이후의 음식물 쓰레기는 모두 퇴비로 만들었다. 공간은 피니시 디자인 숍과 아르텍에서 지속가능한 가구, 그릇을 수급해 꾸렸다. 푸른빛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뿜어내는 벽체는 우유, 물 등을 담는 테트라팩 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든 소재로 마감했는데, 팝업이 끝난 후 모두 다시 재활용되었다.


토종 옥수수의 새로운 레시피
토르티야를 비롯한 대부분의 전통 요리에 옥수수를 사용하고 설화에도 옥수수가 자주 등장하는 멕시코. 짙은 보라색부터 크림색까지 다양한 색감의 옥수수 종류를 재배하고 먹어왔지만, 제초제와 살충제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단단하고 튼튼한 외래종 옥수수만 키우게 되었다. 디자이너 페르난도 라포세는 토종 옥수수를 키우는 농가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옥수수 껍질을 평평하게 만든 후 나무나 짚으로 만든 섬유판에 접착해 기하학적 패턴을 완성한 ‘토토모엑슬(Totomoxtle)’을 개발했다. 그는 지역 농부들에게 제작 방법을 교육해 부가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도왔으며, 공간 마감재뿐 아니라 테이블 상판이나 조명 셰이드 등에 적용해 쓰임의 폭을 넓혔다.


버려진 어망의 화려한 부활
매년 800~1000만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바다에 버려진다. 그중 46%를 차지하는 어망은 바다를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해양생물들의 목숨까지 위협해
최근 큰 문제로 떠올랐다. 지속가능성을 탐구하는 미국의 가구 브랜드 매터(Mater)는 어망을 비롯한 플라스틱 폐기물 960개를 슬렛으로 갈아 만든 의자
‘오션 컬렉션’을 출시했다. 의자는 1955년 덴마크 디자이너 나나 디첼이 디자인해 큰 인기를 끌었던 모델을 재생산한 것이다.


다음 세대에 푸른 바다를 물려주기 위하여
덴마크 가구 디자인 스튜디오 엘러스(Wehlers)는 어망, 페트병, 빨대 등 바닷가 주변을 표류하는 플라스틱 폐기물 2kg으로 의자 하나를 만들었다. NGO가 수집한 플라스틱 쓰레기나 폐기된 그물을 세척해 작은 플레이크로 간 뒤 녹이는 과정을 거쳐 의자 등받이와 시트를 완성한 것. 새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한 것보다 번거롭고 까다로운 과정이지만, 엘러스의 디자이너 마리아와 헨릭은 다음 세대를 위해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려고 고군분투 중이다.


지역의 랜드마크가 된 컨테이너
트럭의 방수포, 자동차 안전벨트를 재활용해 가방을 만드는 프라이탁은 스위스 취히리에서 본사 겸 플래그십 스토어를 건축하는 과정에도 브랜드의 철학을 담았다. 한때 바다를 누비고 다녔던 화물 컨테이너 17개를 쌓고 나열해 건물을 완성했는데, 폐컨테이너는 인간 다음으로 물을 많이 소비하는 콘크리트를 사용하지 않아 환경에 영향을 덜 끼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컨테이너 건물이기도 한 프라이탁 플래그십 스토어는 스위스의 대표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버려진 채소와 낙엽의 2막
터키의 디자인 스튜디오 오탄(OTTAN)은 과일, 채소, 견과류 껍질과 낙엽, 깎은 풀처럼 쓸모를 잃은 유기 폐기물을 원료로 마감재 ‘그린 웨이스트’를 개발했다. 기업과 지자체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이나 잔디, 나뭇가지를 수거해서 깨끗이 세척하고 건조, 연마한 후 친환경 수지와 혼합해 금형한다. 이렇게 만든 그린 웨이스트는 테이블이나 수납장, 조명 등 다양한 아이템에 쓰인다.


이토록 감각적인 소재의 발견
프랑스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듀오 로낭 & 에르완 부훌렉 형제가 100% 재활용 폴리프로필렌을 사용해 만든 의자 엘레망테르 체어(´El´ementaire Chair). 일회용 컵 뚜껑이나 용기에 자주 사용하는 폴리프로필렌은 가볍고 단단하다. 로낭 & 에르완 부훌렉 형제는 이런 폴리프로필렌의 뛰어난 내구성에 원 보디 형태의 디자인을 접목해 더욱 견고한 의자를 만들었다. 덕분에 실내는 물론 야외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따가운 햇볕이나 쏟아지는 폭우에도 끄떡없는 제품이다.


돌이 지닌 물성과 시간을 담아
토론토의 스페셜티 커피와 차를 판매하는 카페 밀키스(Milky’s)가 폐컨테이너로 만든 복합 쇼핑몰에 2호점을 열었다. 내부는 조개, 갑각류 등의 퇴적물이 차곡차곡 쌓인 퇴적암 석회 가루를 굳혀 3D 형태로 깎아 마감했는데, 자연광과 내부 조명에 따라 공간에 다른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브랜드 대표 프레이저 그린버그(Fraser Greenberg)는
“돌이 지닌 시간과 순수함, 엄숙함이 공간에 묻어나길 바랐다. 누군가가 루틴처럼 모닝커피 한잔을 마실 때 그 시간의 속도를 늦추고 싶었다”며 공간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탄생부터 소멸까지 고민한 흔적
일본의 대표적인 디자이너 넨도가 테이블 위에 접힌 종잇조각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의자 ‘N02™’. 넨도 특유의 미니멀한 디자인은 부드럽게 접힌 선 장식이 허리춤에 더해져 더욱 아름답다. 의자는 중부 유럽에서 수거한 가정용 플라스틱 폐기물을 펠릿으로 분쇄한 뒤 성형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의자로서 제 몫을 다한 뒤에도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의 지속가능성을 꼼꼼히 신경 썼다.


비건 자동차의 신호탄
자동차업계에도 비건, 리사이클링 소재의 바람이 불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초 출시한 ‘아이오닉5’의 좌석 시트와 팔걸이에 투명한 폐페트병을 분쇄, 가공해 만든 직물을 적용했다. 이는 자동차 한 대당 최대 페트병 32개를 재활용하는 효과다. 또한 시트, 헤드라이닝, 카펫에는 사탕수수와 옥수수에서 추출한 바이오 성분이 들어간 섬유를 사용했고, 인테리어에 사용된 가죽은 동물성 기름이 아닌 아마씨에서 추출한 식물성 오일로 염색을 했다.

Contributing Editor 유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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